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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11. 12. 23. 선고 2011가합8808 판결

[부인의청구를인용하는결정에대한이의][미간행]

원고

주식회사 아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외 1인)

피고

채무자 주식회사 아구스의 관리인 피고(대판 소외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담 담당변호사 장호진)

변론종결

2011. 12. 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이 법원이 2010회기13호 부인의 청구 사건에 관하여 2010. 3. 30. 한 부인결정을 인가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수원지방법원 2010회기13호 부인의 청구 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1. 3. 30. 한 인용결정을 취소하고, 피고의 위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8호증, 갑 제9호증의 1, 2, 갑 제10호증, 갑 제11호증의 1, 2, 을 제1 내지 5호증, 을 제6호증의 1, 2, 3, 을 제7, 10,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 등의 관계

1) 주식회사 아구스(이하 ‘아구스’라 한다.)는 2001. 7. 4. 차량용 블랙박스 등 영상 및 음성 전자기기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2009. 1. 8. 주식회사 넥스트칩(이하 ‘넥스트칩’이라 한다.)과 사이에 영상 블랙박스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 따라 아구스는 넥스트칩에게 미화 200,000달러를 연구개발비용으로 지급하였고, 넥스트칩은 블랙박스에 장착할 큐피드전용칩을 개발하였으며 아구스는 넥스트칩이 생산하는 큐피드전용칩을 독점적으로 공급받아 판매할 권리를 취득하였다. 이후 아구스는 큐피드전용칩을 사용하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개발함과 아울러 약 70,000,000원 가량을 들여 사출케이스 금형 설계와 제작을 완료하였다.

2) 아구스의 이사로 재직하였던 소외 2는 아구스가 큐피드전용칩을 사용하여 제조한 블랙박스를 아구스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2009. 2. 16. 원고 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이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3) 한편, 소외 3은 2009. 8.경 위 소외 2와 아구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소외 4로부터 아구스의 지분을 인수하여 2009. 8. 17. 아구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나. 아구스의 원고에 대한 투자계약

아구스는 2009. 9. 1. 원고 회사에 5억 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하면서 증자 후 주식총수의 20%에 해당하는 지분을 취득하였고, 원고 회사는 투자금액을 차량용 블랙박스 사업에만 사용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2009. 12. 23.자 제품공급계약

위 투자 약정에 따라 원고 회사와 아구스는 2009. 12. 23. 아구스가 큐피드전용칩을 사용하여 생산한 차량용 블랙박스를 원고 회사에 공급하고 원고 회사는 이를 독점적으로 판매하되 쌍방은 사업 매출이익을 50%씩 나누기로 하는 내용의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계약서상 ‘갑’은 원고 회사를, ‘을’은 아구스를 지칭한다).

제1조 (정의)

1. [제품]이란 을이 개발한 큐피드 전용칩을 사용하여 을이 생산하며, 갑이 국내외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의미한다.

제6조 (매출 이익의 결정)

1. 갑과 을은 이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을 50%씩 양분하며 다음과 같이 갑과 을의 이익을 결정한다.

갑과 을의 매출이익= (갑의 판매단가 - 을의 생산원가)/2

제8조 (블랙박스 사업을 위한 양사 협조)

3. 갑이 파산, 부도, 화의신청, 폐업, 사업포기 등과 같은 사태로 정상적으로 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품에 대한 권리 및 판매권은 을에게 귀속된다.

4. 을이 파산, 부도, 화의신청, 폐업, 사업포기 등과 같은 사태로 정상적으로 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품에 사용되는 전용칩(큐피드)과 금형에 대한 권리는 갑에게 귀속된다.

제11조 (계약의 해지 및 손해배상)

2. 위 1항에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각 상대방은 즉시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지할 수 있고, 각 상대방에게 그로 인하여 받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① 각 상대방이 부도 처리되거나 신용상태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② 각 상대방이 파산, 청산, 회사정리, 화의절차 개시의 신청이 있을 때

③ 기타 각 상대방이 본 계약상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3. 위 1항, 2항에 따른 계약 해지시 갑과 을 상호간의 거래 및 계약목적물에 관련하여 발생된 제반사항의 처리는 상관례에 따라 상호 합의하에 정산한다.

라. 2010. 2. 25.자 부속합의

1) 한편, 소외 3은 아구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수차례의 유상증자 및 차입을 통하여 약 331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유상증자 대금 인출 및 허위, 불분명 거래처에 대한 지급 등의 방법으로 약 407억 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였다. 이에 아구스는 2009. 12.경부터 지급정지 상태에 빠져 차량용 블랙박스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었다.

2) 아구스, 원고, 넥스트칩은 2010. 2. 17. 기존 아구스와 넥스트칩 사이의 2009. 1. 8.자 기술개발계약 및 원고와 넥스트칩 사이의 2009. 5. 20.자 제품공급계약(원고와 넥스트칩 사이의 계약서는 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존재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을 해지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날 큐피드전용칩에 관한 새로운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 따르면, 향후 큐피드전용칩에 대한 아구스의 일반적인 독점 판매권은 배제되나 원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독점 판매권이 인정되어 원고 회사는 아구스를 통하여서만 넥스트칩으로부터 큐피드칩을 구매하되, 아구스의 동의가 있는 경우 넥스트칩으로부터 직접 큐피드칩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3) 아구스는 2010. 2. 25. 원고 회사와 사이에 2009. 12. 23.자 물품공급계약의 부속합의로서 원고 회사는 향후 생산되는 블랙박스 제품에 대하여 아구스가 생산을 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대당 미화 5달러의 로열티를 아구스에게 지급하되 2009. 12. 23.자 제품공급계약상의 매출이익 50%의 분배의무는 면제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체결하였다. 또한 위 약정에 의하면, 원고 회사는 블랙박스 제품의 생산을 위하여 아구스의 비용으로 구매한 제품의 모든 부속품 및 자재, 장비 중 일부 등을 아구스로부터 전량 수거 및 구매하며, 그 대금은 2010. 3. 30.까지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다.

4) 원고 회사는 그 무렵 아구스로부터 아구스가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부속품 등을 인도받아 자체 선정한 생산업체에서 블랙박스를 생산하였다.

아구스가 2010. 4. 9. 위 대금 중 254,802,124원의 채권을 소외 5에게 양도함에 따라 원고 회사는 2010. 4. 12. 254,802,124원을 소외 5에게 송금하고, 2010. 4. 13. 나머지 116,860,876원을 아구스에게 송금하는 방법으로 위 부속품 등의 대금 지급을 완료하였다(다만, 위 금원에는 아래 마. 1)항 기재 금형 인수대금 25,000,000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 2010. 4. 12.자 부속최종합의

1) 아구스는 2010. 4. 12. 원고 회사와 원고 회사가 아구스로부터 블랙박스 금형을 25,000,000원에 인수하고, 이후 원고 회사는 금형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가지고 아구스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블랙박스를 생산하며, 2010. 2. 25.자 부속합의상의 대당 미화 5달러의 로얄티 지급의무는 없어진다는 내용의 부속최종합의(이하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2) 같은 날 원고 회사는 아구스로부터 블랙박스 금형 일체를 인도받았다.

바. 아구스에 대한 회생절차진행

아구스는 대표이사 소외 3의 회사자금 횡령, 배임 등으로 재정상태가 크게 악화되고 2009년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을 통보받아 상장폐지 심사에 들어가는 등 정상적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2010. 4. 30. 이 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2010. 5. 7.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2010. 6. 17.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다. 한편, 아구스는 2010. 6. 17. 기준으로 자산이 약 193억 654만 원, 부채가 약 220억 3,860만 원으로 채무초과 상태이다.

사. 피고의 부인권 행사

아구스의 관리인으로 선임된 피고는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는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수원지방법원 2010회기13호 로 부인의 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2011. 3. 30.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가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1호 가 규정한 부인의 대상이 되는 무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를 부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부인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부인대상행위 부존재(무효, 취소, 해지)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최초 물품공급계약에 따르면 아구스가 재정상태 악화 등으로 정상적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경우 원고 회사로서는 위 공급계약을 해지하고 전용칩과 금형 등에 관한 모든 권리를 취득할 수 있었음에도 큐피드전용칩과 금형을 보유하고 있는 아구스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 제품생산 및 판매에 차질이 발생하여 도산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2010. 2. 23.자 합의를 체결하게 된 것으로서 위 합의는 원고 회사의 약점을 이용하여 체결된 불공정한 계약으로 무효 내지 취소의 대상이고,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는 무효인 위 2010. 2. 23.자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역시 무효이므로 이 사건 부인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아구스가 파산, 부도, 화의신청, 폐업, 사업포기 등과 같은 사태로 정상적으로 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품에 사용되는 전용칩(큐피드)과 금형에 대한 권리는 원고 회사에게 귀속시키기로 한 사실(2009. 12. 23.자 제품공급계약서 제8조)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아구스는 2009년 말경부터 재정위기를 겪고 있어 2010. 2.경에는 이미 정상적인 제품생산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따라서 원고 회사에 대한 정상적인 납품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 회사도 판매 지연 등 어려움을 겪었으리라는 점을 추인하여 볼 수 있다.

그러나 을 제8, 9, 11,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구스의 대표이사 소외 3은 2010. 1.경까지도 원고 회사 대표이사인 소외 2에게 아구스 주식인수대금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여 2010. 6.말까지 기한을 유예받은 사실, 소외 2는 소외 3에게 2010. 1. 22. 블랙박스 시장 전망이 밝은데 아구스의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원고 회사가 아구스로부터 부속품 등을 장부가대로 인수하고, 금형도 25,000,000원에 인수하여 직접 블랙박스를 생산하고 싶다는 등의 제안을, 2010. 2. 22. 아구스가 5천대 분의 자재를 인도하여 주면 원고 회사는 제품생산을 다른 생산업체에 맡기고, 아구스가 위 생산된 제품을 매입하면 원고 회사가 이를 미화 5달러 올린 가격으로 재매입하여주거나, 원고 회사가 생산업체에서 바로 매입하고 미화 5달러를 아구스에게 로얄티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한 사실, 2010. 2. 25. 큐피드칩을 제외한 대부분 자재를 인도하여 주어서 원고 회사가 자체 생산할 수 있게 하여 준 것에 감사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소외 3은 소외 2에게 개인적으로 주식인수대금채무를 부담하고 있으면서도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점, 2010. 2. 25.자 부속합의의 내용에는 소외 2의 제안들이 대부분 반영된 점, 합의 직후부터 원고 회사는 블랙박스를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점 등 2010. 2. 25.자 부속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당시 양 회사의 대표이사 사이의 금전관계, 위 부속합의의 이행 결과 등에 비추어 원고 회사가 기존 계약 내용과 달리 아구스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부속품 등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나 로얄티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 원고 회사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원고 회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체결된 불공정 행위로서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나아가 원고는 2010. 7. 16. 아구스에 대하여 2009. 12. 23.자 제품공급계약서 제11조에 의거하여 2009. 12. 23.자 제품공급계약, 2010. 2. 23.자 부속합의 및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를 모두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였는바, 결국 부인대상행위는 당초 무효이거나 해지로 소멸하여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부인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아니하나(원고는 이 사건 소장에서 2010. 7. 16.자 해지통보에 의하여 각 약정의 무효처리의 확인 내지 취소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을 제14호증(제품공급계약서 해지통보)의 기재내용에 비추어 최초 물품공급계약상 약정해지권에 기한 해지 주장이 별도로 있는 것으로 선해한다}.

살피건대, 을 제1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회사가 2010. 7. 16. 로얄티의 계속 지급을 요구하는 피고에게 2009. 12. 23.자 제품공급계약, 2010. 2. 25.자 부속합의 및 이 사건 최종 부속합의를 위 제품공급계약서 제8조, 제11조에 의거하여 해지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아구스의 재정 상태 악화로 2009년 말경부터 이미 원고 회사에 대한 정상적인 납품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 회사도 판매 지연 등 어려움을 겪었으리라는 점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으며 급기야 아구스는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기에 이르렀으므로 이러한 사정들은 일응 2009. 12. 23.자 제품공급계약 제11조에서 정한 원고 회사의 해지권 발생사유가 된다. 그러나 위 해지권은 2010. 2. 23.자 부속합의 당시 이미 발생하여 있었다고 보이는데도 위 부속합의에는 그러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아니한 점, 원고 회사는 제품공급계약서 제8조에 규정된 전용칩 및 금형에 대한 권리를 전혀 주장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구매의사를 밝힌 점, 원고 회사로서는 기존 아구스의 개발 노력을 무위로 돌리지 아니하고 이에 터잡아 자체 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 목적이었는바, 쌍방의 합의하에 계약내용을 수정하여 원하는 바대로 제품의 독자 생산이 가능해진 점, 이후 원고 회사는 최초 공급계약에 기한 해지권에 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아니하다가 아구스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이후에야 비로소 이를 행사하겠다고 나선 점 등 2009. 2. 23.자 제품공급계약 내용이 수정된 경위나 해지사유의 발생 이후 나타난 당사자의 태도, 해지권 행사 시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회사와 아구스는 당시 아구스의 재정상태악화로 말미암은 생산 중단 문제가 발생하여 있었더라도 이를 이유로 최초 제품공급계약에 의한 해지권 행사나 손해배상 등의 청구를 하지 아니할 것을 전제하여 위 부속합의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므로 그 무렵 원고 회사의 위 해지권은 포기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나. 부인대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 회사는, 2010. 2. 25.자 부속합의는 궁박한 상황에 있던 원고 회사가 약자의 입장에서 체결한 것인데, 위 합의 이후 원고 회사가 아구스를 통하지 아니하더라도 우회적인 경로를 통하여 넥스트칩으로부터 큐피드전용칩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등 상황이 역전되고 아구스측에 위 합의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자재 대금 지급을 거부하자, 아구스가 원고 회사에게 ‘자재 대금을 일시에 지급하여 주면 금형을 25,000,000원에 매도하고 향후 로열티도 포기하겠다.’는 제안을 하여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두 부속합의는 전체적으로 보아 상호 양보에 의하여 성립된 지극히 정상적인 상거래일 뿐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만을 따로 분리하여 부인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전체적으로 보아 대가성이 있으므로 무상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인다).

살피건대,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4호 는, “채무자가 지급의 정지 등이 있은 후 또는 그 전 6월 이내에 한 무상행위 및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유상행위”를 회생절차개시 후 채무자의 재산을 위한 부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상행위’란 채무자가 대가를 받지 않고 적극재산을 감소시키거나 소극재산 즉 채무를 증가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67331 판결 ),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유상행위’란 상대방이 반대급부로서 출연한 대가가 지나치게 근소하여 사실상 무상행위와 다름이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법원 1999. 3. 26. 선고 97다20755 판결 참조). 무상행위의 부인은, 그 대상인 행위가 대가를 수반하지 않는 것으로서 회생회사의 수익력과 회생채권자 일반의 이익을 해할 위험이 특히 현저하기 때문에 회생회사와 수익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행위의 내용과 시기에 착안하여 특수한 부인유형으로서 규정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그 행위의 상당성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도 행위의 목적·의도와 동기, 수익자와의 통모 여부 등 회생회사와 수익자의 주관적 상태보다는 행위 당시의 회생회사의 재산 및 영업 상태, 행위의 사회경제적 필요성, 행위의 내용 및 금액과 이로 인한 회생회사의 경제적 이익 등 객관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11.27. 선고 2006다50444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 및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아구스는 채무초과상태에서 원고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원고 회사로부터 제작비용만으로도 70,000,000원 상당인 블랙박스 제품 금형에 대한 대가로 25,000,000원을 지급받았을 뿐인 반면, 원고 회사에게 위 금형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넘겨주고, 2010. 2. 25.자 부속합의서에 따라 가지고 있던 제품 1대당 미화 5달러의 로열티 채권까지 포기한 것인데, 위 로열티 지급 약정은 아구스가 더 이상 생산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감안하여 최초 제품공급계약상의 원고 회사의 아구스에 대한 매출이익 분배의무를 대체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점, 아구스가 원고 회사에 투자한 경위나 투자 규모, 향후 블랙박스의 생산 및 판매 전망{을 제12호증(소외 2의 이메일 내용)의 기재에 의하면 2010. 2. 25. 현재 블랙박스(제품명 SIV7)에 대한 주문량은 약 10,000대에 달한다.}에 비추어 아구스가 향후 지급받을 로열티의 금액이 결코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처럼 로얄티 지급 약정은 아구스의 재정 상태에도 불구하고 아구스가 큐피드칩을 탑재한 블랙박스 개발에 들인 노력과 비용 및 그 결과물의 가치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보이는 반면, 그로부터 두 달도 채 지나지 아니한 시점에 아무런 대가 없이 로얄티 지급의무를 없애고 금형마저 저렴한 가격에 처분하게 되어 아구스로서는 그 동안 블랙박스 개발에 들인 노력과 비용에 대한 대가를 향후 전혀 회수할 수 없게 된 점, 원고 회사는 큐피드칩 개발단계에는 전혀 비용을 지출한 바 없고(오히려 원고 회사가 아구스로부터 5억 원 상당의 투자를 받았음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시중의 다른 제품으로 대체 불가능한 금형 역시 저렴한 값에 취득하여 결국 개발비용을 거의 들이지 아니하고 큐피드칩을 탑재한 블랙박스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된 점, 원고 회사의 자재 대금 지급의무는 이미 2010. 2. 25.자 부속합의에 의하여 발생되어 있었고, 부속품 등의 인도까지 모두 완료하여 자력이 있는 원고 회사에 곧바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아구스로서는 아무리 즉시 결제에 따른 현실적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굳이 향후 보장된 로열티의 지급의무까지 면제해 줄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원고 회사가 아구스의 보유 자재 등을 구입하기로 약정한 시점과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 시점, 자재 등의 인도 시점과 대금지급시점, 각 약정에 이르게 된 경위, 주식인수대금과 관련한 양 회사 대표이사 간 개인적인 채무관계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 회사가 아구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아구스에게 자재 등의 대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원고 회사의 로얄티 지급의무를 면제받기로 하여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를 체결하게 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구스로서는 금형의 대가로 받은 25,000,000원 외에 위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를 통해 얻게 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이 전혀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아구스가 이 법원에 지급정지 등의 사유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기 전 6월 이내인 2010. 4. 12. 원고 회사와 체결한 이 사건 부속최종합의는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4호 에서 말하는 무상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니,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이 사건 부인결정을 인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강찬(재판장) 박주영 김효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