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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2. 8. 선고 95도1928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공1996.2.1.(3),437]

판시사항

교차로 입구에서 약 29m 떨어진 횡단보도 위에 설치된 차량신호기가 교차로를 통과하는 모든 차량에 관한 지시를 표시하는 것으로 본 사례

판결요지

차량신호기가 비록 교차로 입구로부터 약 29m 떨어진 횡단보도 위에 설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들에 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일 뿐 아니라, 교차로를 통과하는 모든 차량들에 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라고 본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법원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교차로는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을 향하여 좌로 굽은 편도 3차선 도로의 우측에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연결되어 있는 "ㅏ"자형 교차로이고, 위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위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차량을 위하여 별도의 차량신호 없이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하도록 황색실선의 중앙선이 끊겨 있고, 백색 점선의 중앙선이 위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위 서구 보건소 방면을 따라 그어져 있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서구청 방면의 교차로 입구에는 차량정지선이 그어져 있고 그로부터 위 서구청 방면으로 약 29m 떨어진 지점에 보행자용 횡단보도 표시가 그어져 있으며, 그 횡단보도와 인도의 접속지점에 양 방향의 진행차량이 볼 수 있도록 차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고, 위 교차로 부근에는 위 차량신호기만이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을 뿐 다른 차량신호기는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전남 6자1061호 시외버스를 운전하고 위 차량신호기의 정지신호를 위반한 채 위 횡단보도 및 위 교차로 입구의 정지선을 그대로 지나쳐 교차로에 진입함으로써 때마침 반대방향인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피해자 한승부 운전의 광주 1누1055호 승용차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 조치를 취하였으나 미치지 못하여 피고인 운전차량 앞 범퍼 부분으로 위 피해자 운전차량 우측 옆 부분을 충격하여 위 피해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늑골골절상 등을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위와 같은 과실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 소정의 ' 도로교통법 제5조 의 규정에 의한 신호기의 신호가 표시하는 지시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면, 일반적으로 교차로 부근의 차량신호기가 그 교차로를 통과하는 차량들의 통행방법을 지시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교차로의 성상 및 규모, 당해 차량신호기와 그 교차로와의 거리, 당해 차량신호기의 피관측 방향, 교차로 주변에 있는 다른 차량신호기의 위치 및 형태, 당해 차량신호기와 교차로 주변 다른 차량신호기와의 신호연계체계 여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위 교차로 부근에는 이 사건 차량신호기만이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고, 피고인 운전차량의 진행방향 맞은편에는 차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으며, 위 차량신호기가 설치된 지점으로부터 교차로 입구까지는 약 29m 떨어져 있어 피고인과 같이 위 교차로를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으로 향하여 진행하는 운전자로서는 위 차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는 지점의 5 내지 10m 전방에 이르기까지에 한하여 전방주시 의무를 동시에 이행할 수 있는 정상적인 운전자세로 위 차량신호기를 올려다 볼 수 있을 뿐이고, 그 지점을 지나친 후에는 위 교차로를 통과할 때까지도 차량신호기의 지시를 받을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과 같이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을 향하여 진행하는 운전자로서는 위 차량신호기가 설치된 지점의 5 내지 10m 전방의 지점을 지날 때부터 위 교차로를 통과할 때까지는 통상의 차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교차로 부근을 통과하는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따라서만 운행할 수 있다 할 것이고, 한편 이 사건 피해자와 같이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좌회전하고자 하는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위 교차로가 비보호 좌회전이 허용된 곳이고, 위 차량신호기가 위 교차로 입구에서 약 29m나 떨어져 있으므로 비록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와 같이 위 차량신호기의 신호가 차량정지신호 상태에 있다고 할지라도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으로, 또는 서구 보건소 방면에서 서구청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 잘 살펴 자신의 책임하에 안전하게 운행하여야 하고, 위 차량신호기의 신호가 차량정지신호 상태에 있다고 하여 만연히 곧바로 좌회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 차량신호기는 위 교차로를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 및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에 대하여 각 통행에 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 차량신호기는 그 곳에 설치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들에 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이 신호를 위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위 차량신호기가 그 곳에 설치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들에 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일 뿐 위 교차로를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 및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에 대하여 각 통행에 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가 어렵다.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위 두 개의 차량신호기가 모두 횡단보도 위에 설치되어 있고 교차로를 가로질러 대각선을 이루는 지점에 설치되어 있지 않음은 원심판시와 같지만, 위 신호기가 반드시 교차로를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어야만 교차로 통행방법을 지시하는 신호기로 볼 수 있다는 근거는 없는 것이다.

먼저,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본다면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차량을 위하여 황색실선의 중앙선이 끊겨 있고 백색점선의 중앙선이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그어져 있으므로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으로 본다면 횡단보도 앞에 정지선이 그어져 있고 횡단보도를 약 29m를 지난 지점 즉 교차로 진입 입구에 또 다른 정지선이 그어져 있음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은바, 만일 원심과 같이 이 사건 차량신호기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들에 대한 지시만을 표시하는 신호기라고 한다면 횡단보도를 약 29m 지나 교차로 진입 입구에 그어져 있는 위 정지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도로에 그어져 있는 정지선은 진행하는 차량이 정지하여야 할 지점을 표시하는 것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 피해자와 같이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좌회전하고자 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으로, 또는 서구 보건소 방면에서 서구청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 잘 살펴 자신의 책임하에 안전하게 좌회전하여야 한다면,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은 반대 방면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이 있는지의 유무와는 상관 없이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어 교차로 진입 입구에 그어져 있는 정지선에 정지할 필요가 없게 되어 결국 위 정지선은 불필요한 선을 그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교차로의 성상 및 규모 이 사건 차량신호기의 위치와 형태 그리고 교차로 입구에 위 정지선이 그어져 있는 이유 등을 고려하여 본다면,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로 진행하는 차량들은 횡단보도에 설치된 이 사건 차량신호기의 신호에 따라 신호기의 신호가 녹색등화일 경우에는 계속 진행을 할 수 있고, 적색등화인 경우에는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정지를 하여야 하며, 다만 황색등화인 경우에 이미 횡단보도를 진입하였다면 신속히 횡단보도를 통과한 후 이 사건 차량신호기가 적색등화인 동안 반대 방면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을 위하여 교차로 입구의 위 정지선에서 정지하여야 하고,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은 특히 위 교차로에 비보호좌회전 표시 또는 좌회전을 금지하는 표시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을 엿볼 수 있으므로 위 차량신호기가 적색등화일 때 좌회전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사건 차량신호기가 비록 교차로 입구로부터 약 29m 떨어진 횡단보도 위에 설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들에 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일 뿐 아니라, 이 사건 교차로를 농성지하도 방면에서 서구 보건소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 및 서구청 방면에서 농성지하도 방면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에 대하여도 각 통행에 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 즉 이 사건 교차로를 통과하는 모든 차량들에 관한 지시를 표시하는 신호기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차량신호기가 이미 적색신호이어서 다른 차량들은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모두 정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피고인만이 위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같은 속력으로 진행하여 횡단보도 앞의 정지선은 물론 교차로 진입 입구의 정지선도 그대로 통과하여 진행하다가 반대 방면에서 위 차량신호기의 적색신호를 신뢰하여 좌회전하는 차량을 충격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원심 판시와 같은 상해를 입게 한 것이라면, 피고인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 가 정하는 신호위반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신호를 위반하여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기각을 선고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은 필경 도로교통법상의 신호체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도로교통법위반의 죄는 이 사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의 죄와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1995. 12. 2. 공포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된 일반사면령(대통령령 제14818호)에 의하여 사면되었으므로 이 부분도 함께 파기하기로 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