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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9.2.15. 선고 2018고합805 판결

가.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나,현주선박방화

사건

2018고합805 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나, 현주선박방화

퍼피고인

1.가.나. A

2.가.나. B

3.가.나. C

4.가.나. D

5.가. E.

검사

장준호(기소), 김성원(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케이에스앤피(피고인 A, C, D, E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김상준, 서민석, 김상배, 신민식, 김영종

변호사 이우승, 홍성아(피고인 B을 위하여)

판결선고

2019. 2. 15.

주문

피고인 A을 징역 5년에, 피고인 B을 징역 4년에 각 처한다.

피고인 C, D, E은 각 무죄.

피고인 C, D, E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범죄 사 실1)

[공모관계]

피고인 A은 원양어업, 수산업, 수산물 제조가공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회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B은 F의 계열사인 주식회사 G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사람으로 피고인 A의 고향 및 학교 후배이다.

피고인 A은 2013. 6.경 F이 약 15억 원에 매입한 H가 조업에 투입되지 못하고 유지비와 선원비용 등으로 6억 원 상당을 소비하면서 3년 동안 장기 정박하게 되자 H에 불을 질러 화재 보험금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 A은 2016. 8.경 고향 후배인 과 피고인 B에게 위와 같은 범행계획을 설명하면서 범행이 성공하면 화재 보험금의 10%를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I과 피고인 B은 이를 승낙하여, I은 H로 가서 직접 불을 지르는 역할,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연락책으로서 의 범행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총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하기로 모의하였다.

[범죄사실]

1. 피고인 A. B의 현주선박방화 공모범행

피고인 A은 2016. 10. 하순경 H 경비원을 맡긴다는 핑계로 I을 H가 정박 중인 남아 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보내고, 이후 피고인 B은 으로부터 세부일정을 보고받으면서 적절한 범행시점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H의 정식 선원이 아닌 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에서 H 승선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피고인 A은 F 상무 피고인 D에게 I반드시 승선시키라고 지시하고 피고인 D은 피고인 A의 지시를 현지 직원을 통해 H 일등항해사인 피고인 C에게 전달하였다. 그 후 1은 H에 승선하여 선상에서 숙식을 하면서 구체적인 범행 장소와 시점을 물색하였다.

I은 2016. 11. 2. 05:00경(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에 정박해 있는 H의 기관실과 인접한 2번 어창과 어분실에서, 양초 3개(길이 25cm, 너비 5cm)를 비닐 끈으로 각각 묶고 경유를 적신 수건을 감싸는 방법으로 양초묶음 2개를 만든 뒤, 경유를 뿌린 바닥 위에 위 양초 묶음을 고정시키고, 미리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각 양초 묶음에 불을 붙여 같은 날 10:00경(현지시각) 1번 어창, 선교 등 선박 전체로 번지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I과 공모하여,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J 등 4명이 선박의 유지 및 관리를 위하여 거주하고 있는 15억 원 상당의 H를 소훼하였다.

2. 피고인 A, B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공모범행 2016. 11. 2.경 H에 발생한 화재는 전항과 같이 피고인 A의 지시로 I과 피고인 B이 모의하여 고의로 불을 질러 발생한 것이었기 때문에 보험계약상 피해자 주식회사 K(이하 'K'이라고만 한다)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것이고, F으로서는 화재 보험금을 청구할 권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이러한 사정을 피해자 K에 숨기고 원인 불상(전기누전으로 추정)에 의한 화재인 것처럼 보험금을 청구하여 이를 편취하기로 모의하였다.

이후 피고인 A은 H 화재가 자신이 주도한 고의에 의한 화재라는 사실을 숨기고 2016. 12.경 서울 용산구 L에 있는 F 사무실에서, 피해자 K을 상대로 H가 원인불상(전기누전으로 추정)에 의한 화재로 전소되었다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 B은 1과 공모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K으로부터 2016. 12. 20.경부터 2017. 10, 13.경까지 사이에 화재 보험금 명목으로 합계 5,801,988.14달러(약 한화 63억 6,478만 원 상당)를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A, B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A, B, I, M, N(일부)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 A, B 및 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자료회신, A 발행 자기앞 수표 사본, 자기앞 수표 거래내역, 수사보고(A, F 명의 계좌, 0 명의 계좌 추적 결과 분석, 수표 사본 첨부)

1. H 화재 감식 보고서, 재해사고보고서, H 화재 조사보고서, H 어창 및 어분실 사진, 보험증권

1. CD 4장, B 휴대폰 분석결과 중 메시지 탭, I 휴대폰 중 A과의 통화 녹취록, I 휴대폰 중 A과의 통화 녹취록, I 휴대폰 중 A과의 통화 녹취록(2), I과 P, Q, R 통화내용 CD, H케이프타운 대리점 쪽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피고인 A, B)

형법 제164조 제1항, 제30조(현주선박방화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11조 제1항 제1호, 제8조, 형법 제30조(보험사기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피고인 A, B)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작량감경(피고인 B)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피고인 A, B 및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A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 A은 피고인 B 및 I과 H 방화(이하 '이 사건 방화'라고 한다) 및 화재 보험금 청구를 공모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 A에게는 아무런 방화의 동기가 없고, 피고인 A이 이 사건 방화에 공모, 가담하였다는 피고인 B이나 I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또한 피고인 A은 이 사건 방화가 있었던 2016년 당시 방화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나. 판단

1)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I은 이 사건 방화를 목적으로 2016. 9. 13.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이하 '1차 출국'이라 한다)하여 H까지 가기는 했으나 범행을 포기하고 2016. 9. 24. 귀국하였다.

나) I은 2016. 10, 18. 다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이하 '2차 출국'이라 한다)하여 현지에서 2016. 10. 24. H 일등항해사인 피고인 C의 허가를 받고 H에 승선하였다.

다) 1은 공소사실과 같이 2016. 11. 2. 05:00경(현지시각, 한국시각: 2016. 11. 2. 12:00경) 양초 3개(길이 25cm, 너비 5cm)를 비닐 끈으로 묶고 경유에 적신 수건으로 감싸는 방법으로 초 묶음 2개를 제작한 후, H의 2번 어창 및 어분실 두 곳의 나무 바닥에 각 묶음을 놓아두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이 사건 방화를 저질렀다. I은 2016. 11. 2. 08:00~08:30경(현지시각) H에서 퇴선하였다.

라) 그 불은 2016. 11. 2. 10:00경(현지시각) H 1번 어창, 선교 등으로 번졌고, 결국 H는 전소되었다.

마) I은 2016. 11. 2. 10:30경 남아프리카공화국 공항에서 출국하여 2016. 11. 3. 한국으로 귀국하였다.

2) 구체적 판단

인정 사실 및 위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A이 피고인 B 및 I과 공모하여 이 사건 방화를 저지르고 원인불상에 의한 화재인 것처럼 화재 보험금을 청구하여 이를 편취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A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공범인 의 진술 및 그에 부합하는 피고인 B의 일부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이 피고인 B 및 I에게 이 사건 방화를 제의하고, I에게 '기관실에 불을 지르면 된다'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방화 계획을 모의하였다고 볼 수 있다.

(1) 피고인 A에게서 방화 지시를 직접 받았다는 취지로 한 I의 검찰진술이 다른 취지의 법정진술보다 신빙성이 높다.

(가) 1은 검찰에서 이 사건 방화 경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①) 2016. 8.경쯤 대전 유성구에 있는 피고인 B의 사무실에서 피고인 B이 '남아프리 카공화국에 F 배가 한 대 있는데, 거기에 불을 지르면 보험금이 나오고, 아마 70억 원 정도가 나올 것이다.', '피고인 A이 믿을 만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거 못할 것이 뭐가 있느냐 내가 하겠다'라고 했다(증거기록 6002쪽).

② 피고인 B에게 내가 한다고 하고 일주일 정도 후에 F 대전지사 사무실에 피고인 A, B과 3명이 만났고, 피고인 A이 '니가 할 수 있으면 가서 해라. 비행기표 등 불을 지르는데 필요한 경비는 지원을 해주지 못한다.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내가 경비를 준 것이 확인되면 다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증거기록 6003쪽).

③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일을 한다고 하자 피고인 A이 '배에 불을 지르는 것은 기관실에 지르면 제일 간단하다.'라고 했고, '보험금이 나오면 그 돈으로 대전 냉동창고 및 회사를 설립하여 공동으로 운영하자, 안되면 내가 보험금의 10%를 너희들에게 주겠다. '라고 말하였다(증거기록 6003쪽).

④ F 대전지사 사무실에서 피고인 A, B과 3명이 배에 불을 지를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피고인 A이 'H 정말, 매년 3억 원이 들어가고 출항해서 나가면 5억 원이 손해다. 정말 골치덩어리다'라는 말도 하였다(증거기록 6016쪽).

(나) I은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 B으로부터 '피고인 A이 위 ②, ③, ④항과 같은 내용의 말을 하였다.'라고 전해들었을 뿐이고, 다만 위 3항 중 '기관실에 불을 지르면 된다'라는 말은 피고인 A으로부터 들었으나 이 역시 자신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을 뿐이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였다.

(다) 이 한 검찰진술의 신빙성을 법정진술보다 높게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1은 이 법정에서 "2016. 8.경 자신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게 'H 방화를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기관실에 불을 지르면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내가 불을 내겠다고 하기 전이었다."라고 진술하였다. 검찰진술뿐만 아니라 이러한 법정진술에 따르더라도 당시 적어도 3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 A이 H 방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은 매우 구체적인 검찰진술과 달리 법정에서는 피고인 A이 '기관실에 불을 지르면 된다'는 말 이외에 방화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야기를 하였는지 전혀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② I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은 이 불을 내겠다고 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비밀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방화에 관한 논의를 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 B에게 하였다는 것인데 이 역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대한 범죄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그에 관한 인식이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있기 어려운 일이다.

③ I은 이 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하여 '제가 없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제가 진술과정에서 착오를 한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 부분도 인정을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이 사건 범행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피고인 A과 직접 이 사건 방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는지 즉, 'I이 피고인 B의 말만 전해 듣고 이 사건 방화를 하였는지, 직접 피고인 A의 말을 듣고 이 사건 방화를 하였는지'를 단순히 착오에 의하여 진술하였다는 것으로 그대로 믿기 어렵고, 구체적인 검찰진술을 번복하게 된 경위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I의 법정진술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마당에 표면적으로는 H와 크게 관련이 없는 피고인 B이 공모 사실을 부인하자 피고인 A으로부터 직접 들었던 내용까지 피고인 B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처럼 진술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이 사리에 맞지 않거나 부자연스럽게 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2) I의 검찰진술 중 주요 부분에 부합하는 피고인 B의 법정진술도 믿을 수 있다.

(가) 피고인 B은 검찰에서는 피고인 A, I과 방화를 모의한 사실이 전혀 없고 이 H에 방화를 하러 간 사실도 자세히 몰랐으며 화재 보험금에 관한 이야기도 전혀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이 법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① 2016. 8.경 피고인 A 및 I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 A이 'S가 창고를 경매받아 헌 물건을 쌓아 놓고 방화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듣더니 S를 만나게 해달라면서 '그 놈 시켜 배에 불을 질러 보험금을 받아야겠다', '지금 원양어업이 참어렵다, 남아공에 배가 한 척 있는데 조업을 나가면 5억 적자를 보고, 그냥 배를 세워 놓으면 3억 원 적자를 본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이 '그럴 거 있느냐. 내가 방화를 하겠다'라고 말하였고, 피고인 A은 I의 말을 듣더니 에게 '니가 할 수 있으면 가서해라. 그런데 경비는 못 준다. 나는 연관시키지 마라'라고 말하였다.

2016. 9. 12.경 F 앞 커피숍에서 3명이 모인 자리에서 피고인 A이 I에게 '불은 기관실에 지르면 된다' 라고 말하였다.

③ 피고인 A으로부터 '배에 불을 지르면 보험금이 70억 정도 나오는데 그 돈을 투자해서 대전에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서 3명이 냉동창고를 같이 운영하던가 아니면 회사 설립이 안 되면 보험금의 10%를 주겠다'라는 말을 들은 사실은 없다.

(나) 피고인 B의 법정진술 중 3명이 모인 자리에서, 피고인 A이 I에게 ① "니가 할 수 있으면 가서 (방화를) 해라. 그런데 경비는 못 준다. 나는 연관시키지 마라."고 말하였다는 부분, ② "불은 기관실에 지르면 된다"고 말하였다는 부분은 의 검찰진술과 대체로 부합한다.

(다) 피고인 B의 법정진술은 구체적으로 범행 모의가 이루어진 시기나 장소, 범행대가 약속 부분 등에 관하여 일관성이 없거나 I의 검찰진술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피고인 B이 자신의 범행 가담 사실을 부인하거나 축소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I에게 피고인 A의 범행 계획을 전달하고 제의했던 부분이나 범행 대가 약속 부분에 대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법정진술은 이 사건 방화를 모의한 시기로부터 2년 이상이 경과한 이후에 이루어진 데다가 그 무렵 피고인 A, B 및 I이 빈번히 만났던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아울러 고려하면 그중 일부가 일관되지 못하고 의 검찰진술과 다소 배치된다는 사정만으로 I의 검찰진술과 주요 부분에 부합하는 피고인 B의 법정진술 전체의 신빙성까지 배척하기는 어렵다.

나) 피고인 A과의 공모가 없었다면 F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피고인 B과 이 F이 소유한 H의 정확한 위치나 현황, 화재 보험금의 액수 등을 알 수 없었고, H와 무관한 이 위 배에 승선할 수도 없었다.

(1) I은 수사기관에서부터 'H를 그냥 세워 놓으면 매년 3억 원이 들어가고 출항해서 나가면 5억 원의 적자를 본다고 들었고, H의 화재 보험금 액수는 약 60억~70억 원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실제로 H는 2013. 6.경부터 케이프타운에서 상당한 기간 체항 중이었고 그와 관련한 비용으로 2015년경까지 약 6억 원을 지출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H의 화재 보험금은 63억 6,478만 원 상당으로 위 진술 내용에 들어맞는다. 이와 같이 I은 H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2) 피고인 B은 이 2016. 9. 13. 1차 출국할 당시 H의 현지 대리점인 T의 상호, 주소, 담당자 연락처 및 H의 정박지가 기재된 메모를 I에게 전달하였다. 이를 참고하여 I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가 T의 담당자를 만나 H에 갈 수 있었다. 이와 같이 H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담긴 메모는 피고인 A을 통하지 않고서는 피고인 B이 스스로 확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피고인 A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할 뿐 이어서 달리 피고인 B이 위 메모를 입수하게 된 경위를 설명할 수 없다.

(3) I은 2016. 10. 18. 2차 출국 후 H에 승선하려 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피고인 B에게 2016. 10. 19. "형님 제가 승선한다는 얘기 안 했다는데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피고인 B은 I에게 "회장님한테 지금 연락해 볼게"라고 답장을 보냈다. (증거목록 순번 165 CD), 그 후 피고인 A은 F 상무인 피고인 D에게 I을 H에 승선시키라고 지시하여 I은 2016. 10. 24.경 H에 승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피고인 A은 이 H에 승선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이와 같이 I의 H 승선을 주도한 이유에 대하여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피고인 A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I을 H의 경비원으로 고용하였기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보냈고 H 승선을 허가한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믿기 어렵다. F 직원들은 물론 H의 일등항해사 피고인 C조차 이 H의 경비원으로, 고용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1 역시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기 때문이다. 피고인 A은 그와 같이 I을 승선시킨 이유가 당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그로 인한 인지장애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피고인 A에게 그 정도의 심한 인지장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피고인 A은 이 사건 방화에 소요된 범행 경비와 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도피하고 있을 당시 필요한 도피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1) 피고인 B은 검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 A의 지시로 I에게 비행기표 등 경비로 300여만 원과 체류 비용 50만 원을 주었고, 추후 이를 피고인 A으로부터 돌려받았다.

라는 취지로 비교적 일관하여 진술하였고, I 역시 검찰에서 '제가 알기로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저에게 지급한 여행 경비 등 1,000만 원을 달라고 하였는데 피고인 A이 수고비조로 500만 원만 주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6014쪽). 실제로 2016. 11. 5.경 피고인 B과 I이 위와 같은 내용으로 통화한 통화 녹음이 남아있기도 하다(증거목록 순번 165 CD), 이를 종합하면 피고인 B이 1, 2차 출국 당시 에게 먼저 경비를 지급하고 추후 피고인 A으로부터 이를 돌려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2) 피고인 A은 2018. 3.~4.경 이 휴대폰 압수를 당하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도주할 당시 I의 지인으로 도피를 도운 M을 3차례 만나 '생선장사를 하라'고 하면서 43만 원, 46만 원을 주었고, M은 위 돈을 I에게 전달하였다. M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당시 피고인 A이 '이 떠벌리고 다녀서 경찰에서 인지수사를 한 것 같다. 당분간은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라, 술 먹지 말고, 니가 같이 있으면서 술을 못 먹게 해라'라고 말하였다.", "(돈을 주면서) 저에게 생선장사 경비를 하라고 했는데 제가 쓸 돈이 아닌 것 같아 I을 다 주었다."라고 일관하여 진술하였다. 실제로 M이 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면 이와 같이 피고인 A이 M과 단둘이 만나거나 M에게 돈을 건넬 이유가 전혀 없었다. 즉, 피고인 A은 이 사건 방화로 도주 중인 에게 M을 통하여 도피자금을 전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 A의 지시나 피고인 A과의 공모가 없었다면 이 생명, 신체의 위험과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하여 이 사건 방화를 저지를 동기가 전혀 없고, 피고인 A의 관여 없이 피고인 B과 이 독자적으로 방화를 저질러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

(1) 피고인 B과 I은 뚜렷한 직업이나 재산이 없는 반면, 피고인 A은 원양어선 업체 중 U 안에 드는 F의 대표이사로서 고향 후배들인 피고인 B과 이 피고인 A의 말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관계에 있었다. 특히 I은 피고인 B의 소개로 피고인 A을 알게 된 후 피고인 A과 신뢰관계를 쌓아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이 사건 방화 이후 지인인 Q에게 피고인 A의 지시로 H에 불을 질렀다고 말하면서 '이것도 또 나한테는 기회니까. 솔직히 나 못 믿는 사람 같으면 그런일 시키지도 못하고 그러잖아. … 이제 좀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 없지, 어차피 뭐 생선이라도 갖다가 팔수가 있잖아. 일을 해놨으니까.'라고 말한 것이나(증거기록 8권 544~548쪽), 이 법정에서 '어차피 저는 그런 큰일을 겪고 할 때 사실은 목숨을 걸었고 어차피 잘못되면 이런 부분이 있다 그런 생각을 했었고 갔다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사업적으로 제가 어려움이 있어서 F 회장님 한 번 도움주시면 나중에 일을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 꼭 금전적인 관계를 떠나서 사실은 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피고인 A과 이러한 관계에 있는 피고인 B과 I이 피고인 A의 지시나 관여 없이 F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사건 방화를 계획하거나 실행하였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2) 이에 대하여 피고인 A은 피고인 B이나 이 이 사건 방화 이후 피고인 A에게 적극적으로 범행 대가를 요구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처음부터 피고인 A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나 범행 대가에 대한 약속을 받은 사실이 없었음이 분명하고, 피고인 B이나 이 이 사건 방화에 피고인 A이 관여된 것처럼 하여 피고인 A에게서 돈을 얻어 내거나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방화를 저지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피고인 B이나 이 피고인 A에게서 방화를 빌미로 돈을 받아낼 계획을 세웠다면 오히려 방화 후 피고인 A에게 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점을 납득하기가 어렵다. 즉, 피고인 B이나 I은 방화 이후 '피고인 A이 먼저 (방화 대가와 관련된) 얘기를 해야지 그 말을 먼저 꺼내기는 어렵다'고 하거나(증거기록 8권 278쪽), '방화를 했으니까 돈을 달라고 어떻게 하나. 피고인 A이 먼저 알아서 해 주기를 기다렸다'고 하면서(I에 대한 제1회 증인신문녹취서 31쪽), 이 사건 방화 이후로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피고인 A에게 방화 대가에 관한 직접적인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후 1은 1년여가 지난 2018. 2.경에서야 피고인 A 및 그 비서인 V에게 이 사건 방화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바(증거목록 순번 165 CD, 증거기록 2090, 2122쪽), 이는 처음부터 방화를 빌미로 피고인 A에게 돈을 요구할 목적으로 방화를 저지른 사람들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 B이나 이 피고인 A 이 자발적으로 범행 대가를 주기를 기다린 것은 이 사건 방화가 피고인 A의 의사에 따른 것임을 나타냈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피고인 B과 I은 위와 같이 처음 약속된 범행 대가는 아니더라도 이 사건 방화 범행 이후로 피고인 A으로부터 일정한 금전적 이익 내지 기회를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1은 2017. 7. 4. 및 2017. 7. 17. 피고인 A으로부터 충남 홍성군 W에 있는 냉동창고 임차를 위한 보증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았는데 실제로는 냉동창고 임차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피고인 A에게 돌려주지 않고 소비하였다. 2017. 7. 16.에는 이 F과 X(Y) 사이의 냉동갈치 매입을 이 실제로 운영한 주식회사 0 명의로 대리하는 과정에서 그 대금으로 6,823만 원을 F으로부터 입금받기도 하였다(증거기록 6013쪽). 또한 피고인 B은 이 사건 방화 이후인 2016. 12.경 피고인 A에게 자신의 지인인 Z에게 4억 원을 빌려줄 것을 부탁하였는데, 피고인 A은 특별한 담보도 없이 그렇게 해주었다.

(증거기록 6037쪽), 특히 I은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는 직접적으로 피고인 A으로부터 투자나 대여를 받는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이 사건 방화 이후로 위와 같은 금전적 지원이나 사업 참여의 기회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앞서 이 기대했던 것처럼 피고인 A의 지시를 따른 후 피고인 A으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 한편 피고인 A은 당시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I에게 이 사건 방화를 지시하거나 공모할 정신상태가 아니었고, 설령 피고인 B에게 H 방화 이야기를 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진의 없이 한 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은 2016. 9.경 단기 기억력 저하 등으로 MRI 검사, 인지장애 검사 등을 받았으나 주의력 저하가 있을 뿐 인지장애는 아니라는 판단을 받은 점(증거기록 별책 175, 176쪽), 피고인 A은 당시 알츠하이머병으로 F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고 하나 그럼에도 F에 매일 출근하여 조업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V, 피고인 D 등 F의 직원들도 I을 H에 승선시키라거나 I을 통해 냉동갈치를 구매하라는 등의 피고인 A이 내린 지시를 별다른 이의나 확인 없이 따른 점, 2017. 6. 4.자 AA에 실린 2017. 6. 2. 행해진 피고인 A 인터뷰 내용을 보면 피고인 A에게 심한 인지장애가 있었다고 도저히 보기 어려운 점(증거기록 별책 6권 12쪽)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방화 무렵 피고인 A이 약간의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였을 수는 있으나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 방화 공모를 할 수 없거나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없었던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 피고인 A은 방화의 동기가 전혀 없었으므로 피고인 B 및 I과 이 사건 방화를 공모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F은 2015. 말경부터 앙골라에서 H를 이용한 전갱이 조업 계획을 추진하여 왔고, 2016. 4. 16. 앙골라 정부로부터 2016년도 조업선박을 AB에서 H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받는 등(증가 13, 14호증), 앙골라 전갱이 조업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던 점, 화재 보험금이 대부분 자회사인 우루과이 법인 AC의 수출입은행에 대한 대출금 변제 등에 사용되었는바, 당시 위 은행 대출금을 변제해야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증가 67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경제적 목적에 의한 방화의 동기가 확실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 A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당시 H는 2013. 6.경부터 이 사건 방화 전까지 케이프타운에서 약 3년 5개월 동안 체항 중이었고 그와 관련한 비용으로 2015년경까지만 해도 약 6억 원을 지출하고 있었던 점(증가 5호증), F에서는 H를 이용하여 러시아에서 조업을 하기 위해 2014~2015년에 러시아 조업 쿼터 확보를 위한 경매에 참여하였으나 쿼터 확보에 실패한 점(증가 57호증), 이 사건 방화가 있은 2016년에는 오징어 어획량 감소, AD 전갱이 가격 대폭 하락 등으로 인해 F이 적자 상태였던 점(증가 19호증), 앞서 본 바와 같이 F이 앙골라 전갱이 조업을 추진하였고, 내부적으로 2017년도 앙골라 전갱이 조업에 따른 수익을 8억 원~20억 원 상당으로 추산하였으나(증가 15호증) 이는 전갱이 가격을 1톤 당 900~1,000달러로 계산하였을 경우인 점(피고인 D은 이 법정에서 2016년에 영업이익이 적자인 이유에 대하여 진술하면서 'AD가 어획한 전갱이 가격이 2015년에는 톤당 단가가 약 1,000불 정도 했었는데 2016년에는 500불정도 했다'고 진술하였다)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H가 조업을 하지 못해 장기간 체항 중이고 그에 따른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앙골라 전갱이 조업 여부 및 수익 창출이 다소 불투명한 상황에서 심한 인지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령 등으로 판단력이 저하된 피고인 A이 경제적인 득실을 엄밀하게 따지지 않고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단기간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방화를 계획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경제적인 손익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 A이 이 사건 방화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볼 만한 여러 정황들을 모두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2. 피고인 B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 B은 피고인 A이 에게 방화를 지시할 당시 이를 말리지 않은 사실은 있으나 방화 모의에 가담하거나 공모하지는 않았다. 또한 I의 구체적인 범행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고 어떠한 실행행위도 분담한 사실이 없으며, 피고인 A에게 범행 대가를 요구하거나 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등 참조).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한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대법원 2000, 4. 7. 선고 2000도576 판결 등 참조),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으며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 사이에 구성요건을 이루거나 구성요건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다는 상호이해가 있으면 충분하고, 이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도 입증할 수 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등 참조).

2)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B이 피고인 A 및 I과 이 사건 방화를 공모하고, 피고인 A과 I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는 등으로 이 사건 방화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I은 검찰에서 '피고인 B으로부터 처음으로 피고인 A의 방화 계획을 전달받은 다음 피고인 B에게 방화를 하겠다고 말하였고, 그 이후 피고인 A, B과 자신이 모인 자리에서 구체적인 방화 모의를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B도 이 법정에서 "피고인 A, 과 3명이 모인 자리에서 피고인 A이 I에게 '기관실에 불을 지르라'고 말하면서, '어려운 거 있으면 B이 통해 바로 이야기 하고, 잘 하고와'라고 말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 B과 이 함께 이 사건 방화의 모의를 하고, 피고인 B은 피고인 A과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기로 역할을 분담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피고인 B이 I의 1, 2차 출국 당시 비행기 값, 체류 비용 등 명목으로 350만 원 이상을 에게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피고인 A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I의 1차 출국을 앞두고 피고인 B이 H의 현지 대리점인 T의 상호, 주소, 담당자 연락처 및 H의 정박지가 기재된 메모를 피고인 A으로부터 전달받아 I에게 전달하였다는 점도 앞에서 보았다.

피고인 B은 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한 후에도 과 지속적인 연락을 하면서 I을 독려하고, 이 H에 승선하지 못하였다고 하자 이를 피고인 A에게 전달하여 승선을 허가해주도록 하였으며, 그 이후로도 계속 I의 승선 여부를 확인하였다(증거순번 165번 CD), 피고인 B은 이 2016. 10. 31. 방화 진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다매일 진행여부 최종승인'이라는 문자를 보내자 이에 대하여 '진행 차질 없어'라고 문자를 보내고, 그 후 피고인 A에게 전화로 진행 여부를 확인한 후 2016. 11. 1. 11:42 I에게 'I아 확인했어. 확실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였다(증거순번 165번 CD, 피고인 B에 대한 피고인신문녹취서 10, 11쪽).

이와 같이 피고인 B은 [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국이나 H 승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고 최종 방화 진행 여부에 관해서도 피고인 A의 의사를 확인하고 전달하였다.

다) 피고인 B은 이 방화를 하고 난 이후 으로부터 일의 진행 여부를 보고받는 한편, I의 귀국 이후에도 2016. 11. 5. "절대 AE이나 통화하지 말 것. 현재 쓰고 있는 전화 사용하지 말고 취소할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이 사건 방화 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증거순번 165번 CD).

라) 한편 피고인 B은 피고인 A과 I의 구체적인 방화 계획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단순히 피고인 A과 I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 B과 I 사이의 연락 내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B이 이 사건 방화 계획이나 내용을 모른 상태로 단순히 피고인 A과 I 사이의 연락을 담당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공동정범의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는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으므로, 피고인 B이 I의 구체적인 계획 즉, H 중 어느 부분에 불을 지를지 등에 대하여는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동정범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 피고인 B은 이 사건 방화와 관련하여 어떠한 범행 대가를 받기로 약속한 바 없고 실제로도 전혀 받은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범인 I은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화재 보험금으로 대전 냉동창고를 설립하여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보험금의 10%를 받기로 하였다'고 일관하여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 B 역시 에게 피고인 A이 보험금을 받고도 '회사로 들어가 버린다'라는 등 딴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냐는 등의 걱정을 한 점(증거순번 165번 CD, 증거기록 8권 178쪽) 등에 비추어 피고인 B이 피고인 A으로부터 범행 대가를 약속받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당시 피고인 B은 자신의 지인인 Z이 계속 자금 조달을 부탁하여 이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고 의 지인 AF에게 돈을 빌리려고 하다가 이 역시 무산되었는데(증거기록 8권 116~156쪽, 262~265쪽),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방화 이후인 2016. 12.경 피고인 B은 피고인 A으로 하여금 Z에게 4억 원을 빌려줄 것을 부탁하여 피고인 A이 특별한 담보도 없이 그렇게 해주기도 하였다. 이는 피고인 B이 처음 약속된 범행대가는 아니더라도 이 사건 방화 범행 이후로 피고인 A으로부터 간접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설령 피고인 B이 범행 대가를 약속받지 않았다거나 위와 같은 이익이 이 사건 방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방화에 피고인 B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음이 명백한 이상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방화에 대한 피고인 B의 공동정범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피고인 A: 징역 5년~45년

○ 피고인 B: 징역 2년 6월~22년 6월

2. 양형기준의 적용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현주선박방화

[유형의 결정] 일반적 기준 > 제1유형(현주건조물 등 방화, 공용건조물 등 방화)

[특별가중인자]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4년~7년

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함

다. 다수범 가중에 따른 최종 형량범위

피고인 A: 징역 5년 이상, 피고인 B: 징역 4년 이상(현주선박방화죄와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관계에 있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양형기준이 적용되는 현주선박방화죄에 대한 양형기준상 형량범위의 하한만을 따르되 피고인 A에 대해서는 그보다 높은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을 반영하여 수정한다)

3.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A, B이 I과 공모하여 보험금 편취를 위하여 선원들이 머무르고 있는 선박에 불을 질러 선박을 소훼하고 실제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63억 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매우 계획적이고 대담한 점, 피해 금액이 큰 점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 특히 보험사기는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궁극적으로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범죄이므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하여 H에 탑승한 선원 등에 대한 생명·신체적 위험과 화재로 인한 공공의 위험도 발생하였다. 특히 피고인 A은 F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범행의 단초를 제공하고 I을 시켜 방화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 B은 I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 여러 객관적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이는 위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H에 승선하고 있던 선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실제 피해는 없었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범행에서 피고인 A과 | 사이의 연락을 주로 담당하였는바 불을 지른 주범인 I에 비하여 죄책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보이고, 보험사기죄에 관해서도 화재 보험금을 직접 분배받았다고 볼 자료는 없다. 피고인 A은 벌금을 넘어서는 전과가 없고, 고령으로 현재 알츠하이머병 등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 B도 고령으로 건강하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사정은 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방법,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피고인 C, D, E)

1. 공소사실의 요지

[공모관계]

피고인 C은 F 소유 원양어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정박 중인 H의 일 등항해사로서 선박 관리를 총괄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D은 F의 상무로서 선박보험 계약 및 보험금 청구업무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E은 F의 아프리카 현지 지사장으로 회사 소유 선박의 수리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A은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 B 및 I과 방화를 모의하고, 피고인 D, C, E에게 H의 등록선원이 아닌 이 무사히 승선하여 계획한 범행을 마치고, 이후 사고조사 과정에서도 고의에 의한 화재임이 발각되지 않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I의 존재 및 화재원인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게 조치할 것을 지시하여, 피고인 D은 국내에서, 피고인 C은 H에서 각각 I의 H 승선을 돕고 방화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전기누전에 의한 화재로 위장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피고인 E은 화재원인의 진상이 보험회사 등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에서 직원들을 단속하고, 조사과정을 감시하는 역할 등을 담당하기로 순차적으로 모의하였다.

[범죄사실]

가. 피고인 C, D의 현주선박방화 공모범행

피고인 A은 2016. 10. 하순경 H 경비원을 맡긴다는 핑계로 I을 H가 정박 중인 남아 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보내고, 이후 피고인 B은 으로부터 세부일정을 보고받으면서 적절한 범행시점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H의 정식 선원이 아닌 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에서 H 승선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피고인 D은 I을 반드시 승선시키라는 피고인 A의 지시를 현지 직원을 통해 H 일등항해사인 피고인 C에게 전달하고, 피고인 C은 그 지시에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당국의 승인 없이 케이프타운에서 I을 H에 승선시켜 선상에서 숙식을 하면서 구체적인 범행 장소와 시점을 물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1은 2016. 11. 2. 05:00경(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에 정박해 있는 H의 기관실과 인접한 2번 어창과 어분실에서, 양초 3개(길이 25cm, 너비 5cm)를 비닐 끈으로 각각 묶고 경유를 적신 수건을 감싸는 방법으로 양초묶음 2개를 만든 뒤, 경유를 뿌린 바닥 위에 위 양초 묶음을 고정시키고, 미리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각 양초묶음에 불을 붙여 같은 날 10:00경(현지시각) 1번 어창, 선교 등 선박 전체로 번지게 하였다.

피고인 C, D은 피고인 A, B 및 I과 공모하여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J 등 4명이 선박의 유지 및 관리를 위하여 거주하고 있는 15억원 상당의 H를 소훼하였다.

나. 피고인 C, D, E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공모범행 2016. 11. 2.경 H에 발생한 화재는 전항과 같이 피고인 A의 지시로 I과 피고인 B이 모의하여 고의로 불을 질러 발생한 것이었기 때문에 보험계약상 피해자 K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것이고, F으로서는 화재 보험금을 청구할 권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C, D, E은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이러한 사정을 피해자 K에 숨기고 원인불상(전기누전으로 추정)에 의한 화재인 것처럼 보험금을 청구하여 이를 편취하기로 모의하였다.

피고인 D은 위 화재 발생 후인 2016. 11. 4.경 화재원인이 방화인 것으로 보인다는 F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법인 직원 AG의 제보를 피고인 E을 통해 보고받고도 이를 묵살하고, H 화재 직후 퇴사한 피고인 C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도피시킨 뒤 화재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 E으로 하여금 배석하여 피고인 C의 진술 내용을 촬영 및 녹음하게 하는 등 화재원인 은폐를 주도하였다.

피고인 C은 2016. 11. 3.경 H의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화재원인을 모른다고 진술함에도 화재원인이 '전기누전'이라고 진술한 것처럼 대필로 허위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이를 손해사정사에 제출하고, 이 H에 승선하여 체류하다가 화재 직후 퇴선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국·내외 조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이를 함구하였다.

그리고 피고인 E은 2016. 11. 4.경 위 AG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하여 수사기관에 방화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피고인 D의 지시를 받아 피고인 C에 대한 화재원인 조사과정을 감시함으로써 피고인 C이 I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였다.

위와 같이 조직적으로 화재원인을 전기누전으로 조작하여, 피고인 A은 H 화재가 자신이 주도한 고의에 의한 화재라는 사실을 숨기고 2016. 12.경 서울 용산구 L에 있는 F 사무실에서, 피해자 K을 상대로 H가 원인불상(전기누전으로 추정)에 의한 화재로 전소되었다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C, D, E은 피고인 A, B 및 I과 공모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K으로부터 2016. 12. 20.경부터 2017. 10. 13.경까지 사이에 화재 보험금 명목으로 합계 5,801,988.14달러(약 한화 63억 6,478만원 상당)를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판단

가. 증거능력 없는 증거

1) H 선원인 AH, AI, AJ, AK가 작성한 최초 진술서(증거목록 순번 79, 80, 83~86)와 주식회사 AL(이하 'AL'이라 한다) 대표 N가 작성한 손해사정보고서(증거목록 순번 166)에 첨부된 인도 선원들(AJ, AK)의 진술서, H 화재 구조작업을 진행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사(AM) 직원 AN의 진술서(증거목록 순번 80-1), T 직원 AO, AG 및 AP이 작성한 진술서 또는 이메일(증거목록 순번 24-3, 100-1, 156)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본다.

2) 참고인 진술서 등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가 진술자가 공판정에서 한 진술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진술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고, 또 서류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여기서 '외국거주'란 진술을 요하는 자가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진술을 청취하면서 진술자의 외국거주 여부와 장래 출국 가능성을 확인하고, 만일 진술자의 거주지가 외국이거나 그가 가까운 장래에 출국하여 장기간 외국에 체류하는 등의 사정으로 향후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면 진술자의 외국 연락처를, 일시 귀국할 예정이 있다면 귀국 시기와 귀국 시 체류 장소와 연락 방법 등을 사전에 미리 확인하고, 진술자에게 공판정 진술을 하기 전에는 출국을 미루거나, 출국한 후라도 공판 진행 상황에 따라 일시 귀국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하게끔 하는 방안을 확보하여 진술자가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며, 그 밖에 그를 공판정에 출석시켜 진술하게 할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등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예외적으로 적용이 있다.

나아가 진술을 요하는 자가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공판정 출석을 거부하면서 공판정에 출석할 수 없는 사정을 밝히고 있더라도 증언 자체를 거부하는 의사가 분명한 경우가 아닌 한 거주하는 외국의 주소나 연락처 등이 파악되고, 해당 국가와 대한민국 간에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이 체결된 상태라면 우선 사법공조의 절차에 의하여 증인을 소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하고, 소환을 할 수 없는 경우라도 외국의 법원에 사법공조로 증인신문을 실시하도록 요청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전혀 시도해 보지도 아니한 것은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진술을 요하는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7115 판결).

3) 위 서류들의 작성자인 AH, AI, AJ, AK, AN, AP은 모두 거주지가 외국으로서 향후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서 진술자의 외국 연락처나 주소 등을 확보하고 공판 진행 상황에 따라 일시 귀국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하게 하는 방안을 확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AO, AG는 외국 연락처 등이 파악되어 있기는 했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공판정에 출석할 수 없다는 사정을 밝혔다. 그러나 AO, AG가 증언 자체를 거부하는 의사가 분명하다고 볼 근거는 없으므로, 사법공조의 절차에 의한 증인 소환 여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법원에 대한 사법공조로 증인신문을 실시하는 방안(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간의 형사사법공조조약이 2014년 6월 20일자로 발효되었다) 등의 절차를 강구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절차는 시도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진술서 등은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진술을 요하는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

나. 구체적 판단

1) 피고인 C의 현주선박방화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여부

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 C이 I의 신분 등에 관한 확인이나 정식 승선 절차를 거치지 않고 I을 H에 승선시켜준 사실, ② AL 대표 N의 화재 조사 당시에는 피고인 C이 이 사건 방화로 인한 화재 당일 07:00경에 선실, 처리실을 순찰한 것으로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874쪽) 이 법정에 이르러서는 화재 당일 선실과 처리실 순찰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실, ③ 피고인 C은 피고인 AL 대표 N의 화재 조사 당시 2016. 9. 이후에 화재 사고 시까지 H를 방문한 본사의 임·직원은 없다고 진술하여, I의 H 승선이나 퇴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실(증거기록 873쪽)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C이 의 방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

나) 그러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앞서 든 사정만으로는 피고인 C이 피고인 A, B 및 I과 이 사건 방화를 공모하였다거나 이 사건 방화 및 화재 보험금 편취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앞서 '피고인 A, B 및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중 1의 나. 2) 바)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방화 당시 H는 장기 체항으로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는 상태이 기는 했으나 앙골라 전갱이 조업으로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어 이 사건 방화에 따른 보험금 수령이 커다란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 A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다소 판단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일시적인 손실 만회를 위해 충동적으로 이 사건 방화를 지시하였더라도 F의 직원이자 H 일등항해사에 불과한 피고인 C이 대표이사의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무거운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방화와 관련된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르거나 피고인 A 및 I 등과 방화를 공모할 동기가 있다.

고 보기는 어렵다.

(2) 피고인 A이 피고인 C 등 F의 임직원들에게까지 이 사건 방화 계획을 알리고 그에 가담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그렇게 볼 정황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그 무렵 F 내부에서는 H의 앙골라 전갱이 조업을 준비하기 위해 2016. 10.경 선박 수리에 필요한 자재들을 구매하여 케이프타운으로 탁송하고(증가 8호증), H에 승선할 선장, 갑판장, 기관장 등 선원들을 모집하였고, 선원들의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하였다(증가 19, 59, 65호증). 이는 선박 관리를 총괄하는 피고인 C의 관여가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피고인 C이 피고인 A, B 및 I의 방화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점과 어긋난다.

(3) 피고인 C은 2016. 10. 19.경 이 H에 승선하려고 하자 F 본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였는데, 당시 전화를 받은 F 부장 AQ가 승선을 시키지 말라고 하여 I의 승선을 기부하기도 하였고, 이후 이 F 대표이사 피고인 A의 지인 자격으로 H에 탑승한 이후 사후적으로 피고인 D에게 I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방화를 위한 핵심적인 조치인 I의 H 승선 전까지는 피고인 C, A 및 피고인 D 사이에 의승선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의 전달이나 의사 연락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4)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C이 I을 H에 승선시켜 선상에서 숙식을 하면서 구체적인 범행 장소와 시점을 물색할 수 있도록 하였다'라고 되어 있으나, I은 검찰 및 이 법정에서 일관하여 '피고인 C에게 사업구상을 위해 H에 승선한 것처럼 말하였고, 이 사건 방화 계획을 알리고 협조를 구한 사실이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C이 화재 당일 선실, 기관실을 순찰하였는지에 대하여 허위로 진술하거나 F의 직원이 아님에도 H에 승선하였다가 화재 당일 퇴선한 의 존재에 대하여 묵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점은 다소 이상하긴 하다. 그러나 피고인 C은 H의 일등항해사로서 자신이 총괄하여 관리하는 선박에서 일어난 화재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을 축소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사고 조사 당시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AL 대표 N의 화재 조사 당시에는 이 양초 묶음을 사용하여 발화를 지연되게 하는 방법으로 방화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지기 이전이었으므로 피고인 C이 화재 발견 이전에 이미 퇴선한 I에 대하여 강한 의심을 하지는 못하여 회사 대표이사의 지인으로 알고 있었던 그의 승선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정황만으로 피고인 C이 I의 방화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피고인 D의 현주선박방화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여부

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D이 I을 H에 승선시키라는 A의 지시를 T에 전달하였고 그 이후 피고인 C이 I을 H에 승선시킨 사실, 이 사건 방화 이후 K에서 F에 AL의 화재 조사를 위한 H 선원 인터뷰를 요청하자 F 측에서는 2017. 1. 11.경 피고인 C 등 선원들의 소재를 모른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나) 그러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앞서 든 사정만으로 피고인 D이 피고인 A, B 및 I과 이 사건 방화를 공모하였다거나 방화 및 화재 보험금 편취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앞서 1)의 나), (1),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F의 임직원에 불과한 피고인 D이 회사나 회장의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무거운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방화와 관련된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르거나 피고인 A 및 I 등과 방화를 공모할 동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 A이 피고인 D 등 F의 임직원들에게 이 사건 방화 계획을 알리고 그에 가담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그렇게 볼 정황도 찾기 어렵다.

(2) F의 임원인 피고인 D이 I을 H에 승선시키라는 대표이사 A의 지시를 그대로 T에 전달한 것 그 자체를 매우 이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 D은 이 H에 탑승한 이후에서야 그에 대한 정보를 피고인 C을 통하여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점은 오히려 피고인 D이 피고인 A의 I승선 지시를 전달할 당시 I을 단순히 '회장의 지인'으로 알았을 뿐 구체적인 신상 등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피고인 D의 주장에 부합한다.

(3) AL의 화재 조사 당시 피고인 C 등 H 선원들의 소재에 관한 정보가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이나 피고인 E으로 하여금 AL 대표 N의 화재 조사 과정을 촬영 및 녹음하도록 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D이 적극적으로 피고인 C을 도피시키거나 화재원인에 대한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추단하기는 어렵다.

3) 피고인 E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여부

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E이, T 직원 AG가 이 사건 방화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하자 이에 대하여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라는 취지로 대응한 사실, AL 대표 N의 화재 조사 과정에서 촬영·녹음을 하거나 선원들에 대한 인터뷰 과정에 동석, 한 사실, 피고인 C에게 I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증거기록 6157쪽)은 인정할 수 있다.

나) 그러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 E이 I의 방화 사실을 제보하겠다는 AG에게 '무고로 고소하겠다'고 한 것은 평소 AG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방화로 볼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없어 피고인 E은 현지지사장으로서 부당하다고 생각한 AG의 의혹 제기를 조기에 방지하려고 다소 과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 점, AL의 화재 조사 당시 피고인 E이 I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그때까지는 이 양초 묶음을 사용하여 발화를 지연되게 하는 방법으로 방화를 저지른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기 이전이었으므로 피고인 E이 이미 화재 발견 이전에 퇴선한 에 대하여 강한 의심을 하지 못하여 회사 대표이사의 지인으로 알고 있었던 I의 승선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 점, 피고인 E의 위와 같은 행동은 이 방화를 하였다고 믿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제기되는 방화나 보험금 편취 의혹에 대하여 F 임직원으로서 방어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는 점, F의 임직원으로서 AL 대표 N의 화재조사 과정에서 촬영·녹음을 하거나 인터뷰 과정에 동석한 것만으로는 이를 화재원인에 대한 조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추단하기는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앞서 든 사정만으로 피고인 E이 피고인 A, B 및 I과 공모하여 이 사건 방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화재 보험금을 청구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결국 피고인 C, D, E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강성수

판사정기종

판사최지은

주석

1)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사실을 일부 수정하여 범죄사실로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