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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다236824 판결

[구상금][미간행]

판시사항

[1] 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보유자가 제3자의 무단운전 중 사고에 대하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가 정한 운행자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자동차 소유자 등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의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 피해자가 무단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한 경우, 피해자인 동승자가 무단운행에 가담하였거나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자동차 소유자 등이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치킨집을 운영하는 갑 등이 을을 고용하여 배달 업무 및 출퇴근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오토바이를 내어 주었는데, 을이 퇴근 후 친구인 병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한 상태로 오토바이에 병을 태워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오토바이의 소유자 등인 갑 등이 사고 당시 오토바이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에서 정한 운행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로법률 담당변호사 김민호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혜성 담당변호사 하은수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보유자(이하 ‘소유자 등’이라고 한다)는 비록 제3자가 무단으로 그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더라도 그 운행에 관하여 소유자 등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그 사고에 대하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가 정한 운행자 책임을 부담한다. 소유자 등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의 상실 여부는 평소 자동차나 그 열쇠의 보관과 관리상태, 소유자 등의 의사와 관계없이 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 소유자 등과 운전자의 인적 관계, 운전자의 차량 반환의사의 유무, 무단운전 후 소유자 등의 사후승낙 가능성, 무단운전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유무 등 객관적이고 외형적인 여러 사정을 사회통념에 따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무단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한 경우에는 그가 무단운전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여부가 소유자 등의 운행지배 내지 운행이익의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피해자인 동승자가 무단운전에 가담하였다거나 무단운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도 그 운전 경위나 운전 목적에 비추어 당해 무단운전이 사회통념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있거나, 그 무단운전이 운전자의 평소 업무와 사실상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어서 소유자 등의 사후승낙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유자 등이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07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들은 부부로서 이 사건 사고 무렵 포항시 ○구 △△동에 있는 ‘□□□’ 치킨집을 공동으로 운영하였는데 소외인을 고용하여 배달 업무를 맡겼다.

나. 피고들은 소외인에게 처음에는 이 사건 오토바이를 배달 업무 용도로만 사용하게 하였으나 이후에는 출퇴근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게 오토바이를 내어 주었다.

다. 소외인은 2014. 6. 15. 23:00경 퇴근한 후 친구인 피해자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그 다음 날 01:50경 혈중알코올농도 0.131%의 술에 취한 상태로 이 사건 오토바이에 피해자를 태워 운전하다가 포항시 남구 송내동에 있는 포스코 제1문 앞 도로에서 운전부주의로 도로를 이탈하여 갓길 연석 부분을 충격하여 넘어지는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

라. 피해자는 원고 소속 직원과의 면담에서 ‘소외인이 퇴근할 때 이 사건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퇴근 시간은 밤 11시부터 12시까지 사이로 조금씩 달랐지만 퇴근할 때에는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나왔다’고 진술하였다.

마. 피고 1은 소외인이 위와 같이 퇴근할 때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실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소외인의 퇴근 후 배달을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이 사건 오토바이가 없는 것을 보고 소외인이 타고 간 것을 알았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오토바이의 소유자 등인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오토바이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가 정한 운행자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나. 그런데 앞서 본 사실관계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소외인이 무단운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무단운전에 걸린 시간, 특히 이 사건 오토바이와 그 열쇠의 보관 및 관리상태, 운전자의 차량 반환의사의 유무, 무단운전 후 소유자 등의 사후승낙 가능성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오토바이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1) 피고들은 소외인이 출퇴근할 수 있도록 이 사건 오토바이를 내어 주었으므로, 적어도 퇴근 이후부터 출근할 때까지 사이에는 평소 소외인에게 이 사건 오토바이의 관리를 일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 1은 소외인이 이 사건 사고 전날 23:00경 퇴근하면서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소외인의 퇴근 후 배달을 다녀왔다가 이 사건 오토바이가 없는 것을 알았음에도 사고 소식을 접할 때까지 소외인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으로 위 오토바이의 행방에 관하여 주의를 기울였다는 사정은 기록상 나타나지 않는다.

2) 소외인은 이 사건 오토바이를 출퇴근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틈타 이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다음 귀가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고 볼 여지가 있다. 피해자는 소외인이 개인 용도로 이 사건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나, 그것만으로 피고들로부터 사용 승낙을 받지 않았다는 점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만약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소외인의 무단운전에 대하여 피고들이 사후에 승낙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가 이 사건 오토바이에 동승하게 된 경위, 사고 당시의 행선지나 운전 목적 등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오토바이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여 운행자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가 정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박보영(주심) 김창석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