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미간행]
피고인 1외 1인
검사
정병원
변호사 신현호외 3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이 주치의의 지시에 따랐더라면 피해자에 대하여 2차례에 걸쳐 활력징후 측정이 이루어졌을 시간대, 내출혈에 따른 심폐정지상태가 발생한 시간, 췌장절제수술에 있어서 활력징후 측정의 기능과 중요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활력징후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은 행위와 피해자의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조치가 늦어지는 바람에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서울대병원 간호사인바, 공동하여, 2005. 11. 2. 20:15경 피고인들이 근무하는 위 병원 일반병실에 췌두 십이지장 절제술을 받은 피해자 공소외 2가 회복실을 거쳐 입원하였는바, 췌두 절제 수술을 한 환자의 경우 합병증으로 ‘췌장 문합부 유출에 따른 출혈’이 있을 수 있으므로 피해자를 간호함에 있어서는 내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주치의인 공소외 1(대법원 판결의 공소외인)이 피고인들에게 회복실에서 15분마다 1번씩 활력징후를 측정한 결과 수치가 안정되었다고 판단되어 일반병실로 올라온 피해자에 대하여 혈압, 맥박 등 “활력징후를 1시간마다 측정하고, 수축기 혈압이 90 이하이거나 160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60 이하이거나 100 이상인 경우에는 의사에게 알리기 바람“이라고 지시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간호사인 피고인들로서는 그 지시에 따라 피해자가 일반병실로 올라온 시간부터 1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하여 내출혈 여부 등 환자의 수술 후 회복 경과를 살필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주치의의 지시를 무시한 채 만연히 일반병실에는 환자가 많고 중환자실과 달리 활력징후를 간편하게 측정하는 기구가 없어 개개의 환자에 대하여 1시간마다 1번씩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신규·전입간호사 교육용 자료에 불과한 ”외과 간호사를 위한 지침서“에 기재된 대로 4시간에 1번씩만 측정하기로 자의적으로 결정하여 의사들의 회진이 있은 22:10경 이후부터는 일체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같은 날 23:35경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해자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간호사실에 알릴 때까지 피해자의 혈압저하 상태를 발견하지 못하여 주치의에게 보고하는 등 적절한 치료 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복강내 과다출혈로 인한 비가역적 쇼크“에 빠지게 하여 재수술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02:49경 위와 같은 쇼크에 따른 심폐기능의 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 공소외 2의 사망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4. 당심의 판단
가. 인정사실
피고인들의 각 원심 및 당심 법정진술, 증인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진술, 피고인들 및 공소외 3, 1에 대한 각 경찰 및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원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당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대한의사협회,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당심의 각 사실조회결과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해자 공소외 2는 췌장 두부에 종괴가 발견되어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2005. 10. 31.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후 2005. 11. 2. 12:50경 췌두부 십이지장 절제술을 받았고, 위 수술은 18:35경 종료되었다.
(2) 피해자는 수술 후 회복실로 이송되었다가 혈압, 체온, 맥박, 호흡 등의 활력징후가 안정적이 되자 20:15경 일반병실로 이송되었다.
(3) 일반병실의 담당간호사인 피고인 1은 피해자가 이송되자 즉시 혈압계, 체온계, 청진기 등 기계적인 장비를 사용하여 활력징후를 측정하였고, 21:30경에도 같은 방법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하였는데 당시 피해자의 혈압, 체온, 맥박, 호흡 등은 모두 정상범위 내였다.
(4) 22:15경 수석전공의, 주치의 등이 회진을 하였는데, 당시 피해자는 의식이 명료하고 배액관의 양상도 출혈기미는 없는 등 안정적인 상태로써 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특이증상은 없었다.
(5)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2차례에 걸쳐 기계장비를 이용하여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것 이외에도, 21:00경 피해자가 오심을 호소하자 병실에 들러 피해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오심증상을 줄이기 위하여 진통제의 투여를 중단하였으며, 21:43경 병실에 들러 수술부위를 점검하고, 배액의 양상, T-자관을 통한 담즙의 양상, 의식상태 등을 관찰하였으며, 22:00경 구토와 오심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관찰하고 소변량을 확인하였다. 또한 근무시간이 23:00까지였던 피고인 1은 퇴근 전인 23:10경 피해자의 병실에 들러 수액이 들어가는 속도와 환자의 의식상태, 체온변화, 배액양상 등을 관찰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출혈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증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6) 23:00부터 근무예정이던 피고인 2는 22:50경 수술통증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위하여 진통제를 투여하였고, 23:00경 다시 병실에 들러 소변량을 측정하고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며 배액관을 검사하였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피고인 2는 이후부터 담당하고 있는 병실의 환자들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하다가 23:35경 피해자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유족들의 연락에 따라 이를 담당의사에게 알렸으며, 이후 의료진이 심폐소생술과 재수술을 실시하였으나 결국 피해자는 다음날 02:49경 사망하였다.
(7) 한편, 수술 당시 주치의로부터 간호사에 대하여 수술 후 피해자에 대하여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15분마다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그 후 4시간 동안은 1시간마다, 그 후에는 4시간마다 한 번씩 활력징후를 측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있었다.
나.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병실로 이송되어 온 2005. 11. 2. 20:15경 및 21:30경 2회에 걸쳐 활력징후를 측정하였는데(결국 1시간 간격의 활력징후 측정을 하라는 의사의 지시에 대하여 22:30경 측정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때 피해자의 활력징후는 정상범위 내였고, 22:15경 의사회진시에도 피해자에게 별 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회진 이후에도 피고인들은 여러 차례 병실에 들어가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였으나, 췌장 수술 후 내출혈을 의심할 만한 복부팽만이나 수술부위와 연결된 배액관으로 나오는 배액의 색깔 변화 등 특이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던 점, ② 23:50경 피해자에 대하여 심폐소생술이 시행될 때 최초로 배액관에서 다량의 혈액이 관찰되었고, 다음 날 01:20경 재수술을 위하여 개복하였을 때 복강 내에 약 3L 가량, 기관지 삽관부위에서도 1L 이상의 출혈이 발견되었는데, 피해자는 복부팽만도 그리 심하지 않았고, 이와 같은 출혈량은 이 사건과 같이 단시간 내에 심폐기능정지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으며, 이에 집도의였던 공소외 3은 피해자의 사망원인으로 수술 후 다량의 출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나 피해자의 원 병명인 췌장 소마토스타틴종이라는 희귀질환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당뇨성 비케톤성산증과 그에 따른 전신 상태의 악화, 출혈 성향, 혼수 등이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고 복잡하게 하여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점, ③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원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당심의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범발성 출혈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1차 수술 전에는 출혈성 소인이 없거나 발현되지 않다가 2차 수술 전에 출혈성 소인이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로서 이는 수술 전에 흔하게 시행하는 검사로는 잘 감지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사건에 출혈성 경향을 완전히 예측하거나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흔히 수술부위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 그와 연결된 배액관을 통해 이를 알 수 있으나 그 외 부위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복강이 혈액으로 찬 이후에야 배액관을 통해 내출혈이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과 피해자 사망 직후 개복한 결과 소장, 장간막, 유문하정맥, 간문맥 등에서 전반적으로 피가 스며나왔다는 것으로 뒷받침되는 점, ④ 주치의가 피고인들에게 내린 활력징후 측정지시는, 수술 전에 일괄적으로 내리는 지시로 상태 안정 후 4시간 동안 1시간마다 측정하라는 지시는 환자가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경우에 대비한 것이며, 회복실에서 일반병실로 올라오는 환자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정도의 측정은 필요하지 않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구두로 지시를 변경하기도 하며, 피해자의 주치의 공소외 1도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일반병실로 올라온 후 측정된 2회의 활력징후 측정결과나 2회째 측정 후 약 40분 후에 있었던 회진결과, 기타 배액관 확인결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와 같은 경우 1시간마다 활력징후 측정이 필요한 환자는 아니었고 간호사들의 요청이 있었다면 4시간마다 측정하는 것으로 지시를 변경하였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들이 활력징후 측정에 관한 의사의 지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술내용, 환자의 상태 등에 비추어 피해자와 같은 환자들에 대한 통상적인 활력징후 측정의 실시범위를 크게 벗어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⑤ 서울대병원 외과병동의 ‘외과간호사를 위한 지침서’에 따르면, 췌장 수술 환자의 경우 4시간마다 활력징후를 측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간호사 1명이 17명 정도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일반병실의 의료여건상 간호사는 의사의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4시간마다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것이 임상관행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1시간 간격으로 피해자의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그 후 사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에게 의사의 지시를 어기고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아니하여 피해자의 혈압저하 상태를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거나 피고인들의 활력징후 측정 미이행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