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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red_flag_2부산지방법원 2016.12.8.선고 2015고단5624 판결

가.업무상과실치사나.의료법위반

사건

2015고단5624 가. 업무상과실치사

나. 의료법위반

피고인

1.가. A

2.가.나. B

3.나. C병원

검사

변재은(기소), 김재우(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D(피고인 모두를 위한 사선)

담당변호사 E, F

판결선고

2016. 12. 8.

주문

1. 피고인 A

피고인 A를 금고 1년에 처한다.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 동안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2. 피고인 B

피고인 B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 B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3. 피고인 C병원 피고인 C병원을 벌금 1,000만 원에 처한다.

이유

범죄 사 실

1. 피고인 A, 피고인 B의 공동범행 피고인 A는 부산 서구 G에 있는 C병원에서 외과 교수로 근무하는 의사로, 피해자 H(치료 당시 78세)의 주치의였다. 피고인 B은 위 병원에서 근무하는 방사선사이다. 피해자는 2011. 2. 17. 피고인 A로부터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2012. 11. 29. 정기검진을 위하여 조영제를 투여하는 CT 검사를 마친 직후 조영제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 by contrast media)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었다. 환자들의 과거 병력 등 의료정보를 위 병원 의료진들에게 공유시키는 온라인 시스템인 일명 'I'(C병원 진료정보시스템)에 피해자의 위 사실에 관한 의료정보가 등록되어, 피고인들은 I에서 피해자 이름을 검색하면 피해자에게 조영제 부작용이 있었음을 경고하는 팝업(Pop-up)창을 통하여 즉시 위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 피고인 A는 피해자의 조영제 부작용 등 과거 진료 경력을 검토하여 다른 대체수단을 제시하거나, 부득이하게 조영제를 투여하는 CT 검사를 시행하더라도 조영제 부작용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였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피고인 B은 CT 검사 시행 전 I에서 피해자에게 조영제 부작용이 있음을 확인하였으므로, 이를 즉시 영상의학과 의사나 주치의에게 알린 후 그 지시에 따랐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I에 등록된 피해자의 조영제 부작용 경고를 간과한 채, 피고인 A는 2013. 12. 9.경 위 병원 외과 진료실에서 피해자에게 약 1개월 후 정기 검진을 받도록 권유하면서 만연히 조영제 투여가 필요한 CT 검사를 시행하도록 하였고, 피고인 B은 2014. 1. 8.경 위 병원 영상의학과 검사실에서 피해자에 대한 CT 검사를 수행하면서 피해자에게 조영제 부작용이 있음을 영상의학과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아니한 채 조영제를 투여하고 CT 검사를 시행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다시 조영제 부작용이 발생되게 하였고, 피해자는 결국 2014. 1. 9.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하였다.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B

피고인은 2014. 1. 8.경 위 병원 영상의학과 CT 검사실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 없이 CT 촬영에 앞서 조영제 투여량 및 투여방법을 단독으로 결정하고, 혈관에 연결된 튜브에 조영제 주사약을 연결한 후 주입기 버튼을 누르는 방법으로 조영제를 투여하였다.

3. 피고인 C병원 피고인 C병원의 사용인인 B은 위 2항 일시·장소에서 피고인 C병원의 업무에 관하여 위 2항과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J의 법정진술

1. 피고인 A, 피고인 B에 대한 각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K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L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녹취문

1. 감정 결과통지, 의무기록사본증명서, 모사전송의무기록, I 경고팝업창 사진, H님 CT검사 진행상황

1. 사망진단서

1. 감정촉탁회신(대한의사협회)

1. 고소장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가. 피고인 A: 형법 제268조, 제30조, 금고형 선택

1. 경합범가중(피고인 B)

1. 노역장유치(피고인 B)

1. 집행유예(피고인 A)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들과 변호인은 피고인 A와 피고인 B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고, 피해자의 사망이 조영제 투여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며, 방사선사인 피고인B의 조영제 투여 행위가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피해자의 사망 원인에 대한 판단

비록 조영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는 하고, 피해

자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황이기는 하나, 피해자의 사망 직후 같은 병원 소속 의사 J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조영제 사용에 따른 아나팔락시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이 사망원인으로 기재되어 있고, J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스스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조영제에 의한 부작용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그와 같이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한편 피고인 A는 유족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피해자가 조영제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한 사실을 인정했고, 또한 위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서 J에게 그러한 사실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의 감정결과는 피해자가 조영제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고 있기는 하나, 그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사후적으로 의료기록만을 분석하여 개진한 위 협회의 의견보다는 피해자를 직접 치료하고 사망 과정을 확인하였던 병원측이 사고 직후에 내린 객관적인 분석의 신빙성을 더 높게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조영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으로 봄이 상당하다.

3. 피고인 A, 피고인 B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판단

의료사고에 있어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러한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되, 사고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도3090 판결 등 참조). 또한,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 잡아 신중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 7684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 위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에게는 조영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 사실이 있었던 점, ② 병원측에서는 담당 의사 등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지 않도록 팝업창을 띄워 주기까지 했던 점,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와 피고인 B은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했던 점, ④ 피고인 A는 피해자가 조영제 투여 후에 실신했던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진료기록을 모두 살펴본 후 위 사고가 조영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조영제 투여를 지시했던 것이라고 주장하나, 사고 직후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 피고인이 했던 말 등에 비추어 본다면 위 진술은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위 피고인의 바뀐 주장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조영제 투여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환자임을 알면서도 위 피고인이 조영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조치 등을 취할 것을 영상의학과 의사 등에게 따로 지시하거나 부탁하지 않고 만연히 조영제 투여만을 지시한 이상 위 피고인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점, 6) 한편, 피고인 B의 주장과 같이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조영제 투여를 해오던 것이 피고인 C병원의 업무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인이 아닌 위 피고인으로서는 팝업창에 뜬 경고사항을 주치의나 영상의학과 의사 등과 상의 하지 아니한 채, 또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하지 아니한 채, 심각한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만연히 조영제 투여에 이른 점에 비추어 과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본다면, 위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4. 의료법에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의 면허를 가진 자가 의사,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 또는 의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할 것이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 의료기사 제도를 두고 그들에게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의료행위 중의 일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의료인만이 할 수 있도록 제한한 의료행위 중에서,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적은 특정 부분에 관하여, 인체에 가해지는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 등에 대하여 지식과 경험을 획득하여 그 분야의 의료행위로 인한 인체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자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를 의사의 지도하에서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2014 판결 참조).

한편,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 제2항에 의하면, 방사선사는 의사의 지도를 받아 "전리방사선(전리방사선) 및 비전리방사선의 취급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핵의학적 검사 및 의료 영상진단기 · 초음파진단기의 취급, 방사선기기 및 부속 기자재의 선택 및 관리 업무만을 할 수 있는바, 위 규정에 의하면 방사선사인 피고인 B이 '조영제를 환자의 신체에 투입하는 행위는 위 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방사선사의 업무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0. 4. 7. 선고 98두11779 판결 취지 등 참조).

결국 방사선사인 위 피고인이 환자의 신체에 조영제를 투입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한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피 고인들은 대한민국 거의 모든 병원에서 방사선사가 조영제를 투입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대한방사선사협회에서도 그러한 취지의 의견서와 탄원서를 재판 과정에서 제출하였다. 그렇지만 법이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고, 실정법을 법원에서 위와 같이 해석하고 있는 이상, 이들이 탄원하는 상황은 입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지는 몰라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C병원과 같은 인지도 높은 대형 병원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실정법을 준수할 의무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 A는 자신의 과실로 인해 치료나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가 아닌, 정기검진을 받으러 온 건강한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특히나 이 의료사고의 경우는 병원측에서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팝업창을 띄워 경고까지 해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 피고인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진료기록을 조금 더 꼼꼼히 보고 부작용이 재발할 가능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대안을 고려해 보는 등 신중하게 처리했더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통상적으로 의사가 수술 과정에 실수로 발생시킬 수 있는 의료사고에 비하여 과실 정도가 훨씬 더 중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피고인 B은 방사선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업무를 행하였고, 그러면서도 팝업창에 뜬 경고를 보고도 의사 등과 상의하지 아니한 채 관련 의사의 지도나 감독도 없이 만연히 조영제를 투여하는 바람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 범행의 경우 의료인이 아닌 위 피고인으로서는 주치의인 피고인 A가 해당 경고사항을 보고 제반 사정을 모두 참작한 후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믿고서 조영제를 투여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발생한 결과에 비하여는 과실이 그만큼 중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의료법위반 범행의 경우는 직원으로서 해당 병원에서 관행처럼 행해오.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한 것이기 때문에 위 피고인에게만 엄중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정 및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의 사정도 아울러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택한다.

한편, 피고인들과 유족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황이기는 하나, 유족들이 피고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통해 금전적인 피해는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인들이 유족들을 위해 1억 원을 공탁한 사정도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판사조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