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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집행유예
red_flag_2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9. 25. 선고 2013노2393 판결

[국가보안법위반(잠입·탈출)·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국가보안법위반(회합·통신등)][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의 변호인과 검사

검사

이시원(기소), 문지석(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이덕우

주문

제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을 징역 1년 6개월과 자격정지 1년 6개월로 각 정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995. 8. 12.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은 무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제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각 죄 중 일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공소외 1(대법원판결의 공소외인) 주1) 을 만나기 위하여 입북하였다가 북한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여러 행사에 참가하였을 뿐이지 북한의 활동에 동조하지는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범행의 고의도 없었으며, 특히 금수산기념궁전에서의 단순한 참배행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도 아니다}, 양형부당.

나. 검사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제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과 관련하여, 위 각 공소사실에 들어맞는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 등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조치는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을 오인한 위법 등이 있다}, 양형부당.

2. 이 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등 주장에 대하여

(1) 피고인의 주장 내용

피고인은 기질적으로 어떤 사상이나 이념 등의 집단논리에 경도되거나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자칭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의 자유인’으로서, 장준하 선생을 존경하고 백범 김구 선생을 흠모하는 민족주의자(조국과 한민족의 얼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아들의 이름도 ’○○‘이라고 지었음)이자 민주주의자일 따름이고, ‘상식적인 정의’에 바탕을 둔 인도주의를 추구하는 피고인의 성격 때문에, 공소외 1의 정치적 이념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개인적인 연민과 인간적인 존경심으로 그를 후원하게 되었다(아무런 사상적 연고가 없고 어떠한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부탁이나 지시 없이 공소외 1을 후원한 행위에 대하여, 당시 대한민국 공안 당국과 소위 ‘운동권’ 측 모두 의아해하면서 피고인의 저의를 의심하였다).

공소외 1이 북한으로 송환되고 피고인은 형이 있는 아르헨티나에 체류하고 있을 무렵 ‘공소외 1이 죽기 전에 피고인을 한 번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 내용의 엽서를 받았고, 피고인은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 공소외 1의 타계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그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하였다.

피고인은 1995. 8. 10.경 북한에 들어가 1995. 8. 11. 당초의 목적대로 공소외 1을 만났지만 그 후 바로 출국하지 못하고, ‘조국해방 50돐 민족통일대축전’(이하 ’민족통일대축전‘이라고 함)과 관련하여 북한 당국에서 미리 짜놓은 일정에 따라 여러 장소를 방문하고 각종 행사에 참가하였다. 다만 피고인은 당시에도 북한 체제나 김일성 주체사상 등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었으므로, 북한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지는 않았고, 처음 노동신문의 잘못된 기사 내용을 보았을 때 나름대로 항의도 하였다.

피고인은 북한 방문을 전후하여 범민련 유럽본부 측과 교류하기도 하였으나, 범민련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생각이 달라 북한 방문 이후에는 범민련 사무실에서도 나와 혼자 생활하였고, 오랫동안 독일에서 난민 자격으로 지내며 고국을 그리워하다가 가족들과 함께 노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은 소박하고도 간절한 소망에 20여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2) 관련 법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정하고 있는, 이른바 ‘반국가단체 등 활동 동조죄’에서 말하는 ‘동조’행위라 함은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과 같은 내용의 주장을 하거나 이에 합치되는 행위를 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원리는 반국가단체 등 활동 동조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 의하여 금지되는 동조행위는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야만 하므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취지가 일부 포함된 집회에 단순히 참석함에 그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같은 조항에서 정한 동조죄를 저질렀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등 참조).

(3) 이 법원의 판단

피고인이 앞서 진술한 성장배경, 남다른 성격이나 기질, 사회활동 경력, 방북 전후의 이념적 성향, 방북의 목적, 방북 시점 등까지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내세우는 사실오인 등 주장의 당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여러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북한으로 들어오기 전 독일 베를린에 있는 범민련 유럽본부 사무실에서 약 5개월 동안 숙식을 하면서 기관지인 ‘조국은 하나’의 편집 등을 도와주기도 하였으므로 범민련이 북한의 주장과 선전·선동을 따르고 전파하는 단체라는 사정과 1995. 8. 15.경을 전후하여 북한에서 대대적으로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범민련 유럽본부 소속 관계자도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이 범민련 유럽본부 사무실에서 북한 공작원 공소외 2를 만나게 되었고 그를 통하여 민족통일대축전 행사를 앞두고 북한에 들어가게 되었으므로, 북한 측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1을 단지 상봉시켜 주는 정도의 인도주의적 배려에 그치지 않고 공소외 1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피고인을 북한이 개최하는 여러 정치적 행사에 참가하게 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선전 등에 이용할 가능성도 높다는 사정을 예측할 수 있었으리라고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1995. 8. 12. 김일성 동상을 방문하였을 당시 단순한 참관이나 의례적인 수준에서의 묵념 정도에 그치지 않고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위대한 수령 김일성 유훈인 90년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 투쟁한다’는 내용의 결의문까지 채택한 점, ④ 피고인이 1995. 8. 13.경 ‘백두산 출정식’에 참석하였을 때에도 민족통일대축전에 관하여 당시 북한이 선전·선동하고 있던 내용과 어긋나지 않는 취지의 연설을 직접 하였고, 이어지는 1995. 8. 14.경 ‘민족통일대축전 평양시 군중대회’에 참석하였을 당시에도 북한측의 인사와 범민련 사무총장, 범청학련 남측본부 대표 등이 ‘남녘의 통일애국인사들이 파쑈 탄압을 박차고 평양에 오고... 분렬주의자들의 반통일행위를 용납하지 않고 투쟁으로 짓부셔 나가려는 남조선 인민들의 불굴의 의지...’, ‘김정일 장군’, ‘미국과 반통일매국세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는 등 북한의 선전·선동과 동일한 내용의 연설을 하는 것을 듣고 박수를 치는 등의 호응을 하였던 점, ⑤ 피고인은 1995. 8. 15.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 ‘8·15 범민족대회’, ‘대민족대회’에 각 참석하여 연방제 통일방안, 고려민주 연방공화국 등 북한이 주장하는 통일방안을 지지하는 각 연설자들의 연설에 박수를 치고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참가자 전체의 명의로 채택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들은 단순히 소극적이고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 북한의 주장에 호응·가세하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렀고 당시 채택한 결의문 등과 선동적 연설의 각 내용, 참석한 행사의 정치적 성격이나 규모 등에 비추어 그 호응·가세 행위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도 인정될 여지가 있다.

다만, 피고인이 1995. 8. 12.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한 행위에 대하여는, 북한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은 방북자들이 의례적으로 방문 또는 참배하도록 요구받는 장소로서 피고인이 소극적인 참배 이외에 적극적으로 김일성 우상화 등 북한 체제를 미화·찬양하는 발언·연설을 하거나 방명록 등에 그러한 취지의 글을 남겼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한 점(방명록 작성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음),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원리’에 비추어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한 참배 행위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예식)으로 애써 선해될 여지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이념의 장벽을 초월하여 한겨례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대승적 견지에서는 그것이 조금 더 선해될 여지도 있는 점, 피고인이 방북할 당시(1995년)에는 그곳에 김정일의 시신까지도 함께 안치되기 전으로서 ‘태양궁전’으로까지 승격되기 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그곳을 특별히 참관금지시설로 지정하여 교육하지도 않았고 피고인이 그러한 정부의 시책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나 형편도 아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평소 이른바 좌익용공세력을 추종하거나 친북성향이 뚜렷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과의 일시적 재회를 주된 방북의 목적으로 삼았던 피고인이 북한 측에서 미리 일방적으로 마련한 일정에 따라 이미 고인이 된 북한 지도자의 시신이 안치된 시설에서 동행한 일행들과 더불어 소극적으로 참배한 행위만으로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였다거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속단하기에는 여전히 주저되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검사가 이 쟁점과 관련하여 참조할 만한 선례로 제시한 서울고등법원 2013. 5. 24. 선고 2013노895 판결 , 2012. 8. 16. 선고 2011노2982 판결 의 사안은, 행위자의 방북시기와 방북목적, 평소 이념적 성향이나 방북 당시의 직책,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참배할 당시 외부적으로 표현된 언동의 방식 등의 측면에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서로 달라 위 각 판결을 이 사건의 선례로 삼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것으로 보임).

따라서 앞서 본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부분 중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도 섣불리 유죄로 처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피고인의 주장만 받아들이되, 나머지 사실오인 등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등 주장에 대하여

기록과 관련 법리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일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수긍되고, 거기에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으므로, 이 점을 다투는 검사의 위 각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제1심 판시 각 범죄사실 중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만 받아들여 양쪽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제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그 부분에 관하여만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하되,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는, 제1심 판결의 범죄사실 중 제8쪽에 있는 4.다.의 (2)항 부분을 전부 빼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1심 판결의 그것과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경합범 가중

1. 자격정지의 병과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본문, 제2항 (피고인에게 집행유예의 결격사유가 없고, 피고인의 평소 성향과 공소외 1과의 친분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편향된 정치적인 목적이나 신념 때문이 아니라 나름대로는 ‘인도주의’의 차원에서 공소외 1을 방문하기 위하여 방북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이 사건과 비슷한 유형의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범의 위험성도 없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은, 피고인이 1995. 8. 12. 김일성 시신이 보관되어 있어 북한정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와 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유도, 북한체제 선전을 위하여 활용하고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하여 김일성의 시신을 참배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에 동조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부족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박관근(재판장) 최은정 구민승

주1) 공소외 1(1917년~2007년) :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종군기자로 참전했다가 대한민국에서 체포되었다. 이후 34년간 비전향장기수로 복역하다가 1993년 북한으로 송환되었다. 북한에서 공화국영웅 칭호를 받았고 사망 후 유해는 애국열사릉에 안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