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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5.5.15.선고 2014고합863 판결

살인,치료감호,부착명령

사건

2014고합863살인

2014 감고7(병합) 치료감호

2014전고61(병합) 부착명령

피고인겸피치료감호청구인겸피부착명령청구인

A

검사

박대환(기소), 김영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판결선고

2015. 5. 15.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치료감호청구 및 부착명령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피고사건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인(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은 발달 장애 1급인 18세의 소년으로서 특수학교인 D학교 2학년 1반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피고인은 2014. 12. 3. 16:06 경 부산 사하구 E 소재 F종합사회복지관 3층 복도에서 이전에 몇 번 본 적이 있는 피해자 G(1세)을 발견하자 피해자의 손을 잡고 3층 복도 끝에 위치한 옥외 비상계단 출입문 쪽으로 데리고 갔고, 이를 본 피해자의 어머니인 H은 갑자기 위험한 생각이 들어 피고인을 뒤따라가게 되었다. 피고인이 그 무렵 피해자를 데리고 시정되어 있지 않은 위 출입문을 열고 옥외 비상계단 난간에 이르자, 피해자의 어머니인 H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돌려달라는 취지로 "그렇게 하지 말라"라고 말하며 손으로 피고인을 붙잡는 등 피해자를 되찾기 위하여 피고인과 실랑이를 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실랑이 도중 갑자기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위 3층 옥외, 비상계단 난간에 서서 양손으로 피해자를 들어올려 9.2m 아래의 지면으로 집어던져 피해자에게 외상성 뇌지주막하출혈상을 입게 하고, 같은 날 21:22경 피해자로 하여금 부산 서구 감천로 262 소재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의 요지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주요부분은 모두 피해자의 어머니인 H의 진술에 근거하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진 신문은 사실상 피고인의 어머니인 I의 진술이 대부분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이다.

나.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범죄의 증명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시 심한 자폐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형법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이다.

3. 판단

가. 구성요건 해당성 및 범죄의 증명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0 피해자의 어머니인 H는 수사과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고 3층 옥외 비상계단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따라 나가 피고인의 한쪽 팔을 잡고 '하지마라'라고 하자, 피고인이 비상계단 난간에 서서 피해자를 들어 올려 지면으로 던져버렸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② 당시 피고인의 활동보조인인 J 역시 수사과정에서 "학부모 대기실 안에 있다가 H의 비명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보니 H가 피고인을 손으로 가리키며 크게 울고 있었고, 피고인이 3층 복도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양손으로 귀를 막고 인상을 찡그리며 '잉, 잉'이라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라고 진술한 점, ③ F종합사회복지관 3층 복도에 설치된 CCTV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고 3층 옥외 비상계단 출입문 쪽으로 데리고 나가는 장면과 H가 곧바로 피고인을 뒤따라가는 장면이 촬영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3층 옥외 비상계단 밖으로 집어던져 살해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책임능력에 관한 판단

1)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검찰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영상녹화 CD상의 피고인의 일부 진술, 검찰 관찰·상담 기록부 등 자료송부요청 공문 및 그 회신자료,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장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진료기록사본 증명서, 법무부 치료감호소에 대한 정신감정촉탁 회보서의 각 기재 등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심한 자폐증세로 사고기능과 이해력 및 판단력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에 현저한 장애를 가진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피고인은 출생 후 만 1세가 되어도 특정 사물에만 집착할 뿐 의사표시를 위한 발성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만 3세 때 'K'에서 자폐증을 진단받았으나, 당시 발달장 애에 대한 정신장애 등급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정신지체 3급의 장애판정을 받았다. 피고인은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으나 1주일 만에 자퇴한 후 특수학교에 입학하여 2년의 유치원교육과정과 6년의 초등교육과정 및 언어치료, 감각치료 등의 특수치료를 받으면서 타인의 간단한 지시에는 따를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다른 사람과의 눈 맞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자신의 몸 상태, 감정 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2004. 4. 16.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서 '인지와 정신기능의 장애 및 자폐증적 경향'으로 발달장애 1급1) 판정을 받았다. 이후 피고인은 L특수학교에서 3년의 중등교육과정을 받았고, 2013.경 부산 소재 D특수학교 고등교육과정에 입학하였는데, 여전히 교실 안에서의 착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타인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며 보조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학교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

② 피고인은 어릴 때부터 유리컵을 던져서 나는 깨지는 소리나 아이가 넘어지면서우는 소리를 좋아하는 등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학교에서도 주로 혼자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았고, '싫다'라는 의사표현을 할 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행동을 반복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발달장애의 특성상 타인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했으며, 평소 사람을 향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거의 없어, 피고인보다 어린 아이들이 피고인을 때려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냥 맞고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③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범행으로 조사받을 당시에도 담당 경찰이나 검사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에 맞는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며(피고인의 이름과 다니는 학교를 묻는 질문에만 명확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피해자와 관련된 진술은 "애기 때렸어요, 애기 미안해요" 정도가 전부였다. 이에 경찰이나 검찰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은 대부분 담당 경찰이나 검사가 그 자리에 동석한 피고인의 어머니인 에게 질문하면 이 답변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는데, 피고인은 위와 같은 수사과정 내내 담당 경찰이나 검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질문이나 상황과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이나 노래(TV에 나오는 광고문구나 노래로 보인다)를 반복하며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참지 못해 자꾸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행동을 보였으며, 이 진술을 하는 동안에도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이로 손톱을 뜯거나 혼잣말을 하다가 눈을 감고 잠을 자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④ 중등특수교사 1급 자격증을 가진 M(2014. 3. 1.경부터 위 D특수학교에서 피고인의 담임교사로 근무하였다)은 검찰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 영상녹화 CD상의 피고인의 진술 및 태도 등을 보면서 "현재 피고인은 피해자가 죽은 상황이나 자신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이 '애기 미안해요, 애기 다쳤어요.'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사건 발생 이후 피고인의 어머니인 I으로부터 들은 'A이가 애기 다치게 해서 벌 받고 있는 거야'라는 취지의 이야기에 대한 반응에 불과하다. 피고인은 현재 자신이 벌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정도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던지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피해자를 던진 것은 아닌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⑤ 피고인의 당심 공판과정에서의 진술 내용 및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재판장의 질문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동석한 피고인의 어머니 I과 담임교사 M만을 바라 보면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질문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 식의 대답을 하면서 자리에서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⑥ 이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촉탁받아 2014. 2. 25.부터 2014. 3. 24.까지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담당한 법무부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N이 작성한 정신감정서에 의하면, '피고인의 경우 의사소통(백분위 91%ile2), 표준점수 14), 사회적 상호작용(백분위 91%ile, 표준점수 14), 상동행동(백분위 37%ile, 표준점수 9)의 수준이 모두 하위에 분포되어 자폐지수 116의 심한 정도의 자폐 장애에 해당되고, 평가된 인지 능력(IQ 59)에서도 일탈되고 특이한 인지적 특성이 시사되었으며, 사회지수(SQ 37.5)는 인지능력에 비하여 매우 지체되어 있어 사회적응능력이 전혀 발달되지 않은 상태로 평가되는바, 현재 피고인의 정신상태는 자폐적 사고, 사회적 상호교류의 결여, 의사소통의 장애, 충동조절능력의 저하, 행동장애, 대인관계의 어려움, 병식 결여, 판단력 결여 등의 정신증세 등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위와 같은 정신증세를 보이는 정신상태로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2) 따라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형법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의 상태 등에 비추어 무죄판결 공시 취지의 선고에 대하여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이 사건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치료감호청구에 관한 판단

1. 치료감호청구 원인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앞서 본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란의 기재와 같이 발달장애 1급의 장애인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이에 대한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

2.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의 어머니 I과 담임교사 M은 '피고인은 평소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자폐증상을 가진 발달장애인 중에는 폭력적인 성향을 가져 약물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피고인은 사람을 향하여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없어 그와 관련된 약물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 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②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사람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여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고, 오히려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이 피고인을 때려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냥 맞고만 있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촉탁받아 2014. 2. 25.부터 2014. 3. 24.까지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담당한 법무부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N이 작성한 정신감정서에는 '피고인은 심한 자폐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으로 보호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보호와 함께 자폐환자를 위한 특수재활치료 및 훈련 등이 필요하고, 피고인의 행동장애에 대한 정신과적 외래진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폐증상을 가진 발달장애인은 낯선 입원치료 환경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행동장애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료감호는 치료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4) 피고인의 어머니와 담임교사 등은 피고인에 대한 보다 더 철저한 보살핌과 특수치료를 다짐하고 있는 점, ⑤ 치료감호법은 심신장애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 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치료감호법 제1조), 치료감호시설 외에서 치료하는 것이 적절한 자에 대해서까지 치료감호처분을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치료감호법의 입법목적에 어긋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치료감호법 제2조의 '치료감호 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와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것이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치료감호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치료감호법 제12조 제1항 후단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부착명령청구에 관한 판단

1. 부착명령청구 원인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앞서 본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란의 기재와 같이 발달장애 1급의 장애인으로 장래 살인범행을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

2.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의 판결을 선고하므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4항 제2호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훈재

판사이재현

판사손인희

주석

1)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 관련 [별표 1]은 자폐성장애인 제1급의 기준에 대하여 'ICD-10(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0th Version)의 진단기준에 따른 전반성발달장애(자폐증)로 정상발달의 단계가 나타나지 아니하고, 지능지수가 70

이하이며,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인하여 주위의 전적인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람'으로 규

정하고 있다.

2) percentile. 표본의 분포를 100의 부분(部分)으로 분할했을 때의 분할량(分割量)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