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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5. 5. 25. 선고 91헌마44 판례집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 에 대한 헌법소원]
[판례집7권 1집 687~72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된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한 사례

2. 구(舊)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상 기탁금(寄託金) 제도가 허용되는지 여부 및 그 기탁금(寄託金) 액수가 과다하여 입법재량(立法裁量)의 범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

결정요지

1.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뿐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심판 계속중 발생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된 경우에도 그러한 기본권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기초의회의원선거(基礎議會議員選擧)에서 후보등록신청시에 기탁금(寄託金) 200만원을 기탁하도록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관하여는 아직 그 해명이 이루어진 바 없고, 비록 이 사건 심판청구 후 청구인들이 입후보하려 한 기초의회의원선거(基礎議會議員選擧)가 이미 종료되었고 이 사건 법률도 폐지되었지만, 신법인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의 시행으로 동종의 기본권침해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위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2. 가. 기초의회의원선거(基礎議會議員選擧)에서 무분별한 후보난립과 그로 인한 선거

과열을 방지하여 선거의 효율적이고 공정한 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당선자에게 다수표를 획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선거의 신뢰성과 지방자치제도(地方自治制度)의 정착 및 활성화를 도모하며 아울러 선거에 소요되는 공영비용을 사전에 예납하도록 하는 기탁금(寄託金) 제도의 목적은 정당하다.

나. 종전 실시된 기초의회의원선거(基礎議會議員選擧)에 나타난 통계자료에 의하면 공영비용을 담보하고 불성실한 후보자에 대한 제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금액으로서 200만원의 기탁금액(寄託金額)이 과다하다고 할 수는 없고, 또한 우리 나라의 교육수준, 경제현실에 비추어 위 기탁금액(寄託金額)이 경제력 없는 주민들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로 과다하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황도연의 반대의견(反對意見)

1.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황도연의 공동의견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포함된 법률 자체가 폐지되어 효력을 상실하였고 더 이상 청구인들에게 적용될 여지도 없게 되었으므로 그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가릴 실익이 없어졌으며, 청구인들이 입후보하였거나 입후보하고자 한 기초의회의원선거(基礎議會議員選擧)는 이 사건 심판청구 후에 이미 실시되었고 그 후 심판대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폐지되었으므로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구제를 위하여는 본안에 관하여 심판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할 뿐 아니라,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반복위험이 없고 새로 제정된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상의 기탁금(寄託金) 규정은 이 사건 법률조항과 비교할 때 기탁금(寄託金)의 귀속, 반환의 요건과 기탁금(寄託金)으로 전보되는 선거비용의 내역에 차이가 있어 제도의 실질내용이 달라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폐지규정에 대한 위헌 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

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우라고도 볼 수 없다.

2. 재판관 김진우의 첨가의견

가. 현행 기탁금(寄託金) 제도는 과연 기초의회의원선거(基礎議會議員選擧)에서 후보자들이 난립할 위험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증작업 없이 만연히 그러한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기초의회의원선거(基礎議會議員選擧)에 도입된 것으로서,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그 재력을 이용하여 선거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불성실한 입후보자들에 대하여는 입후보를 심리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고 다수의 유자력자(有資力者)들이 입후보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입후보의 난립방지의 목적달성에 그 실효성이 희박하다고 할 것이다.

나. 200만원의 기탁금(寄託金) 제도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다액으로, 일면 입후보할 의사는 있으나 위 기탁금(寄託金)을 마련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들의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평등권을 침해하며 이들을 위한 대체수단을 예비적·보충적으로 예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타면 저소득층의 이익이나 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이익을 성실하게 대변하여 줄 대표들을 뽑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선거권(選擧權)까지 부당히 제약하고 그 결과 기초의회(基礎議會)의 지역주민대표성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어 민주주의의 원리인 소수자 보호의 정신에 반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가치를 고율득표자가 획득한 투표의 가치에 비하여 보인 내지 폄하하는 것으로서 선거에 있어서의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성이 있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反對意見)

2. 기탁금(寄託金) 제도는 국민주권(國民主權) 등의 헌법정신에 반하고 보통·평

등선거의 본질에 반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선거질서유지 목적·필요성과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비교할 때에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피선거권(被選擧權))·평등권·투표를 통하여 참정권을 행사하는 주인인 국민의 선거권(選擧權)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제도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당사자

청 구 인 유 ○ 영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박 용 일 외 1인

심판대상조문

구(舊)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1988.4.6. 법률 제4005호로 제정, 1990.12.31. 법률 제4311호로 전문 개정, 1994.3.16. 법률 제4739호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의 시행으로 폐지) 제36조(기탁금(寄託金)) ① 후보자(候補者)가 되려고 하는 자(者)는 등록신청시(登錄申請時)에 대통령령(大統領令)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市)·도의회의원후보자(道議會議員候補者)는 400만(萬)원, 구(區)·시(市)·군의회의원후보자(郡議會議員候補者)는 200만(萬)원의 기탁금(寄託金)을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管轄選擧區選擧管理委員會)에 기탁(寄託)하여야 한다.

② 생략

참조판례

1. 1989.4.17. 선고, 88헌마4 결정

1992.1.28. 선고, 91헌마111 결정

1994.12.29. 선고, 91헌마57 결정

2. 1989.9.8. 선고, 88헌가6 결정

1991.3.11. 선고, 91헌마21 결정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청구인들은 민중당 은평구 을지구당 당원으로서 1991.3.26.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자치구·시·군의회(이하 “기초의회”라 한다) 의원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였는데, 당시 시행되던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1항이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자는 기탁금 200만원을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청구인 유○영은 위 기탁금을 마련하지 못하여 입후보하지 못하였고 청구인 곽○석은 어렵게 이를 마련하여 입후보하였다고 하면서, 위 선거 실시 전인 같은 달 13. 위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지방의회의원선거법(1988.4.6. 법률 제4005호로 제정, 1990.12.31. 법률 제4311호로 전문개정, 1994.3.16. 법률 제4739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의 시행으로 폐지. 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 제36조 제1항 중 기초의회의원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게 기탁금 200만원을 기탁하도록 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위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6조(기탁금) ①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는 등록신청시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구·시·군의회의원 후보자는 200

만원의 기탁금을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여야 한다.

② 생략

2.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이유의 요지

기초의회의원선거는 광역자치단체인 시·도의 의회의원선거보다 훨씬 더 작은 선거구 단위로 이루어지며 그 선거에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들의 진출이 요구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하는 기탁금 200만원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봉사하고자 하나 재력이 취약한 사람들이나 여성운동·소비자운동·환경보존운동 등 공익적 활동을 수행하는 인사들, 노동자와 서민계층 및 젊은 세대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어 그들의 공무담임기회를 실질적으로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위 법률조항은 헌법상의 평등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다.

나. 법무부장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답변 요지

(1) 이 사건 법률은 1990.12.31. 전문개정·공포되었으므로 청구인들은 그 때 위 법률로 인한 기본권침해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어서 그 공포일로부터 60일이 경과한 후에 제기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고, 또 청구인들이 입후보하려던 위 기초의회의원선거가 1991.3.26.에 이미 실시되어 완결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청구인들의 자기관련성과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되었으므로, 위 심판청구는 어느모로 보나 부적법하다.

(2) 기탁금제도는 무절제한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액수가 과다하지 않는 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인데, 위 기탁금 200만원은 그 대부

분이 공영선거비용에 충당되는 점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형편 등에 비추어 필요최소한의 금액이고 우리나라 국민일반의 임금수준이나 저축수준 등에 비추어 입후보 포기를 강제할 만큼의 과다한 금액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판단

가.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1) 청구인들은 1991.3.8.에 선거일이 공고되어 같은 달 26.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기탁금을 기탁하지 아니할 경우 별도의 집행행위를 매개로 할 것도 없이 후보등록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또 선거일공고가 됨으로써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가 잠재적인 데에 그치지 아니하고 현실화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직접성·현재성의 요건을 갖춘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은 1988.4.6. 제정·공포될 때에도 기탁금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시행되지 아니하다가, 1990.12.31.에 위 법률이 전문개정되고 그 개정법률에 의하여 청구인들이 입후보하려는 위 기초의회의원 선거일공고가 1991.3.8.에 이루어짐으로써 비로소 청구인들 주장의 기본권침해가 확실히 예상되어 헌법판단에 적합하게 되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심판청구는 그 선거일공고가 된 날로부터 60일이 경과하기 전에 제기된 것이므로 청구기간도 준수되었다.

(2)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이므로 헌

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려면 심판청구당시는 물론 결정당시에도 권리보호이익이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청구인들이 입후보하고자 한 기초의회의원선거는 1991.3.26.에 실시되어 이미 종료되었고 또 1994.3.16. 법률 제4739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의 시행으로 이 사건 법률도 폐지되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선고되더라도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구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여러차례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심판계속 중 발생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된 경우에도 그러한 기본권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1992.1.28. 선고, 91헌마111 결정 등 참조). 그런데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후보등록신청시에 기탁금 200만원을 기탁하도록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는 아직 그 해명이 이루어진 바 없고, 이 사건 법률을 폐지한 공직선거법은 그 제56조 제1항 제5호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와 동일한 액수의 기탁금을 기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다만 기탁금의 반환 등 요건에서 일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만약 위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공직선거법에 의하여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위 신법규정에 의하여 반복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할 것이 확실히 예상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은 위헌적인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등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록 이 사건 심판청구 후 청구인들이 입후보하려 한 기초의회의원선거가 이미 종료되었고 이 사건 법률도 폐지되었지만, 신법인 공직선거법의 시행으로 동종의 기본권침해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이 사건 법률규정은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자는 후보등록신청시에 기탁금 200만원을 기탁하여야 한다는 규정이고, 같은 법 제37조 제1항은 그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등록이 무효로 된 때 또는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득표총수를 후보자수로 나눈 수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는 때에는 위 기탁금에서 선전벽보의 첩부비용, 선거공보의 발송비용, 합동연설회개최비용, 선거인명부사본(부재자신고인명부사본 포함)작성비용과 투표·개표참관인수당(이하 “공영비용”이라 한다)을 공제한 후 나머지를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 기탁금제도는 기초의회의원선거에 후보등록을 하였다가 선거 전에 사퇴하거나 등록이 무효로 된 자 또는 선거 결과 법정기준의 득표를 하지 못한 자 등에 대하여 금적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입후보의 난립과 그로 인한 선거과열을 방지하여 선거의 효율적이고 공정한 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당선자에게 다수표를

획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선거의 신뢰성과 지방자치제도의 정착 및 활성화를 도모하며, 아울러 선거에 소요되는 공영비용을 후보자로 하여금 예납하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2) 기초의회의원이 비록 명예직이기는 하나 그 선거에 당선될 가능성도 없는 후보자가 난립할 경우 선거관리가 복잡해짐은 물론 선거운동이 과열·혼탁해지기 쉽고 선거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며 유권자의 투표가 분산되어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약화될 뿐 아니라, 나아가 주민들로서는 적절한 후보자를 선택하기 어려워 지방자치 및 선거자체에 대하여 무관심해질 위험도 있다. 그리고 헌법 제116조 제2항이 선거에 관한 경비는 원칙으로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정하고 있으나 위 헌법규정 자체에서도 법률이 정하는 경우에는 선거경비의 일부를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소요되는 일체의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주민의 조세부담이나 지방재정형편에 비추어 반드시 적절하다고 할 수 없고 선거 결과 낙선한 후보자로부터 선거비용을 사후에 징수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므로 그 비용 중 일부인 위 공영비용을 기탁금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무분별한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공영비용을 사전에 예납하도록 하는 위 기탁금제도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기탁금을 납부하지 아니하면 기초의회의원선거에 후보등록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이는 자유로운 입후보에 대한 제한이 되며, 그 기탁금액이 과다하여 당선가능성이 있는 인사들

의 후보등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어렵게 하는 정도라면 이는 경제력이 약한 주민들의 기초의회 진출을 봉쇄하여 주민의 참정권과 공무담임권을 유명무실하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의 기탁금액은 그 기탁금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과 그로 인한 주민의 기본권 제한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입법자가 그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 금액이 입법자에게 허용된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 현저하게 과다하거나 불합리하게 책정되어 주민의 기본권의 본질적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한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면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200만원의 기탁금이 과다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의 기탁금제도는 위와 같이 불성실한 후보자에 대하여 금전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공영비용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기탁금액도 그 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한 의견서에 첨부된 자료에 의하면 1991.3.26.에 실시된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총후보자 10,519명 중 공영비용을 공제한 기탁금 잔액을 반환받은 후보자는 9,903명(전체의 97.5%), 그 기탁금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 후보자는 256명(전체의 2.5%, 그 중 사퇴자가 182명이고 등록무효자가 12명이며, 법정기준의 득표를 하지 못한 후보자는 62명이다)이고, 후보자 1인당 공영비용액은 최다액이 1,468,775원, 최소액은 27,860원, 평균액이 596,064원인바, 후보자가 부담하는 위와 같은 정도의 공영비

용액이 지나치게 많다고 하기는 어려우므로 그 공영비용을 담보하고 아울러 불성실한 후보자에 대한 제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금액으로서 200만원의 기탁금액이 과다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나) 다음으로 위 금액이 당선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후보등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어렵게 하는 정도로 과다한 것이어서 경제력 없는 주민들의 참정권이나 공무담임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기초의회의원의 입후보연령과 우리나라의 교육수준 등에 비추어 볼 때 기탁금 200만원을 마련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용이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법제28조 제3항은 기초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하려면 당해 선거구의 선거권자 50인 이상 100인 이하(인구 1천인 미만의 선거구에서는 30인 이상 70인 이하)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탁금은 선거결과 당선되거나 적어도 법정기준 이상의 득표만 하면 선거종료 후 공영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믿을만한 후보자라면 후보등록시부터 선거종료 후 반환받을 때까지의 기간 동안 사용할 위 금액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어렵다고 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위 기탁금액이 경제력 없는 주민들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로 과다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 그리고 불성실한 후보자에 대하여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공명선거를 이룩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다른 적절한 수단이 있다면 그에 의하여 기탁금제도를 보완하

거나 대체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나, 기초의회의원의 피선거권을 후보자의 경력이나 지식 등에 의하여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고, 선거권자의 추천제도는 당선가능성이 없는 불성실한 후보자를 사전에 가릴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진지하지 못한 추천을 유발하거나 추천을 받기 위한 기간 동안의 사전선거운동의 위험이 있어 기탁금제도를 전적으로 대체할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위와 같은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후보등록시에 기탁금 200만원을 기탁하도록 하는 이 사건 법률규정을 두면서, 같은 법 제28조 제1항, 제3항에 의하여 선거일공고 후 후보등록을 신청할 때까지 50인 이상 100인 이하(또는 30인 이상 70인 이하)의 추천을 받도록 하여 기탁금제도를 보완하고 있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공명선거를 확립하여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우리의 선거풍토에서 기탁금액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그대로 우리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으며, 선거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의 제정 전에 마련한 선거법시안에서도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의 기탁금액을 200만원으로 하였고 새로 제정된 공직선거법도 같은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기탁금 200만원이 과다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4)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200만원의 기탁금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 주민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를 정도로 과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위 결정에는 재판관 김진우·황도연의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6과 같은 각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황도연의 반대의견

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황도연의 공동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으므로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안에 나아가 판단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반대의견을 밝힌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을 구제받기 위한 제도이므로 그 성질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헌법재판소 1989.4.17. 선고, 88헌마4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심판청구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첫째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으로서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하여 그 법률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키고자 하는 것인데, 심판대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함된 법률 자체가 1994.3.16.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법률 제4739호)의 시행으로 폐지되어 효력을 상실하였고 더 이상 청구인들에게 적용될 여지도 없게 되었으므로 새삼스럽게 그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릴 실익이 없어졌다고 할 것이다.

둘째로, 청구인들이 입후보하였거나(청구인 곽선석의 경우) 입후보하고자 한(청구인 유혜영의 경우) 이른바 기초의회의원선거는 이

사건 심판청구 후인 1991.3.26. 이미 실시되었고 그 후 심판대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폐지되었으므로 그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은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구제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선거가 이미 실시되었고 그 선거의 근거법규인 법률 자체가 폐지되었으므로 그 법률에 의거하여서는 장차 보궐선거 또는 차기선거에 입후보하거나 당선될 가능성도 없어졌기 때문이다(더구나 청구인 곽선석의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기탁금을 기탁하고 선거에 입후보하여 자신의 공무담임권을 행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기탁금을 몰취당하지 아니하고 선거가 끝난 후에 기탁금에서 구 지방의원선거법 제37조 소정의 공영선거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전액을 반환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구제를 위하여는 본안에 관하여 심판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당재판소 1994.12.29. 선고, 91헌마57 결정 참조).

끝으로, 헌법소원제도는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한 기능도 가지므로 이 헌법소원이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안되는 경우라도 위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그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될 수도 있으나(헌법재판소 1992.1.28. 선고, 91헌마111 결정 등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폐지되어 더 이상 청구인들에게 적용될 여지가 없게 되었으므로 동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반복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우라고도 볼 수 없다.

즉, 새로 제정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규정되어 있는 기탁금에 관한 규정을 보면, 폐지된 지방의회의원선거법에 규정되어 있던 기탁금규정과 비교할 때 기탁금의 귀속·반환의 요건과 기탁금으로 전보되는 선거비용의 내역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는바(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37조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56조, 제57조 참조), 이는 단순히 법령의 변경으로 종전 법조문의 순서나 형식만이 변경된 경우와는 달리 제도의 실질내용이 일부 달라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단지 기탁금의 금액이 신·구법에 있어서 같다는 이유만으로 위 폐지규정에 대한 위헌 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우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은 그 심판의 이익이나 필요도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재판관 김진우의 첨가의견

재판관 김진우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첨가한다.

가사 이 사건 심판청구가 그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1) 목적과 관련하여 본 기탁금제도의 위헌성

다수의견은 기탁금제도의 목적으로 후보자의 난립방지와 선거비용 예납을 들고 있다.

(가) 먼저 기탁금제도의 후보자의 난립방지라는 목적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후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

는 규정이므로 그 제한목적이 정당하여야 하고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의 달성에 부적합한 수단을 선택하였거나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최소침해의 원칙에 저촉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과잉금지의 원칙상 위헌인 법률조항이 된다.

1) 이에 기탁금제도가 후보자 난립방지를 위한 적합한 수단인지를 본다.

시·군의회의 의회의원선거에 있어 후보자가 난립하게 되면, 그들 가운데는 불성실한 후보자가 등장할 우려가 있는가 하면 선거가 과열될 위험이 있고 표의 분산으로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약화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의회의원은 국회의원에 비하여 직급도 훨씬 낮고 보수를 받지 않으므로 자신의 생업을 그대로 유지하여야 하는 명예직인데다가, 정당은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하였으므로 전국적 조직을 가지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까지 받는 정당이 추천하는 후보자들에 의하여 흔히 행하여진 바와 같은 금권선거 및 과열선거 등의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의 후보자 난립의 방지라는 목적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체제도가 실시된 연혁도 극히 짧은 관계로 실제로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후보자 난립이나 그로 인한 폐해의 발생가능성이 있는지가 실증적으로 밝혀지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현행 기탁금제도는 과연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난립할 위험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증작업 없이 만

연히 그러한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기초의회선거에 도입된 것이다.

기탁금제도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200만원은 물론이고 그 금액이 더 높게 책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그 재력을 이용하여 선거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불성실한 입후보자들에 대하여는 입후보를 심리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또 다수의 유자력자들이 입후보하는 경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입후보자의 난립방지를 기탁금제도를 통하여 확보할 수 없다는 것도 명백하다.

다수의견이 인용하고 있는 1991.3.26. 실시된 기초의회의원선거에 관한 통계자료의 분석은 다수의견의 주장이 박약한 토대 위에서있음을 보여준다. 총후보자(10,519명)의 0.59%(62명)만이 법정기준의 득표율 미달로 기탁금을 환급받지 못했다는 사정을 보더라도 기초의회의원선거가 입후보자가 많아 과열되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다수의견은 이러한 통계치가 기탁금규정으로 인하여 후보자의 난립이 방지된 결과를 반영한다고 주장할지는 모르나, 다수의견 스스로 한편으로는 200만원의 기탁금이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우리나라의 임금수준, 경제수준 등에 비추어 볼 때 다수 국민의 입후보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금액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듯이 이 기탁금규정 때문에 후보자의 난립이 방지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입후보자가 중도에 사퇴하면 그 기탁금이 국고에 귀속됨에도 불구하고, 기탁금을 납부한 총입후보자 중 1.73%(182명)나 되는 입후보자가 중도에서 사퇴하였다는 사실은 200만원의 기탁금제도가 입

후보에 신중을 기하게 하는 효과를 실제로는 발휘할 수 없음을 반증하여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의 기탁금제도는 입후보의 난립방지의 목적달성에 그 실효성이 희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의 후보자의 난립의 방지라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동 목적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동 목적달성을 위하여 다른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기탁금제도를 채택한 것은 그 목적의 달성에 부적합한 수단을 선택하였다고 할 것이다.

2) 나아가 기탁금제도가 최소침해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본다.

헌법이 기탁금 부과의 가능성을 예정하고 있고 또 그로부터 기탁금제도의 정당성을 도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탁금제도가 이 기탁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후보자에게 민주주의의 실현이 기초를 이루는 입후보의 자유 내지 국민의 선거직 공무담임권을 심각히 제약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러한 권리를 덜 제약하는 수단을 통하여 기탁금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러한 수단을 선택적으로 마련할 때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최소침해의 원칙을 충족시킨다고 할 것이다. 기탁금을 낼 자력이 없는 자에 대하여는 기탁금액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예컨대 선거 전후에 일정기간의 공역무 수행 등 대체수단을 법률로 정함으로써 기탁금 제도를 통하여 추구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공무담임권의 침해나 평등선거원칙과의 충돌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다만 기초자치단체의 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추천인 수를 늘

리는 방법은 넓지 않은 선거구에 있어 사전선거운동의 결과가 될 수도 있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러한 방법 등이 전혀 배려되지 않은 채 기탁금만을 입후보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후보자 난립의 예방이라는 목적의 견지에서 볼 때는 그 목적달성에도 적합하지 않고 국민의 선거의 자유 내지 참정권 등 기본권(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평등권)만을 제약하는 규정으로서 기본권의 최소침해의 원칙도 충족시키지 못한 위헌성이 있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선거비용예납의 목적에 관하여 본다.

1) 먼저 헌법상의 근거에 관하여 살펴본다.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7조에 의하면 이 사건 소송의 기탁금으로부터 후보자의 당선여부나 득표율과는 무관하게 공영선거비용을 공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한 한 기탁금제도는 공용선거비용을 예납케 하는 제도로서의 성격을 띠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제116조 제1항에서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선거공영제를 선언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선거비용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는 원칙을 채택하고, 예외적으로 공영선거비용의 일부를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근거만을 마련하고 있다. 지방의회의원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을 구성하고 그 기관의 각종행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공익을 실현하는 수단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사리에 합당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장래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영선거비용의 전액을 부담하고 기탁금 명복으로 이를 예납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지향하여야 하겠지만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형편상 부득이 그 일부를 기탁금 명복으로 예납시킨다고 하여도 선거비용은 예외적으로 부득이한 최소한도인 그 일부만을 후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헌법정신에 합치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자립도가 넉넉치 못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하지 않은 범위에서 후보자에게 공영선고비용을 분담케 하는 것은 아직도 그 정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며 기본권 제한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헌법 제116조 제2항에서 그 헌법적 근거를 찾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의 기탁금 제도는 선거법상 후보자가 부담하여야 할 일부 선거비용을 예납한다는 의의를 가지게 되고, 결국 이것만이 기탁금제도의 유일한 헌법적 근거가 있는 실효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 이에 선거 및 공무담임권 행사에 있어서의 평등의 원칙과의 관계를 본다.

헌법제11조 제1항에서 정치적 생활영역에 있어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한편, 제41조 제1항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보통·평등선거의 원칙을, 제67조 제1항에서 대통령선거에 있어서의 보통·평등선거의 원칙을, 헌법 제116조 제1항에서 선거운동에 있어서 기회균등이 보장됨을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은 정치적 생활영역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는 물론, 일반적 평등원칙의 특칙인 선거에 있어서의 평등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이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있어

서의 선거원칙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이러한 원칙이 동 선거에 있어서도 적용됨은 물론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사실상 대의제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고, 선거는 국민주권 및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선거에 있어서 선거권과 선거직 공무담임권과 관련된 차별은 민주주의의 기본전제를 뒤흔드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들 권리와 관련한 국민의 차별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그 차별이 중대한 법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제24조에서 선거권, 제25조에서 공무담임권을 보장하면서 그것을 법률유보하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들 권리의 제한에 관한 입법자의 재량의 폭은 매우 좁다고 할 것이다. 비록 동일한 액수의 공영선거비용을 각 후보자에게 부담시킨다고 하더라도 각 후보자가 실질적으로 지는 경제적 부담은 그들의 재산정도에 따라 다르고 선거비용의 입후보자 부담은 사실상 차등선거 내지 제한선거의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 역시 제한선거의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 역시 선거공여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 머물러야 한다. 즉 입후보자에게 선거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역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입법자가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자에게 후보등록신청시 합리적인 금액 이상의 과도한 액수를 기탁금으로 기탁할 것을 강제하게 되면, 이를 마련할 자력이 없는 계층은 기탁금의 기탁에 대신하는 다른 대안이 법률상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는 한, 단지 경제적인 부의 차이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다른 입후보자와 달리 지방의회에의 진출을 사실상 봉쇄당하거나

그 진출이 현저히 곤란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유권자들도 자신이 선출하고자 하는 자를 선출할 수 없게 될 소지가 많아 결국 입후보하려는 자의 공무담임권 및 이와 관련된 평등권, 이들을 뽑으려는 유권자들의 선거권 등을 침해하게 된다.

3) 나아가 200만원의 기탁금이 과다하여 위헌인지를 본다.

① 이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거비용은 후보자에게 최소한도만을 부담시킬 수 있다는 것이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실제로 아직도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물론이요 지방의회의원의 피선거권을 갖는 젊은 층 중에는 200만원이란 법정의 기탁금을 무리없이 마련할 수 없는 자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국민 대다수가 법정의 기탁금을 마련할 수 있고 위 금액을 마련할 수 없는 국민이 일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재력여하로 공무담임권 등을 불평등하게 침해함은 헌법상 용인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탁금이 위헌이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 금액이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 보아 일반적으로 과다하다고 평가할 수 있느냐 또는 위 금액을 과다하다고 느끼지 아니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인가의 여부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탁금을 마련하지 못할 후보가 있다면 그러한 후보자 개개인의 입장에서 헌법이 그들에게 보장한 중요한 기본권인 입후보의 자유 내지 선거직 공무담임권 등이 불평등하게 또는 과도하게 침해되었느냐 하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②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의 기탁금제도는 1988년 4월 6일에 비로소 도입된 것으로서 우리의 지방자치의 역사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다. 그리고 일찍이 의회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는 물론 중진국이나 심지어 후진국에 있어서도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도 그 제도자체가 전혀 없거나, 기탁금제도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근소한 명목상의 금액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훨씬 우세하고 기탁금액이 매우 높다는 일본의 경우를 보아도 기초자치단체 중 정·촌 의회의 의원선거에 있어서는 기탁금제도가 아예 없고, 지정시 이외의 시의회의원선거에서는 30만엔의 기탁금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 국민소득 및 그 국내의 물가수준에 비추어 볼 때 우리 돈 200만원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고 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나 공영선거비용에 충당되는 금액까지 기탁시키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기탁금 제도는 구시대의 제한선거 내지 차등선거제도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각국의 입법례는 선거비용의 예납의 성격을 갖는 기탁금이든, 후보자난립방지의 목적을 갖는 기탁금이든 그것이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행위인 선거에 입후보하는 문턱을 경제적으로 높이는 작용을 하므로 원칙적으로 이를 채택하지 않는 것이, 그리고 그 제도를 채택한다 하더라도 그 금액을 상징적인 액으로 정하는 것이 보통선거의 원칙 및 평등선거의 원칙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③ 선거비용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입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그 부과액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후보 1인당 실제 소요된 직전 선거시의 공영선거비용 중 후보자가 부담하도록 법정된 비용에 이러한 금액의 물가상승비율을 감안한 금액을 기준하여 실질적으로 공영선거의 원칙이 지켜지는 최소한도 내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즉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기탁금액은 후보자 일인당 소요되는 공영선거비용을 기준으로 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가능한 한 그 대부분을 떠맡고 남은 일부분에 국한된다고 보아야 한다.

④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있어 선거인명부사본작성비용, 선전벽보비용, 선거공보비용, 합동연설회비용, 투표참관인수당, 개표참관인수당을 포함하는 후보자 1인당 공영선거운동비용은 최다액이 금 1,468,775원, 최소액이 금 27,860원, 평균액은 금 596,064원이라고 한다. 이 통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만원의 기탁금이 공영선거비용의 일부 예납이라는 견지에서도 과다함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현행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57조에 의하면 당선된 후보자의 기탁금에서도 공제할 수 있는 공영선거비용은 벽보 및 공보작성비용에 한정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최소한도 내에서만 후보자에게 선거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다는 헌법정신에 반한다.

⑤ 위 통계자료는 또한 공영선거비용이 선거구역의 크기나 선거권자의 수에 따라 상이함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이를 무시하고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기탁금액을 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아니하고, 해당 선거구역의 특성에 맞게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의회의 의견을 들어 그 직전의 공영선거비용 중 후보자가 부담하도록 법정된 비용을 기초로 선거공영제라는 헌법상의 선거의 대원칙이 실질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충실한 입법의 방향이라 하겠다(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위 공영선거운동비용은 구 지방의원선거법

제37조 소정의 공영비용이므로 앞으로는 이 비용이 기준이 될 수는 없고, 공직선거및부정선거방지법 제57조 소정의 벽보 및 공보작성비용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⑥ 다수의견은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만한 후보자라면 후보등록 후 반환받을 때까지의 기간 동안 사용할 기탁금액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어렵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가 매우 적은 근로자들이나 서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기탁금을 낼 자력이 없는 자는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만한 후보자라 하여도 반드시 후보등록시부터 선거종료시까기 기탁금 200만원을 차용의 방법으로라도 마련하는 것이 현저하게 어렵지는 않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가사 기탁금을 낼 경제적 능력이 있느냐의 여부가 당선가능성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기탁금의 정당한 목적은 단순히 당선가능성이 작은 후보자들을 배제함에 있는 것이 아닌 한, 획일적으로 기탁금을 낼 자력이 없는 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입후보의 요건을 당선가능성에 의거하여 정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⑦ 그러므로 시·구의회의 의원선거에 있어서 200만원의 기탁금제도는 위와 같이 헌법정신에 반하는 다액으로 일면 입후보할 의사는 있으나 위 기탁금을 마련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들의 공무담임권·평등권을 침해하며, 타면 저소득층의 이익이나 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이익을 성실하게 대변하여 줄 대표들을 뽑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선거권까지 당히 제약하고 그 결과 기초의회의 지역주민대표성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어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저율득표자의 제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동법 제37조 제1항은 민주주의원리의 한 내용인 소수자보호의 정신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가치를 고율득표자가 획득한 투표의 가치에 비하여 부인 내지 폄하하는 것으로서 선거에 있어서의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성이 있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 조항은 후보자의 난립방지라는 무의미한 목적을 적합하지도 않은 수단을 통하여 추구하고 있다 할 것이며, 경제력이 약한 후보들을 위한 대체수단을 예비적·보충적으로도 예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액수가 과다하여 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의회 의원직에의 입후보의 자유 내지 공무담임권(피선거권)을 과잉하게 그리고 불평등하게 제한하고 있고, 나아가 이들을 선택할 유권자들의 선거권도 불평등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4조, 제25조, 제11조 제1항, 제37조 제2항에 반하여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6.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기탁금제도의 적헌성을 전제로 하여 기탁금의 다과에 따라 이 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가리어 이 사건 기탁금관련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기탁금제도 자체가 국민주권 등의 헌법정신에 반하고 보통·평등선거의 본질에 반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선거질서유지 목적·필요성과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비교할 때에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평등권·투표를 통하여 참정권을 행사하는 주인인 국민의 선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제도로서, 이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다음과 같이 반대한다.

가. 먼저 기탁금제도의 연혁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제도는 본래 형식적인 국민주권론·국민대표자론이 팽배하였던 서구 민주주의의 발달 초기에 차등선거가 시행되면서 그 방편의 하나로 시행되었던 제도이었으나, 위 형식적인 국민주권론 등에서 민의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국민을 실질적인 주인으로 대접하는 실질적인 국민주권론 등으로 확립되고 보통·평등·직접·비밀·자유선거제도로 발전하면서 폐지되거나 본래의 역기능을 잃고 그 형해만이 남아 있는 제도에 불과하다. 또한 정치적 후진국에서는 선거가 정치세력이 이용하는 부수적인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이 기탁금제도가 집권자에게 유리한 방향의 차등선거의 한 방편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우리의 헌정사와 각종 선거의 기탁금제도의 각 연혁을 보더라도 우리의 기탁금제도가 위와 같은 정치적 후진국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왔음을 인정할 수 있다.

우리의 기탁금제도의 연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승만 초대대통령이 3·15 부정선거를 시행하기 전에 장기집권방책의 일환으로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 3선의 길을 트고 국회에 양원제(민의원, 참의원)를 두어 민의원, 참의원선거법(법률 제470호, 제471호)을 제정하였던 1958.1.25. 이 기탁금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그 후 4·19 혁명으로 제2공화국이 출범하면서는 민주화 추진으로 1960.

6.23. 위 양원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선거법(법률 제551호)을 신규제정할 때에 이 제도를 폐지하였으며,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후 민정이양이 될 무렵인 1963.1.16. 동 선거법을 법률 제1256호로 폐지·신규제정하면서도 위 제도를 채택한 바 없었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영구집권을 꾀하면서 이른바 3선개헌을 단행하고 3선대통령이 된 후 이른바 유신체제를 선포하고 1972.12.27. 구헌법을 폐지하여 제4공화국 헌법을 신규제정하고 1972.12.30. 국회의원선거법을 폐지하고 법률 제2404호로 신규제정하여 위 제도를 다시 부활시킴으로써 우리의 헌정사는 본격적인 권위주의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하였고, 이후 이른바 12·12 군사쿠데타의 성공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집권하였던 제5공화국의 권위주의 시대를 거쳐 이른바 6·29 선언이 있었고 제6공화국 정부가 출범한 후 지방자치선거에 있어서도 1990.12.31. 이 사건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법률 제4311호로,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이 법률 제4312호로 제정되면서 위 제도가 도입되었고 변화와 개혁·세계화를 부르짖는 김영삼 현 대통령의 문민정권하에서도 40여년의 기나긴 어두웠던 권위주의 시대를 망각한 채 1994.3.16. 이른바 종합선거법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 신규 제정(법률 제4739호)되면서도 위 제도를 계속 존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에서 본 연혁을 분석하여 보면, 위 기탁금제도는 집권자의 영구집권욕이 발현된 시점에 도입되었거나 다시 부활 또는 강화되었으며, 제2공화국의 민주화 추진시대나 집권자의 영구집권욕이 아직 발현되지 아니한 기간에는 폐지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우리의 현행 헌법은 실질적 국민주권·국민대표론을 확립하

고 있으므로 국민주권의 핵인 참정권의 본질적 내용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됨이 없는 실질적 주권행사의 보장이다.

헌법은 전문에서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라 선언하고 있으며 제1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여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주권론·국민대표자론을 확인하고 있다. 헌법이 확인하고 있는 국민주권론 등은 서구민주주의의 발달초기에 팽배하였던 형식적 국민주권론 등이 아니라 현대 서구민주주의국가와 정치적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국민주권론 등이며 국민의 참정권 즉 선거권(제24조)과 피선거권(제25조 공무담임권)이 “모든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누구나 평등하게 직접,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로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대통령·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보통·평등·직접·비밀·자유선거제도를 채택·확립하고 국가 중요정책이나 헌법개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국민투표제도를 확립(제41조, 제67조, 제118조 제2항, 제72조, 제130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은 모두가 실질적인 국가주인으로서 평등하게 위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각종 선거에 있어서 국민은 누구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 없이 입후보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그가 선호하는 후보자가 입후보되어 그에게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 곧 국민이 갖는 위 참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러하지 아니하다면 국민주권은 형식적인 것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그 형해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본 지방의회의원 등 공직선거에 있어서 일정한 금액을 기탁하여야만 해당 공직의 후보자로 등록되는 효력이 있는 기탁금제도가 설치된다면, 이는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차별하여 “있는 자”만이 후보등록을 할 수 있게 하고 “없는 자”로부터는 지방행정이나 국정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되며, 보통·평등·직접·비밀·자유선거제도에 반하는 차등선거제도로서, 헌법이 확립하고 있는 실질적 국민주권론·국민대표자론 등의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반하여 차별됨이 없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위 참정권·평등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 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기본권침해의 점에 관하여 이의를 하지 아니하면서도 선거질서유지 즉 입후보난립방지와 선거과열·혼탁의 방지라는 목적 때문에 필요에 따라 위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선거질서유지라는 법익과 위 기본권침해 사이에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바가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적헌의 기본권 제한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당하다.

첫째, 선거질서유지란 절차적인 문제에 관한 법익인 반면에 위 기본권의 보호란 실체적인 문제에 관한 법익으로서, 절차적인 법익이 실체적인 법익에 우선할 수 없음은 재언을 요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위 기탁금제도는 위 목적과 기본권 제한의 정도와의 사이에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이 준수되지 아니한 기본권의 제한임이 명백하다.

둘째, 선거질서유지를 위하여는 기탁금제도 이외에도 얼마든지 이에 대체할 만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위 목적을 위하여 위 기탁금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유일제도라고는 볼 수 없어 헌법 제37조 제2항 규정 중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라는 기본권제한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 위 기본권을 제한하지 아니하면서도 위 질서유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는 다음 몇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즉, 먼저 선거비용을 예납하게 하면서도 예납하지 못한 후보자의 등록의 효력을 인정하여 주고 선거기간 중이나 선거 후에 이를 강제징수하는 방법이고, 다음 후보자가 일정비율의 최소한의 득표를 하지 못할 때에는 선거질서교란죄로 재산형을 과하거나 일정기간의 강제봉사를 명할 수 있도록 입법을 함으로써 후보난립에 대한 경고와 일반 예방의 실효를 꾀하는 방법이며, 끝으로 후보등록시에 필요로 하는 유권자의 추천인수를 현행보다 훨씬 확대하여 후보난립을 방지하는 방법 등이고, 위 세가지 방법을 모두 채택하는 방법도 상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탁금제도가 위 목적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최소한의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보여지지 아니한다.

셋째, 가사 기탁금제도가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민의 참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해하는 것이므로 위 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규정에 반한다. 즉, 위 참정권은 실질적 국민주권과 국민대표자론을 확립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이 직접 평등하게 선거권을 자유로이 행사하고 피선거권을 적어도 차별 없이 보장받는 것이 그 본질적인 내용이므로, 이 사건 기탁금제

도하에서 국민 각자가 선호하는 후보예상자를 기탁금을 기탁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선택 투표할 기회를 박탈하고 그 후보예상자가 “없다”는 이유하나 때문에 입후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참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기본권의 제한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은 어느모로 보나 부당하다.

라. 헌법 제116조 제2항의 선거경비부담 규정은 입후보의 등록효력을 배제하는 기탁금제도를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라 배제하는 취지의 규정이므로 이 사건 기탁금제도는 이 점에서 헌법위반이다.

다수의견은 헌법 제116조 제2항 규정에 따라 법률이 정하면 선거에 관한 비용을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기탁금제도는 헌법상의 근거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적헌의 제도라고 주장하나, 이는 후보등록의 효력인정과 무관한 선거비용과 기탁금을 기탁하지 아니하면 후보등록의 효력을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기탁금제도를 혼동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헌법 제116조 제2항은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여 선거공영을 예정하여 선거경비는 원칙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일률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나 부득이한 경우에 일부선거비용을 후보자 등에게 부담시킬 수 있음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국민의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이 사건 기탁금제도를 인정하거나 예상하고 규정한 취지가 아님은 명백한 것이다. 따라서 이 헌법규정은 소극적으로 기탁금제도의 도입을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봄이 마땅하며, 결코 이 사건 기탁금제도의 헌법상 근거규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마. 또한 구시대의 잔재 청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이 제도를 위헌이라고 선언함이 이 시대의 상황논리에도 부합한다.

앞서 우리의 헌정사와 기탁금제도의 연혁에서 본 바와 같이 권위주의 40여 년 간에 걸쳐 장기집권 또는 영구집권의 한 방편으로 독재권력이 악용하여 왔음이 분명한 이 제도를 이른바 문민정권이 출범한 이 시대에 이르러서까지 위헌시비를 무릅써 가면서 이를 존치하여야 할 아무런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국민은 이 시대야말로 구시대의 잔재를 일소해야 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를 간절하게 요망하고 있다. 특히 현정권은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들고 출범하였으며 지방화를 외치면서 지금까지 미루어 왔던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도 모처럼 실시하려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참여의식이 그 어느 시대에 있어서보다도 고양되고 있으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에 크게 고무되어 선거를 최대의 국민축제로 인식하는 등 국민의식이 크게 변하고 있는바, 위와 같이 급변하는 국민의식과 요망을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불행한 헌정사를 경험하여 왔던 주인인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이 제정한 헌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함이 마땅하며, 이 사건 심판대상에 대하여도 그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할 것이다.

바. 그렇다면 이 사건 기탁금제도는 어느모로 보나 우리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청산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며 잔재이고 위헌제도임이 명백하므로 지방의회의원선거법(1988.4.6. 법률 제4005호로 제정되어 1990.12.31. 법률 제4311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36조 제1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의 본질적 내용을 해함으로써 헌법 제37

조 제2항 단서규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위헌선언을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적헌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은 부당하다.

1995. 5. 25.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주심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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