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성과본의변경허가][미간행]
민법 제781조 제6항 에 정한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및 방법
대법원 2009. 12. 11.자 2009스23 결정 (공2010상, 41)
재항고인
사건본인 1외 1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재항고인이 사건본인들의 성과 본을 그 친모인 자신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데 대한 법원의 허가를 구하는 이 사건에서, 사건본인들이 현재의 성과 본을 사용함으로써 생활상 곤란 또는 불편을 겪고 있다거나 정서발달에 장애를 입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이 사건본인들의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에 곤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그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재항고인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민법 제781조 제6항 에 정한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자의 나이와 성숙도를 감안하여 자 또는 친권자·양육자의 의사를 고려하되, 먼저 자의 성·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에 내부적으로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에 방해가 되고 대외적으로 가족 구성원에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 등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심리하고, 다음으로 성·본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에 초래되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자와 성·본을 함께 하고 있는 친부나 형제자매 등과의 유대 관계의 단절 및 부양의 중단 등으로 인하여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심리한 다음, 자의 입장에서 위 두 가지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자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자의 주관적·개인적인 선호의 정도를 넘어 자의 복리를 위하여 성·본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성·본 변경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성·본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9. 12. 11.자 2009스23 결정 참조).
기록에 의하면, 재항고인은 신청외 1과 결혼하여 사건본인 1(1995년생, 남), 사건본인 2(1999년생, 남)를 낳고 생활하다가 2001. 4.경 협의이혼한 사실, 그 이혼 당시 사건본인들의 친권자는 신청외 1로 지정되었으나 신청외 1이 그 양육을 책임지지 아니하여 재항고인이 신청외 1의 양육비 지원 없이 사건본인들을 양육해 왔고, 2004.경 재항고인이 신청외 2와 사실혼 관계를 맺게 된 후로는 신청외 2도 사건본인들과 함께 살면서 그 양육을 분담해 오고 있는 사실, 그 과정에서 재항고인의 청구를 통하여 2006. 9.경 사건본인들에 대한 친권자가 신청외 1에서 재항고인으로 변경된 사실, 한편 사건본인들은 부모의 이혼 후 친부인 신청외 1을 만난 적이 없어 그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반면, 신청외 2는 사건본인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있어 주변에서 신청외 2를 사건본인들의 친부로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 현재 중학교 2학년인 사건본인 1과 초등학교 4학년인 사건본인 2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자신들의 아버지로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신청외 2와 자신들의 성과 다르다는 것을 친구들이 알게 될까봐 불안해하고 그로 인해 교우관계나 학교생활도 불편해지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직업군인인 신청외 2가 군복을 입고 다니는 관계로 그 성명이 사건본인들의 친구 등 주변에 쉽게 알려질 수 있어 위와 같은 사건본인들의 불안과 고통이 한층 커지고 있으며, 재항고인은 그 때문에 청소년기에 있는 사건본인들의 정서발달에 장애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던 중 마침 신청외 2와 성이 같은 자신의 성을 따라 사건본인들의 성과 본을 변경하고자 이 사건 청구에 이른 사실, 사건본인들은 기억에 없는 친부보다 자신들을 낳고 길러준 재항고인의 성과 본에 따르기를 원하고 있으며, 친부인 신청외 1도 이 사건 청구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힌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사건본인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서 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가장 잘 이해한다고 볼 수 있는 재항고인이 사건본인들을 위하여 그 성과 본의 변경을 청구하고 있으며 미성년자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변경에 대한 선호 여부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나이에 이른 사건본인들도 나름대로 수긍할만한 이유를 들어 그 변경을 희망하고 있으며 친부인 신청외 1까지 그 변경에 동의하고 있는 등 이 사건 청구의 관계당사자들 사이에 의사가 일치하고 있는 점, 신청외 2는 사건본인들의 사실상 계부로서 그 친모인 재항고인과 함께 사건본인들을 양육하며 대내외적으로 한 가족을 이루어 생활해 오고 있는데, 사건본인들의 성과 본이 변경되어 신청외 2의 성과 같아질 경우 사건본인들과 신청외 2 사이의 정서적 통합과 유대관계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가족생활이 보다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 또한 청소년기의 사건본인들이 자신들의 아버지로서 함께 생활하는 신청외 2와 성이 다르다는 데서 오는 교우관계 및 학교생활에서의 심리적 위축·불안 및 불편을 적지 않게 겪을 것임은 경험칙상 능히 추단되고, 그로 인해 사건본인들의 정서발달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재항고인의 우려 또한 충분히 납득이 가는데, 이러한 문제는 이 사건 청구와 같이 사건본인들의 성과 본을 변경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는 점, 한편 사건본인들은 오래 전부터 친부 신청외 1과의 교류나 그의 부양 없이 생활해 왔기 때문에 그 성과 본이 변경되더라도 친부와의 관계에서 입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불행 또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점, 다만 사건본인들이 성과 본을 변경할 경우 기존의 성을 사용해 오던 교우관계 및 학교생활에서 다소의 혼란과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러한 불이익은 성과 본의 변경 여부에 따른 앞서 본 이익·불이익의 여러 사정과 종합·비교해 볼 때 그 변경의 필요성을 부정할만한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전학·이사 등의 적절한 배려와 조치를 통해서 상당 부분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인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사건본인들의 복리를 위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와 같이 그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이 사건 청구가 성·본 변경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 사건 청구를 허가함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성과 본의 변경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으니, 그 판단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고 성과 본의 변경 허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