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등취소][미간행]
삼성탈레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운호 외 1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치오)
2013. 5. 15.
1. 피고가 2012. 4. 24. 원고에게 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 경위
가. 장보고-III 잠수함 연구개발사업 입찰
국방과학연구소는 2009. 2. 12. 장보고-III 잠수함에 탑재될 전투체계와 소나(sonar)체계의 연구개발사업에 관한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의 제안요청서를 공고하였다. 전투체계는 단일 사업으로 발주되었으나, 소나체계는 ① 체계종합, ② 선측배열센서, ③ 선체부착형 능수동센서, ④ 예인선 배열시스템으로 분리 발주되었다.
나. 원고와 엘아이지넥스원 주식회사의 협약
원고와 엘아이지넥스원 주식회사(이하 ‘LIG넥스원’이라 한다)는 2009. 3. 20. 이 사건 입찰 중 전투체계 입찰에 관하여 양사가 공동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응찰하되 원고가 주사업자가 되고 LIG넥스원이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협약을 체결함과 아울러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 입찰에 대해서도 양사가 협력하여 응찰하되 이에 대해서는 LIG넥스원이 주사업자가 되고 원고가 협력업체로 참여하기로 하는 협약(이하 이 두 협약을 합하여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피고의 처분
피고는, 원고와 LIG넥스원이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한 것은 전투체계 입찰에서는 원고만이,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 입찰에서는 LIG넥스원만이 응찰하는 방식으로 입찰 건별로 나눠 먹으려는 합의를 한 것이어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2. 4. 24. 원고에게 시정명령과 26억 7,8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10, 12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1, 12호증의 기재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
이 사건 입찰 중 원고가 소나체계 부분에, LIG넥스원이 전투체계 부분에 응찰하지 않은 것은 그 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일 뿐이어서, 원고와 LIG넥스원이 입찰 건별로 나눠 먹으려는 합의를 하였다거나 이 사건 협약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 인정 사실
1) 이 사건 입찰에서의 업체선정 방법 등
가) 전투체계
평가항목 배점은 기술능력평가 90점, 비용평가 10점으로 구성되고, 기술능력평가 점수가 그 배점 한도의 85% 이상인 업체를 협상 적격업체로 선정한다. 입찰에 참여하는 제안업체는 사업 추진의 효율성과 부족한 부분의 보충을 위해 협력업체를 둘 수 있는데, 협력업체는 국내 업체로 한정되고 국외 업체는 협력업체가 될 수 없다.
나)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
평가항목 배점 내용이나 기술능력평가 점수가 그 배점 한도의 85% 이상 되어야 한다는 점은 전투체계 입찰과 같다. 다만 국내 개발 기반이 부족한 분야의 장치나 국내 개발성이 결여된 장비 단위들에 대해서는 전투체계와 달리 국외 협력 또는 국외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최소 국산화 목표율이 부품/금액 대비 70% 이상이어야 한다.
2) 원고 및 LIG넥스원의 당시 기술력
가) 전투체계 부분
(1) 잠수함 전투체계
함정의 전투체계란 지휘관이 상황을 평가하여 지휘를 결심할 수 있도록 소나 등 각종 탐지·추적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교전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구성된다.
그런데 잠수함은 공간적 제약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수상함과는 달리 무장을 통제·제어하는 기능(무장통제)까지 전투체계에 포함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처리하여야 할 데이터양도 수상함보다는 약 2배가량 증가하는 등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의 난이도가 수상함보다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잠수함은 공간이 좁기 때문 전투체계 관련 장비들을 고도로 집적화하여 개발하여야 하며, 은밀성과 수중에서 배터리 전원으로 운용되는 점에서 소음발생 및 전력소모를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수상함 전투체계와 차이를 보인다.
(2) 원고의 기술력
원고는 20여 년 동안 국내에서 수상함 전투체계 연구개발사업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행하였다. 2008년 말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유도탄 고속정(PKG) 전투체계에 대하여 100%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입찰 시까지 잠수함 전투체계 개발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바는 없었으며, 특히 수상함과 달리 잠수함 전투체계에 포함되어야 할 무장통제 분야에 관하여는 원고가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없어 그 부분에 대하여는 개발능력을 갖추지 못하였다.
(3) LIG넥스원의 기술력
LIG넥스원은 국외 기술협력 등을 전제로 3차례에 걸쳐 국내 수상함 전투체계 입찰에 참여한 바 있으나 모두 수주하지 못하여 잠수함은 물론, 수상함 전투체계 연구개발사업도 실제 수행한 경험이 없다. 그리하여 잠수함 전투체계 연구개발사업에 국외 기술협력이 전면 금지된 이 사건 입찰에 LIG넥스원이 독자적으로 참여할 경우 기술능력평가에서 그 배점 한도의 85% 이상을 얻어 협상 적격업체로 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반면, LIG넥스원은 원고가 개발능력을 갖추지 못한 수중 무기체계(무장통제) 부분에 관하여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나)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 부분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은 개별 소나가 탐지한 정보를 통합·분석하는 시스템으로서 국내에서는 LIG넥스원이 사실상 유일하게 개발능력을 갖춘 업체이며, 원고는 이 부분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였다. 더욱이 이 부분 입찰조건은 최소 국산화 목표율이 부품/금액 대비 70% 이상이었기 때문에, 원고가 국외 업체나 LIG넥스원 외 다른 국내 업체와 협력하더라도 그 입찰조건을 충족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잠수함의 경우 그 특성상 소나체계와 전투체계의 연동·통합이 중요하여 소나체계의 체계종합을 연구개발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전투체계와의 연동·통합을 검증해 보아야 하고 이를 위해 전투체계 시뮬레이터 장비를 제작하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투체계 연구개발을 사실상 독점해 온 원고가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3) 원고와 LIG넥스원의 이 사건 협약
이 사건 입찰에 관한 제안요청서가 공고된 이후 앞서 본 것처럼 원고와 LIG넥스원은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전투체계는 원고가, 소나체계의 체계종합은 LIG넥스원이 주사업자로 응찰하되, 전투체계에서는 무장통제 분야에 기술적 강점이 있는 LIG넥스원이 그 분야에 대해, 소나체계의 체계종합에서는 신호처리나 전투체계 시뮬레이터 개발 등에 기술적 강점이 있는 원고가 그 분야에 대해 각각 협력업체로 참여하기로 한 것이었다.
4) 이 사건 입찰 결과
전투체계 입찰에서는 원고가 주사업자(시제업체)이고 LIG넥스원 등 8개 업체가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제안서가 제출되었고, 소나체계의 체계입찰에서는 LIG넥스원이 주사업자(시제업체)이고 원고 등 7개 업체가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제안서가 제출된 것 외에는 다른 업체에 의한 제안서 제출이 없어 각각의 입찰은 모두 유찰되었다. 이후 재공고에 따른 재입찰에서도 마찬가지이어서 결국 전투체계 입찰에서는 원고가, 소나체계의 체계입찰에서는 LIG넥스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인정 근거] 갑 제7~12호증, 을 제1~5, 11, 12, 14, 15, 21, 23, 67~69, 71, 72, 81, 87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증인 소외 4, 소외 5의 증언, 방위산업청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이러한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입찰이 전투체계 분야에 대해서는 국외 업체와의 기술협력을 전면 금지하고,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에 대해서도 국산화를 원칙으로 하여 국외 업체와의 협력을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고 또 국산화 목표율이 70% 이상이 되도록 하는 조건을 부가함에 따라, 이러한 입찰조건하에서는 원고가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에 관하여, LIG넥스원이 전투체계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할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였고, 그리하여 원고와 LIG넥스원은 각각 그 분야의 입찰에 응찰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기술능력평가에서 85% 이상의 점수를 얻어 협상 적격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적 강점이 있는 부분에 협력업체로 참여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와 달리 피고의 주장처럼 원고와 LIG넥스원이 각각의 입찰에서 충분히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는데도 입찰 건별로 나눠 먹으려는 합의를 하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들은 이 사건 입찰의 제안요청서가 공고되기 이전으로 국외 협력이나 국외 기술 도입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 상태에서 원고나 LIG넥스원이 국외 업체와의 기술협력으로 연구개발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들이거나 혹은 제안요청서가 공고되어 이 사건 입찰이 국외 협력 등을 전면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것임이 밝혀진 상태에서 그러한 조건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독자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할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였던 원고와 LIG넥스원이 상호 협력을 전제로 그 담당할 분야에 관하여 협의한 내용인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원고는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 입찰에, LIG넥스원은 전투체계 입찰에서 독자적으로 응찰하더라도 입찰조건을 충족하여 낙찰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없어 애초부터 그 분야 입찰에서 경쟁사업자가 될 수 없었다고 봄이 옳고, 그러한 이상 그 분야 입찰에 응찰하지 않고 협력업체로 참여하기로 한 이 사건 협약으로 말미암아 그 분야 입찰에서 부당하게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만약 원고와 LIG넥스원이 전투체계 연구개발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고 양사의 협력이 불가피하였다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공동계약체결 신청을 하고 그 요건에 따라 처리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입찰에서 원고와 LIG넥스원이 그와 같이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 부분 피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는 또 원고가 이 사건 입찰 중 소나체계의 선측배열센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 사건 협약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가 의결 당시 처분사유로 삼지 않은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
3. 결론
이 사건 협약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이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