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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2020.8.10. 선고 2017노202 판결

살인인정된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사기

사건

2017노202 살인인정된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사기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강화연(기소 및 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

담당변호사 C, D, E

법무법인 F

담당변호사 G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 6. 10. 선고 2014고합271 판결

판결선고

2020. 8. 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금고 2년에 처한다.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고의로 사고를 야기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위 고의사고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

2. 직권판단

검사는 환송 전 당심에서 당초의 공소사실을 유지하되 그 중 살인의 공소사실을 아래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일부 변경하면서 아래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예비적 공소사실, 죄명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적용법조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를 각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환송 전 당심이 위 공소장변경을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원심판시 무죄 부분(살인의 점과 이를 전제로 하는 사기의 점)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항소이유로서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1998. 10. 9. 첫 번째 부인인 H와 혼인하였다가 2001. 4. 3. 협의이혼하였고, 2005. 9. 26. 두 번째 부인인 I과 혼인하였다가 2007. 4. 4.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으로 이혼하였으며, 2008. 1. 21. 당시 캄보디아 국적의 피해자(여, 24세, 임신 7개월)와 혼인하였다. 피해자는 2013. 11. 6.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다음 2014. 3. 12. 'J'에서 'K'으로 개명하였다.

피고인은 2008. 6. 20.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L M에 가입하고, 2014. 6. 5.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최대 약 31억 원에 달하는 NO에 가입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14.경까지 L, N, P, 우체국 등 11개 보험회사에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생명보험 25개에 가입하고, 피해자의 보험료로 매달 합계 약 360만 원을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은 2007.경부터 피고인과 가족들이 가입한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계약대출 및 중도인출로 합계 316,924,020원을 교부받아 보험료, 대출금 상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된 보험계약에 따라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 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km 부근에서 자신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Q BA 승합차를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로 운행하면서 전방 5차로 도로 옆 비상정차대에 R이 운전하는 S 8톤 화물차가 정차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 BA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위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고의로 추돌시켜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Q BA 승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km 부근 5차로 길을 5차로(갓길)를 따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고속도로에서 주행하거나 정차해 있는 차량들이 있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졸음운전을 하지 말고 전후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졸음운전을 한 과실로 전방 5차로 도로 옆 비상정차대에 정차되어 있는 R이 운전하는 S 8톤 화물차의 후미 좌측 부분을 위 BA 차량의 전면 우측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위 BA 조수석에 동승하고 있던 피해자 K(여, 24세, 임신 7개월)을 그 자리에서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3. 소송의 경과

가. 원심은 이 사건 변경 전 공소사실인 살인 및 이를 전제로 한 사기의 점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검사는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나. 환송 전 당심은 위 2.항 기재와 같이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하고, 검사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여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하면 약 9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은 이 사건 범행의 주된 동기로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하던 BA 승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의 상향등 이 점등된 점, 이 사건 차량이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던 비상정차대 입구 부근에서 우조향하여 비상정차대 쪽으로 진입한 다음 좌조향하였다가 다시 우조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정면으로 충돌한 점,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가 6단에서 4단으로 인위적으로 변경된 점, 제동장치에 의한 앞숙임 현상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졸음운전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임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들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공소사실 및 이를 전제로 한 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환송 전 당심의 위와 같은 유죄 인정에는 증명의 정도, 과학적 증거 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합리적인 자유심증의 범위와 한계를 넘어 사실을 오인한 위법,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환송 전 당심은 피고인에게 충분히 수긍할 만한 살인의 동기가 존재하였는지, 범행방법의 선택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문점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사고 당시의 상황이 고의로 유발되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등에 대한 치밀하고도 철저한 검증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환송 전 당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하였다.

4.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 231 판결 등 참조). 한편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0895 판결 참조).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한편,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라고 규정하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의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쟁점

1)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과 관련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km 지점의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를 따라 피고인이 운전하던 이 사건 차량의 전면 우측 68% 부분이 우측 도로변 비상정차대에 정차해 있던 8톤 화물자동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량'이라 한다)의 후미 좌측 부분을 추돌하여 이 사건 차량이 직접 추돌한 전면 우측 약 68% 부분이 이 사건 화물차량의 적재함 아래로 파고 들어가면서 이 사건 화물차량 적재함 후미 끝부분이 이 사건 차량의 앞좌석 부근까지 밀려들어온 상태에서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임신 7개월 상태로 이 사건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처인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 피고인을 수익자로 한 여러 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2) 피고인의 주장 및 객관적인 증거

피고인은 최초 경찰 수사단계부터 일관되게 졸음운전을 하다가 추돌사고를 낸 것이지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사고 발생 당시의 정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는 사고지점 반대편 상행선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영상(이하 '이 사건 CCTV 영상'이라 한다) 외에는 사고 발생 이후의 현장상황이 있을 뿐이다.

3) 쟁점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공소사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졸음운전 사고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① 피고인이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처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볼 수 있는 범행 동기가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② 피고인을 기준으로 한 경험칙으로 볼 때 이 사건 사고가 선택 가능한 범행방법의 범주에 속하는지, ③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 등,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제동장치에 의한 앞숙임 현상,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 속기의 인위적 변경 등 검사가 주장하는 간접사실들이 모두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나아가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졸음운전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이 일어날 수 없다는 데 대하여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충분히 뒷받침되는지, ⑤ 혈흔에서 수면유 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된 것을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잠들게 할 목적으로 옥수수수염차 등에 수면유도제를 용해하여 먹였다고 볼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환송 후 당심에서 새롭게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증거를 포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능력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여러 의문을 떨쳐내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이 고의사고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사건 사고의 고의성이 증명되어야 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 범행 동기에 관하여

1)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내역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와 혼인한 직후부터 별지1 보험가입내역(1)과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피고인 혹은 법정상속인을 수익자로 한 33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중 순번1 내지 26 기재 각 보험은 이 사건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고 있고, 순번27 내지 33 기재 각 보험은 이 사건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지 않고 있다.

② 피고인이 별지1 보험가입내역(1)과 관련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였던 월 보험료는 월 4,272,156원(=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 1 내지 26 기재 각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 3,600,406원 +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27 내지 33 기재 각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 671,750원)이고, 이 사건 사고가 교통사고로 인정될 경우 피고인이 받게 될 보험금은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1 내지 26 기재 각 보험에 따라 합계 약 95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3, 8, 10, 24 기재 각 보험은 피해자의 사망시 보험금 대부분이 상당 기간 동안 정기금 형태로 분할 지급되는 보험이고, 위 순번 3, 10, 24 기재 각 보험에는 예정이율로 할인된 일시지급제도가 있으나 위 순번8 기재 보험에는 일시지급제도가 없다.

③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1 내지 26 기재 각 보험 중 연금보험 4건(순번7, 12, 21, 22)을 제외한 나머지 22건은 모두 보장성 보험이다. 위 보장성 보험 중 순번2, 3, 4, 8, 10, 20 기재 각 보험은 사망에 대한 보험인데, 위 순번2, 3, 8, 10 기재 각 보험은 변액유니버셜보험 1)으로서 투자 기능도 일부 가지고 있다. 나머지 순번1, 5, 6, 9, 11, 13 내지 19, 23 내지 26 기재 각 보험은 재해사망뿐만 아니라 질병사망, 질병치료, 수술비용, 암 진단 및 치료, 부인질환 등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이다. 다만, 위 연금보험 4건은 저축성 기능 이외에 사망에 대한 보장기능도 일부 있으나 저축성 기능이 주된 기능이어서 사망보험금이 적은 편이다.

④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중 저축성 보험(순번7, 12, 21, 22, 29, 31)의 월 보험료 합계는 1,437,550원이고, 보장성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2,834,606원이며, 위 보장성보험 중 이 사건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2,762,856원이다.(한편, 위 보장성 보험 중 투자 기능을 일부 가지고 있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인 순번2, 3, 8, 10 기재 각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1,412,600원이다).

⑤ 피고인은 별지2 보험가입내역(2)과 같이 피해자 이외의 본인 또는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하고, 수익자를 피고인 혹은 법정상속인으로 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였던 보험료는 월 5,287,509 원이었다. 그 중 저축성 보험은 7건, 보장성 보험은 36건이고, 저축성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3,379,700원, 보장성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1,907,839원이며,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장성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784,130원이다.

⑥ 별지2 보험가입내역(2)에 따른 피고인의 사망보험금은 542,000,000원, 큰 딸 T의 사망보험금은 565,000,000원, 작은 딸 U의 사망보험금은 20,000,000원, 피고인의 부친인 V의 사망보험금은 195,000,000원, 피고인의 모친인 W의 사망보험금은 3,000,000원이다.

⑦ 한편,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보험계약은 사망보험금이 없는 연금보험 1건을 해지한 것 이외에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었고, 피고인 본인 또는 T, U, I(전처) 등이 피보험자로 된 보험계약들 중 일부는 별지3 보험해지 내역에 기재된 바와 같이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 해지되었다.

⑧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별지1 보험가입내역(1)과 별지2 보험가입내역 (2)에 따라 납부한 총 보험료가 449,316,975원이었고, 위 보험에 기한 총 중도인출금은 113,894,901원이었으며, 위 보험에 기한 총 약관대출원금이 155,440,000원이었다.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소멸된 보험에 따라 납부한 총 보험료는 571,971,107원이었고, 위 보험에 기한 총 중도인출금은 49,862,176원이었으며, 위 보험에 기한 총 약관 대출원금은 253,489,977 원이었고, 해지환급금은 94,550,123 원이었다.

⑨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던 X생활용품점(이하 '이 사건 생활용품점'이라 한다)의 월 수입, Y에 대한 대여금 채권에 기한 약정이자 월 200~500만 원 상당, 보험에 기한 도인출금 내지 약관대출금 등으로 매월 보험료 9,559,665원 및 생활비를 지출하였다.

2) 유죄로 의심되는 간접사실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각 보험계약서에 월 수입을 500만 원으로 기재하였고, 피고인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대신해주었던 Z도 피고인의 월 수입이 1,000만 원을 하회할 것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매월 피고인 본인뿐만 아니라 T, U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의 보험료 합계 5,287,509원에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의 보험료 합계 4,272,156원을 더하여 총 9,559,665원의 보험료를 부담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3. 4. 30. AA조합으로부터 5,000만 원을 대출받았으나,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까지 원금을 변제하지 못한 채 월 이자만 변제해오고 있었고, 피고인의 주거래 계좌에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거의 매월 보험약관대출금 또는 중도인출금이 입금됨과 동시에 월 보험료가 출금되었으며, 2014. 7. 11. 카드론 1,300만 원을 수령하여 일부는 동생 AB에게 송금하고, 일부는 위 보험약관대출금 등을 상환하였으며, 2014. 8. 14. AC로부터 2,300만 원을 대출받아 위 카드론 및 위 보험약관대출금 등을 변제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피고인의 AA조합 계좌 잔고는 238,580원, AD조합계좌 잔고는 3,676,619원, 우체국 계좌 잔고는 2,031,691원에 불과하였다.

③ 피고인은 2014. 4.경부터 AE, AF에게 상황이 어려우니 빌려준 돈을 갚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였고, AF은 약 4 ~ 5년 전부터 피고인의 장사가 잘 안된다는 말을 주위에서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은 피고인 본인 또는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은 여러 개 해지한 반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은 연금보험 1건을 해지한 것 이외에 매월 276만원 상당의 보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보장성 보험 대부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⑤ 피고인은 2014. 4.경부터 2014. 5.경 사이에 N 보험설계사 AG, 팀장 AH, 영업소 대표 AI으로부터 보험가입을 권유받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연금보험을 추천받았으나 피해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N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8 기재 보험에 가입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당수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⑥ 피고인의 보험가입 및 운용 행태를 분석한 감정인 AJ은 '피고인은 월 평균 소득이 500만 원 정도에 불과함에도 매월 900만 원 이상의 돈을 보험료로 지출하고 있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하여 주로 본인 명의의 저축성 보험에서 중도인출금과 약관대출금을 받거나 보험을 해지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은 주로 저축성 보험으로 가입한 반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은 주로 보장성 보험으로 가입하여 유지하였고, 피고인의 저축성 보험의 중도인출금과 약관대출금 등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이 보험 가입 및 해지 등을 통하여 금전적 이득을 보았던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이 보험을 금융거래수단으로 활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자신의 보장성 보험을 가입함에 있어서 사망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생전에 각종 질병을 얻게 될 경우를 주로 대비 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보장성 보험을 가입함에 있어서는 생전의 각종 질병을 얻게 될 경우보다 사망을 중점적으로 대비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 피고인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에 월 287만 원을 납입하면서도 사망보험금은 총 4억 8,000만 원에 불과하였던 반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장성 보험은 자신의 보험료보다도 적은 월 271만 원을 납입하면서 사망보험금은 총 94억 원에 달하는 점을 볼 때, 피고인의 보험 가입 형태는 특정한 목적성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⑦ AE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매형이 사망하여 피고인의 누나가 사망보험금을 수령하여 그 돈으로 집을 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의 형인 AK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2년 전에 '누나, 돈 벼락 맞는 거 어떻게 생각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⑧ 피고인은 2008. 5. 29.경 AL의 마케팅 직원과의 통화하면서 직원이 '캄보디아 여자와 결혼한 남자가 그 여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사망보험에 가입하였다.'며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의 가입을 권유하자 처음에는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필요 없다며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은 2008. 6. 13.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첫 번째 보험으로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242) 기재 보험과 순번 33 기재 보험에 가입하였다.

3) 판단

가) 일반적으로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살인 등 범행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행위자가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이 클수록 더욱 강한 동기로 작용하여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경험칙상으로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쉽게 속단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들이 존재하므로, 검사의 주장과 같이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살해 동기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검사가 고의사고의 논거로 든 다른 간접사실들의 증명 정도와 함께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금전적 이득만이 살인의 범행동기가 되는 것은, 범인이 매우 절박한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어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모면하려고 시도할 정도라거나 범인의 인성이 원래부터 탐욕적이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범죄적 악성과 잔혹함이 있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증오 등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치정 등 피해자를 살해할 금전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 금전적 이득은 오히려 부차적이거나 적어도 금전 외적인 이유가 금전적 이득에 버금갈 정도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어야 살인의 동기로서 수긍할 정도가 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계획적인 범행이고 범행 상대가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에는 그 범행이 단순히 인륜에 반하는 데에서 나아가 범인 자신의 생활기반인 가족관계와 혈연관계까지 파괴되는 것이므로 가정생활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감내하고라도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범행유발 동기가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 그런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간접사실 및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처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볼 수 있는 범행 동기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① 피고인이 운영하던 이 사건 생활용품점은 금산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매년 4~5월에는 어버이날 등의 기념일로 꽃 등을, 가을철에는 단감 등을, 겨울철에는 이불, 전기장판 등을 판매하여 상당한 수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금산이라는 지역사회의 특성상 현금거래도 상당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②. 피고인이 각 보험계약서에 월 수입을 500만 원으로 기재하였으나 보험계약자가 자기 수입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보험설계사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액수만으로 피고인의 월 수입을 단정할 수 없고, 최근 들어 이 사건 생활용품점의 영업이 좋지 않다는 소문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③ 수사기관에서부터 월 수입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인의 변소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면서 따로 장부를 관리하지 않았고, 일일 수입의 일부는 계좌에 입금하거나 일부는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 보관하였다가 돈이 부족하면 보험약관대출금이나 중도인출금을 이용한 후 다시 일일 수입 등으로 상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활하여 피고인 스스로도 월 수입이 얼마인지를 제대로 추산해 보지 않아 이를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④ 피고인은 Y에 대하여 2억 3,000만 원, AE에 대하여 1억 원, AF에 대하여 450만 원의 각 대여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Y으로부터는 매월 약정이자로 200~500만 원 상당을 지급받았다.

⑤ 피고인은 부친인 V로부터 증여받은 금산토지(충남 금산군 AM 대 525 공시지가 기준 17,482,000원, AN 대 1,570m² 공시지가 기준 50,554,000원, AO 외 답 6필지, AP 외 임야 2필지, 충남 금산군 AQ 전 1,488㎡)가 있고, 서울 강서구 AR아파트 AS호 (형 AK이 실제 소유자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다), 이 사건 차량이 있으며, 이 사건 생활용품점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2,300만 원 등)도 가지고 있다.

⑥ 피고인은 보험설계사가 주로 권유하는 대로 보험에 가입하였고, 사망사고에 대한 보험은 주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피고인이 보험설계사에게 따로 특약 등을 요구하거나 사망보험금에 관한 내용에 관하여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였다.는 점이 밝혀진 바 없다. 또한 피고인이 가입한 대다수 보험의 계약 및 보장 내용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한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피고인에게 귀속될 보험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⑦피고인이 이 사건 전후로 다른 사업 등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여 특별한 자금 수요가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유흥비나 도박자금 등 절박하고 화급하게 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특이사항이 드러난 것은 없다.

⑧ 피해자의 사망으로 피고인이 수령할 보험금 합계액이 95억 원 정도에 이른다고 하나, 그 중 54억 원 정도는 일시금이 아닌 정기금으로 지급받는 것이고, 피고인 단독이 아니라 피해자의 다른 법정상속인과 함께 지급받도록 되어 있는 것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은 이 사건 사고에 임박한 때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결혼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9건까지 꾸준히 가입한 것이고, 그 중 순수하게 사망을 보장하는 목적으로 하는 보험은 6건에 불과하며, 그 중 4건은 변액유니버셜보험으로서, 투자기능 내지 예금 기능도 가지고 있다. 나머지는 재해사망 외에 질병사망, 질병치료, 수술비용, 암 진단 및 치료, 부인질환 등 다른 보험사고도 함께 보장하는 것이거나 연금보험, 의료실비보험 등이다.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 외에도 중도 해지된 것까지 포함하면 1999. 4.경부터 이 사건 사고 무렵까지 피고인 본인을 피보험자로 한 55건, 부친 V를 피보험자로 한 2건, 모친 W을 피보험자로 한 4건, 큰 딸 T을 피보험자로 한 14건, 작은 딸 U를 피보험자로 한 12건, 이혼한 전 배우자 I을 피보험자로 한 2건 등 자신과 피해자 이외의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각종 보험에 다수 가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⑨ 피고인은 위와 같이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게 된 이유를 보험설계사들의 계속된 권유, 과거 모친이 수술하면서 가입해 둔 보험의 혜택을 본 경험, 피해자와 혼인 및 출산 후 보험의 필요성을 느껴서라고 변소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하였던 보험설계사 AE, AV, AW, AX 등은 피고인의 성격이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여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였다고 하고, 처음에는 거절하다. 가도 다시 방문하면 가입을 해주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이 운영하던 이 사건 생활용품 점에서 보험영업에 필요한 기념품, 선물 등을 자주 구입하여 그 기회에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하였고, 다른 보험설계사들에게도 피고인이 보험을 잘 들어준다며 이 사건 생활용품점을 추천해 주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⑩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은 적게는 1,000만 원부터 6,000~7,500만 원, 1~2억 원 등으로 다양하고 고액으로 약정된 것은 2008. 6.경 가입한 4억 2,000여만 원, 2011. 9.경 가입한 27억 6,000여만 원, 2013. 3.경 가입한 8억 3,600만 원이다. 그리고 가장 금액이 많고 가입 시기도 이 사건 사고일에 근접하여 범행과의 연관성을 의심해 볼 만한 것으로 사고 두 달 보름 전인 2014. 6. 5. N에 가입한 O(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8}이 있고, 이는 사망보험금이 30억 9,000만 원, 월 보험료가 495,000원이나 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그 보험 가입을 권유하여 성사시킨 보험모집인 AX은, 2011년에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연금보험에 처음 가입하게 한 후 그 무렵부터 계속하여 다른 보험 상품에도 추가로 가입할 것을 권유하다가 2014. 4.경부터 2014. 5.경까지는 수십 차례 피고인을 찾아가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고, 팀장 AH 이 3~4회, 영업소 대표 AI이 2회 정도 찾아가 결국에는 보험에 가입시켰으며,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 나이 차이가 있고 태어날 아이까지 포함하면 자녀가 3명이므로 장래에 납입보험료를 중도 인출하여 학자금이나 생활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유하면서 피해자가 65세가 되면 연금보험으로 전환하여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도 설명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 가입도 권유하였으나 피고인은 자신 명의로 가입된 보험이 이미 많고 보험료도 60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며 가입을 거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무엇보다도 AX은 피고인에게 사망보험금이 약 3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설명한 적이 없고 보험금 총액이 그 정도인지 본인도 생각조차 못했으며 사망 시 일시금 1억 5,000만 원과 65세까지 매월 600만 원씩 연금형태로 지급된다는 사실만 설명하였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그 보험금을 일시금으로 환산하여 지급받을 경우 30여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 나아가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살인 범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위 보험에 가입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⑪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 사고 당시 부담한 월 보험료가 약 400만 원에 이르기는 하나, 피고인 본인 및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의 월 보험료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월 지출한 총 보험료가 800~9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결혼한 2008년 이후로 위 각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피고인 명의의 계좌 등에 나타난 입출금 내역 등을 살펴보아도 매월 납입하여야 하는 보험료 때문에 피고인에게 견디기 어려운 경제적 압박이 있었다.고 볼 만한 현금 흐름의 어려움이나 유동성의 부족 등 이상 징후는 엿볼 수 없고, 위 기간 동안 보험료 납입을 제때에 하지 못하여 다수의 보험계약이 일시에 실효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

⑫ 피고인이 월 보험료를 내기 위하여 어떤 경우에는 보험약관대출을 받거나 중도인출을 하여 보험료를 지급하였으나 위와 같은 보험약관대출 및 중도인출은 피고인이 보험계약에 따라 적립한 해약환급금, 보험금 내지 적립금 범위 내에서 지급되는 것이어서 이를 순수한 부채라고 보기 어렵고, 카드론 등을 통해 대출받은 금원에 대한 지급을 연체하였다는 등의 사정도 보이지 않는바, 당시 피고인의 자금 상황이 보험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⑬ 피고인은 AD조합, AA조합, 우체국에 각 1개씩의 예금계좌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그 합계 잔고가 600만 원에 미치지 못하였고, 그 밖에 적금, 펀드 등 다른 저축 수단이나 금융 수단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보험 가입 후에는 보험약관대출, 중도인출 등을 활용하여 필요에 따라 수시로 돈을 이용하고 다시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보험료를 계속 적립하는 등으로 보험을 예금이나 적금과 유사한 금융거래 수단으로 활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인은 보험을 순수한 사고나 질병 대비 또는 연금 목적으로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수입 중 일부를 저축하고 자금을 대출받아 사용하는 일종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⑭ 피고인과 피해자가 2회에 걸쳐 임신중절을 한 바 있으나 1회의 경우 피해자가 치과 치료 약을 투여받아 기형아 출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낙태하였고, 2회의 경우 작은 딸 U가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데다가 시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 피해자가 둘째까지 낳아서 키우면 힘들다는 이유로 낙태를 한 것으로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사고 당시 임신 중이었던 태아에 대해서도 임신중절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병원에서 낙태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하여 출산하기로 하였고, 특히 태아가 남자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좋아했다는 것이며, 피고인은 2014. 5. 9.경 위 아이를 위해 2건의 태아보험에 가입하기도 하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아이의 출산 문제를 놓고 의견 대립이나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피해자가 혼인 직후인 2008년경 시부모와 동거하면서 시어머니와 사이에 고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분가한 이후로도 갈등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정황은 엿볼 수 없고, 피고인이 처가에도 비교적 잘하는 편이어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둘러싼 가족관계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부부관계에 여느 부부와 달리 특별한 문제나 갈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에게 다른 여성과의 불륜 등 이성 문제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⑮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진술분석관 AY는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2014. 12. 5.경 검사결과 피고인은 겉으로 보고하는 진술과 자신의 내면 정서가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회적 관계에서 협동반응이나 대처능력이 결여되는 검사결과를 보였으며, 거짓말을 잘 하고,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등의 특성을 다소 가지고 있으나 정신병 질자 선별도구 적용결과 9점이 나와 25점을 넘어야 인정되는 사이코패스로 진단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하였고, 그 밖에 피고인에 대한 재범의 위험성 평가결과 등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유형의 지능적이고 악랄한 살인 범죄를 저지를 만한 심리적, 정서적 위험 요인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피고인의 범죄전력 역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이 없어 그로부터 피고인의 범죄성 내지 반사회성을 추단하기도 어렵다.

라.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가 선택 가능한 범행방법인지 여부에 관하여

1) 피고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고자 계획하였다면 여러 가지 범행 방법을 궁리했을 수 있다. 그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고려사항은 우선 그 범행으로 피해자가 확실하게 사망하는 결과가 달성될 수 있어야 하고, 우발적으로 갑자기 살해의사가 발동된 것이 아니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교통사고로 위장하고자 하였다면 범행장소나 실행방법을 사전에 탐색하는 등의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범죄의 실행과정에서 피고인 본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험요소가 있는 범행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특히 보험금 등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범행에서는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범행이 발각될 우려를 감소시킬 것까지 염두에 두고 고도의 계산을 하여 사고로 위장하였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지만, 피고인 본인에게 미칠 위험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면 경험칙상 쉽게 그러한 범행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2) 그런 점에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이 사건의 범행방법을 선택했다고 하기에는 경험칙상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① 이 사건 사고는 시속 60~70km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대형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거의 정면으로 추돌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방법으로는 결과에 대한 예측 및 통제 가능성의 측면에서 쉽게 감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다가 도로 우측에 정차 중인 차량의 뒷부분을 조수석 쪽만 부딪치도록 정확히 맞추어 추돌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뿐만 아니라, 의도대로 조수석 쪽만 추돌되도록 맞추더라도 그런 정도의 속도로 정면 추돌을 하면 운전석에 탄 피고인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에도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범행방법을 택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 사건 사고 결과 피해자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큰 상해를 입지 않기는 하였으나, 그 결과만을 놓고 이 사건 범행방법에 내재된 객관적 위험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는 없다.

② 이 사건 차량은 공차 중량이 2톤 정도의 BA 승합차이고, 이 사건 화물차량은 적재중량 8톤의 초장축 특장차로서 대형 화물적재함이 설치된 차량이다.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뒤쪽 좌석 및 적재함에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한 생활용품이 가득 적재되어 있었으므로 대형 화물차량과의 충돌로 인한 충격의 정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차량의 크기 및 높이의 차이 때문에 승합차가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빠른 속도로 정면 추돌하면 승합차는 화물차량의 적재함 아래쪽에 끼게 될 수 있고, 실제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차량의 라디에이터가 이 사건 화물차량의 적재함 및 하부 구조물 아래쪽 3열 뒷바퀴 부근까지 파고 들어가 이 사건 차량 조수석 전부 및 운전석의 오른쪽 일부가 전면 유리창과 차량 지붕이 맞닿는 부분을 넘어 이 사건 차량 B필러(조수석 및 운전석의 등받이) 부근까지 화물차량의 적재함 및 하부 구조물 아래쪽으로 끼인 상태에서 정지하였고, 이 사건 차량의 엔진후드 및 지붕이 크게 뒤로 밀리는 형태로 파손되었으며, 차량 앞쪽의 엔진 구조물 및 플라스틱 대시보드, 운전대 등 조향장치 부분도 파손되어 운전자 쪽으로 밀려들어왔다. 피고인은 사고 후 운전석으로 밀려들어온 차량 구조물 등에 다리 등 신체 일부가 끼어 차량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상태로 있다가 견인차량 및 119구급대가 도착하여 그 구조물을 강제로 절단한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사건 차량 앞쪽의 직접 추돌 부위는 전면 유리창 상단을 기준으로 우측 약 68%로 2/3 정도에 해당하는데다가 피고인이 부상을 입은 부위도 목 늑골, 대퇴부, 슬관절 등으로 경동맥이나 대퇴동맥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에 가까운 점 등을 감안하면, 그 범행방법이 피고인의 신체나 생명에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만을 살해해야 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충돌 부위 및 속도를 미리 조절하여 사고의 결과를 예측한 상태에서 사고상황을 적절한 정도로 통제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③ 사고 당시 피고인은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워 자고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상태에서 피해자를 확실히 사망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게 추돌을 하면서도, 피고인은 치명적인 위험에서는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범행을 결행한다는 것은 그 무모함의 정도가 통상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인다.

④ 이 법원의 도로교통공단에 대한 2017. 12, 13.자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조수석 쪽만 추돌하도록 조종한다고 하더라도 충돌 후 반동으로 차량이 튕겨 나가면서 운전자도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관하여 '일반적인 상황의 경우 충돌대상 이 전 면적이 평평한 장벽같은 경우 시속 60km 이상의 속도로 충격할 경우 관성력 및 반작용의 힘이 커서 반발력이 생기고 차량은 충돌당시 모습으로 최종 정지하기 어려우며, 또한 운전자의 핸들 및 제동조치 등 조작에 의해 충돌 후 차량이 움직여질 수 있는(통제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한다.'고 하였고, 이 법원의 AZ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도 위와 유사한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다.

⑤ 차량 충돌 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다양하여 그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여 통제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보이고, 충돌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 역시 미리 가늠하기 어려워 자신의 생명은 온전히 보전한 채 안전하게 추돌할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⑥ 이 사건 차량과 같은 승합차는 일반 승용차보다 지상고가 높은 특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대형 화물차량 적재함 하부로 파고 들어가는 정도가 적고, 대형 화물차량에는 하부 구조물에 상대 차량이 파고 들어와 끼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강 구조물을 설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추돌함으로써 조수석 쪽 탑승자만 치명적 피해를 입게 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범행을 감행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충돌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능숙한 운전자의 경우라도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⑦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자 계획할 경우에도 이 사건 사고의 경우처럼 매우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대형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곧바로 추돌사고를 일으켜 범행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면서 적절한 범행장소를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계획적인 범행 수법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면, 사고지점에 이르기 전에 마지막 커브구간을 돌아 우연히 갓길에 정차한 이 사건 화물차량을 발견하고 불과40초 내의 짧은 시간 안에 순간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 사고를 내었어야 하는데, 이는 미리 작심하고 범행하려는 범인이 택하는 범행방법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우연적 요소가 많다.

⑧ 수사기관에서도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적, 피고인 및 가족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 정보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가택 및 영업점에 대한 범행 관련 자료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계획, 준비 행위와 관련된 단서 확보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범행방법을 포함하여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충돌방법을 연구하였다는 등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범으로서 이 사건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하려고 하였다면 피해자와 함께 금산에서 서울로 차량을 운전하여 갈 때나 서울에서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이를 때까지 여러 차례 정차 중인 화물차 등 대형 차량을 물색하거나 범행을 시도하려고 하였을 텐데, 그러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고속도로 CCTV 영상이나 증거도 없다.

⑨ 또한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나 생명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 사건과 같은 추돌사고를 일으킬 만큼 극단적인 위험부담을 떠안을 만한 성품을 지녔다는 등의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사고 전후의 상황에 관하여

1) 유죄로 의심되는 간접사실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차량은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으로 진입하여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14. 8. 23. 02:45경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차량은 같은 날 03:41경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km 지점 부근으로서 전방에 이 사건 화물차량이 고속도로 우측 끝 비상정차대에 정차한 지점으로부터 약 814m 후방의 언덕 내리막길의 직선 구간 초입부로 들어섰다.

②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당시 통행이 금지된 갓길인 가변 차로(5차로) 부근을 주행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22m 후방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되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켜져 있었다.

③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레버는 운전대 왼쪽 아래 전방으로 5c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되어 있고, 위 상향등을 점등시키기 위해서는 위 점등레버를 앞으로 밀어 걸림장치에 걸리게 해야 하는데, 졸음운전 상태에서는 위 상향등의 점등레버를 앞으로 밀어 걸림장치에 걸리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상향등 점등 전후로 큰 흔들림 없이 차로를 따라 주행한 것으로 보인다.

④ 이 사건 차량이 상향등을 점등한 지점에서 바라보면 내리막길 아래에 위치한 비상정차대가 한 눈에 들어오므로,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려고 한 것이라면, 피고인은 비상정차대에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정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변 상황을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하여 상향등을 점등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⑤ 이 사건 차량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최종 추돌 형태가 거의 정면 충돌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고, 이 사건 사고 후 최종 정차된 이 사건 차량의 좌측 앞바퀴가 좌측으로 약간 틀어져 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은 이 사건 화물차량 추돌 직전에 적어도 인위적으로 우조향 후 좌조향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⑥ 도로교통공단 사고조사연구원 BB, BC(이하 '감정인 BB', '감정인 BC'이라 한다)은 이 사건 CCTV 영상을 참조하여 상향등 점등 이전에 이 사건 차량의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70.5km이고, 상향등 점등 후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80km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감정인 BB은 위 영상을 참조하여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후 다시 좌조향되어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돌할 때까지의 평균속력은 시속 61.7km 내지 63.6km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⑦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관 E(이하 '감정인 E'라 한다)는 이 사건 CCTV 영상 분석결과 위 영상의 1분 36초경에 이 사건 차량에서 앞숙임 현상이 감지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BD 소장 BE(이하 '감정인 BE'라 한다)는 이 사건 CCTV 영상의 프레임별로 전조등의 위치 및 높이를 점을 찍어 표시하여 위 점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분석한 결과 특정 구간에서 아래로 숙여지는 S자 곡선을 보였고, 그 구간의 점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어 이 사건 사고 충돌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줄고 앞숙임 현상이 관찰되었음을 근거로 피고인이 사고 직전 제동을 하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BF(이하 '감정인 BF'이라 한다)도 이 사건 사고 장소 부근에 노면의 패임 등 도로의 환경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아 앞숙임 현상이 제동장치의 작동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교통사고보고서 및 현장사진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장소 부근에 노면의 패임 등 도로의 환경적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⑧ 피고인은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차량의 수동변속기를 6단으로 놓는다고 진술하였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BG(이하 '감정인 BG'이라 한다), BH는 '이 사건 차량 앞부분이 외부 충격에 의해 크게 파손된 상태이며, 감정 당시 수동변속기 레버 부위 등이 차체와 분리되어 있는 상태였다. 변속기는 4단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감정하였고, 감정인 BG은 원심법정에서 '이 변속 레버가 구조물에 몸체하고 붙어 있어야지 이 변속 레버가 막대기 역할을 하면서 이동을 할 수 있는데, 이게 지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고정 역할은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변속 레버가 변속기의 영향을, 단수를 바꾸기는 좀 어렵다.'라고 진술하였다.

⑨ 피고인이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한 BI휴게소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의 직선거리는 25.8km이고, 지도상 확인되는 커브 구간은 8개인데, 피고인은 수분 간격으로 나타나는 위 8개의 커브구간을 별다른 사고 없이 통과하여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후방 814m 부근에 이르렀다.

2) 졸음운전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이 일어날 수 없는지 여부

가) 피고인의 졸음운전 가능성

(1) 졸음과 운전자의 신체 반응, 운전 기능

① 수면과 비수면의 중간 상태인 졸음은 규정하기 쉽지 않고, 졸음상태에서의 운전자의 안전운전능력은 가부 또는 흑/백으로 명확히 구분될 수 없는 것으로 졸음은 아주 미약한 피곤의 상태부터 수면도입에 이르기까지의 일직선 선상 가운데 어느 한 지점을 일컫는다.

② 피로나 졸음으로 인한 경계 능력의 감소는 경계를 잘 기울이는 건강한 상태로부터 약간 피곤한 상태를 거쳐, 실제 피로나 졸음을 느낄 때까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쉽게 인식되지 않고, 짧은 순간에 순간적으로 잠이 드는 경우 운전자가 졸음 사실을 실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들은 자신이 졸음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정상적이지 못한 조작행동(운전 중 의식 부재 현상이 생기거나 급격한 조향휠 조작을 하거나, 차간 간격 조정을 위해 급격한 페달조작을 해야 하는 등의 경우)을 하고 난 이후에야 지각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③ 국내 연구결과, 일반주행 조건에 비해 졸음운전 조건의 속도편차, 조향휠 편차, 가속페달 답력 편차 등이 다소 높게 나타났고, 졸음운전 조건이 일반운전 조건에 비해 주행안정성이 다소 저하되기는 하였으나 유의미하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졸음운전의 조건에서 운전자 각성 수준의 저하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일반운전 조건에 비해 뚜렷하게 나타났다.

(2) 졸음운전의 원인과 행동특성 등

① 졸음운전의 사망사고는 여름철(고온현상으로 인한 체력의 저하와 수면질의 저하가 운전자의 피로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 직전 수면 부족 상태, 주말의 새벽 시간대(운전자의 생활리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속의 연속적인 주행 조건인 고속도로 직선 구간, 맑고 건조한 노면 상태에서 주로 발생한다.

② 졸음운전의 행동특성으로는 전방의 차량 또는 보행자와 같은 장애물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해당 교통상황에서 적절한 운전행동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위험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시야범위가 줄어들며,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아니하고, 충돌 회피 반응이 나타나지 아니하며, 차선을 이탈하는 등 차선 유지가 어렵고, 특히 오른쪽 끝 부분 차선 이탈 사고가 주로 나타난다.

③ 졸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무의식 내지 반무의식 상태의 졸음운전에서 좌우로 차선을 이탈하며 주행하는 형태의 졸음운전도 경험칙상 인정되고, 졸음운전 중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인 무의식 내지 반무의식 상태에서 차량을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3) 피고인의 졸음운전 가능성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하루 전인 2014. 8. 22. 06:00경 기상하여 운동을 마치고 08:20 경부터 20:00경까지 영업을 한 후 21:00경 서울 남대문시장으로 출발하였고, 남대 문시장에서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팔 물건들을 구입한 후 새벽 식사를 마친 다음 금산으로 돌아오다가 2014. 8. 23. 새벽 03:41경 졸음운전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전날 오전 06:00경부터 다음 날 새벽 03:41경까지 약 21시간을 쉬지 않고 일을 하거나 운전 등을 하였고, 금산으로 출발하기 전 새벽 식사까지 하여 이 사건 사고 직전 피곤 수면 부족. 포만감 등으로 졸렸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도 졸음운전이 잘 발생하는 여름철 주말의 새벽 시간대에 맑고 건조한 노면 상태의 고속도로에서 발생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은 속도가 일정하지 않았고, 오른쪽으로 차선을 이탈하다가 충돌 회피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이 사건 화물차량을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졸음운전의 원인이 있었고, 외형적으로 졸음운전의 행동특성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사고 전후의 상황

(1) 상향등의 점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졸음운 전과 양립할 수 없는 피고인의 의식적 고의 행위가 개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래버는 운전대 왼쪽 아랫 부분의 약 5cm 전방에 위치하여 앞으로 밀어야 조작이 가능하다. 성인 남자의 경우 운전대를 잡는 위치에 따라서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아니한 채 큰 거동 없이도 검지, 중지 등을 이용하여 점등 레버를 앞으로 살짝 미는 방법으로 상향등이 점등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고, 위 점등 레버가 운전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비교적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②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지점의 도로는 2.7% 경사도인 직선의 내리막길 인데다가 졸음운전을 할 경우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의 습관이나 방식에 따라서는 운전대 윗부분을 잡고 있던 왼손을 떨어뜨려 점등레버를 치게 되면서 점등레버가 앞으로 밀려 상향등이 점등되는 상황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③ 운전자가 잠드는 졸음운전이 아니라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졸음운전의 경우 순간적인 무의식 내지 반무의식 상태에서 차량을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위와 같은 형태의 졸음운전 중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상향등을 점등하고도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주행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④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 전후에 이 사건 차량의 주행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졸음운전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인 BC은 원심법정에서 '통상적으로 운전대가 정방향으로 되어 있을 경우 약 10~30도 정도는 유격이라고 해서 운전대를 돌려도 차량의 조향장치에 연결된 바퀴가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손에 미세한 움직임까지 차체에 그대로 전달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유격이 어느 정도 전달되고 약 10~20도 정도 운전대가 틀어져야 바퀴가 틀어져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라고 진술하였고, 자동차의 특성상 차량이 일정한 속도로 진행 중이었을 경우 자동차의 중량 등에 의하여 바퀴가 직진 상태로 되돌리려는 복원력이 작용하여 운전자가 짧은 순간 운전대에서 손을 놓더라도 운전대가 임의로 회전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도록 되어 있음은 경험칙상 인정된다. 이 사건에서도 이 사건 차량이 상당한 속도로 진행하는 동안 피고인이 짧은 순간 운전대에서 손을 떨어뜨리더라도 이 사건 차량의 좌우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고, 이 사건 차량을 기준으로 좌측 전방 대각선 위에 설치된 이 사건 CCTV 촬영각도에서는 원근법, 화각 등에 의하여 이 사건 차량의 좌우 움직임이 제대로 관찰될 수 없는데다가 야간에 촬영되어서 차선이나 이 사건 차량의 윤곽이 명확하게 식별되지 않으며, 상향등 불빛의 번짐이 심하여 이 사건 CCTV 영상을 단순히 육안으로 관찰하는 방법으로는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졸음운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여 어떤 경우에는 일반운전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졸음운전 중 상향등이 점등되는 상황에서도 외형적으로 주행 상태에 눈에 띄는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을 수 있다.

⑤ 이 사건 사고 지점의 도로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에 8개의 조명이 달린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고, 맞은편에는 차량의 입출입이 잦은 BJ 휴게소가 있으며, 가로등이 다수 설치되어 있고, 시야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어 전방을 주시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또한 이 사건 차량이 상향등을 점등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 부근에는 전방에 교통단속 CCTV가 설치되어 있음을 경고하는 교통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의도한 경우라면 위와 같은 주변 환경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다른 차량 등 주변의 시선을 끌 수 있고, 주변에 설치된 CCTV 등에 의하여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이 촬영되어 증거가 남을 수 있음에도 이 사건 충돌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상향등을 점등하고,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 사건 화물차량을 추돌하였다는 것은 치밀한 계획하에 발각되지 않고 우연성을 가장하려고 하는 보험금 편취 목적의 살인범행 방법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등에 관한 감정인 BB, BC, BF의 감정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고, 설령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가 우조향 후 좌조향 등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실과 졸음운전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감정인들의 감정결과와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에 관한 판단

① 감정인 BB, BC의 감정결과

감정인 BB, BC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차량이 인위적인 핸들조향을 하였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 및 최종 정지 상태

아래 [사진1], [사진2] 표시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지붕판넬 ⓐ 지점 임프린트와 ⑤ 지점 임프린트가 이 사건 화물차량 적재함 좌측 판넬 두 번째 봉과 좌측 끝 첫 번째 봉의 위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측정되어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는 아래 [그림 1]과 같이 이 사건 차량과 이 사건 화물차량이 모두 미세하게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고, 이 사건 차량의 손상이 전면 우측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충돌 당시 편심력이 이 사건 차량 우측면에 작용되어 충돌 후 시계방향으로 회전되는 힘이 작용되었을 것이며, 이 사건 차량의 주된 충격부위가 무게중심을 지나고 있어 최초 충돌 상태와 최종 정지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된다(감정인 BB은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 적재함 아래로 파고 들어가 끼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위 충돌로 인하여 회전가능성이 적어 충돌 당시 모습으로 최종 정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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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이 사건 차량 지붕판넬 임프린트 흔적 [사진2] 이 사건 화물차량 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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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충돌 후 최종 정지 상태

○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에서 실제로 차량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서로 의사를 교환하여 차량의 위치나 상향등의 불빛이 이 사건 CCTV 영상과 동일하게 되도록 재현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차량 상향등의 불빛이 바뀌는 지점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인 것으로 보았고, 그와 같이 상향등의 불빛이 바뀌는 이유는 이 사건 차량이 진행방향 우측 비상정차대 쪽으로 우조향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이 사건 도로 구조에서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40m 후방 지점에서 우조향을 하고, 이 사건 화물차량과 거의 정면으로 충돌한 것으로 고려할 경우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15m 후방에서 좌조향을 하면 위 각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 및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와 일치한다.

따라서 최소한 이 사건 차량의 운전자는 우측으로 진행하는 자신의 차량을 인지하고 다시 핸들을 좌측으로 조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② 감정인 BF의 감정결과

감정인 BF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는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 및 최종 정지 상태

이 사건 차량의 엔진후드 부분이 직각으로 굽힘 변형된 상태이고, 아래 [사진3], [사 진4]와 같이 이 사건 차량 지붕 부분도 이 사건 차량 옆면 및 앞뒷면과 나란히 직각으로 굽힘 변형된 상태이며, 이 사건 화물차량이 비상정차대의 좌측 차선을 밟은 상태에서 나란히 정차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는 아래 [그림2]와 같고, 감정인 BB, BC의 감정결과와 같은 이유로 최초 충돌 형태와 거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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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이 사건 차량 최종 정지 상태

○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이 사건 CCTV 영상에 나타나는 이 사건 차량의 이동 경로를 투명 종이에 표시하여 육안으로 확인되는 이 사건 차량의 우측 거동 경위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차량 및 화물차량의 나란한 최종 정지 상태, 이 사건 도로의 구조를 고려할 때 이 사건 차량은 비상정차대 시작 지점에서 우조향 후 다시 좌조향하여 이 사건 화물차량을 나란하게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 등을 포함한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감정인 BF은 환송 전 당심 법정에서 '위와 같은 사정과 이 사건 차량의 바퀴가 11자로 정렬이 되려면 위와 같이 우조향 후 좌조향한 다음 다시 우조향을 해야 한다.'고 진술하였고,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는 '감정인 BE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이 사건 차량의 좌측 앞바퀴 사진에 대한 3D 재현 시뮬레이션으로 위 앞바퀴가 좌측으로 10도 정도 조향된 것으로 분석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차량은 이 사건 화물차량과 나란히 충돌하였기 때문에 우조향을 하였다가 좌조향한 후 다시 우조향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판단

○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 및 최종 정지 상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와 최종 정지 상태가 상이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i)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이 사건 차량에 대한 현장사진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차량의 좌측 바퀴는 비상정차대 좌측 차선을 밟고 있는데(현장사진 23, 39, 41), 이 사건 차량 후면 중심은 비상정차대 좌측 차선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현장사진 13, 17), 이 사건 차량 전면은 비상정차대 좌측 차선을 밟고 있는 이 사건 화물차량의 적재함 좌측 하부에 끼인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의 전면 중심이 비상정차대 좌측 차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현장사진 20). 따라서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는 비스듬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ii) 감정인 BB, BC의 [사진1]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 지붕판넬 ⓑ 지점 임프린트에서 오른쪽(사진 기준)으로 약간 떨어진 지점에 더 눌린 흔적이 보이고, 감정인 BF의 [사진3]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이 그 흔적으로 보이는데, 감정인 BF의 [사진4]에 의하면, 그 흔적은 위 ⓑ 지점 임프린트보다 움푹 더 눌린 것으로 보인다. 위 ⓑ 지점 임프린트는 이 사건 화물차량 좌측 끝에 달린 봉에 의한 것이고, 감정인 BF의 환송 후 당심법정 증언에 의하면, 위 [사진3]의 화살표 표시 부분의 흔적도 같은 봉에 의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돌했을 때 최초 찍힌 흔적으로 보이는 위 ⓑ 지점 임프린트는 위 [사진3]의 화살표 표시 부분의 흔적까지 이동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와 최종 정지 상태가 다소 상이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iii) 증인 BK4)도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차량은 이 사건 화물차량 적재함 하부에 끼어 들어가고 난 다음에 정지하였다. 최초 접촉할 때 각도대로 최종적으로 끼어 있는 게 아니라 최초 접촉과 완전히 멈춘 상태 사이에 스핀이 1, 2, 3도 돌 수 있다.'라고 진술하였다.

○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 부근으로 우조향한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우조향의 지점, 우조향 후 좌조향 등을 하였는지 여부, 좌조향을 하였다면 좌조향의 지점 등을 단정하기 어렵다.

i)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 이외에 다른 차량(위 영상 3분 51초에 등장)이 상향등을 점등한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의 주행 경로와 유사한 경로로 주행하였는데, 위 다른 차량의 상향등에서는 이 사건 차량과 같은 상향등 불빛의 굴절 이 관찰되지 않았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감정인 BB, BC의 사고 재현 CCTV 영상과 이 사건 CCTV 영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 재현 CCTV 영상에 의하면, 사고 재현 차량이 비상정차대 쪽으로 우조향을 하였을 때 사고 재현 차량의 상향등 불빛이 굴절되어서 직진 시 하나로 보이던 상향등 불빛이 두 갈래로 보이는 장면이 관찰되며, 피고인도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로 우조향을 하였다는 점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 방향으로 우조향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ii) 그러나 감정인 BB, BC, BF은 이 사건 CCTV 영상을 육안으로 관찰할 때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불빛이 사고지점 건너편에 설치된 이 사건 CCTV 영상의 고정 시선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굴절되는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우조향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CCTV 영상에서 이 사건 차량이 최초에 우조향됨으로써 상향등의 불빛이 이 사건 CCTV의 초점 위치에서 멀어짐으로써 광선이 어두워진 후에 다시 앞서 우조향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되어 바퀴가 좌측으로 향하게 될 경우 직전에 굴절된 상향등의 불빛이 이 사건 CCTV의 시선 쪽으로 향하여 다시 굴절 되어 가까워지는 변화가 관찰되어야 하고, 그 후 우조향될 경우 이와 반대의 변화가 관찰되어야 한다. 그런데, 감정인 BB은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차량 상향등 불빛의 굴절은 사고 재현 결과 확인된 것이지 이 사건 CCTV 영상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하였고, 감정인 BF도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1분 36초와 이 사건 충돌 시점인 1분 38초 사이에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불빛 이 약간 커지는 것이 관찰되어 좌조향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다른 전문가가 분석을 해야 알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수사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CCTV 영상에 기초한 이 사건 차량의 위치, 속도, 움직임 등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한 분석 · 감정을 의뢰받은 감정인 E는 이 사건 CCTV 영상의 화질을 기술적으로 개선한 후 영상 분석을 시도하였으나,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 등을 명확하게 구분할 정도의 해상도 및 화각이 되지 못하고, 낮은 조도에서 촬영되고 노이즈가 강조되어 나타나며, 세밀한 영상 정보가 손실되어 화질왜곡 및 영상왜곡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또한 이 사건 차량을 기준으로 좌측 전방 대각선 위에 설치된 이 사건 CCTV의 촬영 각도에서는 이 사건 도로의 특징(내리막길에서 평평한 도로로 이어짐), 원근법 등에 의하여 이 사건 차량의 좌우 움직임이 정확하게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CCTV 영상만으로는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불빛에 대한 변화를 관찰하여 우조향 지점과 좌조향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iii) 감정인 BB, BC의 조사 및 분석결과는 모두 이 사건 CCTV 영상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영상 속의 각 시점에 따른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과 위치를 실제 사고 장소의 해당 위치와 시점별로 대응시키는 방법으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여 얻은 추정치로 보이는데, 이 사건 CCTV의 촬영각도, 이 사건 도로의 특징, 원근법 등에 의하여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 움직임이 있거나 육안으로 보이는 주행 경로가 실제와 다를 수 있어 사고 재현에 의하여 얻은 위 추정치가 무시하여도 좋을 정도의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성이 과학적으로 담보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추정치를 토대로 작성된 사고 재현 CCTV 영상과 실제 이 사건 CCTV 영상의 사고 장면 영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감정인 E는 이 사건 CCTV 영상의 해상도, 화각, 낮은 조도, 노이즈, 세밀한 영상 정보 손실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차량의 정확한 위치, 속도, 움직임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고 재현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차량의 우조향 지점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iv) 감정인 BB의 2016. 8. 28.자 감정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에서 우조향을 하고,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상태가 최초 충돌 상태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한 지점을 알 수 없고,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가 최초 충돌 상태와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 감정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변호인이 제시하는 조건 즉,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45m 후방에서 15도 우조향한 경우,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에서 15도 우조향한 경우,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50m 후방에서 10도 우조향한 경우의 별지4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재 결과도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v) 감정인 BB, BC, BF의 감정결과는 이 사건 차량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구조, 접촉지점의 강도, 최초 충돌 후 최종 정지 시점까지의 과정, 회전가능성 등 추돌 과정의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고 특정 상황만을 전제로 한 의견이어서 최초 충돌 상태 및 진행 경로를 정확하게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증인 BK도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지붕이 직각으로 구부러졌다는 것으로 이 사건 차량이 직각으로 이 사건 화물차량과 나란한 상태로 추돌되었다고 하는 것은 최초 접촉 시 자세로부터 최종 정차 시 자세까지 회전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돌이 이루어지는 동안 차체의 회전이 발생하여 자세에 변함이 발생할 경우 최종 정차시 자세와 최초 접촉 시 자세는 다른 것이므로 사고의 최종 결과인 손상 형상에 의해 최초 접촉시 자세를 단정하여 핸들 조향동작을 추정하는 것은 모순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나) 졸음운전과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의 관계

앞서 본 바와 같이 순간적으로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졸음운전의 경우 큰 흔들림 없이 완만하게 주행하는 상태에서도 우조향을 하다가 좌조향을 할 수 있고, 다시 우조향을 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주행 중 어느 특정 시점에 충돌하면서 거의 정면에 가까운 충돌 형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에 대한 감정인들의 우조향 지점 및 좌조향 여부 등에 관한 의견 등은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졸음운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유·무죄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사항이 되지 못한다.

(3)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 현상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 현상을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간접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

① 감정인 BF, BE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 현상은 이 사건 차량의 제동장치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감정인 E는 '주행 중인 차량의 앞 부분이 아래로 숙여지는 현상은 제동장치 또는 조향장치의 작동, 현가장치의 특성, 노면상태(노면 위의 이물질 존재 또는 내리막길 후 평지 주행) 및 속력 등에 의한 원인 또는 이러한 원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노면상태가 굴곡이나 패임이 없는 상황으로 확인되고, 차량의 앞숙임 현상이 있는데 속력까지 줄은 경우라면 어떤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있을까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앞숙임 현상은) 제동장치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조향장치의 작동, 현가장치의 특성 등에 의하여도 차량의 앞숙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감정인 E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감정인 BE는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은 아래로 숙여지는 현상이어서 제동장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였고, 좌우 조향에 의하여도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실험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진술하여 좌우 조향에 의한 앞숙임 현상을 배제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CCTV 영상만으로는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어 위와 같은 앞숙임 현상이 좌우 조향에 의한 것인지, 제동장치에 의한 것인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② 이 사건 사고 장소 부근에 노면의 패임 등 도로의 환경적 요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졸음운전의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 현상도 반드시 제동장치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4)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 조작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계속되는 졸음으로 인해 운전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평소와 달리 5차로를 따라 주행하면서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다른 차량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60~80km의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위 속도는 4단 변속에 맞는 속도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에 이르기 전에 운전 중 졸음 등으로 인하여 평소와는 달리속도를 줄이기 위하여 4단으로 설정하고 이 사건 도로 갓길 쪽의 5차로를 따라 진행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평소 운전습관 등과 달리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가 4단으로 설정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간접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5) 이 사건 도로의 특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BI휴게소에서 잠시 잠을 잔 후 다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는데, 그 후에도 계속 졸음이 쏟아져 운전석 쪽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는 등의 방법으로 졸음을 쫓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 사건 차량을 계속 운전하던 중 BM휴게소 부근을 지났던 것이 기억난다고 진술한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졸음운전의 유형, 운전자의 신체적 반응 등 그 범위가 매우 넓고, 졸음운전의 경우에도 일반운전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피고인이 졸린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차량을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BI휴게소부터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까지 8개의 커브구간을 무사히 통과하였다는 사실이 졸음운 전과 양립할 수 없는 간접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바.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에 관하여

1) 검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에게 옥수수수염차 등에 수면유도제를 용해하여 마시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잠들게 하였다며, 그 근거로 이 사건 차량 내에서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고, 그 혈흔으로부터 수면유도제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을 따라가면서 집에 있던 이불을 가지고 갔고,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위 이불을 덮고 있었으며, 위 이불에 상당량의 피가 묻어 있었으므로, 위 이불의 혈흔은 피해자의 혈흔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이 사건 차량 내의 독극물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인 BN은 수사기관과의 유선통화로 '디펜히드 라민 성분은 섭취한 후 3~5일 경과시까지 혈액에서 채취될 수 있다. 디펜히드라민 성분은 감기약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감기약 복용시 디펜히드라민 성분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감기약은 디펜히드라민 외에 다른 성분들도 첨가된 복합제이기 때문에 감기약을 복용한 사람의 혈액이라면 디펜히드라민 외에 다른 성분도 검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채취한 혈흔들에서는 디펜히드라민 성분만 검출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위 이불의 혈흔에 대한 감정서에 디펜히드라민 성분에 대하여는 양성, 청산염, 유기인제류, 유기염소제류, 카바메이트제류, 기타 알칼로이드류에 대하여는 각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 감기약의 다른 성분 등에 대한 검사결과는 기재되어 있지 않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014. 12. 15.자 감정서에서도 '감기약과 같이 디펜히드라민이 포함된 복합제 또는 디펜히드리네이트를 복용한 경우 복합제에 포함된 다른 감기약 성분 또는 8-클로로테오필린이 함께 검출되기도 하는데, 이는 개인의 약 물대사 속도 차이, 분석기기에 대한 검출약물의 감도 차이, 함유된 약물의 함량 차이 등에 의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된 사실만으로는 피해자 혈흔의 디펜히드 라민이 디펜히드라민의 단일제재인 수면유도제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② 이 법원이 지정한 전문심리위원 BO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복용하였던 약품에서는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있는 약품이 발견되지 않았고, 일반 용량의 디펜히드라민의 경우에는 임산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 법원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2017. 10. 20.자 사실조회결과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으므로, 피해자가 임산부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 전에 디펜히드라민 성분의 약품이나 제품을 복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③ 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2017. 10. 20.자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국내에 유통 중인 디펜히드라민 제재유형 중 단일제의 경우는 최면진정제로 사용되고, 복합제의 경우는 비염, 가려움증, 알러지 질환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고 하고 있으며, 복합제로는 '더마큐연고(디펜히드라민염산염)', '둥근머리버물리겔(디펜히드라민염산염)', '신신 파스에스(디펜히드라민' 등 일상생활에 흔히 사용되는 제품으로 다양하다. 또한 이 사건 차량의 에어백에 묻은 피고인의 혈흔에서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다.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들어 있는 일상생활에 흔히 사용되는 제품을 사용하여 그들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 피해자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점에 관하여

1) 검사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서울로 올라갈 때 찍힌 다른 곳의 CCTV 영상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매고 피해자는 매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일부러 안전벨트를 풀었다고 볼 자료는 전혀 없고, 또한 피해자는 사고 당시 의자를 뒤로 젖혀 누운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므로 그런 자세에서는 안전벨트가 방해가 되어 이를 풀어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고 당시 피해자만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적인 살인을 도모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되기 어렵다.

아. 그 밖의 부수적 전후 사정에 관하여

검사는 이 사건 차량으로 서울에 갈 당시 피해자는 동행할 예정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피고인과 동행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사고 직후 이 사건 화물차량 운전자, 견인차 기사 등에게 즉시 피해자의 구조를 요청하지 아니하는 등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였고, 병원에서도 지인에게 사고의 경위에 관하여 사실과 달리 진술하기도 하였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난 당일 오전까지 '피해자의 생사 여부를 알려주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않겠다.'며 울부짖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가 같은 날 직접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할 화장장의 예약을 부탁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약 2주 전에 휴대전화를 교체하였고, 위 휴대전화 단말기의 복구결과 2014. 8. 14.부터 같은 달 25.경까지의 사용 내역만 복구되지 않았으며, 사고 다음날 휴대전화로 이 사건 사고 관련 뉴스를 찾아 그 기사 내용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하여 목격자나 증거가 없는지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혼인 중 2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무렵 피해자가 임신한 태아에 대해서도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던 점, 임상심리결과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피고인의 심리적 반응이나 성격에 일부 특이성이 엿보인다고 나온 점 등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정황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살인의 동기와 범행방법의 선택,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하여 피고인의 졸음운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상 검사가 주장하는 고의성을 추단할 만한 부수적인 간접정황만으로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인정의 전제가 되는 살인의 범의에 기한 교통사고임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자. 종합판단

1)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한 이 사건 차량의 운행방식 등에 고의를 의심할 만한 점들이 있고, 당시 상황에 관한 피고인의 설명에 의문점이 있으며, 피고인의 보험가입 행태 및 사망보험금의 액수, 이 사건 사고 전후 피고인의 말과 행동 등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는 이상,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의문점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고 하여 객관적인 증거와 이에 기초한 치밀한 논증의 뒷받침 없이 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단호하게 진실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리적 추론과 가능성의 우월 함만으로 단죄할 수는 없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이러한 순간에 더 의미가 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관련 법리 및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결국 졸음운전 사고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에 대하여 졸음운전에 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졸음운전을 하였을 가능성 역시 존재하며, 이를 객관적인 증거와 논증을 통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배제할 수 없는 이상, 다수 보험가입, 사고 전후 사정 등의 간접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무죄의 추정이 직접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버금가는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번복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할 것이고, 살인의 점을 전제로 피고인이 사기의 범행을 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 역시 그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반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은 공소장변경으로 인한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위 제2항의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사망진단서

1.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

1. 현장사진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금고 1월 ~5년

2. 양형기준의 적용

[유형의 결정] 교통 〉 일반 교통사고〉 제2유형(교통사고 치사)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 영역, 금고 8월 ~2년

3. 선고형의 결정 : 금고 2년

피고인에게 1997년 이후 동종전과가 없는 점, 부양해야 할 자녀가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더욱이 임신 7개월의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주의를 더 기울여 안전하게 운전을 하였어야 함에도 만연히 졸음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계속 운행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그 사고로 인하여 동승하고 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바, 교통사고 발생에 대한 피고인의 과실이 결코 가볍지 않고, 교통사고의 결과 또한 매우 중대한 점, 또한 피고인은 딸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 등 유족과 합의하지 아니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정상들에 더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성행, 가족관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의 요지는 위 제2항의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고, 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과실에 기한 교통사고에 의하여 사망한 것처럼 기망하여 BP 주식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것인바, 위 제4항에서 본 바와 같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 및 이를 전제로 하는 사기의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에 관하여는 이와 동일체 관계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재판장판사허용석

판사김경희

판사박철홍

주석

1)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사망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도 납입보험료 중 일부로 펀드를 만들고, 펀드에서 얻은 수익을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돌려준다. 다른 보험상품과 달리 입출금이 비교적 자유로워 은행 예금과 같은 기능도 갖고 있다.

2) 별지 보험가입내역(1) 순번24 기재 보험의 최초 가입일은 2008. 6. 13.이고, 2013. 6. 13. 갱신되었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살고 있던 충남 금산군 AT 공동주택 AU호는 피고인의 모친인 W이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다. 다만, 피고인이 위 주택의 매수가격 1억 4,000만 원 중 7,000만 원을 부담하였다고 진술하였다.

4) BL 소장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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