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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6. 8. 29. 선고 95헌마108 공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56조 위헌확인]

[공보(제17호)]

판시사항

가. 구체적인 기본권침해(基本權侵害)가 있기 전에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憲法訴願審判請求)에 관하여 현재성(現在性)의 요건(要件)을 갖춘 것으로 인정한 사례

나. 주관적(主觀的) 권리(權利)의 구제가 불가능하게 되었어도 심판청구(審判請求)의 이익(利益)을 인정한 사례

다. 시·도지사선거(市道知事選擧)에서 기탁금제도(寄託金制度) 자체의 위헌(違憲) 여부

라. 시·도지사선거(市道知事選擧)에서 5천만원의 기탁금(寄託金)이 과다(過多)하여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는지 여부

결정요지

가. 시·도지사선거(市道知事選擧)에 입후보한 청구인이 기탁금제도(寄託金制度)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기본권(基本權)의 침해(侵害)를 받게 되는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보다 약 두달전에 청구한 이 사건 헌법소원의 경우를 가리켜 현재성(現在性)이 없다고 한다면 현행 헌법소원절차(憲法訴願節次)에 미루어 기본권구제(基本權救濟)의 실효성(實效性)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현재성(現在性)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뒤에 청구인이 입후보한 시·도지사선거(市道知事選擧)는 1995.6.27. 실시되어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인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 제56조 제1항 제4호에 대한 위헌결정(違憲決定)이 선고되더라도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앞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반복이 확실히 예상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은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에 해당하여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

다. 시·도지사선거(市道知事選擧)에서 무분별한 후보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금(制裁金) 예납(豫納)의 의미와 함께,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過怠料) 및 불법시설물(不法施設物)등에 대한 대집행비용(代執行費用)과 부분적으로 선전벽보(宣傳壁報) 및 선거공보(選擧公報)의 작성비용에 대한 예납(豫納)의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기탁금제도(寄託金制度)는 그 기탁금액이 지나치게 많지 않는 한 이를 위헌

이라고 할 수는 없다.

라. (1) 시·도지사선거(市道知事選擧)의 경우 선거구(選擧區)의 규모(規模) 및 이에 따른 비용(費用)의 면에 있어서 국회의원선거나 다른 지방선거와의 차이가 크고, 성공적인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위하여는 민선 시·도지사의 역할이 매우 중대하며, 이에 따라 후보난립방지의 필요성도 절실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기탁금을 다른 선거들에 비하여 많게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다른 선거의 기탁금액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2) 1995.6.27. 시행된 시·도지사선거(市道知事選擧)에서 선거후 후보자들이 보고한 선거비용지출금액이 평균 3억여원에 이르렀으며, 기탁금액은 불성실한 입후보자에 대하여 실질적인 제재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탁금 5천만원은 기탁금제도(寄託金制度)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액수를 초과한 과다한 금액이 아니라 할 것이고, 당선가능성이 있는 자의 후보등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어렵게 함으로써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3) 기탁금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선거구(選擧區)의 규모(規模) 외에도 각 선거(選擧)가 갖는 특성(特性) 등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하고, 같은 종류의 선거에 있어서 각 선거구의 규모에 따라 기탁금의 액수를 다르게 정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기술상으로도 유동적인 선거구의 인구수 등을 매선거때마다 반영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므로, 입법자가 각종 선거의 기탁금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 평균적인 선거구의 규모 및 선거마다의 특성을 고려하여 각 선거마다 달리 기탁금을 정하되, 같은 종류의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구간의 인구수나 경제력 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기탁금을 일률적으로 균등하게 책정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률상 같은 종류의 지방자치단체인 시·도의 장을 선출하는 시·도지사선거(市道知事選擧)에 있어서 각 시·도간의 인구수나 경제력 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그 기탁금을 일률적으로 5천만원으로 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판관 김진우의 반대의견(反對意見)

다.라. (1) 후보자의 난립방지라는 목적을 위

하여 후보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기탁금제도(寄託金制度)를 선택한 것은 그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추천인명부제도에 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는 제도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의 심각한 제한과 그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탁금제도(寄託金制度)는 실질적으로 득표율이 저조한 후보자들을 제재하기 위한 것이고 선거법상 모든 후보자가 부담하여야 할 선거비용을 예납한다는 의미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헌법 제116조 제2항에서도 그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으며, 저율의 득표를 한 후보자들을 불성실한 후보자라 하여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원리(民主主義原理)의 중요한 내용의 하나인 소수의견이 존중 등 소수자보호(小數者保護)의 원칙(原則)에도 반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력이 풍부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공무담임권의 한 내용인 피선거권부여에 있어서 차별하는 규정으로서, 그러한 차별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로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것들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것이어서 평등원칙(平等原則)에도 반한다.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反對意見)

다. 기탁금제도(寄託金制度)는 민주주의(民主主義) 등의 헌법정신에 반하고 보통(普通)·평등선거(平等選擧)의 본질에 반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선거질서유지목적·필요성과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비교할 때에 지켜야 할 비례(比例)의 원칙·과잉금지(過剩禁止)의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피선거권(被選擧權))·평등권(平等權)·투표를 통하여 참정권을 행사하는 주인인 국민의 선거권(選擧權)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제도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 제56조 제1항

제4호(1994.3.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

참조판례

가. 1991.3.11. 선고, 91헌마21 결정

1995.11.30. 선고, 94헌마97 결정

나. 1994.12.29. 선고, 91헌마57 결정

1995.5.25. 선고, 91헌마44 결정

1995.5.25. 선고, 92헌바269 ·299·305(병합) 결정

다.라. 1995.5.25. 선고, 91헌마44 결정

1995.5.25. 선고, 92헌바269 ·299·305(병합) 결정

당사자

청 구 인 신 ○ 완

제주시 ○○○동 542의 2

대리인 법무법인 신한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 충 환, 이 범 래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4. 3. 16. 공포·시행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 부칙 제7조 제1항에 의하여 1995. 6. 27. 실시될 예정이던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였는데,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4호가 시·도지사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자는 후보자등록신청시에 기탁금 5천만원을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기탁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자만이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여 청구인의 평등권,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1995. 4. 14.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4호(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6조(기탁금) ①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자는 등록신청시에 후보자 1인마다 다음 각호의 기탁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하여야 한다.

1. 2. 3. 생략

4. 시·도지사선거는 5천만원

5. 생략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시·도지사선거의 경우 후보자등록신청시에 5천만원을 기탁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능력 유무에 의하여 정치적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나아가 합리적 이유 없이 그 기탁금의 액수가 다른 선거에 출

마하려는 후보자들에 비하여도 지나치게 과다하여 기탁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각 시·도가 인구수나 경제력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으로 규정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2) 후보자등록신청시에 기탁금을 미리 기탁하도록 하는 것은 후보자에게 선거에 관한 경비를 부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균등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헌법에 정한 선거의 원칙을 후보등록단계에서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나. 내무부장관의 의견

각종선거에 입후보하는 자에게 일정한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한 취지는 선거운동과정에서 후보자가 선거법을 위반한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 및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을 담보하고, 후보자의 난립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선택의 혼란을 예방하여 공명선거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하나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공직선거법은 1994. 3. 16. 공포·시행되었고, 이때 이미 기본권의 침해가 있었으므로 위 법 시행일로부터 180일이 경과한 뒤에 제기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다. 후보자등록일 이후에 비로소 기본권 침해가 있다고 본다면 후보자등록일 이전에는 청구인에 대한 권리침해의 우려는 단순히 장래 잠재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에 불과하여 권리침해의 현재성을 구비하지 못한 것이 된다. 따라서 어느모로 보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기탁금제도는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자로 하여금 미리 일정한 금액을 기탁하게 하고 선거결과 일정수준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국고에 귀속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금전적인 제재를 가함으로써 무분별한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여 선거를 효율적으로 공정하게 운영하며, 아울러 다수표를 획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공직선거의 신뢰성과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기탁금액이 과다하지 않는 한 헌법상 허용되는 것이다.

(3) 기탁금은 원칙적으로 당선되거나 일정한 수준의 득표만 하면 선거종료 후 반환받는 것이므로 당선가능성이 있는 자에게는 사후반환이 보장된 일시적 예탁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은 정치적 의사형성

에 필요한 조직을 갖추고 있으므로 시·도지사선거에서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후보자를 추천하였다면 5천만원 정도의 기탁금을 마련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다고 보여지지 아니하고,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에도 1천인 이상 2천인 이하의 추천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다수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을 수 있는 후보자라면 우리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위와 같은 액수의 기탁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려워 참정권이나 공무담임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할 수 없다.

(4) 15개 시·도지사 선거구의 인구·예산의 규모를 일일히 대비하여 차별적으로 기탁금액을 책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매번 선거때마다 변동하는 인구·예산의 규모를 반영해야 하는 곤란한 문제가 생기므로 부적절하다.

3. 판 단

가.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1) 청구인은 1995. 6. 27.에 실시될 예정이던 시·도지사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이므로 자기관련성이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시·도지사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이 5천만원을 기탁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별도의 집행행위의 매개없이 후보자등록신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직접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기본권을 침해받은 때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1996. 3. 28. 선고, 93헌마198 결정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후보자등록신청시에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에 비로소 구체적으로 기본권의 침해가 생긴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제49조 제1항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전 16일부터 2일간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시·도지사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청구인이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침해받게 되는 것은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인 1995. 6. 11.부터라고 할 것이다.

구체적인 기본권의 침해가 있기 전인 1995. 4. 14.에 청구한 이 사건 헌법소원의 경우를 가리켜 후보등록일 이전에 청구한 것이므로 현재성이 없다고 한다면 현행 헌법소원절차에 미루어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 보다 약 두달 전에 청구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현재성의 요건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한편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뒤에 청구인이 입후보한 시·도지사선거는 1995. 6. 27. 실시되어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선고되더라도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뿐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심판계속중 발생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된 경우에도 그러한 기본권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시·도지사선거에서 후보자등록신청시에 기탁금 5천만원을 납부하도록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는 아직 그 해명이 이루어진 바가 없어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시·도지사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반복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할 것이 확실히 예상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은 위헌적인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등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시·도지사선거에서 기탁금제도 자체의 위헌 여부

(가) 원래 기탁금제도는 선거를 할 때에 후보자로 하여금 일정금액을 기탁하게 하고 후보자가 선거에서 일정수준의 득표를 하지 못할 때에는 기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고에 귀속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금전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고 아울러 당선자에게 되도록 다수표를 몰아주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려는 취지에서 생겨난 것이다(헌법재판소 1991. 3. 11. 선고, 91헌마21 결정 참조).

공직선거법 제56조 제3항, 제57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의 경우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이상인 때(당선되거나 사망한 때 포함)에는 공직선거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및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을 기탁금에서 공제한 후 잔액을 후보자에게 반환하도록 하되,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미만인 때(후보사퇴·등록무효 포함)에는 위 과태료 및 대집행비용을 기탁금에서 공제하는 외에도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기탁금으로 보전(補塡)한 뒤에 잔액을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직선거법에 정한 기탁금제도는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후보사퇴·등록무효 등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재금 예납의 의미와 함께 공직선거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및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과 부분적으로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에 대한 예납의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대통령선거 등 다른 선거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시·도지사선거에서도 후보자가 난립할 경우 선거관리가 복잡해짐은 물론 선거운동이 과열·혼탁해지기 쉽고 선거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며 유권자의 지지표가 분산되어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약화될 뿐 아니라, 나아가 주민들로서는 적절한 후보자를 선택하기 어려워 지방자치 및 선거자체에 대하여 무관심해질 염려도 있으므로 무분별한 후보난립을 방지할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및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은 그 성격상 당락이나 득표율 여하를 불문하고 후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헌법 제116조 제2항은 법률이 정하는 경우에는 선거에 관한 경비의 일부를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시·도지사선거에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주민의 조세부담이나 지방재정형편에 비추어 반드시 적절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무리하게 입후보를 한 것으로 보여지는 득표율이 저조한 후보자에 대하여는 선거비용의 일부인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도지사선거에서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아울러 위 과태료 및 대집행비용과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 등을 예납하도록 하기 위한 기탁금제도는 그 기탁금액이 지나치게 많지 않는 한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기탁금액의 과다 여부

(가) 기탁금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비록 인정된다

고 하더라도 기탁금을 납부하지 아니하면 후보자등록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입후보에 대한 제한임이 명백하므로, 기탁금액은 기탁금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과 그로 인한 기본권제한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정하여야 한다.

(나) 모든 선거는 각 선거마다 고유의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선거구의 규모의 차이를 비롯한 여러가지 특별한 사정이 있다. 이에 따라서 기탁금이 담보해야 할 과태료 및 대집행비용 그리고 선전벽보 및 선고공보의 작성비용이 달라짐은 물론이고 각 선거에 있어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제재금의 의미에서의 기탁금의 액수도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선거마다 기탁금액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차등의 정도가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 56조 제1항 각호에 정한 각종선거의 기탁금액을 살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시·도지사선거의 기탁금을 5천만으로 정한 외에 대통령선거는 3억원, 국회의원선거 및 자치구·시·군의 장선거는 1천만원, 시·도의회의원선거는 400만원,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는 200만원의 기탁금을 규정하여 각 선거마다 기탁금액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각종선거의 선거구(지역구) 수를 보면 시·도지사선거는 15개, 국회의원선거는 253개, 자치구·시·군의 장선거는 230개, 시·도의회의원선거는 875개,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는 3,750개에 달하는 바, 시·도지사선거의 경우 다른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의 경우에 비하여 선거구수가 현저히 적고, 이에 따라 선거구의 규모나 선거구당 선거인수가 매우 방대하므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기탁금이 담보해야 할 각종 비용 등이 위 다른 선거들의 경우에 비하여 훨씬 큰 액수에 달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된다.

실제로도 1995. 6. 27. 시행된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행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총람”에 의하여 1995. 6. 27. 시행된 각 지방선거에서 들어간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 작성비용의 후보자 1인당 평균치를 살펴 보면, 시·도지사선거의 경우 760여만원에 달하는 데 반하여, 자치구·시·군의 장선거의 경우는 137만여원, 시·도의회의원선거의 경우는 97만여원,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

의 경우는 83만여원에 불과하여, 시·도지사선거의 경우 기탁금이 담보하는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 작성비용이 다른 지방선거에 비하여 적어도 5배 이상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도지사선거의 경우 위와 같이 선거구의 규모 및 이에 따른 비용의 면에 있어서 국회의원선거나 다른 지방선거와의 차이가 크고, 성공적인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위하여는 민선 시·도지사의 역할이 매우 중대하며, 이에 따라 후보난립방지의 필요성도 절실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기탁금을 비록 다른 선거들에 비하여 많게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다른 선거의 기탁금액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 위 선거총람에 의하면, 시·도지사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의 수는 모두 56명이었고, 그중 기탁금반환요건에 해당하는 후보자수는 41명(당선자 15명 포함)이었으며(이들의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은 평균 720여만원이었다), 기탁금반환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 후보자수는 15명(사퇴 1명 포함)이었고 이들의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은 평균 870여만원으로서 이를 기탁금에서 보전하고 난 잔액인 평균 4,120여만원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었다.

따라서 기탁금이 담보하는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후보자 1인당 평균 760여만원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한편 위 선거총람에 의하면, 각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비용제한액을 산정하여 1995. 5. 28.까지 선거별·선거구별로 공고한 후보자 1인당 선거비용제한액은 시·도지사선거의 경우 평균 7억여원(서울특별시가 최다로 14억 2천여만원이었고, 제주도가 최소로 2억 7천여만원)이었는데 선거후 후보자들이 보고한 선거비용지출금액도 평균 3억여원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와 기탁금제도가 가진 본래의 의의에 미루어 기탁금액은 불성실한 입후보자에 대하여 실질적인 제재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도지사선거에서의 기탁금 5천만원은 입법목적달성에 필요한 액수를 초과한 과다한 금액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선가능성이 있는 자의 후보등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어렵게 할 정도로 그 금액이 과다하여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한편 위 선거총람에 의하면, 1995. 6. 5. 현재 서울특별시의 인구는 10,659,820명에 달하는데 반하여, 제주도의 경우는 515,629명에 지나지 아니하고, 6·27 지방선거의 시·도지사선거의 경우 1개 선거구당 평균 선거인의 수는 206만여명으로서 서울특별시의 선거인수는 7,438,025명인데 비하여 제주도는 348,191명에 불과하다.

또한 1996년 동아연감에 의하면, 1993년 지역내총생산(경상)이 서울특별시의 경우 69조 8천여억원에 달하는데 반하여, 제주도의 경우는 2조 5천여억원에 지나지 않고, 1994년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은 서울특별시의 경우 11조 9천여억원인데 비하여, 제주도는 8천여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각 시·도는 법률상 같은 종류의 지방자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인구수(선거인수)나 경제력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를 나타내고 있고, 실제로 시·도지사선거에 있어서 각 선거구의 인구수(선거인수)의 차이에 따라 기탁금이 담보하는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 작성비용 등도 각 시·도마다 상당한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입법자가 기탁금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인구수(선거인수)로 표현되는 선거구의 규모가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이것만이 유일한 요소라고 할 수는 없고, 각 선거가 갖는 특성 등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하므로, 같은 종류의 선거에 있어서 각 선거구의 규모에 따라 기탁금의 액수를 다르게 정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기술상으로도 유동적인 선거구의 인구수 등을 매 선거때마다 이를 반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입법자가 각종 선거의 기탁금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 평균적인 선거구의 규모 및 선거마다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각 선거마다 달리 기탁금을 정하되, 같은 종류의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구간의 인구수나 경제력 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기탁금을 일률적으로 균등하게 책정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률상 같은 종류의 지방자치단체인 시·도의 장을 선출하는 시·도지사선거에 있어서 그 기탁금을 균등하게 5천만원으로 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시·도지사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재판관 김진우의 반대의견

나는 시·도지사선거에 있어서의 후보등록요건으로 5,000만원의 기탁금을 요구하는 이 사건규정은 폐지된 지방의회의원선거법상의 기탁금제도가 공영선거비용을 예납케 하는 목적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공영선거비용의 예납이라는 목적이 아니고 거의 전적으로 저율득표자 등을 ‘제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금액도 지나치게 많아 헌법 제25조에 보장된 공무담임권과 헌법 제11조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이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가. 기탁금제도와 공무담임권의 제한

(1) 헌법이 그 제117조 이하에서 보장하고 있는 지방지치제도는 지방행정에 주민을 참여시킴으로써 행정의 능률성과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등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한 방편에 그치지 아니하고 지방적인 차원에서 행하여지는 정책결정에 그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인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또 그러한 만큼 지방적 차원에서의 정치세력이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지역주민 모두가 지역사무의 처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아닌, 지역주민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자들에 의하여 간접적 형태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지방자치기관에의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또 그럼으로써 자치기구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의 “의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지역주민에게 실효성 있게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2) 헌법제24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제25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각급선거에 있어서 국민에게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포함한 공무담임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에는 선거를 통하여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장인 시·도지사에 당선될 수 있는 권리인 피선거권도 포함되어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 입법내용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거나 공무담임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는 입법권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피선거권 내지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한은 자치기구의 민주적 구성이 지방자치제의 실현에 기본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에 상당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한 것일 때에만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3)이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를본다.

다수의견은 기탁금제도의 목적으로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입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며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 그리고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예납케 하는 데 있다고 본다. 먼저 이들 각 목적과 관련하여 기탁금제도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가) 먼저 후보자의 난립방지라는 목적에 관하여 본다.

① 선거에서 후보자가 난립하게 되면 그들 가운데는 불성실한 후보자가 등장할 우려가 있는가 하면 선거가 과열될 위험이 있고 표의 분산으로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약화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난립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후보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기탁금제도를 선택한 것은 그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을 선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먼저 정당법 제2조에 의하면 정당은 각종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을 그 목적의 하나로 한다. 또한 국가가 정당에게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 제8조 제3항의 규정에 의거하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7조 이하의 규정에 의거하여 정당은 국가로부터 매년 통상적 보조금을 받음은 물론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또는 정당의 후보추천이 허용되는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만료로 인한 선거가 있는 연도에는 각 선거마다 법정액의 추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 정하는 정치자금의 배분기준을 충족시키는 정당이 다수 존재하는

경우에는 이들 정당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정당운영비용으로 보조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탁금규정을 통하여 (정당추천)입후보자의 난립방지라는 목적의 달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결코 소액이라고 볼 수는 없는 5천만원이라는 기탁금을 시·도지사선거의 입후보등록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에게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고 지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위 법률들과 체계적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규정은 주로 신생 군소정당의 후보자들이나 무소속후보자들에게만 입후보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할 것이나, 이들이 기탁금을 마련할 충분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입후보를 심리적으로 억제하기 힘들다.

② 다수의견은 후보자가 난립하게 되면 유권자의 표가 분산되어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주민들로서는 적절한 후보자를 선택하기도 어려워 지방지치 및 선거자체에 관하여 무관심해 질 염려도 있어서 무분별한 후보난립을 방지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결선투표제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고액의 기탁금제도를 통하여 아예 기탁금을 낼 자력이 없는 자들을 선거에서 배제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극히 의문스럽다. 무엇보다도 위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기탁금제도가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약화의 근본원인인 후보난립의 방지를 위한 적합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뿐만 아니라 후보난립으로부터 후보자선택의 곤란성을 추론하고 이로부터 다시 지방자치에 주민들이 무관심해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에는 논리적 비약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위험이 존재하는지도 검증되지 아니한 것이다.

③ 설사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을 선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요건이나 법익의 균형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헌이라고 본다.

먼저, 후보자의 난립, 불성실한 입후보자의 입후보방지 등의 목적을 위해서는 추천인명부제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즉 현행 공직선거법 제48조 제2항 제4호에 의하면 무소속후보자는 후보자등록시에 당해 시·도 안의 3분의 1 이상의 자치구·

시·군에 나누어 하나의 자치구·시·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의 수를 50인 이상으로 한 1천인 이상 2천인 이하의 추천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정도 지명도와 조직을 확보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용이한 일은 아니다. 또 필요하다면 추천인수를 어느 정도 늘려서 입후보를 어렵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에 있어서는 선거구가 비교적 광범위하고 유권자의 수도 많으므로 추천인수를 늘린다고 하여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전선거운동의 문제도 그다지 우려할 만한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한 이 사건 규정에 의한 고액의 기탁금제도는 아예 처음부터 고액의 기탁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못하게 함으로써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보기도 전에 그 기탁금을 내기 힘든 경제력이 약한 자들을 선거전으로부터 아예 배제시키는 제도로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후보난립방지라는 목적달성에 별로 적합하지도 않으면서 피선거권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추천인명부제도에 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는 제도라 할 것이다.

지난 시·도지사선거에 있어서 선거후보자들이 보고한 선거비용 지출금액이 평균 3억여원에 이르렀으므로 기탁금 5천만원이 과다한 액수가 아니라는 다수의견의 주장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다수의견이 인용하는 통계자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기탁금요건을 충족하여 후보자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한 자들의 사정만을 반영할 뿐이며 그 기탁금액이 지나치게 많아 선거를 통하여 시·도지사가 되는 기회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애초부터 포기한 이들의 사정을 반영하였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이 추구하는 ‘돈이 많이 들지 아니하는 선거’의 정신에 맞게 많은 선거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당선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음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에 있어서의 피해의 최소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공무담임권의 실효적 보장이 지방자치제의 민주성구현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공무담임권의 심각한 제한과 그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를 두고 있는 기본권제한에 있어서의 과잉금

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선거비용 등의 예납을 통한 동 비용의 용이한 징수라는 목적에 관하여 본다.

헌법제116조 제1항에서 선거공영제를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하여 선거비용의 국고부담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은 공직선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을 구성하는 일인 만큼 원칙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그 공영선거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할 뿐만 아니라, 후보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선거운동에 필요한 인적·물적 비용의 부담능력의 차이가 선거운동 및 선거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선거를 관리하고 또 선거비용을 부담하여 그러한 불공정한 결과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헌법은 법률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술한 원칙에 대한 예외로 선거비용을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자가 법률로 선거비용의 일부를 후보자에게 부담시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적으로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이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매우 상이하게 나타나므로 원칙적으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는 것이 헌법규정들의 체계적 해석의 결과라고 본다.

②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추구하는 목적들 중의 하나로 선거비용의 예납을 들고 있는 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탁금제도가 이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본다.

구 지방의회의원선거법(1988. 4. 6. 법률 제4005호로 제정, 1990. 12. 31. 법률 제4311호로 전문개정, 1994. 3. 16. 법률 제4739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의 시행으로 폐지) 제36조의 기탁금제도는 법정의 기탁금으로부터 후보자의 당선여부나 득표율과는 무관하게 공영선거비용을 공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동법 제37조 참조) 기탁금액이 지나치게 높지 아니한 한 그 헌법적 근거를 헌법 제116조 제2항에서 찾을 수 있었다(이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 1995. 5. 25. 선고, 91헌마44 결정에 대한 재판관 김진우의 반대의견 참조). 그러나 이 사건 규정에 의한 기탁금은 공직선거법 제261조 규정에 의한 과태료 및 동법 제271조 규정에 의한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을 담보하거나(동법 제56조 제3항), 후보

자가 사퇴하거나 그 등록이 무효로 된 경우에 그 금액을 국고에 귀속시킴으로써 입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거나(동법 제57조 제2항), 후보자가 제57조 제1항 각호의 기준에 미달하는 득표를 하고 낙선한 경우에는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담보하는 데(동법 제57조 제3항)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의 기탁금은 후보자 개인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부과되는 과태료 및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을 제외하고는 당선자나 일정 득표율 이상의 후보자에게는 이를 모두 반환하여야 하기 때문에(동법 제57조 제1항)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선거에서 도중 사퇴하거나 그 등록이 무효로 된 이들 또는 득표율이 저조한 후보자들을 제재하기 위하여 부과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탁금제도는 선거법상 모든 후보자가 부담하여야 할 선거비용을 예납한다는 의미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비용의 개인부담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6조 제2항에서도 그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③ 이렇게 소위 득표율이 저조한 이들을 제재하기 위한 기탁금제도가 다른 관점에서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지도 극히 의문스럽다.

먼저 후보자의 난립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탁금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저율의 득표를 한 후보자들의 기탁금의 국고귀속 등 제재의 위하를 통해서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은 이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득표율이 낮은 자들을 제재할 수 있는 또 다른 논거로 그러한 후보자들이 불성실하다고 전제하고 있다고 해석되지만 입후보자의 성실성여하를 득표율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부터가 그 타당성을 결여한 것이다. 득표율이 낮은 입후보자도 자신의 당선을 위하여 자신의 진지한 정치적 견해나 구상을 피력하면서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했으나, 유권자들이 그들에게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득표율이 낮다고 하여 그 후보자들이 일률적으로 성실성이 없다거나 진지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에 있어서 후보자가 유효득표총수의 100분의 10미만에 해당하는 유효득표를 하는 경우에는 기탁금은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바(동법 제57조 제1항 제1호), 후보자의 득표수가 선거에 있어서의 그의 진지성 내지 성실성을

나타낸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 선거에 있어서 정당의 지역분할구도가 고착화되어 각 정당들이 연고를 두고 있는 각 지역에서 몰표를 얻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평가는 더욱더 설득력이 없다. 이는 국가가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정당에 보조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8조 제3항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8조에 비추어 보더라도 불합리하다. 동법 제18조 제2항에 의하면 국회의석을 얻지 못하였거나 5석미만의 의석을 얻은 정당들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즉 최근에 실시된 국회의원총선거에 참여한 정당의 경우에는 그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유효득표총수의 100분의 2이상을 득표한 경우(동조항 제1호 참조), 최근에 실시된 국회의원총선거에 참여한 정당 중 제1호에 해당하지 아니한 정당으로서 의석을 얻은 정당의 경우에는 최근에 전국적으로 실시된 정당의 후보추천이 허용되는 지방의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서 유효득표총수의 100분의 0.5 이상 득표한 경우(동조항 제2호), 그리고 최근에 실시된 국회의원총선거에 참여하지 아니한 정당의 경우에는 최근에 전국적으로 실시된 정당의 후보추천이 허용되는 지방의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서 유효득표총수의 100분의 2이상 득표한 경우에는(동조항 제3호) 모두 국고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 이처럼 저율의 득표를 한 정당에게도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나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또는 정당의 추천이 허용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이나 의회의원의 임기만료로 인한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일반적 보조금에 추가하여 계상하도록 국가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동법 제17조 제2항)은 모두 정당이 각종 공직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서 행하여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에 있어서의 후보자들 역시 정당추천후보자든 무소속후보자든 주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고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등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높은 기준에 의하여 소위 저율의 득표자를 제재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 그러므로 저율득표자를 소위 불성실한 후보자라 하여 제재하기 위한 담보로서 기탁금을 부과하는 것은 법체계적인 관점에서도 불합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율의 득표를 한 후보자들을 불성실한 후보자라 하여 금전적 제재를 가한다면, 민주주의원리의 중요한 내용의 하나인 소수의견의 존중 등 소수자보호의 원칙에도 반한다. 즉 저율득표자 제재를 위한 기탁금제도는 득표율이 낮은 후보자는 비록 당해 선거에서 자신의 정견이나 노력으로 유권자들의 고율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하였더라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는 장차의 선거에서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다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와 소수의 교체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또 그 장점으로 하고 있는 민주제의 본질에 반한다.

나. 기탁금제도와 평등의 원칙

(1) 헌법은 물론 국회의원선거(제41조 제1항), 대통령선거(제67조 제1항)에 있어서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을 위한 선거와 관련하여서는 선거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정치생활영역에 있어서의 차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11조 제1항,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규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선거운동에 있어서의 기회균등이 보장됨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116조 제1항에 비추어 볼 때 역시 지방자치단체구성을 위한 선거에 있어서도 평등선거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적 선거의 핵심원칙인 평등선거의 원칙을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을 위한 선거에 적용해야 하는 것은 지역단체의 구성원인 지역주민들이 상호 동등하다는 그 기본적 전제에 비추어 볼 때도 자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 평등선거의 원칙은 선거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과 관련하여서도 보장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2) 오늘날 지방자치가 지역주민들이 선거를 통하여 그 대표에게 시한부 신임을 부여하고 이들이 그 정당성에 바탕을 두고 지역정치를 펼쳐 나가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에 의한 선거권·공무담임권 등 참정권의 행사는 민주주의의 뿌리로서의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을 구성하는 선거와 관련된 차별은 지방자치제도의 기본전제를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 권리와 관련한 지역주민의 차별은 그 차별이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국한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과 관련한 위와 같은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5,000만원이라는 고액의 기탁금을 시·도지사의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자들에게 요구함으로써 그 기탁금액을 납입할 재력이 없는 재력이 빈한한 자를 차별하여 후자를 유권자의 심판도 받아보기도 전에 후보등록조차 못하게 함으로써 아예 선거전으로부터 배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력이 풍부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공무담임권의 한 내용인 피선거권부여에 있어서 차별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차별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로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탁금제도의 목적들이 기탁금을 통하여 달성할 수 없거나 달성하기 곤란한 것이거나 또는 헌법적으로 정당하지 아니한 목적이라는 것은 이미 위의 가.에서 지적한 바 있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후보하려는 자가 재력이 풍부한 이인 경우에는 그 입후보를 심리적으로 억제하지 못하여 후보자난립의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고, 결국 자력이 없는 이들의 입후보만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여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고액의 기탁금제도는 국민을 그 재산정도에 따라 차별하여 그들의 공직에의 접근을 막는 제한선거의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피선거권과 관련하여 재산보유정도에 따라 주민을 차별하는 효과를 동반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것이어서 평등원칙의 관점에서도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다.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지나치게 많은 기탁금을 후보자등록요건으로 요구함으로써 헌법 제24조의 공무담임권을 과잉제한하고 있고, 또 재력이 약한 자들을 자의적으로 차별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이유없어 기각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5.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기탁금제도 자체가 국민주권 등의 헌법정신에 반하고 보통·평등선거의 본질에 반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선거질서유지목적·필요성과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비교할 때에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평등권·투표를 통하여 참정권을 행사하는 주인인 국민의 선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제도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다.

그 이유는 1995. 5. 25. 우리재판소가 선고한 바 있는 92헌마 269·299·305(병합) 대통령선거법제26조등위헌확인, 91헌마44 지방의회의원선거법제36조제1항에대한헌법소원 사건의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힐 때에 상세하게 설시한 바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인용하고 그 요지만을 설시하기로 한다.가. 우리의 기탁금제도의 연혁을 살피면

이 제도는 집권자의 영구집권욕이 발현되는 시점에 도입되거나 다시 부활 또는 강화되어 왔으며, 제2공화국의 민주화추진 시점이나 집권자의 영구집권욕이 아직 발현되지 아니한 시점에는 폐지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고

나. 우리의 현행 헌법은 실질적 국민주권론 등을 확립하고 있으므로 국민주권의 핵인 참정권의 본질적 내용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됨이 없는 실질적 주권행사의 보장에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차별하여 “없는 자”로부터 국정이나 지방행정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되며, 보통·평등·직접·비밀·자유선거제도에 반하는 차등선거제도로서 우리 헌법이 확립하고 있는 실질적 국민주권론 등 헌법정신에 반하고 위 참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 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기본권 침해의 점에 관하여 이의를 하지 아니하면서도, 입후보난립·선거과열 등의 방지라는 선거질서유지의 목적 때문에 필요에 따라 위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며, 비례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적헌의 기본권 제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먼저 선거질서유지란 절차적인 문제에 관한 법익인 반면 위 기본권의 보호란 실체적인 문제에 관한 법익으로서, 절차적인 법익이 실체적인 법익에 우선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다음, 선거질서유지를 위해서는 기탁금제도에 대체할 만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즉 선거후 강제징수방법, 일정률의 득표를 못한 경우 선거질서교란죄로 재산형

또는 강제봉사명령을 발하는 방법, 유권자추천인수를 늘리는 방법 등 대체방법이 있으므로 이 제도가 필요하고도 최소한의 유일한 방법일 수는 없다. 끝으로 참정권은 실질적 국민주권론 등을 확립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이 직접·평등하게 선거권을 자유로이 행사하고 차별없이 피선거권을 보장 받는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 제도하에서는 위와 같은 본질적 내용이 형해화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는 모두 받아 들일 수 없다.

라. 헌법 제116조 제2항의 선거경비부담 규정은 입후보의 등록효력을 배제하는 기탁금제도를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라, 오히려 이 제도를 배제하는 규정임이 문언상 명백하다.

마. 구시대의 잔재청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이 제도를 위헌이라고 선언함이 이 시대의 상황논리에 부합한다. 권위주의 40여년간에 걸쳐 장기집권 또는 영구집권의 한 방편으로 악용하여 왔던 구시대의 유물이며 청산되어야 할 잔재이므로, 이른바 문민정권이 출범한 이 시대에 이르러서까지 위헌시비를 무릅써가면서 이를 존치할 아무런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또한 국민은 이 시대야말로 구시대의 잔재를 일소해야 할 것으로 믿고 이를 간절하게 요망하고 있으며 국민의 참여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양되어 선거를 최대의 국민축제로 인식하는 등 크게 변하고 있는 바, 오욕으로 점철된 우리의 헌정사에 비추어 이와 같은 급변하는 국민의식과 요망을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어느모로 보나 위헌제도임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법조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의 본질적 내용을 해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규정에 위반된다는 취지 등으로 위헌선언을 함이 마땅하다.

재판관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재 판 관 김 진 우

주 심 재 판 관 김 문 희

재 판 관 황 도 연

재 판 관 이 재 화

재 판 관 조 승 형

재 판 관 정 경 식

재 판 관 고 중 석

재 판 관 신 창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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