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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red_flag_2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6.12.2. 선고 2015고합331 판결

강제추행치상,무고

사건

2015고합331강제추행치상,무고

피고인

A

검사

강정영(기소), 은종욱(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변호사 E, F

판결선고

2016. 12. 2.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가. 강제추행치상

피고인은 2015. 4. 16, 24:00경 이천시 G 502호에서 가제 'H' 영화(이하 '이 사건 영화'라 한다) 촬영 중, 부인 역할을 맡은 피해자 I(여, 당시 37세, 이하 '피해자'라 한다)을 겁탈하는 연기를 하면서, 피해자의 상의와 브래지어를 찢은 후 가슴을 만지고, 등산복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음모를 만져 추행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양측주관절 신전부 좌상 및 찰과상 등을 입게 하였다.

나. 무고

피고인은 2015. 7. 10.경 서울 서초구 J빌딩 4층 법무법인 K 사무실에서, 담당변호사 L로 하여금 컴퓨터를 사용하여 피고인 명의로 다음과 같이 피해자에 대한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하게 하였다.

피고소인 I은 2015. 4. 16.경 피고인으로부터 추행당하여 다친 사실이 없음에도,

① 피고인이 불순한 성적 의도를 가지고 강제추행 하였다는 허위의 사실을 촬영 현장의 감독과 스태프 등에게 유포하여 공연히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② 피고인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서울금천경찰서에 허위사실을 신고하고,

③ 피고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M과 인터뷰를 하여 '남자 배우가 대본과 다르게 상대 여배우의 상의 단추를 뜯어 성추행하여 경찰이 수사 중이다'라는 내용을 보도하게 함으로써 출판물을 이용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이 위 가.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추행하여 상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해자의 신고내용과 진술내용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5. 7. 17.경 위 고소장을 법무법인 소속 성명불상의 직원을 통하여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민원실에 접수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가. 강제추행치상죄

1) 피고인은 시나리오, 콘티 및 감독의 지시에 따라 아내를 강간하는 연기를 하였을 뿐, 실제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거나 음모를 만지는 등 추행한 사실이 없다.

2) 피고인은 문제된 연기를 할 당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으므로,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었다.

3) 피고인이 배우로서 감독의 지시에 따라 아내를 강간하는 연기를 한 것은 업무상 행위이므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4) 피해자는 자신이 강간당하는 역할임을 알고 있어 그에 수반되는 신체적 접촉을 용인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로 위법성이 없다.

5)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것은 예정된 강간 연기 중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사회상규상 용인되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나. 무고죄

위와 같이 강제추행(치상)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강제추행(치상)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무고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3.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영화에 관하여

1) 이 사건 영화는 'H'라는 가제(假題)의 휴먼 멜로 영화이다. 각본과 감독은 N, 주연 배우는 O(남, 'P' 역), 피해자(여, 'Q' 역)이며, 피고인은 Q의 남편 역할('R' 역)을 맡은 조연 배우이다.

2) 이 사건 영화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배우인 P는 아내와 아들 하나를 둔 40대 가장인데, 10여 년 동안 딱히 내세울 만한 출연작이 없으면서도 허세를 부리며 자존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경제적 궁핍에, P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낮에는 불법 도박장에서 아르바이트를, 밤에는 거리에서 대리운전을 한다. P는 동창생 모친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30년 전 첫사랑인 동창생 Q을 만나 설렘을 느끼고, 평소 남편 R의 의처증과 폭력에 시달리던 Q 역시 P를 만나 행복을 느끼며, 둘은 서로 애정을 키워간다. 그러다가 R의 자살로 P와 Q의 밀회는 막을 내리고, P는 다시 아내와 아들이 있는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3) 이 사건 영화는 총 제작비 약 4억 원의 저예산 영화로, 101개의 씬(Scene)1)으로 구성되어 있고, 촬영기간은 2015. 4. 9.~2015. 5. 3.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영화에는 문제가 된 아래의 이 사건 씬 외에도 P와 Q의 베드씬, 조연들 간의 베드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초 투자자는 상영등급 '19세 이상 관람가' 수준으로 촬영할 것을 요구했으나, 총괄 피디와 감독은 주연 배우의 캐스팅 문제 등을 고려하여 '15세 이상 관람가'로 촬영 수위를 결정했다). 그런데 N은 문제된 촬영 당시 위와 같은 사정을 배우들 및 스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나. 이 사건 씬에 관하여

1) 이 사건 영화의 13번째 씬은, R이 새벽에 술에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오다가 화장을 하고 나가려는 Q과 마주치자, Q을 폭행하면서 강제로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다.(이하 '이 사건 씬'이라 한다). Q이 평소 집에서는 R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며 비참하게 살다가 P를 만날 때는 행복해하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씬이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씬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촬영을 한 바 있으나,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씬이 첫 촬영이었다. 이 사건 씬에 관한 당초의 콘티(영상을 촬영하기 전에 제작자가 의도한 구체적인 장면을 배우와 스텝들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각화하여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한 것)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증거기록 제258~260쪽, 다만 촬영 현장에서 아래 다.항과 같이 일부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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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 사건 씬 촬영 당시의 상황

1) 이 사건 영화는 제작비가 충분치 않아 대부분의 장면을 N의 지인들이 많이 사는 이천시 일대에서 촬영했고, 이 사건 씬 역시 N이 지인에게 식사비 정도만 지급하고 약 3~4시간(밤 12시까지) 빌린 이천 소재 아파트에서 촬영했다(증거기록 제596쪽).

2) 당초 이 사건 씬은 여러 장면으로 나누어 촬영될 예정이었으나, 촬영시간이 부족하여 씬을 나누지 않고 현관 입구에서 한 번에 길게 한 씬으로(이른바 '롱테이크) 촬영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그런데 현관 입구가 협소하고 벽면에 유리가 많아 촬영장비나 스텝들의 모습이 보일 수 있어 현관에는 배우 두 명 외에 필수 스텝 3명(카메라 감독 S, 카메라 포커싱 스탭3) T, 카메라 라인 스텝4) U)만 남았고, N을 비롯한 나머지 스텝들은 거실 또는 옆방에서 모니터를 보며 촬영에 참여하였다. 촬영 당시 현관에 있었던 스텝들은 배우들과 불과 1.5~3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3) N은 이 사건 씬 촬영 현장에서 당초 시나리오 중 바지를 찢어 내리는 부분을 상의를 찢는 것으로 변경하라고 구두 지시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상의가 등산복에서 찢기 쉬운 몸에 붙는 흰색 티셔츠로 바뀌었고, 하의는 등산복 바지를 그대로 입되 벨트는 푸는 것으로 바뀌었다. 촬영용 흰색 티셔츠는 한 벌만 준비되어 있었는데, 브래 지어까지 찢는지에 대하여는 감독과 배우들 사이에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개인 브래지어 외에 별도의 촬영용 브래지어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4) 피해자는 이 사건 씬 촬영 직전에, 평소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맞아왔음을 나타내기 위해 펑 분장을 했다. N은 분장팀(V, W)에게 구체적인 위치를 지정해주면서 분장을 지시했고, 분장팀 스텝은 피해자의 뒷목과 어깨 사이 부위, 윗등 부위 등 브래지어 끈 위쪽의 서너 군데 부위에만 멍 분장을 하였다(증거기록 제101, 102쪽). 그런데 상대배우인 피고인 및 분장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텝들은 피해자가 멍 분장을 한 부위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5) 이 사건 씬은 처음에는 미디엄 샷(Medium Shot, 인물의 허벅지 중간 부분부터 머리 부분까지 포착하는 샷)으로 촬영하다가, 폭행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타이트 바스트 샷(Bust Shot, 인물의 가슴 부분부터 머리 부분까지 포착하는 샷)으로 변경하여 촬영하였다. 다만 롱테이크로 진행되어 화면의 샷 사이즈와 카메라 앵글이 수시로 조금씩 바뀌었다. N은 배우들에게 상체 위주로 연기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는 시늉을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6) 이 사건 씬 촬영은 장소 대여시간이 3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로소 시작되었다. 촬영시간이 빠듯하여 정식 리허설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신 N이 배우 또는 스텝들에게 Q과 R의 위치와 동선, R의 폭행·강간 모습, Q의 소극적인 저항 등을 설명하는 대강의 지시만을 하였다(다만 N은 피고인에게는 따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기도 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 '메이킹 필름 영상 녹취록'에 나타난 바와 같다).

7) 피고인이 두 차례 NG를 내어 이 사건 씬은 총 세 차례 활영되었다. 첫 번째, 두 번째 테이크(Take)5)에서는 영화 스틸 및 메이킹 촬영기사(영화 제작 과정을 촬영하는 사람)인 X이 촬영 현장에 함께 있었으나 공간이 협소하여 세 번째 테이크에서는 동석하지 않았다. X이 촬영한 영상에는 N이 이 사건 씬 촬영 당시 피고인, 피해자, S에게 구두로 연기를 지시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메이킹 필름 영상 녹취록(증거기록 제294~303쪽)

[N, 피고인, S]

피고인: 미안 미안해. 아이구~ 화장품 냄새야.

N: 요 대사만 하기만 하면 돼.

피고인: 아이구~ 오늘 보니까 우리.

N: 아니요. 마지막 대사가 '많이 취했네요? 그만 자요.

피고인: 어, 미안, 미안,

N: 그러다가 들어가는데, ‘더하고 내가 못 자겠다.6)' 이런 말 대사하면서 대사 마음대로 써요. 마음대로, 대사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피고인: 예예,

N: 그리고 이쪽이 Q이야 어떻게 나올지 몰라요. 애도.

S: 예예,

N: 내가 P야, 너 R이야), 제가 한 번 해 볼게요. '야~ 이’ 대사하면서, (귀를 만지면서) 만지고 하고 '야~ 이거 (따귀 때리는 행동) 팍 때리라고요. 머리카락으로, 뭐 얘가 반항할 거 아니야? 응? Q이가 반항할 거 아니야? 반항하면은, 내가 R이죠? ‘뭐야 왜.. 너’ 대사 막 아무거나 하세요. 아무 대사나 나오는대로, 그리고 그냥 옷을 확 찢어버리는 거야. (옷을 찢는 행동) 바지서부터. 바지서 몸을 감출 거 아니에요? Q이가. 그러면서 그 다음부터는 마음대로 하시라니까. 미친놈처럼, 그러면 그 사이 사이에 멍든 대로,, 있다고, 멍든 자국도 있다고. 그러면 돌려가지고 뒤로 돌려, 막~ 굉장히 처절하게. 이거는 에로가 아니잖아. 죽기보다. 싫은, 강간당하는 기분이거든. 그렇게 만들어 주셔야 돼요, 얼굴 위주로,

S: 예.

N: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다가 피고인 뒤에서 손으로 피고인의 가슴을 움켜잡는 듯한 시늉을 하면서) 마음대로 하시라고요. 한 따까리 해야죠. 굉장히 중요한 씬이에요. 이게 완전히, R이는 완전히 미친 놈, 사육하는, 사육하는 느낌이 들어야 돼. 사육하는 느낌이, 그래야지 그 다음 신이 다 연결돼요. (중략)

N: 안 맞아, '너 뭐 대사도 필요 없을 것 같에, 나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냥 벽에다 밀쳐 넣고, 그런데 이 액션을 해줄 수 있을까? 몇 대 때리고,

피고인: 그런데 이게 거울이라, 이게 완전히 부담스러운데 사실은, 거울을 이쪽으로 놔볼까?

S: 예. 그렇게 해도 돼요.

N: 이쪽해도 상관없어요. 이쪽해도 상관없어요.

피고인: 이쪽이 나은 것 같애요. 거울은 좀 부담스럽고,

N: 여기서 카메라. 이렇게 때리면 안 보여, 할 때도 머리통 잡고 막 흔들고, 몸도 옷 팍 찢고, (옷을 찢는 행동) 어쨌든 자세는 뒷 자세예요. 선 대로, 그 정도밖에.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내가 더 이상 어떻게 얘기를 해? 나보고 시범을 보여달라 그러든지, 하하하~ 더 이상 할 수도 없어. (중략)

[N, 피고인, 피해자]

피고인: 그냥 던져 놓는 건가? 아니면 처음에는 좀 반항을 해야 되나? 반항이라는 게 워 달려드는 건 아니지만, 거부 혹은.

피해자: 심하게는 못할 것 같은데? 항상 당하던 거니까..

피고인: 그러니까.

N: 그렇겠데,

피고인: 그냥 뿌리치는 정도?

피해자: 반항하면 더 맞으니까.

N: 그러니까 그냥 늘...

피해자: 반항하니까 더 맞으니까 그대로 있는 거 아니야?

N: 내가 그렇게만 써놓은 건데, 내가 대본에 그렇게만 쓴 게 있는데.. 습관처럼 일상처럼 이제 당하는 거야. 마지막.. 자기 얼굴에는, 아까 그거는 일리가 있어. 표정이 없는 거야. 표정이 없어. 그래서 남자가 뒤에서 강간을 하든, 월하는 표정이 없는 거야. 하~ 또 당하는구나. 그렇다. 그러더라고, 그런데 그런 걸 잘 할 수 있겠냐고? (피해자를 바라보며) 여기는 잘 할 것 같은데?

피해자: 여하튼 대충 큰 테두리는 그려놔야 돼, 안 그러면 다치니까 (후략)

라. 이 사건 씬 촬영 내용

이 사건 씬은 Q이 현관문을 열어주고, R이 현관으로 들어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Q을 때리고 강간한 후 사정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번에 촬영되었다. 총 촬영시간은 약 4분 정도이고, 배우들이 연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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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이 사건 씬 촬영 직후의 상황

1) N의 컷 싸인에 따라 이 사건 씬의 촬영이 종료되자, 피고인은 힘이 풀려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고, 피해자는 브래지어까지 찢었다고 화를 내면서 찢어진 셔츠와 브래지어를 추스르며 방으로 이동했다. 의상팀과 분장팀 스텝이 피해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피해자가 연기 도중 입은 손과 팔 등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2) N은 피고인에게 연기를 잘했다며 칭찬을 한 후 피해자가 있는 방에 들어갔는데, 피해자는 울면서 피고인이 자신을 추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N은 추행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피해자가 의상팀과 분장팀 스텝이라고 하자 '그러면 두 사람만 함구시키면 되냐?'는 취지로 말했다.

3) N이 피고인을 방으로 불러 경위를 묻고, 피해자도 피고인에게 브래지어를 끊은 부분 등에 대해 따져 물었다. 피고인은 당황하면서 자신이 연기에 너무 몰입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피해자에게 해명했으나, 피해자는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촬영 거부로 예정된 다음 장면 촬영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피해자는 곧바로 서울로 이동했다.

바. 피고인의 영화 하차 및 분쟁의 심화

1) 피고인은, 어떻게든 영화촬영을 끝마쳐야 하므로 일단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Y PD의 권유에 따라, 2016. 4. 18. 피해자에게 '내가 욕심이 지나치고 무례했다. 그때 제대로 사과하고 위로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네 마음을 더 다치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 아무래도 내가 영화에서 빠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방법을 생각해보는 중이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답문을 보내지 않았다.

2) 피고인은 2016. 4. 20.경 제작진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이 사건 영화에서 하차하라는 통보를 받고, 피해자 및 N을 비롯한 제작진 등과 여러 차례 접촉하여 자신의 입장을 하소연했으나, 하차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3) 한편 피해자는 Y PD에게 주요 스텝들을 모두 모아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따라 2016. 4. 26. N(감독), S(카메라), Z(음향), Y(총괄 PD), AA (현장진행 PD)과 함께 만났다. 피해자는 자신이 입은 피해와 정신적 충격 등에 대해 하소연했고, 참석자 대부분은 피해자의 말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는 당시 상황을 몰래 녹음해두었는데, 참석자들의 진술 내용 중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

■ 녹취록 (증거기록 제37~43쪽)

○ N: 피고인이 헛짓거리한게 맞고 리허설 2번 3번 하면서 바스트 싸이즈로 하기로 했으니깐 시능만 하라고 했는데 지 말로는 필받아서 그랬다는데 해선 안되는 행동을 한 거고, 피고인이 그래서 쉬쉬하고 왔고 피해자는 상처를 받았고, (...) 더 정확하게 말씀드릴게요. 손이 들어왔는데, 한 번에 들어왔대, 음모까지 들어온 거야. 두 번, 세 번 들어와 가지고, 사실은 그 얘기를 당일 날 말했어요. 그 현장에서. 제 문제가 제일 커요. 근데 이 상황을 예상하셨어요? 사운드만 듣고, 그 새끼 자위한거 같아요. 푹 주저앉았는데 몇 분 동안 못 일어나더라구.

○ Z: 보통 연기하는 수준이 아니었고, 이게 조금 과했다. 피해자도 처음에는 연기였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냥 빨리 컷 싸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그 다음부터는 아무 소리를 안하더라고, (...) 나는 어느 순간부턴 헤드폰도 내려놓고 있었다고.

○ Y: 상반신에 대한 노출 (...) 배우가 연기하다 보면 당연히 너무 민감한 거 아냐. 이렇게 오해를 할 수가 있다는거 아냐. 위만 있었던게 아니라 밑에까지도 장난을 친거지. 이 얘기를 알면 과연 어느 누가 피해자에게 돌을 던지냐고.

○ 피해자: 너무 걱정하시는게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그쪽 회사 문제 얘기하는데 제도 계속 영화 피해를 안가려고 하는건데, 여태까지 참은건데 만약 그쪽에서 계속 피해를 주면 저도 가만히 안있겠다고 말씀하셔도 될 거 같아요.

○ N: 성추행으로 고소해버려. (...) 어쨌든간에 뽀너스는 마지막 편집 잘해서 챙피하지 않게, (...) 다음 영화를 할 수 있는 힘만 주면은 두 사람은 빼고 나머지 분들하고 꼭 모시고 (...) 이번 영화는 지금도 후회하는게 왜 이새끼하고, 붙었을까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오늘도 싸움을 걸었어요. 전화를 몇 번을 안받았더니 문자가 딱 오는데, 무슨 깡패새끼도 아니고 반응을 안했어요. (...) (피해자에게) 내일 촬영할까 말까.

○ 피해자: 내일 해야죠.

Z: 내일 산에 가서 으쌰으쌰 해서,

4) 이후 피해자는 2015. 5. 8.경 피고인을 강제추행치상죄로 고소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2015. 7. 17. 피해자를 무고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하고, 2015. 8. 4. 피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5가단226131호).

사. 피고인, 피해자, N의 경력 등

1) 피고인은 약 22년차 배우로, '추격자', '살인의 추억', '내부자들', '막돼먹은 영애 씨'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경력이 있고, 종전에 출연했던 저예산 영화에서도 여배우를 강간하는 연기를 한 적이 있었다.

2) 피해자는 약 17년차 배우로, '수취인 불명', '응징자', '치외법권',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3) N은 약 20년차 영화감독으로 'AB', 'AC' 등 영화를 촬영한 경력이 있는데, 여배우 노출씬을 촬영했던 경험은 없었다.

4) 피고인과 피해자에 대한 캐스팅은 N, 제작사 대표, 총괄 PD 등의 협의 하에 이루어졌는데, 피해자와의 계약 당시 노출 수위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은 두지 않았다. 그런데 N은 수사 기관에서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가슴을 노출하라고 지시하지는 않고 과감하게 하라고만 했는데, 여배우의 가슴이 노출되는 상황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 솔직한 욕심이었다(증거기록 제60쪽).', '상의를 찢는 씬에서 브래지어까지 찢은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연기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세세한 모든 연기를 지시할 수는 없다(증거기록 제 600쪽).', '영화 촬영을 하면서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를 성추행하는 것은 영화계 사람들 말로는 7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영화를 촬영하면서 상대 여배우를 추행할 마음을 먹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증거기록 제608쪽).'라고 진술하였다.

아. 주요 스텝들의 진술 내용

1) AD(녹음): 보통 강간씬을 촬영할 때에는 리허설을 통해 배우와 스텝간의 호흡을 모두 맞춰본 다음 본 촬영을 진행하지만, 이 사건 씬은 시간적 제약 때문에 리허설을 자세하게 하지 않고 큰 맥락만 짚고 넘어갔다. 감독은 남자 배우에게 강간연기를 마음껏 하라는 지시를 했고, 여자 배우는 이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본 촬영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2) X(메이킹 촬영): 사건 당일 저녁 촬영을 준비하던 중 감독이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여배우에겐 모르게 촬영하는 게 좋다. 설명하기 힘들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 N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있는 자리에서 멍 자국을 확인시킨 적이 없고, 피고인에게 하체는 절대로 손대지 마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다. N은 피고인과 피해자에게 다른 내용으로 연기 지시를 하였다. 피고인에게는 강간을 강조했는데, 피해자에게는 폭행을 강조하면서 피고인에게 지시한 강간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촬영 전에 N이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3) Z(음향): 이 사건 영화 촬영 당시 만드는 입장(제작진)에서는 가급적 여배우의 노출 수위를 높이려고 하고, 찍는 여배우 입장에서는 노출 수위를 낮추려고 하는 정도의 기싸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4) AE(현장편집): 리허설과 디렉팅은 분명히 다르다. 이 사건 씬은 리허설 없이 촬영되었다. 촬영 당시 이 사건 영화가 '19금 영화'로 알고 있었다.

5) S(카메라): 이 사건 씬 촬영 도중 피해자가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려거나 NG를 유도한다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6) T(카메라포키싱): 이 사건 씬 촬영 당시 배우들의 연기가 이상하다거나 부자연 스럽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7) U(카메라라인): 현장에서 연기 외에 별다른 이상 징후나 문제점 등은 느끼지 못했다. 촬영 직후 피해자가 브래지어가 비싼 건데 끊어졌다고 짜증을 냈다.

4. 판단

가. 추행사실 및 고의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한 '피고인이 내 상의와 브래지어를 찢어 손으로 가슴을 만지고,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음모까지 만졌다.'는 내용의 진술이다.

그런데 아래 나. 항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위 진술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당초 예상을 넘어 훨씬 수위가 높은 폭력 및 강간 연기를 한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 브래지어까지 찢어지게 되었음에도N 감독과 피고인이 충분한 해명 또는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사태를 무마하려고만 하자 억울한 마음에 상황을 다소 과장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1 이 사건 씬에 관한 당초 콘티와 시나리오가 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지시로 일부 변경되었다. ② 여배우의 노출 수위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씬 촬영 당시 감독은 가급적 수위 높은 여배우의 노출을 유도하기 위하여, 피고인에 대하여는 난폭한 강간 연기를 지시했으면서도 피해자에게는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③ 이 사건 씬은 Q의 비참함을 나타내기 위한 장면으로, R의 폭력성이 충분히 드러나야 했다. ④ 피고인은 멍의 위치, 브래지어를 찢는지 여부 등에 관해 제대로 설명듣지 못한 상태에서 감독의 지시에 충실한 연기를 했다. 6 피고인과 피해자의 연기 경력, 촬영 현장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강간연기를 기화로 피해자를 실제로 추행할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시나리오와 콘티 및 감독의 지시에 따라 강간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스치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신체적 접촉을 넘어 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거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음모를 만졌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정당행위 주장에 관한 판단8)

피고인이 이 사건 씬을 촬영하면서 피해자의 신체를 만진 행위가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의 행위가 가벌성 있는 '예술을 빙자한 추행'인지, 가벌성 없는 '배역에 몰입한 연기'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상대 여배우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스토리, 감독이 해당 씬을 구상한 의도, 배우들이 연기의 기준으로 삼는 해당 씬의 시나리오, 콘티, 감독의 지시 등의 내용, 구체적인 연기내용과 노출 수위 등이 사전에 감독과 배우들, 스텝들 사이에 충분히 공유되었는지 여부, 촬영 스텝들이 실제로 느낀 당시의 분위기, 배우들의 경력 등의 제반 사정들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위 인정사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씬을 촬영할 당시 감독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를 거칠게 강간하는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상의와 브래지어를 찢고, 몸을 피해자에게 밀착한 채 손으로 피해자의 어깨와 목 등을 만지고, 손으로 가슴 부위를 스치고, 바지를 벗기는 연기를 하며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허리를 만지고, 손으로 하체 일부를 스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있다.

1) 이 사건 씬은 강간씬이므로 남녀 배우 사이의 수위 높은 신체 접촉이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당초 콘티와 시나리오에는 구체적인 행위태양이 드러나 있지 않았다. 게다가 감독이 촬영 현장에서 '하의 대신 상의를 찢고', '여러 장면을 나누는 대신 롱테이크로 한 번에 촬영'하기로 하는 등 구두로 당초 콘티와 시나리오의 중요 부분을 변경하기도 했다. 또한 촬영시간이 부족하여 정식 리허설을 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감독의 구체적인 지시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2) N은 피고인에게 '미친놈처럼 하라. 피해자를 뒤로 돌린 후 마음대로 하라. 굉장히 처절하게. 죽기보다 싫은 사육하는 느낌으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매우 거칠게 피해자를 강간하는 연기를 할 것을 지시하면서 피해자의 가슴을 움켜쥐거나, 바지를 벗기는 모습을 시연했다.

3) 이 사건 씬은 Q이 평소 집에서 의처증이 있고 폭력적인 R에게 폭행을 당하며 비참하게 살다가 P를 만날 때는 행복해하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다. R 역할을 맡은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말 그대로 '미친놈처럼'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해 최대한 난폭하게 연기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은 폭력적 이면서도 아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R의 독특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강간 후 Q에게 '미안하다'는 대사를 하기도 했다).

4) 저예산영화가 갖는 시간상, 공간상 한계, 제작진의 준비 소홀 등으로 인해, 피고인은 이 사건 씬 촬영 당시 구체적인 부분들, 즉 멍의 위치, 브래지어도 찢는지 여부, 바스트 샷인지 미디움 샷인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연기하였다. 실제 멍은 피해자의 뒷목과 어깨 사이 부위, 윗등 부위 등 브래지어 끈 위쪽에만 있었고 촬영용 브래지어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으나, 피고인은 막연히 멍이 등 부위에 있다는 정도만 안 상태에서 흉폭하게 연기하라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멍이 잘 보이도록 거칠게 브래지어를 찢었고, 감독의 시연에 따라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는 시늉을 하는 연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5) N은 피고인에게는 매우 난폭하게 강간할 것을 지시했으면서도 피해자에게는 이러한 지시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N은 피고인에게 가슴을 움켜쥐는 시연을 하기 전에 피해자가 알아챌 것을 염려하는 듯 주위를 둘러보기도 한다). 피해자는 영화제작사와의 계약 당시 노출 수위를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았고, 총괄 PD로부터 막연히 이 사건 영화가 '베드신 없는 15세 관람가'에 해당한다고 들었다. 반면 감독과 총괄 PD 등은 흥행을 위해 가급적 여배우의 노출 수위를 높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의도는 특히 '사실 여배우의 가슴이 노출되는 상황도 기대하긴 했다.'는 N의 진술이나, 'N이 촬영 전에 이 사건 씬은 여배우 모르게 촬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는 X의 진술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 사건 씬은 롱테이크로 무려 4분 넘게 촬영되었는데, 컷 사인이 나지 않자 피고인은 계속하여 거친 숨을 내쉬며 후배위 삽입 연기를 하다가 시나리오 및 감독 지시에 없었던 '사정 연기'까지 하였고, 그제서야 컷 사인이 나자 힘이 빠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을 정도로 연기에 몰입하였다. N은 촬영 직후 피고인의 연기가 흡족하여 피고인을 칭찬해주었는데, 그 후 피해자가 울면서 추행 당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자 일단 사건을 무작정 은폐하려고만 했다. 한편 촬영 스텝 중 상당수는 이 사건 씬을 '19세 이상 관람가'로 알고 있었다.

6) 피고인은 사건 다음 날 피해자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고, 사건 후 10일 정도 지난 때에 메인 스텝과 피해자가 모인 자리에서 대다수의 참석자들은 피해자를 두둔하며 피고인을 힐난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주연 여배우의 촬영 거부로 예정된 촬영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빚어지는 막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이 사건 영화는 약 4억 원의 제작비로, 25일의 짧은 촬영기간 내에 이천 일대 촬영지에서 몰아서 촬영하기로 한 저예산영화이다.) 피해자의 기분을 맞추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7)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약 20년 동안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상당한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 배우들이고, 특히 피고인은 이 사건 씬과 같은 강간씬을 연기한 경력도 있다. 이 사건 영화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역할을 맡은 피고인이 주연 여배우와의 첫 촬영씬에서, 촬영가능시간이 불과 30여분 밖에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에서, 촬영장소에서 변경된 감독의 지시까지 신경써야 하는 때에 상대 배우인 피해자를 강제추행할 마음까지 먹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불과 1.5~3m 앞에 촬영 스텝 3명이 있었고, 롱테이크로 진행되어 화면 샷 사이즈와 카메라 앵글이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서 카메라를 피해 화면에 포착되지 않는 하체 부위를 기습적으로 추행한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다. 소결론

1) 피고인이 이 사건 씬을 연기하면서 피해자의 신체를 만진 행위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강제추행죄로 벌할 수 없다. 따라서 강제추행죄가 성립됨을 전제로 하는 강제추행치상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2) 피고인에 대하여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피해자를 무고죄 등으로 고소한 행위는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한다는 무고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무고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언학

판사조아라

판사김정기

주석

1) 동일 시간과 장소에서 단일 상황, 액션, 대사나 사건이 나타나는 장면, 씬의 하부 단위를 테이크(Take)라 하는데, 이는 중간에 끊지 않고 촬영한 하나의 연속적인 화면 단위를 뜻한다. 길게 촬영된 화면을 롱테이크라 하고 롱테이크가 하나의 씬을 구성하기도 한다.

2) 상영등급은 영화 제작이 모두 완성된 후,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일정한 기준을 적용하여 결정한다. 따라서 영화제작자 입장에서는 일응의 상영등급을 정하여 그에 맞는 수위로 촬영을 진행하고, 촬영 도중에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초의 예상 상영등급을 변경하여 촬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3) 카메라 감독 옆에서 모니터와 피사체를 번갈아 보면서,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를 수동적으로 맞추어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스텝.

4) 카메라 감독 근처에서 카메라 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스텝.

5) 특정 장면을 반복적으로 촬영할 때의 반복 촬영 횟수로, TI, T2, T3 등으로 번호를 붙인다. 사용할 수 있는 테이크는 굿(Good), 사용할 수 없는 테이크는 노 굿(No Good)이라고 한다.

6) '너 없이는 내가 못 자겠다.'를 잘못 말한 것으로 보인다.

7) '내가 R이야. 너 Q이야.' 를 잘못 말한 것으로 보인다.

8)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강간 연기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신체 접촉이더라도 일응 위 추행의 개념에 포함되고, 피고인에게는 그에 대한 인식과 의욕도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추행의 고의도 일응 인정된다. 따라서 위 추행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