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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다216072 판결

[보관료등][미간행]

판시사항

불공한 법률행위의 성립 요건 /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시기(=법률행위 시) / 계약이 체결 당시 기준으로 불공정하지 않은 경우 사후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여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델.디.씨.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한밭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주봉)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세중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경종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가 아닌 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를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90조 ).

피고가 신청한 현장검증신청은 피고의 주장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기록상 이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심이 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것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아니하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없고, 설령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더라도 그 주장이 배척될 경우임이 분명한 때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어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다8717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이 사건 계약이 피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토지임대차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관료가 사정변경에 따라 현저히 부당하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민법 제628조 등에 기초한 피고의 차임감액청구권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피고가 강재보관을 하고 강재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작성된 이 사건 계약 조항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배척하는 판단과 이 사건 계약의 성격이 피고가 주장하는 토지임대차계약인지 아니면 원고가 주장하는 임치계약인지 여부를 가릴 필요 없이 피고가 주장하는 차임감액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단누락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민법 제104조 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고, 피해 당사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민법 제104조 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떠한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법률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의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면, 사후에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여 그 계약이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다 (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5368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때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당시 피고가 이 사건 물류센터 토지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궁박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의 급부가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4.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계약 당시와 비교하여 원심변론 종결 당시에 조선업의 경기가 하락한 사정은 인정되나, 이 사건 계약의 필수적 전제인 피고와 삼성중공업 사이의 보관료가 2010. 2. 무렵 이래 계속하여 톤당 2,500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 등과 같은 그 판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조선업의 경기가 하락한 사정만으로는 경제사정 등의 변경으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보관료, 최저물량 보장 등의 약정에 피고를 구속시키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차액감액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이인복(주심) 김용덕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