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처분취소][미간행]
군 입대 전 별다른 정신질환이 없었던 갑이 군복무 중 정신분열증이 발병한 사안에서, 갑의 정신분열증은 군복무 중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은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적 소인이 악화되어 비로소 발병하였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갑의 질병과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수 외 1인)
춘천보훈지청장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 (공상군경)에서 말하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라 함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위 규정이 정한 상이가 되기 위하여서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직무수행 등과 부상 등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561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훈련 또는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군인 등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453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정신분열증은 원고의 체질적·유전적 소인 등으로 인하여 발병하거나 악화된 것으로 보일 뿐 원고의 정신분열증이 군복무 중 공무와 관련하여 발병되었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하기 어려워 원고의 군 복무와 정신분열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63. 6. 21.생으로서 고교 졸업 후 신체검사를 받고 정신과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현역입영대상자로 분류되어 1984. 3. 19. 군에 입대한 사실, 원고는 1984. 7. 19. 제2공병여단 1505 중대에 배치되어 운전병으로 근무하였는데 1984. 11.경 근무시간을 잘못 알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 등으로 선임병에게 구타를 당한 후 1984. 12. 17. 국군춘천병원에 ‘신경증’으로 입원하였고 당시 간호기록지에는 ‘약간 횡설수설하고 바보같은 웃음을 보인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사실, 국군춘천병원에서는 원고의 증세를 ‘불안장애’로 추정하면서 보다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치료를 위해 국군원주병원 정신과로 호송하였고, 당시 간호기록지에는 “훈련 중 머리가 아프고 흐려졌으며, 근무시간을 잘못 알아 고참이 제대할 때 나가서 술 먹고 연병장에 있던 차에서 잠을 잤다는 이유로 고참들에게 맞았다. 술 먹고 집에 전화하여 부모님이 와서 입원시켜 주었다. 군기가 세서 불안하다.”는 원고의 진술내용과 약간 횡설수설하며 질문에 대답을 기피하는 원고의 태도가 관찰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국군원주병원에서는 원고가 신경정신과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1985. 2. 11. 원고를 퇴원시켰으나, 원고는 부대로 돌아간 뒤에도 자대 의무실에 2주간 있다가 다시 ‘불안, 초조 증상’으로 1985. 3. 7. 국군춘천병원을 거쳐 1985. 3. 15. 국군원주병원 정신과에 입원한 사실, 당시 원고가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최초 입원 당시와는 달리 전후 문맥이 맞지 않고 논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횡설수설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졌으며, 간호기록지에도 원고와 거의 대화가 되지 않고 매우 불안해 하며 병실생활을 힘들어 하고 두통을 호소하고 있음이 관찰되었는데, 국군원주병원은 불과 약 10일만인 1985. 3. 25. 별다른 치료도 없이 원고의 증상을 꾀병으로 판단하여 퇴원조치를 내린 사실, 원고는 이후 특별한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군복무를 계속하다가 1986. 1. 초순경부터 교육시간에 갑자기 손을 들고 집에 가야겠다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자 다시 1986. 3. 10.부터 7. 2.까지 국군춘천병원과 국군원주병원을 거쳐 국군진해병원에서 정신분열증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후 1986. 9. 25. 만기 제대한 사실, 원고는 전역 후인 1987. 6. 17.경부터 현재까지 정신분열증 등으로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아오고 있으며, 현재 괴이한 망상과 환청 증상을 보이는 중등도 내지 고도의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고 있는 사실, 원고는 군 입대 전 정신질환증세를 보인 적이 없고 원고의 가족 중에도 과거에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자가 없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우선 군 입대 전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별다른 정신질환 증세가 없었던 원고가 입대 후 일반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통제가 행하여지는 폐쇄적인 병영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비교적 내성적인 성격의 원고로서는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원고의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없었고, 군복무 중에 받은 스트레스 외에 정신분열증의 발병원인이 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정신분열증은 심리학적 요인이나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하여서도 발병할 수 있고 특히 정신적으로 취약한 개인이 환경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인 점, 원고가 정신분열증의 증상을 보일 당시 적절한 치료를 받았더라면 적어도 현재와 같이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결국 원고의 정신분열증은 군복무 중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은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그 정신질환적 소인이 악화되어 비로소 발병하였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정신분열증이 군인으로서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으로 인하여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원고의 질병과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