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금지명령취소
2011누19750 입국금지명령 취소
A
법무부장관
서울행정법원 2011. 6. 2. 선고 2010구합46456 판결
2011. 12. 16.
2012. 2. 10.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0. 11. 6. 원고에 대하여 한 입국금지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리비아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2010, 4. 22. 인천지방법원에서 횡령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2010. 4. 30. 그대로 확정되었는데, 그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범죄사실'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다.
나. 이에 피고는 2010. 11. 6. 원고가 위와 같이 횡령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 출입국관리법(2010. 5. 14. 법률 제10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 제1항에 따라 그 당시 국내에 체류하고 있지 않았던 원고에 대하여 입국금지 5년의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의 경우 각 가지 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가 이 사건 범죄사실로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또는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와 같은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원고에 대한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그로 인하여 보호될 수 있는 공익에 비하여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는 1991년경 처음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1992. 3. 2.경부터 1997. 8. 29.경까지 D 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부에서 수학하였다.
2) 원고는 D를 졸업한 이후 리비아로 귀국하였는데, 2001.경부터 리비아와 대한민국을 오가면서 무역업에 종사하던 중 2003. 4. 9.경 서울 송파구 E, 201호에서 F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대한민국의 신품 · 중고 자동차를 매입하여 리비아나 요르단 등지로 수출하는 무역업을 영위하였다. F의 2009년도 매출액은 10억 4,400만 원 정도였고, 2008. 12.경부터 2009. 11.경까지 1년 간 국내로 송금받은 외화 총액은 미화 약 1,366만 달러(원화 약 178억 원), 2010년도 외화입금 내역은 미화 약 47만 달러(한 화 약 5억 4,000만 원)였다(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2010. 4. 이후로 리비아의 중고자동차 수입제한조치로 인하여 사업이 축소되었다고 한다).
3) 원고는 위와 같은 무역업을 함과 동시에 2009. 4. 14.경 상호를 G 주식회사, 본점 소재지를 인천 중구 H건물 비(B동 421호 및 422호, 주된 사업을 자동차 수출입업, 창고업, 무역업 등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하여 한국산 음료를 리비아로 수출하는 영업도하였다. G 주식회사의 부가가지세 매출신고액은 2009년도에 22,760,000원, 2010년도에 464,293,601원이 있고, 위 회사의 2009. 10.경부터 2010. 12경까지의 외화입금 내역은 미화 약 54만 달러(한화 약 6억 3,000만 원) 정도였다.
4) 원고는 이 사건 범죄사실에 관한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B에 내한 일부 횡령금을 변제하여 그로부터 처벌불원의 의사가 담긴 합의서를 받아 제출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위 형사재판에서 사선변호인이나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는 않았다.
5) 원고는 2010. 4.경부터 현재의 주소지에서 임대차보증금 2,000만 원, 차임 월 100만 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생활하다가, 2010. 10. 14. 리비아로 출국하여 2010. 10. 22. 리비아인과 결혼한 후 2010. 11.29. 인천공항을 통해 배우자와 함께 입국하여 위 주소지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원고의 배우자는 현제 1에서 운영하는 한국어학당에 입학하여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6) 원고는 2004년부터 건강보험료를 충실하게 납부하여 왔고, 국내승용차를 소유하고 운행하고 있으며, 사업체 사무실 2곳과 수출물건보관을 위한 부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7) 한편, 법무부가 작성한 '입국규제 업무처리 등에 관한 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에 의하면 '형사범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집행유예 포함)는 5년 이상의 입국금지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앞서 든 증거에 더하여 갑 제2, 6 내지 19, 25 내지 32, 37 내지 41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의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장기체류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에 관한 법리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이 되는 구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은 각호에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될 경우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입국금지처분을 함에 있어서 재량의 여지를 두고 있다. 물론 외국인에 대한 입국허가여부는 국가의 고유한 주권행사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의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는 영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같은 항 제3, 4, 8호의 경우 다른 조항보다 더 광범위하고 추상적으로 입국금지사유를 규정하고 있어서 그 해석 여하에 따라 외국인에 대한 국가의 자의적인 입국제한이 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그 조항에의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나머지 조항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고의 경우 이 사건 범죄사실로 인한 유죄판결의 확정 후 잠시 리비아로 출국하였다가 입국할 때까지 강제퇴거 대상이나 입국금지대상에 포함된다는 고지를 받은 바도 없고(물론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입국금지처분은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받지는 아니한다), 리비아로 출국하였다가 아무런 제지 없이 국내에 입국한 다음날에서야 이 사건 입국금지처분을 고지받았을 뿐이다. 이처럼 평온하게 국내에 이미 입국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처분은 사실상 국외로의 '강제퇴거명령'과 동일한 효과를 갖게 되므로 국가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는 단순한 입국허가와는 달리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원고는 1991.경 국내에 최초로 입국하여 현재까지 총 국내체류기간이 약 18년 정도 되는 외국인으로서 이러한 장기체류자나 국내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영위하여 사실상 영주권자와 유사한 지위를 갖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입국금지나 강제퇴거 대상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불법입국자나 단기체류자에 비해서는 보다 엄격한 판정을 요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으로서 국내에 비교적 장기간 체류하면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원고를 상대로 구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 4, 8호 등을 근거로 내린 입국금지명령인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가 저지른 범행의 종류와 내용, 횟수 및 그에 대한 형량과 아울러, 위와 같은 처분으로 인하여 달성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 혹은 경제질서, 사회질서 등의 위해를 방지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위 처분으로 상당한 신분적,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한 원고의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 혹은 경제질서나 사회질서 등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만약 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재량행위에 해당하는 위 처분에 있어서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없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에의 구체적인 적용
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든 사실관계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보면, 원고에 대하여 구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제4호(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제8호(기타 제1호 내지 제7호의 1에 준하는 자로서 법무부장관이 그 입국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의 사유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1) 원고의 이 사건 범죄사실은, 원고가 B과의 동업계약을 위반하여 차량판매대금을 자신의 다른 채무를 면제하는 바람에 불거진 것으로서 개인 간의 채권채무관계에서 비롯된 채무불이행적 성격을 가진 것이다.
(2) 원고가 횡령한 액수는 6,000만 원 정도로서 앞서 본 원고의 사업 규모나 B과의 동업계약 내용 등에 비추어 그다지 다액이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위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국외로 도주하는 등의 행태를 한 바는 없으며, 결국에는 위 횡령금을 비롯하여 동업계약과 관련한 B에 대한 모든 채무를 변제하였다.
(3) 원고는 이 사건 범죄사실 이외에는 약 18년 간 국내에 체류하면서 단 한 차례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4) 원고는 이 사건 범죄사실에 관한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모두 자백하였는데, 만약 원고가 형사재판에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앞서 본 횡령범행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실제로 받은 확정판결의 처벌 수위에 비하여 보다 가볍게 처벌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비교적 장기간 동안 국내에서 체류하면서 관련 세금과 보험료를 납부하면서 정당한 경제활동을 수행하였고, 현재에도 대한민국과 리비아 사이의 무역 활동을 활발하게 영위하고 있다.
(6)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주장하는 이 사건 지침은 단순한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되지 못하므로,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나아가, 가사 원고가 이 사건 범죄사실로 인한 집행유예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구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소정의 사유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할지라도 앞서 본 사정들에 더하여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덧붙어 보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은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심히 가혹하고, 부당하여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1) 무릇 집행유예는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로 피고인에게 개전의 정상이 있는 경우 피고인이 형의 집행을 받지 않으면서 스스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외국인에 대한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선고가 있는 경우 그 범죄에 나타난 외국인의 반사회성을 묻지 않고 모두 입국금지 또는 강제퇴거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외국인에 대하여는 집행유예제도에서 의도하는 사회복귀의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므로, 실형선고를 받은 외국인에 비해서는 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입국금지대상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원고가 비록 구 출입국관리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영주체류자격을 가진 자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장기체류자나 사실상 영주권자와 유사한 지위를 갖는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범죄사실은 위 영주체류자격자에 대하여 강제퇴거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구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2010. 10. 16. 법무부령 제7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의 각호의 범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원고는 1991.경부터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는 등 청년시절부터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사회 및 경제생활을 해 왔고, 현재에도 주거지와 사무실 및 사업부지 등에 관한 다수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리비아인과 결혼하여 국내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등 주된 생활 및 사업기반은 대한민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이 사건 범죄사실로 인한 피해자인 B을 비롯하여 원고와 관계된 다수의 국내 사업자들도 원고의 국외로의 추방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5)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에 대하여 피고가 입국금지명령 (사실상 추방명령)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외국인의 출입국과 관련한 국가의 안전 또는 질서유지라는 공익에 비하여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장기간 대한민국에서 거주하여 오면서 쌓아 온 일체의 기득권의 상실로 입게 될 피해가 훨씬 크다고 보이는 반면, 오히려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입국금지조치를 취소할 경우 대한민국과 리비아 간의 경제교류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고 대한만국의 대외서 이미지 개신 으로 외교성 책상으로도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인욱
판사 박범석
판사 김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