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살인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폭행)부착명령
2018고합606가.살인
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폭행)
2018전고29(병합) 부착명령
1. 가. A
2.나.B
윤원기(기소), 신승호(공판)
변호사 이영심(피고인 A를 위한 국선)
변호사 곽준호, 박지현, 윤아영(피고인 B를 위하여)
2019. 6. 4.
[피고인 A]
피고인을 징역 30년에 처한다.
압수된 17cm휴대용등산용칼(날 7.5cm) 1개(증 제1호)를 몰수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별지 기재 준수사항을 부과한다.
[피고인 B]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
범죄사실 및 부착명령 원인사실(피고인 A)
[범죄사실]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서울 강서구 C건물 지하 1층에 있는 'D PC방'에 손님으로 온 사람이고, 피해자 E(20세)은 D PC방에서 아르바이트 생으로 일한 사람으로 피고인과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8. 10. 14. 06:50경부터 D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던 중 먼저 와서 게임을 하고 있던 동생 B의 옆자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인 피해자가 자리를 제대로 치워주지 않고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였다. 피고인은 112신고를 받고 경찰관 2명이 출동하였음에도 사장을 불러주거나 게임비 1,000원을 환불하여 달라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 피해자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08:00경 D PC방을 나가 그곳에서 약 330m 떨어진 서울 강서구 F 아파트, G호에 있는 피고인의 집으로 가 이전부터 소지하고 있던 칼(H사 I, 전체 길이 약 17.1cm, 날 길이 약 8.6cm)을 바지 왼쪽 주머니에 넣고 08:07경 다시 D PC방으로 돌아왔다.
피고인은 2018. 10. 14, 08:08경 D PC방 앞에서 마침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곧바로 피해자에게 다가가 오른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리고 피해자와 서로의 머리를 잡는 등 몸싸움을 하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의 머리를 잡은 손을 놓치자 왼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리고, 이를 피하려는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당겨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후 피고인은 미리 준비한 칼을 꺼내 들고 바닥에 넘어져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 부위를 80여 회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찌르고 베어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손 등에 다발성 찔린 상처 및 벤 상처를 가하면서 안면 동맥과 노뼈 동맥을 절단시켰고,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1:17경 서울 양천구에 있는 J병원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부착명령 원인사실]
피고인은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범행동기, 범행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추어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
증거의 요지(피고인 A)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B, K, L, M, N, O, P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B, Q, O, R. K의 각 진술서
1.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
1. 시체검안서, 부검감정서, 현장감식결과보고서, 구급활동일지
1. 각 112신고사건처리표, 유전자감정서
1. 압수물사진, 각 범행현장사진, 감식현장 및 검시사진, 범행 장면 CCTV 녹화영상 분석, 범행장면 등 CCTV 녹화영상 CD, S 메시지, 지도검색결과, 시간대별 범행상황 CCTV영상 캡처 사진, CCTV 종합(범행현장백업원본, 카메라별CCTV영상, PC방백업, 국과수 화질개선영상, 시간대별 편집영상, T대학교 화질개선) 영상 CD, 112신고 녹취파일
1. 수사보고(범행 장면 CCTV 녹화영상 분석), 수사보고(피의자 주거지에 설치된 CCTV 녹화영상 분석), 수사보고(피의자의 집과 범행현장 거리 측정), 수사보고(범행 전·후 상황 CCTV 영상사진 첨부), 수사보고(피의자가 사용한 칼에 대한 정보 확인)
1. 판시 살인범죄에 관한 재범의 위험성
앞서 거시한 각 증거와 청구 전 조사서의 기재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과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경위와 수법,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다시 살인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
○ 피고인에 대한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ORAS-G) 평가 결과 총점 13점으로 피고인의 재범위험성이 '높음' 수준이고,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 결과 총점 17점으로 피고인의 정신병질적 성격 특성에 의한 재범위험성은 '중간' 수준이어서 피고인에 대한 종합적인 재범위험성은 '높음 또는 중간'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칼로 80회 이상 찔러 살해한 것으로, 범행방법이 매우 잔혹할 뿐만 아니라 사소한 문제로 인한 말다툼 외에 특별한 범행 동기를 찾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생명경시 태도가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사소한 이유로 주변 사람 또는 행인 등에게 시비를 걸거나 싸움을 하는 등 폭력적 성향을 드러냈다. 피고인은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하고 충동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 내재된 공격성 또는 폭력 성향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
법령의 적용(피고인 A)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유기징역형 선택)
1. 몰수
1.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및 준수사항 부과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제9조 제1항 제1호, 제9조의2 제1항 제1호, 제2호의2, 제5호[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명령을 청구하는 외에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에 따른 형 집행 종료 후의 보호관찰명령도 함께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인과 같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은 위 법률 제13조 제1항에 따라 형 집행 종료 직전 전자장치 부착명령 집행을 받고, 위 법률 제9조 제3항에 따라 그 부착기간 동안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관찰을 의무적으로 받게 되므로, 보호관찰명령을 별도로 청구할 이익이 없다. 검사의 보호관찰명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피고인 A)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 ~ 3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계획적 살인 범행,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가중영역, 징역 15년 ~ 무기이상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 30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최상위의 가치이다. 살인죄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서 그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범죄이므로, 살인죄의 양형에 있어서는 그와 같은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법원은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들을 참작하고 책임주의의 원리에 기하여 피고인의 행위와 불법의 정도에 상응한 적정한 형을 정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평소 일면식도 없던 PC방 아르바이트생인 피해자와 사소한 시비를 벌인 끝에 살인을 결심하고 범행도구인 흉기를 미리 준비해 와 일반 공중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상가건물에서 피해자에게 갑자기 공격을 가하여 피해자를 쓰러뜨린 다음 흉기로 피해자의 얼굴 등을 무차별적으로 80회 이상 찔러 잔혹하게 살해하였다. 이 사건 범행 과정에서 보인 피고인의 행동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이고 잔인하며, 피고인의 극단적인 생명 경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 사건은 원한관계 또는 치정, 보복 등의 동기로 발생하는 통상의 살인 사건과는 큰 차이가 있고, 범행 동기에 있어 참작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일반 공중이 이용하는 상가건물 내에서 여러 목격자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무차별적인 공격행위를 하였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제지할 때까지 위와 같은 잔혹한 공격행위가 계속됨으로써 목격자들은 물론 사건 소식을 접한 사회 일반에 커다란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는바,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은 사회적으로도 몹시 위험하고 죄질이 극히 나쁘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잔인하고 무차별적인 흉기에 의한 공격으로 치명적인 신체 손상을 입고 영문도 모른 채 사망하였다. 이 사건 범행 과정에서 겪었을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상하기도 어렵다. 20세인 피해자는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나 건실하게 생활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꿈꿔왔는데, 피고인의 범행으로 자신의 뜻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억울하게 눈을 감았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들 또는 동생을 잃게 된 유족들 또한 큰 절망과 슬픔 속에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으로 가슴에 한을 품은 채 살아갈 것으로 보이고, 그저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줄 것만을 탄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공판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였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만성적 우울감과 불안 등에 시달려 왔고 이러한 정신적 문제가 일부 이 사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하여는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진심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앞서 본 여러 정상관계에 더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요소와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 범위, 유사 사건의 하급심 판결례와 양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피고인 B)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형인 A와 함께 D PC방에 손님으로 온 사람이고, 피해자 E(20세)은 D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사람으로 피고인과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A는 2018. 10. 14. 06:50경부터 D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던 중 먼저 와서 게임을 하고 있던 피고인의 옆자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인 피해자가 자리를 제대로 치워주지 않고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시비가 붙어 말다툼을 하였다. A는 112신고를 받고 경찰관 2명이 출동한 후 같은 날 08:00경 D PC방을 나갔다가 08:07경 다시 D PC방으로 돌아왔고, 피고인은 08:00경 A와 함께 D PC방을 나와 위 PC방 앞과 1층 출입구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가 피고인 A가 돌아오자 피고인 A를 뒤따라 다시 D PC방으로 갔다.
피고인은 A를 따라 D PC방 앞에 이르러 A가 마침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다가가 주먹으로 때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피해자와 A가 서로 머리를 잡고 몸싸움을 하는 상황이 되자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양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잡고 힘을 주어 당겨 피해자의 몸이 뒤쪽으로 끌리면서 A의 머리를 잡은 손을 놓치게 하고, A가 왼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잡은 채로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리는 동안 피해자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A와 공동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 요지
피고인은 A와 피해자의 몸싸움을 말리기 위하여 피해자를 잡고 A로부터 떼어내려고 하였을 뿐, A와 공동하여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동 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수인이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성립하지만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9721 판결 등 참조), 공동정범의 주관적 요소인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3도5374 판결 등 참조).
2)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의 '2인 이상이 공동하여'라 함은 죄를 범한 수인 사이에 공범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수인이 동일 장소에서 동일 기회에 상호 다른 사람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범행을 한 경우임을 요한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3도5374 판결 등 참조).
나.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A는 2018. 10. 14. 07:00경부터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였고, 피고인은 같은 날 07:37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를 하였다(이하 인정하는 사실은 모두 같은 날 발생한 일이므로 연도와 날짜 기재를 생략한다).
2) 피고인의 신고에 따라 서울 강서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07:43경 D PC방에 도착하였고, 약 15분 정도 머무르면서 A와 피해자로부터 사건의 경위를 들었다. A는 경찰관들이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자 08:00경 D PC방에서 나왔고, 피고인과 경찰관들은 A의 뒤를 따라 PC방을 나왔다.
3) A는 D PC방에서 나와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고, 피고인도 A를 뒤따라 화장실로 들어갔다. A는 약 5초 후 화장실에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간 후 그곳에서 약 330m 떨어진 자신의 집(F아파트 G호)으로 뛰어갔다. 피고인은 A 뒤를 쫓아 화장실에서 나온 후 A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에스컬레이터로 걸어 올라가 건물 1층으로 갔다가 다시 PC방이 있는 지하 1층으로 내려왔다.
4) 피고인은 08:03경부터 약 2분 20초 동안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주변에서 서성이다가 다시 1층으로 올라가 건물 출입구 밖에서 담배를 피웠다. 피해자는 08:06경 쓰레기를 버리러 PC방에서 나와 1층 분리수거장으로 갔는데, 피고인은 담배를 피우면서 피해자가 쓰레기를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5) A는 08:07경 PC방 건물로 돌아왔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 PC방 문을 열고 피해자가 자리에 있는지 확인한 후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서성거렸다. 피고인은 A가 PC방 건물로 돌아왔을 때부터 약 1m 정도 간격을 두고 A를 계속 따라다녔다.
6) A는 08:08경 피해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지하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다가가 오른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렸고, 그때부터 피해자와 A는 서로 머리를 잡고 몸싸움을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뒤에서 두 사람이 몸싸움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잡았고, 약 9초 동안 피해자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다.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더하여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과 그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A와 공동하여 피고인을 폭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폭행할 뚜렷한 동기가 없음
피해자에게 불만을 가지고 말다툼을 한 사람은 A이고, 피고인은 다툼의 당사자가 아니다. 피고인이 112에 신고하기 직전 피해자에게 짜증 섞인 말을 던지긴 하였지만, 이후 신고 과정에서는 차분한 어조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해결을 부탁하였고, 경찰이 출동한 이후에도 A와 피해자의 말다툼에 개입하지 않은 채 답답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뒤에 서서 A, 피해자, 경찰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피고인의 신고에 따라 D PC방에 출동하였던 경찰관 P는 경찰에서 "당시 A와 피해자는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 보였고 피고인은 이런 상황을 어이없어 하는 것 같았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가 그 직후에 D PC방 점장에게 보낸 메시지에도 "목에 타투하고 안경 쓴 손님이 자리 치워 달래서 치워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욕하면서 카운터까지 오더니 혼자 계속 영업방해 하더니 경찰 부르고..."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형인 A에게 동조하여 피해자에게 다소 불쾌한 감정을 가졌을 수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A와 피해자가 사소한 일로 신경전을 벌이며 싸움을 확대하는 것을 답답하게 생각하면서 상황이 빨리 해결되길 바랐을 뿐,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특별한 악감정을 가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소의 불쾌한 감정을 가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피고인이 A와 공동하여 피해자를 폭행할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피고인이 A와 폭행을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A는 08:00경 D PC방에서 나와 약 5초간 화장실에 머문 후 갑자기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 집으로 갔다. 피고인은 A 뒤를 쫓아다니긴 하였으나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고, A가 갑자기 뛰어나간 이후로는 A의 행방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A는 검찰에서 "화장실에서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가는지 보고 있어라' 또는 '너는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한편으로 A는 검찰에서 "내가 피고인에게 '쟤 가는지 보고 있어'라고 말하자 피고인이 '왜'라고 반문하였는데 그에 대해서 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갔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A는 피해자와의 말다툼 이후 격분하여 순간적으로 살인을 결심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곧바로 나와서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올라 집으로 뛰어가는 등 몹시 흥분한 상태로서 당시 피고인과의 대화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검찰진술, 피고인과 A의 법정진술 등에 비추어 당시 A가 실제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하였는지 불분명하다. 설령 A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 자체로 피고인과 A가 묵시적으로라도 공동폭행 행위를 하기로 의사교환을 하는 취지라고는 볼 수 없다. A는 08:07경 PC방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피해자가 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하였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쓰레기를 버리러 분리수거장에 간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A에게 피해자의 행방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CCTV 영상을 보더라도 피고인은 A를 따라다니고 있을 뿐 A와 함께 피해자를 찾는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은 A와 피해자의 다툼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A를 주시하였을 뿐인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피고인이 A의 돌발적인 가해행위를 예상하거나, 폭행에 동참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이 피해자를 잡아당긴 행위는 '싸움을 말리는 행위'로 봄이 타당함
가) 피고인은 A와 피해자의 몸싸움이 시작되자 피해자의 뒤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피해자의 허리 쪽을 잡고 끌어당기는 동작을 하였을 뿐, 적극적으로 피고인을 제지하여 싸움을 말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피고인은 통상적으로 가해자의 폭행을 돕는 전형적인 행동, 즉 가해자와 함께 피해자를 때리거나 피해자의 몸을 힘을 주어잡아 결박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범행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을 보면 A와 피해자의 움직임에 따라 피고인의 몸이 회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잡아당긴 힘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잡아당긴 행위는 객관적으로 '싸움을 돕는 행위'라기보다는 '싸움을 말리는 행위'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A와 피해자가 갑자기 서로 엉겨 붙여 과격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돌발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 피고인이 두 사람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싸움을 말리거나 먼 쪽에 있는 A에게로 가 A를 붙잡지 않고 가까운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단 잡아끌어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 시도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몸싸움 상황에 당황한 피고인이 나름대로 싸움을 말리기 위해서 취한 행동으로 볼 수 있어, 이것이 일반 경험칙에 비추어 싸움을 말리는 사람의 행동으로서 부자연스럽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편, 검사는 A와 피해자가 몸싸움을 시작한 후 피해자가 A를 제압하는 형세가 되자 피고인이 A를 돕기 위해 피해자의 허리를 잡아당기기 시작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와 A가 서로 머리를 잡으며 뒤엉키는 찰나의 순간에 피해자의 뒤에 서있던 피고인이 A가 열세에 놓인 것을 파악하여 피해자를 잡아당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추론이다. 만약 피고인이 A를 도울 생각이었다면 좀 더 적극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였을 것이나,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은 피해자를 잡아당기면서 A와 떼어 놓으려는 행동만을 하였다. 위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리를 잡을 당시 피해자가 A를 제압하는 형세가 되었다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리를 잡는 행동 때문에 피해자가 중심을 잃고 A의 머리를 놓치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 피고인은 A가 피해자를 쓰러뜨리고 피해자의 몸에 올라타 칼을 꺼내어 들고 가해행위를 하자 A의 팔을 잡고 필사적으로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최초 몸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잡아당긴 행위는 전체적으로 싸움을 말리는 일련의 행위 중 일부라고 봄이 타당하고, '피해자를 허리를 잡아당긴 행위'와 'A를 잡아당긴 행위'를 인위적으로 구분하여 앞선 행위는 폭행을 돕는 행위이고, 이후 행위는 폭행을 말리는 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 작위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U연구소,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실 범죄분석담당관 등 전문기관에 범행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을 송부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잡아당기는 것인지(피고인이 싸움을 말리는 것인지), 아니면 잡고 있는 것인지(피고인이 A를 도운 것인지)에 관한 분석을 의뢰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와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실 범죄분 석담당관은 '판단이 곤란하다'고 회신하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리를 잡은 채로 좌측으로 움직이는 장면과 자신의 상체를 뒤로 젖히는 장면이 관찰되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끌어당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회신하였으며, U연구소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가가 옷을 잡고 당기는 행위를 하는 패턴이 식별된다. 이후 A가 피해자를 공격하는 과정에서는 강하게 당기거나 항거하지 못하도록 붙잡는 등의 행동패턴은 식별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A의 범행이 용이하도록 피해자를 잡고 있는 상태로 보기 어려운 패턴으로 판단된다'고 회신하였다.
또한, U연구소 소장 V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여러 사람이 함께 1명을 폭행하는 장면을 보면, 헤드락을 건다든지, 양팔을 잡아당긴다든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든지, 양손으로 복부를 잡고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패턴이 다수 발견된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잡은 장면에서는 그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음 잡고 회전할 때를 보면 양팔은 그대로 선 상태로 몸이 같이 돌아가는 자세가 포착되어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폭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A의 폭행을 도울 의도로 피해자를 잡아당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A는 검찰에서 "동생이 저를 도와주기 위해 허리를 잡아당긴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그러나 이는 A가 경찰 수사단계에서 CCTV 영상을 열람한 후 경찰의 유도된 질문에 따라 주관적으로 상황을 평가하여 진술한 것을 검찰에서 다시 그대로 진술한 것에 불과해 보일 뿐만 아니라, A는 이후 이와 상반되는 취지로 "동생은 싸움을 말리려고 한 것 같습니다. 제가 동생이 저를 일부 도왔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지금은 도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에 배치되는 위와 같은 주관적인 평가적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공동가공의 의사 및 행위를 인정할 수도 없다.
4)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증거능력이 없고 증명력도 부족함
검찰은 피고인의 폭행 가담 여부에 관한 답변에 대하여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시행한 결과 거짓반응이 나온 점을 유죄의 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거짓말 탐지기 검사결과에 대해서는,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고, 특히 마지막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 여부 판정은 거짓말탐지기가 검사에 동의한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하고, 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내용을 객관성 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라야만 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는바(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 등 참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거짓말 탐지기 검사결과가 위와 같은 전제요건들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재판장 판사 이환승
판사 정지원
판사 민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