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2016고단7856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A
김종욱(기소), 장진성, 김희동 (공판)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2017. 7. 14.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부산 사상구 D에 있는 E대학교의 총장으로 상시 근로자 300여명을 사용하여 교육업을 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1980, 10. 2.부터 2016. 2. 29.까지 위 학교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F의 퇴직금 중 50,084,676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F에 대한 검찰진술조서
1. G에 대한 특별사법경찰진술조서
1. 경력증명서
1. F 진상조사에 대한 답변서
1. 평균임금 및 퇴직금산정 서1. '퇴직금 청구의 소' 소장 등 사본
1. 각 사실조회회보서
1. 각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18, 24번)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유리한 정상 참작)
1. 사회봉사명령
양형의 이유
1. 공화국의 의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1항). 공화국이란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정치공동체, 즉 구성원들 중 어느 누구도 특정인의 자의적 의지에 예속되지 않고 공공선에 기반을 둔 법에 의해 구성원들의 행동과 삶이 규율되는 정치공 동체를 말한다.
2. 공화주의와 근로관계 공화국의 원리, 즉 공화주의가 실현되려면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를 불문하고 자의적인 권력이 적극 통제되어야 하는바, 사법관계 중 특히 근로관계의 경우 노동자가 사용자의 자의적 권력에 예속되기 쉬우므로 노동자의 권리와 지위의 외연을 확장하여 근로관계에서 노동자에게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여 주려면, 노동자가 사용자의 자의적 권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자의적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범행을 저지른 경우 그 사용자로 하여금 노사공동체에서 노동자를 상생협력을 위한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하도록 하는 도덕적 의무감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
3. 구체적 양형 사유
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하여 이 사건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미지급 퇴직금 액수도 적지 아니하여,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아니하다.
① 피고인이 소속되었던 학교법인 H은 이 사건 근로자의 사무조수 근무기간 중 일부 근무기간만을 사립학교교직원 연금 수급대상기간으로 처리하였다.
② 또한 학교법인 H은 이 사건 근로자가 정관에서 인정된 사무직원으로 임용될 무렵 사립학교교직원 연금 수급대상기간에서 제외된 나머지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하여 퇴직금 정산처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근로자에게 그 나머지 사무조수 근무기간과 정관에서 인정된 사무직원 근무기간을 합산하여 퇴직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주고서도 이제와서 그 신뢰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③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가 퇴직할 당시 학교법인 H 소속 대학교 총장으로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였을 것임에도 이 사건 근로자와 사실상 동등한 근무경력을 가진 다른 근로자에게는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근로자에게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 수급대상기간에서 제외된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나. 다만, 피고인은 1989. 10.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은 외에는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
가. 이 사건 근로자는 사립학교 사무직원으로서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이하 '사학연 금법'이라 한다)의 적용대상이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지급의무가 없다 할 것이어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근로자가 사무조수로 근무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지급청구권은 시효소멸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적용대상인지에 관하여 논란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으므로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2.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대상 여부
가. 관련 법리
사학연금법 제2조 제1항 제1호, 사립학교법 제70조의2의 규정내용을 종합하면, 사립학교교직원 연금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 사립학교 사무직원은 학교법인 정관에서 인정한 사무직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학교법인 정관에서 인정하지 않은 사무직원은 민법상 고용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서 그 근로관계에는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적용된다.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사무조수는 E대학교가 소속된 학교법인 H의 정관에서 인정한 사무직원이 아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가 사무조수로 근무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에 관하여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무조수 근무기간 중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공단에 가입된 이후의 근무기간은 별론으로 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첫번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범의 유무
가. 관련 법리
1)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자퇴 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참조).
2)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참조).
나. 판단,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근로자는 2016. 10. 12.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공단에 가입되기 전(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의 사무조수 근무기간 중 일부 근무기간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 수급대상기간에 산입되었다)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지급청구의 소(부산지방법원 2016가단346843호)를 제기하였다.
E대학교가 소속된 학교법인 H은 1977, 4, 1.부터 E대학교 출판사에서 임시직원으로 근무하다가 1981. 9. 22. 사립학교법에 의한 정직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다 2005. 2. 28. 퇴직한 자를 상대로 임시직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지급채무부존재확인청구의 소(부산지방법원 2005가합13311호)를 제기하였는데, 그 직원은 정직원 임용 전일인 1981. 9. 21. 임시직에서 퇴직하여 그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1981. 10. 6. 임시직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지급청구권이 발생하였고, 그 발생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05. 7. 25.에야 위 직원이 위 소에 적극 응함으로써 위 퇴직금지급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음을 이유로 2005. 12. 9. 인용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그러나 한편,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근로자는 사무조수로 근무하다가 부서기로 임용되면서 아무런 공백 없이 계속 근무하였고, 그 담당업무도 사실상 동일하였으며 그후 순환보직의 원칙에 따라 사무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16. 2. 29. 명예퇴직하였다.
② 학교법인 H은 이 사건 근로자를 부서기로 임용하면서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공단에 가입시킬 때 이 사건 근로자의 사무조수 근무기간(1980, 10, 2.부터 1988. 2. 29.까지) 중 1987. 6. 1.부터 1988. 2. 29.까지의 근무기간만 사립학교교직원 연금수급 대상기간으로 소급산입하였다.
③ 학교법인 H은 이 사건 근로자를 부서기로 임용하면서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공단에 가입되기 전까지의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정산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④ 이 사건 근로자와 같은 날 사무조수로 임용되고 같은 날 부서기로 임용되었으며 피고인 재직기간 중 명예퇴직한 I은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3) 위 인정사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사무조수로 근무하다가 부서기로 임용된 기간 사이에 아무런 휴직기간이 없었던 점, ② 월급 형태의 임금지급방식, ③ 사무조수로 근무하다가 부서기로 임용된 후 업무의 성질에서 본질적 차이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자의 사무조수 근로관계와 부서기로 임용된 이후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자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공단에 가입되기 전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명예퇴직 다음날인 2016. 3. 1.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퇴직금지급청구의 소가 3년의 소멸시효기간 내인 2016, 10, 12. 제기되었으므로, 위 퇴직금지급청구권은 시효소멸하지 않았다.
4) 설령 이 사건 근로자가 사무조수로 근무하다가 부서기로 임용되면서 근무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보더라도,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자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공단에 가입되기 전 사무조수 근무기간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적용대상인지에 관해 논란이 있었다거나 위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① 학교법인 H은 이 사건 근로자의 사무조수 기간 중 일부 근무기간만을 사립학교교직원 연금 수급대상기간에 산입함으로써 그 수급대상기간에 산입되지 않은 이 사건 근로자의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고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 사건 근로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다.
② 이와 같은 신뢰로 인하여 이 사건 근로자는 최종적으로 퇴직한 이후에야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공단에 가입되기 전 사무조수 근무기간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 장법에 따른 퇴직금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③ 앞서 본 부산지방법원 2005가합13311호 확정판결에서 문제된 근로자는 E대학교 출판사 임시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정직원으로 임용된 경우로서 사무조수로 근무하다가 정관에서 인정된 사무직원으로 임용된 이 사건 근로자와는 경우를 달리한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위 확정판결의 결론과 법리가 이 사건 근로자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만연히 믿고 업무를 처리하여서는 아니 되었다.
5) 결국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두번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판사이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