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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66770 판결

[손해배상(기)]〈수능 반올림 점수 사건〉[공2008상,10]

판시사항

[1]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각 대학별 입학전형에 있어서 출제 및 배점, 채점이나 면접의 방식, 점수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 및 기준, 합격자의 선정 등이 시험 시행자 또는 전형절차 주관자의 재량 사항인지 여부(적극) 및 그 위법성 판단 기준

[2]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있어 ‘반올림에 의한 소수점 폐지’ 정책과 그에 따라 반올림된 점수를 대학에 통보한 행위가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등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는 업무처리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법령에 의하여 국가가 그 시행 및 관리를 담당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물론 각 대학별 입학전형에 있어서, 출제 및 배점, 정답의 결정, 채점이나 면접의 방식, 점수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 및 기준, 합격자의 선정 등은 원칙적으로 시험 시행자의 고유한 정책 판단 또는 전형절차 주관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진 것으로서 폭넓은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며, 다만 그 방법이나 기준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거나 지나치게 합리성이 결여되고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 또는 시험이나 입학전형의 목적, 관계 법령 등의 취지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부당하여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것이다.

[2]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라 한다)의 시행 및 관리와 관련하여 교육인적자원부장관과 그로부터 수능시험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수능시험을 실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하고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면서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자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출제, 배점, 성적의 평가 및 통지 등에서 고유의 전문성 및 정책적 판단에 기한 폭넓은 재량을 가지며, 이러한 측면에서 ‘반올림에 의한 소수점 폐지’ 정책 및 그에 따라 반올림된 점수를 대학에 통보한 행위는 수능시험과 관련된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등의 위와 같은 재량 범위 내에 속하는 업무 처리이고 그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등이 대학에 각 영역별로 반올림된 정수의 점수만을 응시자의 점수로 통보한 행위가 일반 불법행위책임 또는 국가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하연 담당변호사 임채균외 2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리법률 담당변호사 김종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령에 의하여 국가가 그 시행 및 관리를 담당하는 수능시험은 물론 각 대학별 입학전형에 있어서, 출제 및 배점, 정답의 결정, 채점이나 면접의 방식, 점수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 및 기준, 합격자의 선정 등은 원칙적으로 시험 시행자의 고유한 정책 판단 또는 전형절차 주관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진 것으로서 폭넓은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이며, 다만 그 방법이나 기준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거나 지나치게 합리성이 결여되고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 또는 시험이나 입학전형의 목적, 관계 법령 등의 취지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부당하여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이를 위법하다고 볼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 판시 각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대한민국 산하 교육인적자원부(당시 ‘교육부’)는 1998. 10. 19. 발표한 ‘2002 대입제도 개선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라고 함) 점수를 대학 입학의 최소 자격기준으로만 사용하거나 점수를 사용하더라도 그 입학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폭 낮아지는 입학환경을 상정하여 제도개선을 검토한다는 기본전제하에 수능시험 보완책의 하나로서, 그동안 ‘변별력 제고’라는 이유로 시행되어 왔던 소수점 배점이 석차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2002학년도 수능시험부터는 이를 폐지하기로 한 사실,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부터 수능시험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수능시험의 시험영역, 출제문항, 배점 및 시험시간, 출제형식, 성적통지 등 기술적인 사항에 관한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초로 수능시험을 연 1회 실시하는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피고 평가원’이라고 함)은, 2002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소수점 배점까지 폐지할 경우 배점단계가 축소되어 문항제작상의 어려움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영역별 문항당 배점은 각 문항의 교육과정상 중요도, 소요시간,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2001학년도 수능시험과 마찬가지로 소수점 배점 방식을 유지함으로써 급격한 점수 체제 변화로 인한 수험생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위 대입제도 개선안의 ‘소수점 폐지’의 의미를 성적통지에 반영하는 것으로 축소 해석하여 모든 점수는 소수점 이하 점수를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되, 다만 원점수를 반올림한 정수로 표기하게 되면 실제 획득한 점수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정수로 표기된 동일한 원점수라도 백분위점수, 표준점수 등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하여 수험생이 납득할 수 있도록 수험생에게는 원점수를 소수점 이하까지 그대로 통보하고, 대학 배포용 성적자료에는 대학에서 소수점 이하 단위의 원점수를 입학전형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원점수의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기로 하였으며, 2003학년도 수능시험 역시 같은 점수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사실, 이로써 2002학년도 및 2003학년도 수능시험의 각 영역 중 수리 영역을 제외한 언어, 사회탐구, 과학탐구, 외국어(영어) 및 제2외국어 영역에서는 소수점 이하 단위의 배점이 이루어졌는바, 응시자에 대하여 각 영역별 성적을 통지함에 있어서는 원점수만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표시하고 다른 점수들은 소수점 이하 점수를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되, 대학에 입학전형자료로서 제공하는 성적자료에는 원점수의 경우에도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하여 정수로 처리한 사실, 원고들은 2003학년도 수능시험에 응시한 후 경산대학교(현 대구한의대학교, 이하 ‘대구한의대’라고 함) 한의예과의 정시모집에 지원하였고, 그 일반전형의 경우 수능시험 성적이 60%, 학교생활기록부(교과) 성적이 40%의 비율로 반영되어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되며 수능시험 성적은 수리, 사회탐구, 과학탐구, 외국어의 각 영역 원점수를 반영하도록 되어 있는데, 원고들의 총점은 각 994.38점이 되었으나 합격선인 996.72점에 미치지 못하여 모두 불합격한 사실, 그런데 원고들과 마찬가지로 2003학년도 수능시험에 응시하여 대구한의대 한의예과에 지원한 소외인은 반올림 이전의 단순 총점에서 원고들보다 낮은 점수를 취득하였음에도, 피고 평가원이 대구한의대에 통보한 반올림된 원점수를 기초로 대구한의대의 입학사정 기준에 따라 점수가 환산된 결과 총점이 997.02점이 되어 오히려 합격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2) 원고들로서는 대구한의대 한의예과의 입학전형에서 당연히 원고들에게 통보된 원점수의 가치가 정당하게 반영되리라고 기대하였을 것임에도 피고 평가원이 반올림된 원점수를 대학에 통보함으로써 원점수의 가치가 변형된 결과 위와 같은 점수 역전현상이 초래되어 원고들이 불합격하고 소외인이 합격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단순히 사실상의 기대이익이 침해된 것을 넘어 법적 이익이 침해되었고, 또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서는 피고 평가원에 위탁하여 수능시험을 실시함에 있어 수험생의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피고 평가원을 지휘, 감독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대학입학전형에서 점수 역전현상을 초래하여 그들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들은 각자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2003학년도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입학전형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능시험이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알아보기 위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따라 언어, 수리, 사회탐구, 과학탐구, 외국어 등 영역별로 통합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할 것이지 이를 단순히 대입전형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시험이라고 볼 수는 없는 점, 시험이라는 제도 자체에 일정한 범위의 허용오차가 있을 수 있어 평가 내지 점수 산정의 공정성 및 정확성이 완벽하게 보장될 수는 없고, 바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고들은 대학 입학에 있어서의 다양한 전형요소의 도입과 함께 수능시험 성적의 변별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소수점 폐지 정책을 채택하였던 점, 결국 위와 같은 소수점 폐지 정책은 성적 중심의 전형방식을 지양하고 입학전형의 다양화 및 특성화를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대학에 입학함으로써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정책적 판단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영역별 원점수는 영역별 시험 난이도가 고려되지 아니한 점수이므로 표준점수를 고려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합산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한편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표준편차의 단위로 하여 나타낸 점수여서 이를 일정한 단위의 점수로 표시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과 같이 일부 점수를 버리거나 반올림하는 것이 불가피한 점, 소수점 폐지 정책은 실질적으로 영역별 점수의 100등급화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수능시험 점수의 정확한 산정 및 입학전형자료로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그것이 반올림 등 어떠한 형태의 점수 변형도 허용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준 내지 확정적 입학전형자료가 되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입학전형에 있어서 수능시험 점수가 갖는 의미 외에도, 반올림되지 않은 원점수만이 수능시험 응시자의 능력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소수점 폐지 정책이 소수점 이하 단위의 점수를 취득한 응시자와 그렇지 아니한 정수의 점수만을 취득한 응시자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였다거나 능력에 따른 기회 균등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와 같은 시험 제도의 허용오차에 비추어 그 성적을 반올림에 의하여 정수화한다고 하여 이를 반드시 자의적인 점수 변형이라거나 합리적 산정 기준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소수점 이하 단위의 점수를 변형하지 않은 채 점수 그대로 입학 사정의 기준으로 하여야 사회적·교육적 측면에서 반드시 타당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또한 영역별 원점수에 관한 소수점 이하 점수를 표시하지 않더라도 영역별 점수 내에서는 순위가 바뀌지 아니하여 점수의 역전 현상은 발생하지 아니하고, 피고들은 총점 위주의 석차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총점을 폐지하였으므로 피고들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여서는 총점에 관한 점수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지 아니하는데 이와 같은 피고들의 제도운영 취지와 달리 대학이 영역별 원점수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가공한 후 이를 합산하여 입학전형자료로 사용함에 따라 총점수의 역전 현상이라는 문제를 낳게 된 것이며, 그리고 각 대학은 원칙적으로 수능시험 점수 이외에 여러 전형요소들을 참작할 수 있고 입학전형자료의 취사선택에 있어서 자율성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피고들이 응시자의 점수를 반올림하여 각 대학에 통보하여 그 점수가 당락의 한 기준으로 되도록 한 행위가 응시자의 헌법상 기본권이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능시험의 시행 및 관리와 관련하여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및 피고 평가원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하고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면서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자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출제, 배점, 성적의 평가 및 통지 등에서 고유의 전문성 및 정책적 판단에 기한 폭 넓은 재량을 갖는다고 볼 것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반올림에 의한 소수점 폐지’ 정책 및 그에 따라 반올림된 점수를 대학에 통보한 행위는 수능시험과 관련된 피고들의 위와 같은 재량 범위 내에 속하는 업무처리이고 그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들이 대학에 각 영역별로 반올림된 정수의 점수만을 응시자의 점수로 통보한 행위가 일반 불법행위책임 또는 국가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와 달리 피고들의 위 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위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12.1.선고 2003가단13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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