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2도1187 판결

[강도살인][공2002.7.1.(157),1451]

판시사항

[1]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준비, 공판기일에서의 진술 또는 그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피고인의 진술이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문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1] 전문진술이나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으나, 다만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314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춘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의 진술이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문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윤길중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2. 2. 7. 선고 200 1노264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서울 관악구 봉천 11동 1169-2 청동빌딩 7층 공소외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자인바, 평소 동거녀인 이경선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용돈과 생활비가 궁하여 이를 마련하기 위하여 위 빌딩 경비원으로부터 그 곳 1층에 있는 서울은행의 열쇠를 빼앗아 위 은행에서 돈을 훔치기로 마음먹고 범행에 사용할 칼과 장갑을 미리 준비하여 위 회사 숙직실에 숨어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기회를 보던 중, 2001. 4. 5. 00:55경 위 빌딩 1층 경비실 앞에서 경비원인 피해자 정태정(54세)에게 사무실 문을 열어 달라고 하면서 엘리베이터로 유인한 후 반항을 억압하기 위하여 주먹으로 위 정태정의 얼굴을 1회 강하게 때렸으나 그가 예상 외로 완강하게 반항하자 미리 준비한 칼로 그의 가슴을 비롯하여 온몸을 23회 찔러 위 정태정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다발성자창 등에 의한 실혈성 쇼크로 사망하게 하여 위 정태정을 살해하고, 위 정태정의 사체를 엘리베이터로부터 끌어내던 중 때마침 경비실에서 나와 이를 목격한 위 정태정의 부인 피해자 김외순(53세)을 발견하고 위 칼로 경비실로 도망가는 위 김외순의 등과 팔을 약 10여 회 찌르고 경비실에 있는 전기장판 전선줄을 잘라 그녀의 목을 감아 조른 다음 위 칼로 그녀의 목을 절개하여 위 김외순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경부절창 등에 의한 실혈성 쇼크로 사망하게 하여 위 김외순을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한 강도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은 검찰 이래 제1심 및 제2심 법정에서 위 피해자들을 살해한 것은 사실이나, 당시 피고인에게 강도의 범의는 없었다고 주장하는바, 우선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 중 피고인의 강도의 범의에 대한 증거인, 제1심 3회 공판조서 중 이경선의 진술기재와 위 이경선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의 증거능력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1)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검거되기 전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피고인과 동거를 하여 왔던 위 이경선은 검찰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일인 2001. 4. 5. 02:00-03:00 무렵 그들이 동거하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녀에게 "내가 미쳤나 보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부엌의 가방 속에 피묻은 청바지가 있다."고 말하였고, 이에 위 이경선이 깜짝 놀라 사람을 죽인 것이 정말이냐고 묻자, 피고인은 "정말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경비원과 마주쳤고, 그가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있어서 은행열쇠도 있는 줄 알고 그의 얼굴을 가방으로 뒤집어 씌우고 때려 기절시키려고 하였으나, 경비원의 반항이 너무 심하여 그를 칼로 찔러 죽였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니까 여자와 마주쳐, 그 여자도 죽였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 후 위 이경선은 제1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처음에 "내가 미쳤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왜 그러느냐고 묻자 피고인이 한참 후에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였고, 다시 누구를 죽였느냐고 물었더니 피고인이 또 한참 후에 "경비원 아저씨를 죽였다."고 말하였는데, 당시 그들 사이의 대화는 약 1-2시간에 걸쳐 위 이경선의 물음에 대하여 피고인이 한마디씩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진술하면서, 위 이경선은 화도 나고 안절부절하여, 탈진해서 쓰러져 잠이 들려는 피고인을 약 1시간 동안 흔들어 깨우면서 무엇 때문에 사람을 죽였느냐고 추궁하면서 "혹시 나 때문에 그랬느냐. 1억이냐, 2억이냐."고 물었고, 그와 같이 물은 것은 당시 자신이 경제적으로 쪼들리던 형편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졸려하면서 귀찮은 듯이 "경비원이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있어서 은행 열쇠도 있는 줄 알고 그의 얼굴을 가방으로 뒤집어 씌우고 때려 기절시키려고 하였으나 반항하여 칼로 찔러 죽였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위 이경선이 경찰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위 이경선과 나눈 대화 내용을 진술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이 사건 범행일 밤에 피고인과 나눈 대화의 내용은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과 동일하나, 그 대화의 방식은 제1심 법정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피고인과 위 이경선이 한마디씩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진술하고 있는바, 위 이경선의 위 경찰피의자신문조서와 검찰조서의 내용을 대조하여 보면 위 검찰조서는 위 경찰조서를 기초로 하여 문답식으로 되어 있던 대화 내용을 각 대화자 별로 모아 정리·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위 이경선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 중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이 대체로 당시의 피고인과의 대화 상황을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 전문진술이나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으나, 다만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314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춘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참조)

(3) 그런데 위 이경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살인을 한 후 심리적으로 몹시 혼란스런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인이 은행의 돈을 훔치기 위하여 이 사건 살인을 하였다고 진술하게 된 것도, 밤 늦은 시간에 위 이경선이 주로 피고인에게 묻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마지못해 대답하는 형태로 거의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 대화를 이어가던 중, 피고인이 은행을 털어 자신의 경제적 곤궁을 해결해 주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위 이경선이 집요하게 이 사건 범행 이후 탈진상태에서 잠들려는 피고인에게 그 살인의 동기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그와 같은 추궁을 귀찮게 여기거나 견디지 못한 피고인이 위 이경선이 짐작하고 있던 대로의 살인 동기를 밝힘으로써 위 추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사실과는 다르게 그 동기를 말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그와 같은 피고인의 허위진술의 가능성은 위 이경선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는 피고인의 진술 중 상당 부분이 신빙성이 없어 보이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는바, 믿기 힘든 피고인의 진술 부분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다.

(가) 우선, 은행은 다액의 현금 등을 취급하는 곳으로서 항상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우므로 업무시간이 종료된 후에는 현금 등을 견고한 금고에 보관하면서 독자적인 방범체제를 운영하고 있고, 일반 건물에 입주한 은행이 그 열쇠를 그 건물의 경비원으로 하여금 보관케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며, 돈을 훔치기 위하여 일단 은행에 침입한다 하더라도 특수한 장비 등으로 금고를 열지 않는 한 돈을 절취하기란 극히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인식이라 할 것이다.

이는 이 사건의 은행도 마찬가지로서, 피해자 정태정과 격일제로 위 청동빌딩의 경비원으로 근무하였던 제1심 증인 최엽균의 진술에 의하면, 위 서울은행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은행창구 쪽으로 들어가는 정문과 365일 코너로 들어가는 문, 그리고 경비실 옆 후문이 있는데, 퇴근 시간이 지나 정문을 닫은 후에는 365일 코너 쪽 문만 사용이 가능하고, 은행열쇠는 위 건물의 관리실이나 경비실에 맡기지 않고 은행직원과 경비회사에서 독자적으로 관리하며, 빌딩 내의 다른 사무실과 달리 별도의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나) 그런데 위 이경선이 들었다는 피고인의 말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시 건물 경비원인 피해자 정태정이 열쇠 꾸러미를 소지하고 있어 위 은행 열쇠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범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홈페이지 디자인 시안을 제작하는 웹디자이너로서 컴퓨터 관련 회사에 근무하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전과가 없는 피고인이, 일반인의 상식에 반하여 위 경비원이 은행 열쇠도 소지하고 있을 것으로 오인하고 특수장비 등의 사전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은행을 털려고 하였다는 것이 되어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다) 또한, 위 이경선이 들었다는 피고인의 말에 의하면, 피고인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피해자 정태정과 마주쳤다는 것이나, 수사기록에 편철된 CC TV 판독결과 보고에 의하면, 2001. 4. 5. 00:45에 피해자 정태정이 근무하던 1층 경비실 전등이 꺼졌는데, 그 후 피고인이 2001. 4. 5. 00:55:29에 1층 경비실 옆의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가 00:56:08에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으며, 피해자 정태정은 약 1분 후인 00:57:12에 위 엘리베이터에 탄 것으로 나타나고, 이로 보아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정태정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어 경비실에서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위 피해자가 엘리베이터에 탔을 것으로 보여지는바, 이 점에 비추어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위 피해자와 마주쳤다는 피고인의 위 진술 부분도 믿기 어렵다.

(5) 한편, 위 이경선은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후에 경찰서에서나 면회시에 위 이경선에게 "네가 이 사건 살인의 동기에 관하여 너무 꼬치꼬치 캐물어오는 것이 귀찮아서 은행을 털려고 사람을 살해하였다고 말하였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또한 검찰과 제1심 법정에서, 자신이 위 이경선에게 사람을 죽였다고 하자 그녀가 "왜 죽였느냐. 은행을 털려고 죽였느냐."고 묻기에 귀찮아서 "그래, 그래."라고 말한 사실이 있을 뿐이고, 그 밖의 다른 말은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6) 위에서 본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위 이경선이 들었다는 피고인의 진술 중 강도의 범의와 관련된 부분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위 이경선의 이 부분 전문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피고인이 미리 범행에 사용할 칼과 장갑을 준비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1) 피고인은 경찰에서의 최초 피의자신문시에는,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칼과 장갑은 미리 준비하였던 것이 아니고, 피고인 회사 사무실 옆의 숙직실에 있던 것을 우발적으로 가지고 나온 것인데, 위 장갑은 회사에서 난로를 수선하면서 쓰던 가죽장갑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하였다가, 제2회 피의자신문시에는, 위 장갑은 검정색 가죽장갑이고 칼은 과도였으며 모두 2001. 3.경부터 피고 회사 숙직실에 있던 것이라고 진술하다가, 경찰의 계속된 심문에,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칼은 피고인이 평소 가지고 다니던 조각칼인데, 피고인은 평소 기회가 있으면 은행을 한번 털어볼 생각에서 항상 위 칼을 가지고 다녔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검찰과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는 시종일관 위 칼과 장갑은 피고인 회사 숙직실에 있던 것으로, 그 중 장갑은 면장갑이었으며, 피고인이 2001. 2.경부터 회사 작업상 필요하여 조각칼을 가지고 다닌 적은 있으나 같은 해 3월 중순경에 위 칼을 동거녀인 이경선의 집에 놔둔 후로는 그 칼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2) 한편, 피고인의 회사 동료인 유신일은 경찰에서, 이 사건 범행 약 1달 전에 위 회사 숙직실의 텔레비전 위에 놓인 빨간색 과도와 그 옆 구석의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는 곳에 있던 면장갑 몇켤레를 보았으나 그 후에도 위 과도와 장갑이 그 곳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같은 동료인 이건수는 제1심 법정에서, 경찰에서 위 회사 숙직실에서 과도와 장갑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긴 하였으나, 그것은 위 숙직실에 여러 가지 짐더미가 많고 평소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아 그렇게 진술한 것이며, 실제로 이 사건 범행 무렵에 과도와 장갑이 숙직실에 있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평소 위 회사 직원들이 숙직실에서 과일을 깍아먹는 경우가 종종 있고 실제로 위 회사 디자인실 찬장에도 과도가 있으며, 컴퓨터 공사나 숙직실의 난방기 연료교체시에 면장갑을 사용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3) 또한, 위 이경선은 검찰에서, 피고인이 평소 장갑이나 칼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제1심 법정에서는, 이 사건 범행 전에 피고인이 석고인형을 조각하기 위하여 조각칼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칼의 재질은 쇠가 아닌 나무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의 애인이었던 이소희는 경찰과 검찰에서, 2001. 3.경 낙성대역 부근 커피숍에서 피고인을 만나 점심을 먹던 중 피고인이 조각용 칼이라면서 가지고 있던 칼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 길이는 칼날을 폈을 때 약 20㎝ 정도였고 칼의 양쪽으로 칼날이 있었으며 칼집 안으로 칼날을 접어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고 그 구체적인 생김새에 대하여 진술하면서 그 칼의 그림까지 그려 보였으나, 제1심 법정에서는, 당시 그 칼을 자세히 보지 않아 손잡이가 나무로 되어 있었다는 것 외에는 칼날의 재질이나 모양새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다만, 위 이소희는 수사기관과 제1심 법정에서, 위와 같이 칼을 본 이후에는 피고인이 그 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4)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위 진술 중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여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칼은 자신이 미리 준비한 조각칼이었다고 진술한 부분은, 그 후 피고인이 다시 검찰과 이 사건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수사경찰관의 엄문에 못이겨 허위로 진술하였을 가능성이 엿보이고, 위 유신일, 이건수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 당시 위 회사 숙직실에 과도와 면장갑이 있었을 여지가 많아 보이며, 위 이소희의 경찰과 검찰에서의 진술 중 칼의 생김새에 관한 부분은 위 이소희와 이경선의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비추어 볼 때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되고, 설사 그 진술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들어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칼이 피고인이 평소 소지하고 있던 조각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위하여 미리 장갑과 칼을 준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오히려 위 이경선의 앞서 본 진술내용과 위 이소희의 진술 중 커피숍에서 위 칼을 본 이후에는 피고인이 그 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진술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당시 그 변소와 같이 피고 회사 숙직실에 있던 장갑과 칼을 사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도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위 이경선의 전문진술을 채용하여 피고인의 강도의 범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전문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 할 것이고, 피고인이 미리 장갑과 칼을 준비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달리 위 강도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할 것인데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