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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6.11. 선고 2015도3788 판결

가.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나.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사건

2015도3788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나.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J

담당변호사 K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15. 2. 13. 선고 2014노3419 판결

판결선고

2015. 6. 1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4. 3. 2. 16:00경 스포티지 승용차(이하 '피고인 차량'이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인천 서구 D 앞 편도 1차로의 도로를 서경백화 점 쪽에서 율도입구 쪽을 향하여 운전하던 중, 마침 도로 우측에 정차되어 있던 피해자 운전의 쏘렌토 승용차(이하 '피해자 차량'이라고 한다)가 출발하려고 하였으므로 전방 및 좌우를 살피는 등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진행하다가, 도로 우측에 정차해 있던 피해자 차량의 좌측 앞 펜더 부분을 피고인 차량 우측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가함과 동시에 피해자 차량에 수리비 약 1,360,680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구호하고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 제거하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의 입법 취지와 그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3718 판결 등 참조). 또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

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4114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차량이 편도 1차로의 일방통행 도로를 시속 20km ~ 30km로 진행하던 중, 도로 우측에 정차하였다가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서 출발하려던 피해자 차량과 부딪혀 발생한 사실, ② 피해자는 45세 여성으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특별한 외상은 없었으나, 사고 당일 경찰관에게 손가락 2개가 아프다고 진술하였다가, 그 다음날 경추부 염좌 및 긴장으로 2주간 안정가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았고,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이 사건 사고로 입원치료 및 물리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구체적인 치료내역은 확인되지 않는 사실, ③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차량의 우측면과 피해자 차량의 좌측 앞 펜더 부분이 부딪혔는데, , 피해자 차량은 이로 인한 수리비로 1,360,680원이 들었으나 사고 당시 외견상으로는 좌측 앞 타이어 및 펜더 등이 긁힌 정도에 불과할 뿐, 별다른 손상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고, 피고인 차량은 우측면의 아래 부분이 일부 들어가거나 긁힌 정도의 손상을 입은 사실, ④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피고인은 차량에서 내려 자신의 차량을 확인하고 '괜찮네'라고 말하고 차량을 타고 가려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가서 차량을 다시 확인해보라고 하자 다시 내려 피고인 차량의 우측면의 손상을 확인하던 중, 뒤에 차량들이 밀려 있어 옆의 큰 길로 차량을 이동하여 그곳에 주차를 하게 된 사실, 6 피해자 스스로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자신의 과실이 더 많다고 인정하고 있고, 이 때문에 피해자는 사고 발생 즉시 자신의 차량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가 사과를 하고 1차 확인후 출발하려는 피고인에게 피고인 차량을 다시 살펴보라고 하는 한편 사고처리와 관련하여 남편을 기다려 달라고 말하였던 사실, 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고 피해자로부터 연락처를 받았던 사실, ⑦ 한편 당시 피고인은 급히 어디에 가야 한다면서 현장을 떠나려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서 술 냄새가 난다면서 이로 인해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택시를 타고 현장을 벗어난 사실, ⑧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묻지는 아니하였지만, 피해자도 피고인에게 자신의 고통이나 상해를 말하거나 병원에 가겠다는 등의 구호조치를 요청하지 않았고, 외견상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상해를 입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던 사실, ⑨ 이 사건 사고로 도로에 자동차의 파편 등이 떨어져 있지는 아니하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사고 발생의 구체적 경위로 보아 사고 내용이 그다지 중하지 아니한 점, 피해자의 상해가 비교적 경미한 편이고, 피해자는 피고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도 자신의 고통이나 상해를 말하거나 구호조치를 요청하지 아니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외상이 없어 외견상 피해자의 상해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던 점, 차량의 손상 정도도 중하지 아니하고 특히 피해자 차량의 경우 좌측 앞 타이어 및 펜더 등이 긁힌 정도였던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이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와 대화를 하였고 당시 피해자의 언동 등을 보고 구호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상해를 입지는 않았다고 보았을 여지가 있으며 신원확인을 위해 명함을 제공하였던 점, 특히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다가와 사과를 하면서 피고인 차량의 파손 정도를 살펴볼 것을 권유하면서도 자신의 상해나 피해자 차량의 손상 등에 대하여 말하거나 잘잘못을 따지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라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큰 점, 이 사건 사고로 자동차의 파편 등이 비산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은 사고 장소의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하여 자신의 차량을 옆의 큰 길로 이동하여 주차하였던 점 등을 포함한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 피해 차량의 손상 부위와 정도, 이 사건 사고 이후의 정황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해자가 그 진술과 같이 이 사건 사고 후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도주의 범의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나아가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 량)죄와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죄로 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와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

주심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