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집46(1)민,1;공1998.3.15.(54),652]
[1]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판단 기준
[2] 대학교수의 조교에 대한 성적인 언동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본 사례
[3] 이른바 성희롱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를 고용관계에 한정하거나 조건적 성희롱과 환경형 성희롱으로 구분하여 판단하는 방법의 합리성 여부(소극)
[4] 사용자 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
[5]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행위가 직무관련성 없이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사용자에게 고용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소극)
[1]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상대방의 성적 표현행위로 인하여 인격권의 침해를 당한 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2] 피해자가 엔엠알기기 담당 유급조교로서 정식 임용되기 전후 2, 3개월 동안, 가해자가 기기의 조작 방법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어깨, 등, 손 등을 가해자의 손이나 팔로 무수히 접촉하였고, 복도 등에서 피해자와 마주칠 때면 피해자의 등에 손을 대거나 어깨를 잡았고, 실험실에서 "요즘 누가 시골 처녀처럼 이렇게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머리를 만지기도 하였으며, 피해자가 정식 임용된 후에는 단둘이서 입방식을 하자고 제의하기도 하고, 교수연구실에서 피해자를 심부름 기타 명목으로 수시로 불러들여 위아래로 훑어 보면서 몸매를 감상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여 피해자가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느낌을 가졌다면, 화학과 교수 겸 엔엠알기기의 총책임자로서 사실상 피해자에 대하여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가해자의 위와 같은 언동은 분명한 성적인 동기와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여지고, 그러한 성적인 언동은 비록 일정 기간 동안에 한하는 것이지만 그 기간 동안만큼은 집요하고 계속적인 까닭에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이고 권유적인 언동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며, 이러한 침해행위는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이로써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한 사례.
[3] 이른바 성희롱의 위법성의 문제는 종전에는 법적 문제로 노출되지 아니한 채 묵인되거나 당사자간에 해결되었던 것이나 앞으로는 빈번히 문제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이기는 하나, 이를 논함에 있어서는 이를 일반 불법행위의 한 유형으로 파악하여 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따라 불법행위의 성부를 가리면 족한 것이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성희롱을 고용관계에 한정하여, 조건적 성희롱과 환경형 성희롱으로 구분하고, 특히 환경형의 성희롱의 경우, 그 성희롱의 태양이 중대하고 철저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며,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성적 언동 자체가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부당히 간섭하고 적대적 굴욕적 근무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실제상 피해자가 업무능력을 저해당하였다거나 정신적인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입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피해자로서는 가해자의 성희롱으로 말미암아 단순한 분노, 슬픔, 울화, 놀람을 초과하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이를 채택할 수 없다. 또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성희롱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보복적으로 해고를 당하였든지 아니면 근로환경에 부당한 간섭을 당하였다든지 하는 사정은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에 참작사유가 되는 것에 불과할 뿐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다.
[4]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 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 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 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5] 고용관계 또는 근로관계는 이른바 계속적 채권관계로서 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고용계약에 있어 피용자가 신의칙상 성실하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함에 대하여, 사용자로서는 피용자에 대한 보수지급의무 외에도 피용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피용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피용자의 생명, 건강, 풍기 등에 관한 보호시설을 하는 등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부조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느 피용자의 다른 피용자에 대한 성희롱 행위가 그의 사무집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성희롱 행위가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고 피해자로서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여 사용자로서는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여지지도 아니하다면, 이러한 경우에서까지 사용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창국 외 5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완규 외 1인)
원심판결 중 피고 1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피고 김종운, 대한민국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기각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1. 원고의 주장 사실 및 원심의 인정 사실
가. 기기교육에 즈음한 신체접촉행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다음과 같은 주장 즉, 피고 1가 1992. 6. 5.경부터 2, 3주간 주로 오전 09:00부터 10:00까지 사이에 서울대학교 23동 108호 엔엠알(NMR)기기실에서 위 기기조작 방법을 교육한다는 구실로 원고의 등 뒤에서 포옹하는 듯한 자세로 원고 앞의 컴퓨터 자판을 치면서 그의 가슴을 원고의 등에 의도적으로 접촉하고, 원고의 어깨나 등에 손을 올려 놓거나 쓰다듬기도 하고, 원고가 기기를 작동하고 있을 때 옆에 있다가 교육을 한다는 구실로 원고의 팔을 손으로 잡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신체의 일부분을 원고에게 접촉시키는 등의 행위를 20 내지 30차례 자행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거시 증거에 의하여, (1) 원고는 1992. 4.경 피고 1로부터 화합물분석기의 일종인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 선발을 위한 면접 및 기기조작 테스트를 받고 같은 해 5. 29.부터 위 엔엠알기기실에 출근하여 위 기기의 관리 및 조작에 관한 교육을 받는 한편 선임 조교들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시료측정을 하기도 하는 등 업무를 수행하여 오다가, 같은 해 8. 10.자로 서울대학교 총장으로부터 임기 1년의 위 엔엠알기기 담당 유급조교로서 정식 임용된 사실, (2) 원고는 대학원생 신분의 조교가 아니라 학과의 업무와 학부 과정의 전공실험실습을 담당하는 전문 사무보조원으로서 위 기기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필요로 하는 교수 및 학생들로부터 실험 의뢰를 받아 시료를 측정한 후 그 결과를 의뢰인에게 통보하여 주는 것을 그 주된 임무로 하고, 달리 특정의 학문적 연구에 종사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하지는 않았던 사실, (3) 다만, 위 엔엠알기기의 원활한 관리 및 조작을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위 기기의 작동 원리와 방법 등에 관하여 교육을 받고 이를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였는데, 피고 1는 원고가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로서의 업무를 시작하던 초기인 같은 해 6.경에는 소외 진의창으로 하여금 원고에 대한 기기작동의 원리 및 방법에 관한 교육을 담당하도록 지시하였고, 같은 해 7.경부터는 소외 류권영으로 하여금 위 교육을 담당하도록 한 사실(원고는 그가 위 성적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하는 기간 중 시종 위 피고가 직접 원고의 기술교육을 담당하였고 소외 진의창이 원고를 교육한 것은 1992. 6. 초까지였다고 하나, 원고에 대한 직접 교육은 소외 조교들이 담당하였고, 위 피고는 단지 수시로 들러 시정 또는 교정해 주었을 뿐이다.), (4) 위 피고는 기기전담조교의 교육을 비롯하여 기기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었으므로 자주 기기실에 들러 원고와 기타 대학원생들이 작동시에 미숙한 점이 있으면 교정하고 교육하는 일이 있었는데, 기기가 소재한 장소는 비좁았고 기기를 조작하려면 키보드에 명령어를 입력하거나 40여 개에 이르는 조정버튼을 조작하여야 하므로 기기조작을 가르치거나 교정하기 위해서는 기기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위 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기기작동자의 몸에 접촉하게 되는 일이 빈번하였던 사실, 위 피고는 기기관리 감독차 자주 공동기기실을 들렀는데, 그 중 수차례에 걸쳐 엔엠알기기 조작을 위하여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원고의 의자 옆 또는 뒤에 접근하여 잘못을 시정해주기 위하여 팔을 뻗쳐 원고 앞의 컴퓨터 자판을 치거나 말하는 도중에 원고의 어깨, 등, 손에 위 피고의 손이나 팔이 접촉하게 되었던 사실, (5) 위 피고의 이러한 행동들이 원고로서는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것이었으나 이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한 바는 없었고(원고는 위 피고의 위와 같은 신체접촉행위를 피하려고 여름에도 사무실에서 긴팔 옷을 입고 있었다고 주장하나, 위 공동기기실은 기기의 정상 작동을 위하여 냉방이 가동되고 있었고 원고의 전임 조교들도 긴팔 옷을 입고 근무하였다.), 다만 원고가 차츰 기기조작에 익숙해지고 교육의 필요가 적어지면서 위 피고의 위와 같은 행동들도 계속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여, 대체적으로 원고의 주장 사실을 배척하였다.
나. 기타 성적 행위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 1가 1992. 6.경부터 8.경까지 사이에 서울대학교 23동 108호 앞 복도 등에서 원고와 마주칠 때면 의도적으로 원고의 등에 손을 대거나 어깨를 잡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해 8.경에는 22동 309호실 실험실에서 0b요즘 누가 시골 처녀처럼 이렇게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0c고 말하면서 원고의 머리를 만지기도 하고, 원고가 정식 임용된 동년 8. 10.경 단둘이서 입방식을 하자고 제의하기도 하고, 같은 무렵 23동 4층 교수연구실에서 원고를 심부름 기타 명목으로 수시로 불러들여 위아래로 훑어 보면서 몸매를 감상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대체로 원고의 주장과 같은 위 피고의 언동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산책 제의 등의 행위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 1가 1992. 10.경 자신이 사용하던 의자가 두동강이 나서 이를 고치러 간다는 명목으로 원고에게 교내 목공소까지 동행을 요구하여 함께 목공소로 가던 중 원고에게 관악산에는 조용한 산책길이 많은데 점심 먹고 함께 산책을 가자고 제의하면서 옷차림이 불편하면 피고의 연구실에 청바지랑 운동화랑 가져다 놓고 갈아 입으면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였고, 이에 원고가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싫다고 거절의 뜻을 표시하자 위 피고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이후 원고에 대한 태도가 돌변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판시와 같이 믿지 아니하는 증거 외에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라. 피고에 관한 성적 추문의 존부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 1가 전임 조교 소외 안미정과 직원이었던 소외 이상련에 대하여도 기기교육을 빙자한 신체접촉행위와 산책 동행을 요구하는 등 성적 접근을 시도하였고, 그 밖에 제자인 소외 권은주, 정태숙과의 사이에서도 불미스런 추문이 있었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마. 원고에 대한 업무간섭 및 보복해고 여부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다음과 같은 주장 즉, 피고 1가 1992. 10.경 산책 제의를 하였다가 원고로부터 명시적인 거부를 당하자 종래의 호의적인 태도에서 돌변하여 업무상 부당한 간섭과 불리한 조치로서 정상적인 업무처리를 방해하다가 결국에는 원고에 대한 재임용추천을 거부하고 사실상 해임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거시 증거에 의하여 (1) 원고가 담당하는 엔엠알기기는 종래부터 학생들이 위 기기를 직접 사용하여 시료측정을 하는 것은 제한되어 왔고 원칙적으로 위 기기 담당 조교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시료측정을 하여 주도록 하되, 다만 피고 1 실험실 소속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위 기기 담당 조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위 기기를 사용하여 시료측정을 하는 것이 허용되어 온 사실, (2) 그런데 원고가 위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로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 변리사시험을 준비중이었던 원고의 근무태도와 관련하여 위 기기를 이용하는 대학원생들로부터 원고가 평소에 제자리를 잘 지키지 않으며 측정의뢰를 해도 제때에 스펙트럼을 찍어주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이 있어 왔으며, 학과에서 의뢰된 시료처리를 원고가 2-3일간 지체시켜 대학원생들로부터 불만을 사게 된 사실, (3) 특히 원고와 위 기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학원생들과의 사이에는 위 기기의 사용시간 등의 문제로 충돌이 잦았고, 실험실 선임자와 기기 사용 문제로 다투는 등 인화관계에 문제를 드러내었고 화학과에서 위 피고의 지도 아래 박사과정을 이수한 소외 류권영과 한편이 되어 소외 채종근을 위시한 대학원생들과 대립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감정대립으로 인하여 실험실의 연구 분위기는 저해된 사실, (4) 1993. 3.경에 이르러 피고 1 지도하의 대학원생들이 늘어나고 다른 실험실에 있던 동종의 엔엠알기기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어 원고가 담당하던 엔엠알기기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위와 같은 불만과 갈등은 더욱 증폭되었는데, 이에 위 피고는 위 기기 사용을 둘러싼 위와 같은 분쟁의 원인이 원고의 근무태만과 독선적인 기기 운영에 있다고 판단하고 원고에게 위 엔엠알기기의 사용에 있어서 위 피고 지도하에 있는 대학원생들도 배려하고 그들과 원만히 지낼 것을 지시하였으며, 아울러 위 피고는 종전에 원고의 편의를 고려하여 대학원생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22동 309호 실험실에 제공되었던 책상의 사용을 금지하고 원래 원고의 근무 위치인 23동 108호 엔엠알기기실에서 근무하도록 지시한 사실, (5) 위 피고의 이러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엔엠알기기 운영을 둘러싼 화학과 내에서의 불만과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또 1993. 5.경에는 화학과 유기공동기기실에 새로운 실험기기를 설치함에 있어서 당시 위 피고는 예산절감을 위하여 대학원생들과 함께 직접 위 공사에 참여하여 기기설치대 교체작업과 냉동기 설치작업 등을 2주간 가량 계속하였는데, 원고는 위 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위 공동기기실의 업무가 자신의 업무와는 무관함을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위 피고로부터 책망을 들은 사실, (6) 교육공무원임용령(대통령령 제4303호) 및 서울대학교 전임교수 및 조교임용규정(제849호)에 의하여 유급조교의 임용은 해당 학과의 학과장이 학과 내에 공고하거나 학과 교수의 추천을 받아 교수회의의 동의를 얻어 학장에게 추천하고 대학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이 임용하도록 되어 있고, 임용기간이 만료된 조교는 자동면직되나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학과장이 학과 교수회의의 동의를 얻어 재추천할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원고의 근무태도로 인한 불만과 갈등 때문에 위 피고는 원고의 재임용을 추천하지 않았으며, 1993. 6. 15. 화학과 교수회의에서는 원고를 재임용하지 아니하고 새로이 후임 조교를 임용하기로 결정되자, 같은 해 6. 25. 위 피고는 원고에게 교수회의의 결정사항을 전달하고, 후임 조교의 업무교육이 시작되므로 더 이상 출근할 필요가 없으며, 엔엠알기기도 더 이상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이에 원고는 교육공무원임용령(대통령령 제4303호) 제5조 제2항 및 제3항에서 정한 1년간의 임용시한에 따라 원고는 1993. 8. 31. 자동면직되게 된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피고 1가 원고에 대한 재임용추천을 하지 아니한 것은 원고가 위 피고의 성적 접근을 거부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의 근무태도가 좋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판단하여, 위 피고가 원고의 업무를 부당하게 간섭하고 보복해고를 하였다는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에 관한 원심의 판단
가. 피고 1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가 조교로서 근무하던 기간 중에 피고 1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받고 그에 불응함으로써 위 피고로부터 보복해고를 당하게 되었으므로 위 피고의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고용조건이나 근로환경에 관하여 성을 이유로 한 차별적 취급을 함으로써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성적 괴롭힘에는, 성적행위에 대한 거절로 인하여 해고나 승진거절 등 고용상의 차별적 처우를 가져오는 조건적 성적 괴롭힘과 성적행위 자체가 그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품게하여 그의 업무수행이나 근로환경에 부당하고 심각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환경형 성적 괴롭힘으로 구분할 수 있는바, (1) 우선 조건적 성적 괴롭힘의 성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부당한 위 피고의 차별적 처우였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실은 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업무지시권의 재량범위 내에 드는 사항이었을 뿐 그것이 설사 원고에게 부담이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차별대우였다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원래부터 1년 기한부로 임용된 원고의 임용관계는 그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당연히 종료되고, 원고가 재임용을 계속받아 왔다든가 또는 재임용이 확실하게 관례화되어 있다고 하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원고는 해고당하였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 피고가 원고의 재임용추천을 하지 않은 것도 과의 교수나 대학원생들이 모두 원고의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불만스럽게 생각하였기 때문이었을 뿐 그것이 보복으로 인한 것이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조건적 성적 괴롭힘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2) 또한 환경형의 성적 괴롭힘의 성부에 관하여 보건대, 환경형의 성적 괴롭힘은 그 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심하고 철저한 행위임을 요하고, 그것은 원고 개인뿐 아니라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통상의 여성에 대하여도 일할 능력을 저해하거나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입증이 있어야 한다 할 것인데, 원고가 성적 괴롭힘으로서 주장하는 위 피고의 언동 가운데 인정되는 사실은 대부분 업무수행상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빚어진 수차례의 가벼운 신체접촉행위이거나, 다소 짓궂지만 노골적으로 성적인 것은 아닌 농담 또는 호의적이고 권유적인 언동에 불과하였고, 설사 위 피고에게 성적 접근의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의 악성은 경미한 것이어서 그것이 원고의 근무환경을 변경하여 성적인 모멸감을 가져오고 굴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환경형 성적 괴롭힘도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위 피고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함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피고 김종운과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원심은, 당시 서울대학교 총장으로서 피고 1의 사용자인 피고 대한민국을 갈음하여 피고 1의 사무를 감독하는 피고 김종운은 피고 1의 불법행위를 예견하여 이를 사전에 방지하여야 할 의무를 게을리하고 사후에도 피고 1의 불법행위를 은폐하려고 하였으므로, 피고 1의 감독자로서 피고 1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거나, 아니면 불법행위자 본인으로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은 그 피용자인 피고 1와 피고 김종운의 사용자로서 그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거나,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 간의 고용계약에 기하여 그 계약의 당사자로서 피용자인 원고의 노동수행과 관련하여 원고의 인격적 존엄을 침해하거나 그 노무제공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원고가 일하기 좋은 직장환경이 되도록 배려하고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안전배려의무에 유사한 의무가 있음에도 그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피고 1의 위와 같은 성적 괴롭힘을 방지하지 못하였으니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 1의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이상 피고 김종운 및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하여 이를 기각하였다.
3.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기간 도과하여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 기재 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가. 제2, 3점(사실인정)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이 원고 주장 사실 중 일부만을 인용하고 나머지 주장 사실을 배척한 조치는 모두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논리칙, 경험칙,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결국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제1, 4점(법리오해)에 관하여
(1)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는 개개인이 갖는 인격적 이익 내지 인격권은 법에 의하여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남녀관계에서 일방의 상대방에 대한 성적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허용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정도에 이르는 것은 위법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성적 표현행위로 인하여 인격권의 침해를 당한 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할 것이다.
(2)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엔엠알기기 담당 유급조교로서 정식 임용되기 전후 2, 3개월 동안, 피고 1가 기기의 조작 방법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어깨, 등, 손 등을 위 피고의 손이나 팔로 무수히 접촉하였고, 복도 등에서 원고와 마주칠 때면 원고의 등에 손을 대거나 어깨를 잡았고, 실험실에서 0b요즘 누가 시골 처녀처럼 이렇게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0c고 말하면서 원고의 머리를 만지기도 하였으며, 원고가 정식 임용된 후에는 단둘이서 입방식을 하자고 제의하기도 하고, 교수연구실에서 원고를 심부름 기타 명목으로 수시로 불러들여 위아래로 훑어 보면서 몸매를 감상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여 원고로서는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느낌을 가졌다는 것인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화학과 교수 겸 엔엠알기기의 총책임자로서 사실상 원고에 대하여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피고 1의 위와 같은 언동은 분명한 성적인 동기와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여지고, 그러한 성적인 언동은 비록 일정기간 동안에 한하는 것이지만 그 기간 동안만큼은 집요하고 계속적인 까닭에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이고 권유적인 언동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침해행위는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이로써 원고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피고의 위와 같은 성적인 언동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 1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성희롱의 위법성의 문제는 종전에는 법적 문제로 노출되지 아니한 채 묵인되거나 당사자간에 해결되었던 것이나 앞으로는 빈번히 문제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이기는 하나, 이를 논함에 있어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를 일반 불법행위의 한 유형으로 파악하여 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따라 불법행위의 성부를 가리면 족한 것이지, 원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성희롱을 고용관계에 한정하여, 조건적 성희롱과 환경형 성희롱으로 구분하고, 특히 환경형의 성희롱의 경우, 그 성희롱의 태양이 중대하고 철저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며,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성적 언동 자체가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부당히 간섭하고 적대적 굴욕적 근무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실제상 피해자가 업무능력을 저해당하였다거나 정신적인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입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피해자로서는 가해자의 성희롱으로 말미암아 단순한 분노, 슬픔, 울화, 놀람을 초과하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이를 채택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성희롱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보복적으로 해고를 당하였다든지 아니면 근로환경에 부당한 간섭을 당하였다든지 하는 사정은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에 참작사유가 되는 것에 불과할 뿐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라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1의 위와 같은 성적 언동이 위법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위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성희롱의 요건, 한계, 입증책임과 인격권 침해 등 정신적 손해의 배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원고의 피고 김종운,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를 본다.
가.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 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6다카1923 판결, 1992. 2. 25. 선고 91다39146 판결, 1996. 1. 26. 선고 95다46890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1의 성희롱 행위는 그 직무범위 내에 속하지 아니함은 물론 외관상으로 보더라도 그의 직무권한 내의 행위와 밀접하여 직무권한 내의 행위로 보여지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달리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1의 성희롱 행위가 그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임을 전제로 하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는 사용자 본인으로서의, 피고 김종운에 대하여는 사용자의 대리감독자로서의 각 사용자 책임을 묻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심은 그 이유를 달리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고용관계 또는 근로관계는 이른바 계속적 채권관계로서 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고용계약에 있어 피용자가 신의칙상 성실하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함에 대하여, 사용자로서는 피용자에 대한 보수지급의무 외에도 피용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피용자가 그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피용자의 생명, 건강, 풍기 등에 관한 보호시설을 하는 등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부조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1의 성희롱 행위가 그의 사무집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의 성희롱 행위 또한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고 원고로서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여 피고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도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경우에서까지 사용자인 피고 대한민국이 피용자인 원고에 대하여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역시 이유를 달리하나, 고용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기한,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서울대학교 총장인 피고 김종운이 피고 1의 성희롱 사실을 사전에 알거나 알 수 있었고, 또한 피고 1의 성희롱 사실을 사후에 은폐하려고 하였다고 보여지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 1의 성희롱 행위가 위 피고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 김종운이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자 본인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역시 이유를 달리하나 피고 김종운 본인의 불법행위에 기한, 원고의 피고 김종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1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원고의 피고 김종운, 대한민국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상고기각된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