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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

[남녀차별개선위원회결정내지재결취소][공2007.2.1.(267),217]

판시사항

[1] ‘성희롱’을 정의한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에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의 의미 및 그 판단 기준

[2]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가 규정한 성희롱의 요건 중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개념이 공직선거법 제85조 에서의 ‘지위를 이용하여’라는 개념과 동일한지 여부(소극)

[3] 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형사사건에서 공무원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상의 ‘성희롱’의 요건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성희롱’을 정의한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2003. 5. 29. 법률 제6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에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서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되고,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2003. 5. 29. 법률 제6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성희롱 규정을 둔 것과 공직선거법에서 공무원지위이용 선거운동에 대한 처벌규정을 둔 것은 그 입법 취지나 목적, 요건 및 위반시의 제재내용 등이 서로 다르므로,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이 규정한 성희롱의 요건 중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개념이 공직선거법 제85조 에서의 ‘지위를 이용하여’라는 개념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3] 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형사사건에서 공무원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상의 ‘성희롱’의 요건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소동기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국가인권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삼화)

피고 보조참가인

참가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2003. 5. 29. 법률 제6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 법률은 2005. 12. 29. 법률 제7786호로 여성발전기본법이 개정되어 2006. 3. 30.부터 시행되면서 폐지되었다. 이하 ‘남녀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2호 에서는 “성희롱이라 함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기타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서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85조 에서는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라고 하고 있고, 제255조 에서는 이에 위반한 경우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바, 남녀차별금지법은 공공기관 종사자 등이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을 하는 것을 남녀차별의 일종인 성희롱으로 규정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시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남녀차별위원회로 하여금 그 내용이나 단계에 따라 시정권고, 공표,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반면,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권한행사를 통하여 선거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미칠 수 있는 입장에 있음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일반인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보다 선거의 공정을 크게 저해한다는 점에서 이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위 두 개의 법은 입법 취지나 목적이 전혀 다른 점, 남녀차별금지법상의 성희롱의 요건을 보더라도 단순히 ‘그 지위를 이용하여’로 되어 있지 않고 ‘업무 고용 기타 관계에서 … (중략)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고 되어 있어 폭넓은 업무관련성을 강조하고 있고, 성희롱의 주체도 남녀차별금지법에서는 공무원에 한하지 않고 널리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를 포함하고 있는 점, 공직선거법에서는 제254조 에서 누구나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면서 제255조 제2항 , 제85조 에서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고 있으므로, 위 처벌규정의 구별을 위해서도 공무원지위이용 선거운동금지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남녀차별금지법상 성희롱의 요건 중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개념이 공직선거법상의 ‘지위를 이용하여’라는 개념과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형사사건에서 원고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과 2002. 1. 25. 도지사실에서의 면담시 공무원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의 확정판결이 있었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 원고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상의 공무원지위이용 선거운동에 대한 처벌규정과는 입법 취지와 요건이 다른 남녀차별금지법상의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성희롱 요건으로서의 ‘업무관련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와 참가인과의 면담은 도지사실에서 업무시간 중에 원고와 그의 지시를 받은 제주도 (직위명 생략) 소외 1, (직위명 생략) 소외 2의 직·간접적인 요청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참가인은 1989. 4. 21.부터 1992. 4. 30.까지 (명칭 생략)협회 제주도지회 산하 제주시지부장을,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제주도지회 부회장직을 각 역임한 데 이어, 2001. 4. 25.부터 다시 제주시지부장을 맡게 되었는데, 당시 제주시지부는 제주시 소재 650여 개 미용업소 업주들을 회원으로 하고 있었고, 지부장은 도지회의 임원까지 겸하고 있어 직능단체 간부로서 회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 원고와 참가인은 원고가 도지사로 근무하던 1991년경 공식적인 행사에서 만나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도 공식적인 행사에서 만난 일이 있으나 개별적으로 만난 사실은 없는 점, 원고는 평소 집무실에서 민간단체의 관계자들이나 도정에 도움이 될 사람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개별면담을 하여 왔고, 이 사건 발생일인 2002. 1. 25.에도 참가인을 면담한 직후 교보생명 제주지점장, 한림교회 목사, 전문직여성한국연맹 제주지부 회장, 자동차노조 지부장 등 선거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 또는 직능단체의 관계자 등과 면담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 원고는 당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직능단체장인 참가인에게 위 선거에 있어 자신을 지지하여 달라고 하기 위하여 면담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였던 것이고, 참가인을 면담하는 자리에서의 대화내용도 참가인의 건강, 소록도의 봉사활동, 가족들의 안부 등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만덕제 행사에서 보여준 (직위명 생략)의 태도, 원고가 여성단체 행사에서 보이는 행동에 대한 비판 등 업무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던 점 등 면담의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2002. 1. 25. 면담 도중에 있은 원고의 성적 언동은 도지사로서의 원고가 직능단체장인 참가인을 면담하는 업무수행의 기회에 또는 그와 같은 업무를 빙자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대조하여 보면 이와 같은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남녀차별금지법상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성희롱 요건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를 다투는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채증법칙 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의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참가인이 2002. 1. 25. 15:10경 제주도지사 집무실을 방문하여 원고와 면담을 하면서 직사각형 형태의 회의용 테이블에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원고의 왼쪽에 90° 각도로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원고가 참가인의 오른쪽 옆으로 다가와 왼손으로는 참가인의 목 뒷부분을, 오른손으로는 어깨를 잡은 후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참가인의 왼쪽 가슴을 만졌고 참가인은 원고의 오른손을 잡아 뿌리친 사실을 인정하였다.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이를 다투는 상고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이 “원고가 겉옷 단추를 풀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라고 주장하였음에도 원심이 단순히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참가인의 왼쪽 가슴을 만졌다.”라고 인정한 것은 참가인이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근거한 판단으로 위법하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그러나 원고가 두 손을 참가인의 양 어깨에 얹고 가볍게 누른 정도의 행동을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참가인의 가슴을 만졌는지 여부’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원고가 겉옷 단추를 풀고 가슴을 만졌는지, 아니면 겉옷 위로 만졌는지 여부는 반드시 판단이 필요한 쟁점 사항이라고 할 수 없는 점, 피고도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대화 도중 원고가 참가인의 가슴에 손을 댄 것은 사실’이고, 이는 남녀차별금지법 제2조 제2항 에서 규정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원고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에서 그 근거가 되는 사실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하면 족하다는 점, “가슴을 만졌다.”는 사실과 “겉옷 단추를 풀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라는 사실이 질적으로 전혀 다른 행위라고도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이를 탓하는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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