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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18.10.12.선고 2018노777 판결

업무상배임,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

사건

2018노777 업무상배임,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이승현(기소), 송민하(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유지원, 김현권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8. 1. 12. 선고 2016고단6150 판결

판결선고

2018. 10. 12.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원심의 형(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무죄 부분)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및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부정한 목적으로 피해 회사인 B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의 산업기술을 유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임원으로서 사규를 위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기술자료(이하 '이 사건 기술자료'라 한다)를 유출함으로써 피해 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린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산업기술의유출방지 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의 점 및 각 영업비밀자료 유출에 의한 업무상배임의 점을 각 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서 이직할 계획을 가지고 헤드헌터와 접촉하였다. 피고인은 2016. 3.경부터 헤드헌터인 EC, AH 등과 접촉하였고, 특히 EC에게는 외국계 회사를 포함한 관련업체로의 이직을 생각하고 있으니 만나달라고 적극적으로 연락하였다. 피고인이 당시 작성한 메모에도 헤드헌터를 만나고, 이력서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다.

피고인은 전무로 승진하기는 했으나 비인기부서인 E사업부로 옮기게 되자 장래가 불투 명하다고 생각하여 이직을 적극적으로 계획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은 별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없음에도 계획적으로 허위 병가를 냈다. 피고인은 2016. 5.경 갑자기 경영회의에 불참하였고, 피해 회사가 그 사유를 파악하던 중 피해 회사에 몸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근무가 어렵고,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차도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진단서를 제출하고 병가처리를 요청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당시 작성한 메모에 의하면 "정신과에 말할 증세 연구(뭔가 병가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사유) 만들 수 있으면 된다. 구상에 따라 팀원들에 말한 병명 증상 연구."라고 기재되어 있어, 피고인이 허위 병가를 계획하였음이 확인된다.

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보안규칙을 위반하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사건 기술자료를 유출하였다. 피해 회사의 보안규칙에 의하면 극비문서는 반출이 불가능하고, 대외비 문서는 부서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며, 결재를 받더라도 주요 부분을 보이지 않게 처리하고 사용 직후 바로 폐기해야 한다. 피해 회사의 이메일에는 '관련 자료 복사불가' 등의 경고 문구가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자료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하였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자료를 출력하도록 지시하여 출력물을 가지고 나오는 방법으로 이 사건 기술자료를 유출하였다. 특히 피고인은 병가 중이던 주말의 야간 시간대에 피해 회사에 들어가 자료를 유출하기도 하였고, 경비원의 단속에 걸리자 피해 회사와 관련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보안규칙을 위반하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유출한 행위 태양 자체로 부정한 목적이 강하게 추단된다.

라)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업무에 필요한 학습을 위하여 이 사건 기술자료를 유출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 회사에서는 재택근무지원시스템(Remote Business Supporting system, 이하 'RBS'라 한다)을 도입하고 있어 굳이 학습 목적으로 자료를 출력해서 가져갈 필요가 없다. 더욱이 이 사건 기술자료 중 상당 부분은 C사업부의 자료로서 피고인이 당시 담당하던 업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또한 이 사건 기술자료는 피해 회사에서 극비로 분류되는 국가핵심기술로서, 비록 학술 또는 비영리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반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2) 양형부당(유죄 부분)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11, 1.경 피해 회사인 B 주식회사의 C 사업부 연구임원(상무 직위)으로 입사하여 2013. 12.경부터 2015. 12.경까지 위 C 사업부 D팀의 팀장으로 근무하고, 2015. 12.경 전무로 승진하여 그 무렵부터 2016. 9.경까지 피해 회사의 E 부서 (F, 비메모리인 AP(Application Processor, 스마트폰 등에 적용되는 중앙처리장치)의 개발, 생산 등을 담당하는 부서의 품질팀장(E 부서에서 개발, 생산된 제품에 대해 불량이나 정상작동 여부에 대하여 관리하는 업무)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입사한 때부터 "재직 중 업무수행상 또는 업무와 관계없이 취득한 제품의 연구개발에 관한 정보, 컴퓨터 프로그램 등 기술상의 정보, 경영상의 정보, 고객정보 등 개인정보, 기타 회사가 보호하고자 하는 모든 정보 및 문서 등의 정보를 포함하는 회사의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

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회사의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어떠한 사유로도 개인적으로 이를 복사, 복제, 보관, 모사전송하거나 또는 허가받지 않은 저장 매체를 이용하여 이를 저장하거나, 회사 내외의 제3자에게 누설, 공개 또는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 라는 등의 내용의 '영업비밀 등 보호서약서'를 작성하여 피해 회사에 제출하였음에도, 헤드헌터 등과 접촉하며 이직을 준비하고, 피해 회사에 재직 중 취득한 피해 회사의 산업기술 관련 자료를 이직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산업기술 보유기관의 임·직원 등 산업기술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대상기관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산업기술을 유출하거나 그 유출한 산업기술을 사용 또는 공개하거나 제3자가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경쟁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며 사용할 의도로, 2016. 6.경 용인시 기흥구 S에 있는 피해 회사의 기흥사업장 T동 6층의 E 사업부 품질팀 사무실에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핵심기술로 고시된 '30 나노급 이하 파운드리에 해당되는 공정 소자 기술'의 내용이 담겨 있는 'U Process Assumption', 'V Process Flow Description' 자료(V AP 제조 공정의 전체 공정 흐름도로, 피해 회사의 주력상품인 W, X 및 Y, Z에 적용), 위 국가핵심기술로 고시된 '모바일 Application Processor SoC 설계·공정기술 및 30나노급 이하 파운드리에 해당되는 공정 소자 기술'의 내용이 담겨 있는 '최신제품개발현황, AA 공정현황' 자료(AA제품 정보, 개발완료일정 및 불량개선 조건, 신제품 문제들과 개선안에 대한 신제품 개발 내용으로, 출시 예정인 AB 탑재 예정), 위 국가핵심기술로 고시된 '3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의 내용이 담겨 있는 'AC Process' 자료(세계최초 AD 제조공정의 전체 공정 순서 및 핵심 모듈의 세부 기술 데이터 포함) 등을 출력하여 자신의 가방에 담아 차량을 이용하여 피해 회사 외부로 가지고 나가는 방법으로 유출한 것을 비롯하여, 2016. 5.경부터 2016. 7.경까지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3회에 걸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는 47개의 자료를 유출하고, 위와 같이 피해 회사의 품질팀장으로서 위 산업기술 등 영업비밀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 등을 작성하고, 보안규정에 따라 이를 유출하지 않아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3회에 걸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는 자료 등을 포함하여 68개의 영업비밀 자료(이 사건 기술자료)를 유출하여 위 영업비밀의 연구, 개발 등에 대한 액수 미상의 시장 교환 가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 회사에 공급증가와 경쟁사의 경쟁력 강화로 생길 수 있는 액수 미상의 이익 감소분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한 다음, 이를 토대로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기술자료를 사업장 밖으로 가지고 나와 집에 보관한 것(이하 '이 사건 반출행위'라 한다)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유출'에 해당하고, ② 이 사건 기술자료가 위 법에서 정한 '산업기술'에 해당하지만, ③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기술자료의 유출에 대한 '부정한 목적'과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국가핵심기술자료 유출에 의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관한법률위반의 점 및 각 영업비밀자료 유출에 의한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1) 피고인이 전 근무지인 C사업부 D팀 근무 당시의 자료들을 병가기간 중 공부할 목적으로 반출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해 회사 임직원들인 Q, AI, AJ 등은 같은 AF 총괄 소속 사업부라도 C사업부와 E사업부의 업무는 서로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피고인이 위 자료들을 E사업부 품질팀 업무수행을 위하여 공부할 목적으로 반출하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 회사에서는 AF총괄 사장 주관으로 C사 업부와 E사업부의 임원들이 모여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제조경쟁 력회의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점, R은 2014년도에 C사업부 D팀에서 E사업부에 기술지원을 한 적이 있었다고 증언한 점, 피해 회사에서 C사업부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였고 현재도 대학에서 반도체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AK는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용도와 기능이 다르더라도 반도체가 동작하는 기본원리가 동일하고 유사한 공정기법 및 양산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프라의 유사성이 크다고 증언한 점, 최근 보도자료에 의하면 피해 회사 AF총괄은 E사업부에 속해 있던 AL 사업 부문을 떼 어내어 별개의 사업부로 만드는 조직개편을 하여 향후 '삼두마차' 체제로 재편하며 메모리반도체에서 쌓은 반도체 미세공정 노하우를 파운드리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증 제10호증의 1, 2, 3), 피해 회사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하나의 칩으로 결합해 만드는 D램 복합칩(MDL)을 개발한 점(증 제11호증의 1 내지 5), 피해 회사의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의 생산라인이 필요에 따라 상호 전환되어 사용되기도 하는 점(증 제12호증의 1 내지 4) 등에 비추어 보면, C사업부와 E사업부의 업무 연관성 유무는 생산된 제품만을 놓고 본다면 없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공정개발이나 양산기법에서는 유사성이 많아 어느 단계에서 어떤 측면을 두고 말하는 것인지에 따라 엔지니어 각자의 견해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보인다.

2) 피고인은 병가 중에도 회사 이메일을 사용하여 품질팀 직원들에게 업무에 관련된 지시를 하였는바(원심 증인 P의 증언), 병가 중에는 직장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치료와 요양에 전념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부재중의 직장 일이 염려되어 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게 연락하여 챙기고 지시하거나, 아주 중증으로 아무 것도 못 할 정도의 상태가 아니라면 틈나는 대로 들여다볼 생각으로 일거리를 집으로 싸 갈 수도 있다고 보인다.

3) 피고인이 과거 이직을 시도했던 점이나 헤드헌터와 접촉한 점은 의심스럽지만 월급받고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으로서 언젠가 닥쳐올 퇴직의 시기를 대비하여 미리 헤드헌터와 친분을 쌓아 놓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이고, 피고인과 AH의 접촉이 1회의 만남 이후 계속되었다거나 이직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며, 피고인이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피해 회사의 자료가 이직을 위해서든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서는 제3자에게 건네졌다는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4) 피고인이 집에 문서파쇄기를 사다놓고 검토가 끝나 필요 없게 된 자료를 세단하여 폐기한 것을 보면 적어도 그 자료들이 피고인이나 피해 회사의 관련 임직원 외의 제3자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의식은 가지고 있었다고 보인다.

5) 기술자료가 출력된 보안용지의 유출행위가 특정시점이나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피고인이 부정한 목적으로 기회를 엿보다가 보안이 허술한 틈을 타서 기술자료를 반출하였다고 의심할 수 있겠으나,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출력한 자료를 집에 갖다 놓고 메모하면서 공부하고 필요 없게 된 자료를 문서파쇄기로 폐기하는 행위가 2009년경부터 시작되어 2016. 7. 적발 당시까지 꾸준히 계속되어 온 점에 비추어 이것이 반드시 이직에 사용할 목적으로 행해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6) 피해 회사에서는 피고인의 메모(증거기록 483면)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서 빼내 올 자료를 카테고리별로 1기부터 6기까지 나누어 사전에 치밀한 계획 하에 유출하였다고 주장하지만, 그 메모 내용과 증 제1호증(피고인의 포스트잇 메모)을 보면 피고인이 집으로 가져온 자료들을 공부하기 위하여 병가기간을 나누어 계획을 세운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7) 피해 회사 내부 인트라넷의 이메일은 수신된 지 2주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므로 피고인은 수신한 이메일을 업무용 PC에 저장하거나 출력하여 보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피고인은 병가 중이던 2016. 8. 1. 비서 P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이메일 계정에 접속하여 중요 표시된 이메일을 업무용PC에 저장하고 출력해 달라는 업무지시를 하면서 수신된 이메일이 2주가 지나면 삭제되므로 2주쯤 후에 다시 피고인이 표시한 메일의 저장과 출력을 해 달라고 지시하였다.

8) AM나 Q은 피해 회사의 정보보안규정은 매우 철저해서 임직원 전부에 대하여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이고 피고인과 같이 많은 양의 자료를 사외로 반출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피고인이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을 보면 보안검색의 허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반출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AF총괄 부회장과 C사업부장, E사업부장 세 분에 한하여 예외로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는 진술을 하고 있고, 보안검색이 그렇게 철저하다면 어떻게 피고인이 많은 양의 기술자료를 반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기흥사업장의 보안검색을 담당하던 보안요원 AN은 차량검색시 고위급 임원에게는 간이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보안요원들은 임원들의 차량번호와 차종, 얼굴까지 모두 외우고 있었으며, 임원을 차량에서 내리게 하고 정밀검색을 실시하지는 않는다고 증언하였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피해 회사의 보안검색은 규정과 달리 실제로는 임원용 차량의 출입에 대하여는 예우 차원에서 검색을 완화하여 시행하였다고 보여, 피고인은 별다른 검색이나 제한 없이 일상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반출해 온 것일 뿐, 특별히 악의를 가지고 교활한 수법으로 보안검색을 무력화시켰다고 보이지 않는다.

9) 피고인은 집에 가져온 보안용지 중 검토가 끝나 필요 없게 된 것을 이면지로 사용하여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생활계획 등 신변잡기에 해당하는 글을 적기도 하고 책상 앞 스탠드에도 비슷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붙여놓기도 했는데, 그 중에 보면, "지금 공부가 과연 나중에 도움이 되는 공부인가? 이제부턴 조금도 시간낭비하지 않는 다!"라는 글귀와 식사시간에만 신문을 보고 불필요한 활동을 하지 않으며 가족과 보내거나 신앙생활에 필요한 시간 외에는 모두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적어 놓은 것이 보이고, 원심의 압수물에 대한 검증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보안용 지에는 실제로 여백이나 이면에 자료를 검토하면서 그때그때 필기한 메모, 밑줄, 기호, 낙서 등이 상당히 많이 적혀 있으며, 그러한 외관으로 보아도 피고인이 제3자에게 건네주기 위하여 이 사건 기술자료를 유출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10) 피고인이 극비이고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며 피해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피해 회사의 규정에 위반하여 승인절차 없이 집에 가져다 둔 그 자체로 피해 회사를 엄청난 위험에 빠뜨렸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의 보안의식이 미비하여 별다른 생각 없이 이 사건 반출행위를 하였다는 것과 피고인이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자료를 반출하였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 당심의 판단

1) 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 제2호는 '산업기술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유출하거나 그 유출한 산업기술을 사용 또는 공개하거나 제3자가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자는 위 법 제36조 제2항에 의해 처벌되는바, 이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대상기관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을 추가적인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이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에게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대상기관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도464 판결 참조).

한편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 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배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 배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1876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로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이 사건 기술자료를 유출하였다거나,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영업비밀의 연구, 개발 등에 대한 액수 미상의 시장 교환 가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 회사에 공급증가와 경쟁사의 경쟁력 강화로 생길 수 있는 액수 미상의 이익 감소분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겠다는 목적 내지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하면 원심이 설시한 사실관계 및 위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수 있고(다만 원심판결 제8쪽 제14행의 2번째 '일반검색'은 '정밀 검색'의 오기로 보인다), 여기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검사가 당심에서 제출한 증거들까지 추가로 살펴보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기술자료를 집으로 반출할 당시 위와 같은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 내지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여기에 검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은 친구인 AG으로부터 소개받은 AH와 한 차례 만난 것 이외에, 2016. 2.경 헤드헌팅 업체의 이사인 EC에게도 만남을 요청하는 취지로 연락하였으나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다. 이후 피고인은 이 사건 반출행위 당시까지 AH, EC와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AH, EC의 이메일에서도 특별한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증거기록 제1221쪽). 그 밖에 피고인이 다른 헤드헌터 또는 경쟁업체와 이직을 위하여 접촉하였다는 증거가 없고, 피고인의 컴퓨터나 메모에서도 이력서 등 이직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였음을 뒷받침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2015. 12.경 E사업부로 옮기기는 하였으나 전무로의 승진이 수반되었으므로 이직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 피고인은 2016. 5. 2.경 E 사업부의 경영회의에 건강을 이유로 불참하였고, 2016. 5. 12., 2016. 5. 20.경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피고인은 2016. 6. 1.경 FC 병원에서 부신피질기능저하 의증으로 업무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3~4개월 필요한 상태라는 진단서를 받아 피해 회사에 제출하였다. 피고인은 병가기간 중 내분비대사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에 여러 차례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다(증 제2호증의 1 내지 7),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E사업부 인사팀장 EN 전무를 비롯하여 인사팀의 임직원과 여러 차례 면담 및 전화 상담을 거친 후 병가를 신청하여 승인받았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진료 내역, 병가를 낸 경위 및 절차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허위로 병가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병가를 내는 것보다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편이 오히려 기술자료를 자연스럽게 취득하거나 반출하기 수월하다고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다소 긴 병가를 냈다는 사정을 이직을 위하여 다량의 기술자료를 유출하였음을 의심하게 할 만한 사정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보안규칙을 위반하여 반출이 불가능한 자료를 반출하거나 자료 반출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런데 피고인은 E 사업부의 품질팀장으로서 대외비 자료 반출의 승인권자였는바, 피해 회사 직원인 Q, AM의 원심 증언, FD의 당심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이 스스로 대외비 자료 반출을 승인한 다음 보안부서의 승인을 받는 것도 가능하였다. 또한 기흥사업장의 보안검색을 담당하던 보안요원 AN의 원심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의 경우 지시가 내려와 특별히 정밀검색을 한 것이고, 통상적으로는 임원에게 정밀검색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고인은 2009년경부터 꾸준히 피해 회사에서 출력물을 반출하였으나 그 동안 보안규칙을 위반하였다고 문제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보안규칙의 내용, 임원들에 대한 보안검색의 실태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반출행위 자체를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부정한 목적의 유출행위 내지 배임행위의 중요한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6. 5.경 및 2016. 6.경의 각 반출행위의 경우 기록상 피고인의 병가 시기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6. 7.경의 반출행위는 병가 중 주말의 야간 시간대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피해 회사의 의심을 샀으나, 반출된 자료 대부분이 병가 중에 받은 사내 메일을 본인이 출력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메일의 보관기간이 지나기 전에 출력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었고 병가 중

에 직원들을 만나기 부담스러워 야간에 들렀다는 피고인의 설명도 납득할 만한 측면이 있다. 피고인은 2016. 7. 30. 00:58경에도 피해 회사에 들렀다가 차량 정밀검색에서 피해 회사의 자료를 보관한 가방이 발견되었으나, 위 자료는 이미 수 개월 전에 출력된 것이어서 피고인이 당시 위 자료를 집으로 반출하기 위해 차량에 보관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이에 대하여 기소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보안감시를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병가 중 야간이라는 비정상적인 시간대를 택해서 이 사건 기술자료를 반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마) 이 사건 기술자료 중 상당 부분은 피고인이 회사 PC에 보관하고 있거나 이메일로 전달받은 자료를 자신이 직접 출력하거나 비서 P에게 지시하여 출력하는 방법으로 반출한 것이다. 피해 회사의 자료를 출력하는 경우 출력물 하단에 출력일자, 출력장소, 출력자가 표시되고, 피해 회사의 시스템에도 위 출력정보와 함께 출력물의 첫 장이 이미지로 보관되어 유출 경위가 비교적 쉽게 확인된다. 피고인은 2016. 7. 30, 차량 정밀검색에서 피해 회사의 자료를 회수당한 이후로도, 2016. 8. 5.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집을 압수수색할 때까지 서재의 책상 위에 이 사건 기술자료를 포함하여 피해 회사에서 출력한 자료를 그대로 쌓아두었다. 한편 피고인은 집에서도 임원에게 제공되는 노트북PC으로 RBS에 접속해서 사내 메일 및 첨부파일을 피해 회사 내에서와 동일하게 열람할 수 있고, RBS 접속화면을 다른 전자기기로 촬영하여 파일을 보관하는 경우 자료반출기록이 남지 않는데, 피고인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반출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자료반출방법이나 반출 전후의 정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보안감시를 피하여 이 사건 기술자료를 반출하고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바) 피고인의 비서 P, 같은 팀 엔지니어 AJ, 피고인과 함께 학교를 다녔고 피해 회사에서도 근무하였던 EX의 각 원심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은 평소 자료를 출력하여 메모하면서 공부하거나 업무에 활용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에서의 압수물 검증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기술자료 중 상당 부분에 피고인이 필기한 메모, 밑줄, 기호, 낙서 등이 적혀 있음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집에서도 평소 습관대로 편하게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서 RBS의 화면으로 자료를 열람하는 대신 출력정보가 남는 것을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출력물의 형태로 이 사건 기술자료를 반출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 이 사건 기술자료 중 일부는 C사업부의 자료이기는 하다. 하지만 피해 회사의 임직원인 AI, R, 교수 AK의 각 원심 증언, 증 제10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등을 종합하면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는 유사한 공정기법 및 양산기술이 적용되고, 비슷한 설비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고, D팀과 품질팀의 업무 역시 제품의 불량을 최소화하면서 수율 및 품질 개선을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E 사업부 품질팀의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서 자신이 종전에 근무했던 C사업부의 자료를 활용할 여지도 있다고 보인다. 피고인이 이와 같이 피해 회사에서의 업무에 참고하기 위한 학습 목적으로 이 사건 기술자료를 반출한 것이라면, 비록 피해 회사의 보안규칙상 학습 목적으로 이 사건 기술자료를 반출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더라도 그 반출행위 자체로 인하여 곧바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경쟁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며 사용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와 같은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 기술자료를 유출함으로써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한 점, 배임액 중 일부는 업무적인 성격이 혼재된 정황도 보이는 점, 피해 회사를 위하여 배임액 상당을 공탁한 점, 20여년 전 도로교통법위반죄로 벌금형을 받은 것 이외에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한편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부하 직원들의 신용카드를 빌리는 등의 방법으로 적지 않은 액수의 업무상 경비를 허위로 신청한 것으로, 범행의 내용, 수법 및 피해 정도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에 따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는 범위에서,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중 제3쪽 제5~6행의 '피고인이 직접 결재를 하여' 부분을 '재무담당자가 결재하도록 하여'로 경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오영

판사조장환

판사차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