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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5. 22. 선고 88다카27676 판결

[물품대금등][집38(2)민,12;공1990.7.15.(876),1335]

판시사항

어음의 발행인이 어음용지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지시문구를 말소하지 아니한 채 지시금지문구를 기재한 경우 지시금지문구가 지시문구에 우선하여 효력을 발생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어음의 발행인이 어음용지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지시문구를 말소하지 아니한 채 지시금지문구를 기재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시금지문구의 효력이 우선한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효력이 발생하기 위하여서는 통상인이 어음거래를 함에 있어서 어음면상으로 보아 발행인이 배서를 금지하여 발행한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하게 기재되어야 한다고 할 것인바, 약속어음의 발행인이 어음용지 중앙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지시문구를 삭제함이 없이 약속어음 오른쪽 상단의 아라비아 숫자로 기재된 액면금액의 표시와 지시문구 사이에 그보다 작은 크기의 지시금지라고 새겨진 고무인을 숫자 및 지시문구의 문자와 중복되게 희미하게 압날함으로써 통상인이 어음거래를 함에 있어 보통 기울이는 정도의 주의로는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로 지시금지문구를 표시하여 어음을 발행한 경우에 있어서 원심이 발행인의 지시금지어음이라는 항변을 배척한 조치에는 지시금지 문언의 기재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원고, 피상고인

영남금속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형래

피고, 상고인

경북기계공업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기승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 및 제2점 중 II항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툼이 없는 사실과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원고 회사는 소외 김인환의 소개로 피고 회사에게 1985.8.21. 금 39,165,207원 상당의 스테인레스 코일 및 강판을, 같은 달 22. 금 10,864,590원 상당의 강판을, 같은 달 30. 금 55,793,628원 상당의 강판을 각 판매하였고 같은 해 9.4. 금 11,572,497원 상당의 강판을 변제기는 1개월 후로 정하여 판매한 사실,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로부터 위 물품대금의 수령권한을 위임받은 위 김인환에게 1985.8.28.에 위 제1, 2차 판매대금의 변제로서 현금 36,009,797원 및 액면 금8,000,000원과 6,020,000원의 약속어음 2장 등 합계 금 50,029,797원 상당을, 같은 해 9.2.에 위 제3차 판매대금의 변제로서 현금 25,363,628원 및 액면 금 30,430,000원의 당좌수표 1장 등 합계 금 55,793,628원 상당을 각 지급한 사실 및 원고 회사는 같은해 9.2. 위 김인환으로부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제1,2,3차 판매대금의 일부로서 피고가 1985.8.28. 위 김인환에게 발행한 액면 금 40,000,000원 지급기일 1985.11.30. 지급장소 중소기업은행 화양동지점으로 된 약속어음 1장을 배서양도 받아 소외 주식회사 삼미에 이를 배서양도 하였다가 같은 해 11.14. 위 소외회사에 의하여 위 어음이 위 지점에 지급제시 되었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지급이 거절되자 이를 환수하여 소지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바, 원심이 위 사실을 인정함에 거친 증거의 취사과정은 기록에 비추어보면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며, 원심이 피고 회사가 위와 같이 대금수령권을 위임받은 위 김인환에게 물품대금으로 지급한 현금 액수와 어음의 내용이 위 김인환이 원고 회사에게 위 물품대금으로 지급한 현금 액수 및 어음의 내용을 다르게 인정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소론과 같은 이유모순의 위법을 저질렀다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2. 제2점 중 III항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어음의 발행인이 어음용지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지시문구를 말소하지 아니한 채 지시금지문구를 기재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시금지문구의 효력이 우선한다( 당원 1987.4.28. 선고 86다카2630판결 참조)고 함은 소론과같다.

그러나 부동문자로 인쇄된 지시문구를 말소하지 아니한 채 기재된 지시금지문구가 지시문구에 우선하여 효력이 발생하기 위하여서는 통상인이 어음거래를 함에 있어서 어음면상으로 보아 발행인이 배서를 금지하여 발행한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하게 기재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1985.8.28. 위 김인환에게 그가 같은 해 9.6.까지 스테인레스원판 25톤을 피고 회사에 납품하지 아니하면 어음금의 지급청구와 어음의 배서양도를 할 수 없다는 특약을 하고 위 액면 금 40,000,000원의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함에 있어 어음용지 중앙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지시문구를 삭제함이 없이 위 약속어음 오른쪽상단의 아라비아 숫자로 기재된 액면금액의 표시와 위 지시문구 사이에 그보다 작은 크기의 지시금지라고 새겨진 고무인을 위 숫자 및 지시문구의 문자와 중복되게 희미하게 압날함으로써 통상인이 어음거래를 함에 있어 보통 기울이는 정도의 주의로는 위 지시금지 문언을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원고도 위 김인환으로부터 위 약속어음 배서양도 받음에 있어 위 지시금지 문언을 간과하였고 이를 간과한 채 위 소외회사에 다시 배서양도한 사실을 인정한 후 원고가 위 약속어음을 취득함에 있어 위와 같이 피고와 위 김인환 사이에 지시금지의 특약이 있는 것을 알면서 이를 배서양수 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약속어음지급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 하였는바,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소론과 같은 지시금지 문언의 기재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며, 갑제2호증의 1,2 을제3호증(각 약속어음 사본)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한 부분 이외에 위 약속어음의 우측최상단 부위에도 지시금지 문구가 1개 더 압날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됨은 피고주장과 같으나 이 지시금지 문구 역시 세로 약 2미리미터, 가로 약 1센치미터의 지극히 작은 크기로서 다른 문자, 숫자와 일부 중복되게 기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희미하게 기재되어 통상인의 주의정도로 쉽게 인식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비록 원심의 판시에 정확성이 결여되었다 하더라도 판결결과에 영향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석(재판장) 이회창 김상원 김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