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금][공1995.5.15.(992),1822]
당좌수표가 이른바‘되막음’의 방법에 의하여 결제된 경우에 원인채무가 소멸하는지 여부
당좌수표가 이른바 ‘되막음’의 방법에 의하여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경우에 당좌수표의 소지인으로서는 이미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종전의 수표에 기한 수표금청구는 할 수 없을 것이나, 그 원인채무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새로이 교부받은 당좌수표의 지급기일까지 그 지급이 유예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은 것은 아니어서 원인채무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새로이 교부받은 당좌수표가 지급되어야만 그 원인채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조춘자구의주택조합사기사건피해자대책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중원
피고 1 외 15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구도일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1992.10.8. 서울신탁은행 양재동지점에 원고에 대한 약정금 채무자인 피고들이 그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원고에게 교부한 소외 일렉트로시스템주식회사가 발행한 액면 금 540,000,000원의 당좌수표의 추심을 위임하면서 원고의 대표자 명의로 개설된 원고의 예금계좌에 이를 입금시켰으며, 위 서울신탁은행 지점이 다음날 이를 위 당좌수표의 지급인인 한미은행 도산로지점에 지급제시를 하였으나 당좌수표의 발행인인 위 회사에 결제자금이 없어 당좌수표를 결제할 수 없게 되자, 원고는 그날 위 회사의 요청으로 이미 지급 제시하여 버린 위 당좌수표가 부도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금 100,000,000원을 현금으로 지급받고 위 회사 발행의 액면 금 220,000,000원의 당좌수표 2매를 교부받는 대신 위 회사와 한미은행 지점 및 서울신탁은행 지점 등과의 사이에 위 서울신탁은행 지점이 원고의 위 예금계좌의 예금으로 당좌수표금에 상당하는 자기앞수표를 발행하여 원고에게 주면 원고는 이를 위 회사가 당좌거래를 하는 한미은행 지점의 결제구좌에 입금시키기로 합의하여 그 합의대로 처리한 결과 당좌수표가 부도처리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액면 금 540,000,000원의 당좌수표는 기존의 원인채무인 약정금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교부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기존의 원인채무는 채권자가 어음, 수표채권을 행사하여 궁극적인 만족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소멸한다고 할 것인데, 위 당좌수표가 형식적으로 결제된 것같이 처리는 되었으나 이는 이른바 “되막음”을 한 것에 불과할 뿐이어서 원고가 위 당좌수표의 결제에 의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었다고 할 수 없어 이로써 기존의 원인채무인 540,000,000원의 약정금채무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는바, 위와 같이 위 당좌수표가 되막음의 방법에 의하여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경우에 당좌수표의 소지인으로서는 이미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종전의 수표에 기한 수표금청구는 할 수 없을 것이나, 그 원인채무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새로이 교부받은 당좌수표의 지급기일까지 그 지급이 유예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은 것은 아니어서 원인채무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새로이 교부받은 당좌수표가 지급되어야만 그 원인채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니 (당원 1992.2.25. 선고 91다14192 판결 참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이유모순이나 수표결제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고가 위 액면 금 540,000,000원의 당좌수표를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1992.9. 30.에 지급제시하지 아니한 것은 당시 수표의 발행인인 위 회사가 수표를 결제할 자금이 없어서 위 회사의 요청에 따라 그 지급제시를 늦추게 되었던 때문임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하고 있는 바이고, 가사 소론과 같이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인이 같은 해 10.5.경 서울신탁은행 양재동지점으로부터 금 900,000,000원을 대출받은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원고가 알았다거나 또는 그 당시에 원고가 위 수표를 지급제시하였더라면 결제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관한 별다른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같은 해 10.8.에 위 수표의 지급제시를 한 데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어떤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고 또 기존의 원인채무인 위 540,000,000원의 약정금채무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이 점을 다투는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그리고 위에서 본 것처럼 위 서울신탁은행 지점이 추심을 위임받은 금 540,000,000원의 당좌수표가 되막기의 방법에 의하여 결제되었다면 그로써 위 지점의 추심업무는 종료되는 것이고, 가사 소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시에 위 회사가 위 지점으로부터 금 2,100,000,000원을 대출받기로 예정되어 있어 그 대출금으로 원고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위 회사와 원고 사이의 약정을 위 회사가 이행하지 않은 것일 뿐 그로 인하여 위 당좌수표의 액면에 상당하는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소멸하는 것이라거나 원고와 위 지점이 위 회사와 공모하여 피고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어떤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위 지점의 위 회사에 대한 대출관계에 관한 피고들의 증거신청이나 그 증거조사를 위한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것은 정당한 것이라 할 것이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 이외의 원심법원에서 원심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정지의 결정을 하였다는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