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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등법원 2015.10.22. 선고 2015노444 판결

준강간

사건

2015노444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오정희(기소), 심재계(공판)

변호인

변호사 H

판결선고

2015. 10. 22.

주문

1.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2.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3.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4.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한다.

5.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2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하고, 고지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①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 및 E와 모텔에 가기 전에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동안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귀엽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라며 호감을 표시한 점, ② 피해자가 집에 가려는 피고인에게 모텔에서 술을 더 마시자고 제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모텔 숙박료도 피해자가 결제한 점, ③ 모텔에서 피고인이 먼저 나가려 하였으나 피해자와 E가 만류하여 다시 모텔에 머무르게 된 점, ④ 피고인이 모텔의 객실 내에 있는 욕실에서 샤워를 할 때 피해자가 욕실 문을 여닫으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 점, ⑤ 피고인이 모텔의 객실 바닥에서 잠을 자려 하였으나 피해자와 E가 침대 위에 올라와서 같이 자자고 제의한 점, ⑥ 그 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옆에 누워 피해자를 애무하고 옷을 벗겼음에도 피해자가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아니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아니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관계는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이며, 설령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하였다고 오인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나. 심신장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

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가) 피해자는 당시 피해상황에 대하여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당일 E,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모텔에 가서 술을 좀 더 마시고 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깨어보니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하고 있었다는 피해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그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다. 달리 피해자가 거액의 합의금을 받기 위한 목적 등으로 허위로 진술할 만한 동기나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고, 목격자인 E의 진술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관계 사실을 알고 나서 곧바로 피고인에게 "나와라, 비켜라."라고 말하자 피고인이 "큰일났다."고 말하며 바로 성행위를 중단하였다. 피해자는 옷을 입은 후 옆에서 자고 있던 E를 깨우면서 화난 목소리로 "난 지금 나갈 거니까 날따라오든지, 계속 여기 있든지 해라!"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모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곧바로 112신고를 하였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울면서 피해사실을 이야기 하였다(피해자, E의 각 원심 법정진술).

다) 피고인은 범행 직후 E와의 전화통화에서 E가 "니가 일단 언니야를 밑에 덮치고 했잖아?"라고 묻자, 피고인이 "그래 그게 증거가 다 있냐고, 물증을 다 대고 나를 신고하라 카라고.", "이캐라, 경찰들 보고 가라카고, 지금 솔직히 말하면 그 누나도 술취해가 사리분별력이 안 가는 거 같으니까."라고 대답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경찰관과의 통화에서 "아, 그 뭐 증거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데 제가 뭐, 죗값을 치를 수 있습니까?", "판사까지 가기 전에 그 여자들이 고소를 취하할 수 있는 거지요?"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피고인의 대답은 합의하여 성관계를 한 남자의 진술태도로 보기에는 어색한 점이 많고,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성관계를 한 후에 변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 만일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와 합의하여 성관계를 하였다면 갑자기 성관계를 중단하라는 피해자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묻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깨어나자 성관계를 곧바로 중단하고, 피해자와 E가 모텔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모텔을 나와서 피고인의 집으로 도망간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마) 피해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E의 소개로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을 처음 만났을 뿐만 아니라, E가 한 침대에서 바로 옆에 자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초면인 피고인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관계를 하는 것에 동의하였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경험칙에 비추어 이를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합의하여 성관계를 하였는데 갑자기 마음이 변하여 더 이상 성관계를 원하지 않게 되었다면, E 몰래 성관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E가 잠에서 깨어 알아차릴 수 있음에도 피해자가 화를 내며 비키라는 말을 했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바) 게다가 피고인은 피해자를 안고 애무를 할 때 피해자가 "숨소리만 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그냥 가만히 있었다."라고 진술한 점에 앞서 본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든 상태였음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91쪽).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같은 법 제297조, 제298조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죄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형법 제299조에서의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위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며(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등 참조), '심신상실'이란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 때문에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태(대법원 1976. 12. 14. 선고 76도3673 판결 참조) 또는 술 등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를 포함한다.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피고인과 E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다른 곳에서 술을 마셨고, 피고인과 E를 만난 이후에는 식당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신 다음 술을 더 마시기 위해 모텔로 자리를 옮겨 술먹기 게임 등을 하면서 잠이 들기 직전까지 술을 계속 마셨던 관계로(공판기록 49, 52, 55쪽), 이 사건 당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상태였다.

② E도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공판기록 55쪽)[한편 E는 신고 직후 피고인과의 전화통화에서 피고인에게 "언니야(피해자를 가리킨다) 지금 술 하나도 안 취했어."라는 말을 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경찰에 신고를 당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도 너무 당당하고 뻔뻔하게 나오자 피해자가 술김에 허위의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한 것이었다(공판기록 57쪽)], 피고인 또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피해자와 E를 가리켜 "그 여자들 지금 술에 취해 가지고 뭐가 뭔지 모르고 카는 건데."라고 말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34쪽).

③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시고 잠이 든 때부터 눈을 떠 피고인이 자신을 간음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 사이에 있었던 상황에 대하여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 범행 직후 E에게도 "자다가 처음에는 피고인이 간음하는지도 몰랐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으며(공판기록 60쪽),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거나 빨고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성기를 삽입하는 동안에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인데(증거기록 91, 92, 94쪽), 이는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하여 성적 의사결정이나 방어행위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음을 추단하게 하는 것이다(이 사건 범행 전후에 나타난 피해자의 행동이나 태도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성격인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호감을 느껴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원하였다면, 위와 같이 일부러 자는 척을 하면서까지 수동적으로 성행위를 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성관계 도중에 갑자기 화를 내면서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지도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④ E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범행 직후 피해자가 깨워서 눈을 떠 보니 피해자는 화난 표정이었고, 피고인은 어쩔 줄을 몰라하는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61쪽).

⑤ 피고인은 범행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나 E와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고 해명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공판기록 66~67쪽).

⑥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피해자에게 성관계에 대한 동의를 구하거나 성관계에 관하여 이야기한 적이 없었음은 피고인도 자인하고 있는바(증거기록 92쪽),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이 들어 성적 의사결정이나 방어행위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고, 피고인이 이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간음행위에 나아간 이상 비록 피해자가 술을 더 마시기 위해 피고인 및 E와 함께 모텔에 투숙하였으며 잠이 들기 전에 피고인에게 다소 호감이나 친근감을 표현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심신장애 주장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에 있었음은 인정되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위 범행의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치음 만났고 바로 옆에서 지인이 자고 있음에도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이 든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서 그 범행의 수법과 내용에 비추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위 범행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서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피고인은 술을 마시고 모텔에서 피해자와 같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던 중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위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범행 도중에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화를 내자 곧바로 범행을 중단하였다.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았다.

이러한 사정들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그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고쳐 쓰는 판결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2.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위에서 살펴본 유리한 정상 참작)

3.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위에서 살펴본 유리한 정상 참작)

4. 수강명령

5.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 ~ 1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및 집행유예 기준

[유형의 결정]

성범죄 > 일반적 기준 >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 제1유형[일반강간(준강간)]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 없음

- 감경요소 : 처벌불원

[권고영역의 결정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1년 6월 ~ 3년

[일반양형인자]

- 가중요소 : 없음

- 감경요소 : 형사처벌 전력 없음

[집행유예 기준]

- 긍정적 주요참작사유 : 처벌불원

- 긍정적 일반참작사유 : 동종전과 없고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음, 우발적 범행

- 부정적 주요참작사유 : 없음

- 부정적 일반참작사유 : 없음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위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 등록

판시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3조에 의하여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범균

판사 곽병수

판사 왕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