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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후3657 판결

[등록무효(상)][공2015상,351]

판시사항

[1]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의 규정 목적과 선사용표장 권리자의 범위 / 경제적·조직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계열사들로 이루어진 기업그룹이 분리된 경우 선사용표장의 권리자

[2]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에 의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시(=상표 등록출원 시)와 위 규정의 타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시(=상표 등록결정 시) 및 상품의 출처 등에 관한 일반 수요자의 오인·혼동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3] 갑 주식회사 등이 ‘컴퓨터주변기기’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고 “ ”와 같이 구성된 등록상표의 등록권자 을 주식회사를 상대로 추가등록 지정상품이 선사용표장 ‘현대’ 등과 관계에서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특허심판원이 기각한 사안에서, 을 회사는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선사용표장에 화체된 신용의 주체로 인식된다거나 선사용표장을 승계하였다고 볼 수 없어 선사용표장의 권리자가 될 수 없고, 위 지정상품 추가등록은 출처에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등록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상표법(2014. 6. 11. 법률 제127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10호 에서 수요자 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의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일반 수요자에게 저명한 상품이나 영업과 출처에 오인·혼동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와 대비되는 저명한 상표 또는 서비스표(이하 ‘선사용표장’이라고 한다)의 권리자는 상표등록 출원인 이외의 타인이어야 한다. 여기서 선사용표장의 권리자는 개인이나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그들의 집합체인 사회적 실체도 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조직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계열사들로 이루어진 기업그룹이 분리된 경우에는, 기업그룹의 선사용표장을 채택하여 등록·사용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선사용표장에 화체된 신용의 주체로 인식됨과 아울러 선사용표장을 승계하였다고 인정되는 계열사들을 선사용표장의 권리자로 보아야 한다.

[2] 구 상표법(2014. 6. 11. 법률 제127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10호 에 의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시는 상표의 등록출원 시이고, 위 규정의 타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등록 결정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상품의 출처 등에 관한 일반 수요자의 오인·혼동이 있는지 여부는 타인의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와 대비되는 저명한 상표 또는 서비스표(이하 ‘선사용표장’이라고 한다)의 저명 정도, 등록상표와 타인의 선사용표장의 각 구성, 상품 혹은 영업의 유사성 또는 밀접성 정도, 선사용표장 권리자의 사업다각화 정도, 이들 수요자 층의 중복 정도 등을 비교·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갑 주식회사 등이 ‘컴퓨터주변기기’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고 “ ”와 같이 구성된 등록상표의 등록권자 을 주식회사를 상대로 등록상표의 지정상품 중 제1, 2차 추가등록 지정상품(가이거계산기, 감열식 프린터 등)이 선사용표장 ‘현대’ 등과 관계에서 구 상표법(2014. 6. 11. 법률 제127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표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항 제10호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특허심판원이 기각한 사안에서, 지정상품 추가등록 출원 당시 갑 회사 등이 자신들의 계열사와 함께 형성한 개별그룹들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와 대비되는 저명한 상표 또는 서비스표(이하 ‘선사용표장’이라고 한다)의 채택과 등록 및 사용에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선사용표장에 화체된 신용의 주체로 인식됨과 아울러 선사용표장을 승계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선사용표장의 권리자라고 할 것이나, 을 회사는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선사용표장에 화체된 신용의 주체로 인식된다거나 선사용표장을 승계하였다고 인정된다고 볼 수 없어 선사용표장의 권리자가 될 수 없고, 위 지정상품 추가등록은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추가 지정상품의 출처에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문용호 외 1인)

피고, 상고인

현대아이비티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리사 김중효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구 상표법(2014. 6. 11. 법률 제127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 제1항 제10호 에서 수요자 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의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일반 수요자에게 저명한 상품이나 영업과 출처에 오인·혼동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후576 판결 참조), 위 규정에 따라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와 대비되는 저명한 상표 또는 서비스표(이하 ‘선사용표장’이라고 한다)의 권리자는 상표등록 출원인 이외의 타인이어야 한다. 여기서 선사용표장의 권리자는 개인이나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그들의 집합체인 사회적 실체도 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조직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계열사들로 이루어진 기업그룹이 분리된 경우에는, 그 기업그룹의 선사용표장을 채택하여 등록·사용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그 선사용표장에 화체된 신용의 주체로 인식됨과 아울러 그 선사용표장을 승계하였다고 인정되는 계열사들을 선사용표장의 권리자로 보아야 한다 .

한편,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에 의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시는 그 상표의 등록출원시이고, 위 규정의 타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등록 결정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구 상표법 제7조 제2항 참조) .

나아가 상품의 출처 등에 관한 일반 수요자의 오인·혼동이 있는지 여부는 타인의 선사용표장의 저명 정도, 등록상표와 타인의 선사용표장의 각 구성, 상품 혹은 영업의 유사성 또는 밀접성 정도, 선사용표장 권리자의 사업다각화 정도, 이들 수요자 층의 중복 정도 등을 비교·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후2510 판결 참조).

2. 위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본다

(1) 원심 판시 선사용표장 ‘현대’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대규모로 계열분리가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그룹이었던 구(구) 현대그룹 및 그 계열사들이 상표 또는 서비스표 등으로 사용해 온 저명한 표장이었다.

그런데 구 현대그룹의 대규모 계열분리 이후 ‘컴퓨터주변기기, 워드프로세서, 전자계산기’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고 ‘ ’와 같이 구성된 이 사건 등록상표(등록번호 생략)의 권리자인 피고가 위 등록상표에 대하여 원심 판시 제1차 지정상품 추가등록을 출원한 2003. 10. 14.(추가 지정상품 : 가이거계산기, 광디스크, 광학식 문자판독장치 등) 및 제2차 지정상품 추가등록을 출원한 2008. 9. 5.(추가 지정상품 : 감열식 프린터, 개인용 컴퓨터, 광스캐너 등) 당시에는 이미 구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이던 원고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주식회사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 등이 자신들의 계열사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산업개발그룹 등의 개별그룹들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이후 이들 개별그룹들은 이른바 ‘범 현대그룹’을 이루고 있다. 이들 개별그룹들은 그 자산규모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러 국내 기업순위에서 상당히 상위권에 들고, 해당 각 사업분야를 장기간 선도해 온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면서 각자의 상표 및 서비스표 등으로 선사용표장을 계속 사용해 오고 있다.

반면, 피고는 2000. 5.경 상호를 ‘현대이미지퀘스트 주식회사’로 하여 구 현대그룹의 계열사이던 현대전자산업 주식회사의 자회사로 설립되었는데, 2001. 3.경 ‘이미지퀘스트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상호를 ‘주식회사 하이닉스 반도체’로 변경한 현대전자산업 주식회사와 함께 2001. 7.경 구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되었다. 피고는 이 사건 제1, 2차 지정상품 추가등록결정일 당시 범 현대그룹을 이루는 개별그룹들과는 경제적·조직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범 현대그룹을 이루는 개별그룹들은 구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업그룹으로서 선사용표장의 채택과 등록 및 사용에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그 선사용표장에 화체된 신용의 주체로 인식됨과 아울러 그 선사용표장을 승계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이들 개별그룹들은 선사용표장의 권리자라고 할 것이다. 반면, 이 사건 제1, 2차 지정상품 추가등록결정일 당시 구 현대그룹은 계열분리되어 사회적 실체가 없게 되었고, 구 현대그룹의 계열사이던 피고는 선사용표장의 채택과 등록 및 사용에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대’라는 명칭이 포함되지 않은 상호로 변경한 적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피고가 그 선사용표장에 화체된 신용의 주체로 인식된다거나 그 선사용표장을 승계하였다고 인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선사용표장의 권리자가 될 수 없다.

(2) 나아가, 선사용표장은 이 사건 제1, 2차 지정상품 추가등록출원일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그룹들을 나타내는 저명한 상표 또는 서비스표로서 이 사건 등록상표 ‘ ’와 그 외관, 호칭, 관념이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범 현대그룹을 이루는 개별그룹들은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그 사업영역이 자동차, 건설, 조선, 백화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각화되어 있으며, 실제로 일부 계열사가 이 사건 제1, 2차 추가등록 지정상품들과 밀접한 경제적 견련성을 가지고 있는 IT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1, 2차 지정상품 추가등록은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그 추가 지정상품이 범 현대그룹을 이루는 개별그룹들이나 그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에 의하여 생산 또는 판매되는 것으로 그 출처에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제1, 2차 지정상품 추가등록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에 해당하여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하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나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창석 조희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