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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1도393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집50(2)형,695;공2002.12.1.(167),2758]

판시사항

[1]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 및 그 임의성에 대한 입증책임의 소재(=검사)

[2] 별건으로 구속된 자를 일정 기간 동안 거의 매일 검사실로 소환하여 밤늦게까지 조사를 하였다면 그에 대한 진술조서는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지 못하면 위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한 사례

[3] 검사가 법원의 증인으로 채택된 수감자를 그 증언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일 검사실로 하루 종일 소환하여 피고인측 변호인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증언을 하지 않도록 회유·압박하는 한편, 때로는 검사실에서 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 행위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4] 알선수재 사건의 공여자의 증언이 검찰측의 헌법위반적인 증인 접근차단과 증인에 대한 편의제공 중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빙성이 없다고 한 사례

[5]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한 청탁을 받고 스스로 알선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알선행위를 할 사람을 소개시켜 준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소정의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진술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 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2] 알선수재 사건의 공여자 등이 별건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10여 일 내지 수십여 일 동안 거의 매일 검사실로 소환되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면 이들은 과도한 육체적 피로, 수면부족,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이들에 대한 진술조서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지 못하면 위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한 사례.

[3] 법원에 의하여 채택된 증인은 검사와 피고인 쌍방이 공평한 기회를 가지고 법관의 면전에서 조사·진술되어야 하는 중요한 증거자료의 하나로서, 비록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채택된 증인이라 하더라도, 그는 검사만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그가 경험한 사실대로 증언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검사이든 피고인이든 공평하게 증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며, 검사와 피고인 쌍방 중 어느 한편이 증인과의 접촉을 독점하거나 상대방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허용한다면 이는 상대방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되고, 구속된 증인에 대한 편의제공 역시 그것이 일방당사자인 검사에게만 허용된다면 그 증인과 검사와의 부당한 인간관계의 형성이나 회유의 수단 등으로 오용될 우려가 있고, 또 거꾸로 그러한 편의의 박탈 가능성이 증인에게 심리적 압박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접근차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재판을 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4] 알선수재 사건의 공여자의 증언이 검찰측의 헌법위반적인 증인 접근차단과 증인에 대한 편의제공 중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빙성이 없다고 한 사례.

[5]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한 청탁을 받고 스스로 알선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알선행위를 할 사람을 소개시켜 준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소정의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변호인들의 상고이유(기간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함께 본다.

1. 1997. 2.경의 3,000만 원 알선수재의 점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7. 2.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실반주점에서 피고인과 평소 친분이 있는 서울시장이나 부시장에게 청탁하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주식회사 삼풍건설산업으로부터 재산관리처분 권한을 위임받아 서울시에서 매각입찰을 추진 중에 있던 제주 서귀포시 소재 여미지 식물원을 주식회사 1에서 수의계약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과 함께 주식회사 2의 사장 공소외 2로부터 주식회사 1의 대표이사 공소외 1이 제공하는 3,000만 원을 교부받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고인 진술의 요지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1997. 4. 30. 종전부터 피고인을 후원하고 있던 공소외 2로부터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경선 후원금으로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가 각 1,000만 원씩 낸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을 뿐이고 위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청탁과 관련하여 돈을 받은 바가 없다고 변소하고 있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 공소외 2 및 공소외 4에 대한 각 진술조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 증거에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제1심법정 진술, 검사 작성의 김희완에 대한 진술조서의 기재 등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라. 대법원의 판단

(1)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 공소외 2 및 공소외 4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본다.

(가) 원심은, 위 사람들은 모두 제1심법정에서 위 각 진술조서에 서명1W무인하였음을 인정하고 있고, 이 사건에 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늦은 시각까지 조사가 이루어진 사정을 엿볼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그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 공소외 2및 공소외 4에 대한 각 진술조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진술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 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도3234 판결 , 1999. 1. 29. 선고 98도3584 판결 및 등 참조).

(다)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 공소외 2과 공소외 4에 대한 검사의 조사과정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공소외 1은 주식회사 1이 위법한 방법으로 한국부동산신탁 주식회사로부터 약 959억 원의 금융지원을 받은 사건과 관련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으로 1998. 6. 10. 구속되고, 공소외 2는 같은 사건과 관련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죄로 같은 달 23일 구속되었으며, 공소외 4는 같은 사건과 관련하여 같은 죄로 같은 달 24일 구속되어, 각 같은 달 26일 기소되었는데, 1998. 8. 4.부터 이 사건에 관한 참고인으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② 검사는 공소외 1에 대한 조사를 같은 해 9. 17.까지 진행하면서 작성한 6회의 진술조서를, 공소외 2에 대한 조사를 같은 해 8. 31.까지 진행하면서 작성한 5회의 진술조서를, 공소외 4에 대한 조사를 같은 해 9. 2.까지 진행하면서 작성한 4회의 진술조서 중 제3회 진술조서와 제4회 진술조서를 각 이 사건의 증거로 제출하였다. 증거로 제출된 공소외 1에 대한 제1회 진술조서는 1998. 8. 11.에, 제2회 진술조서는 8. 12.에, 제3회 진술조서는 8. 17.에, 제4회 진술조서는 8. 18.에, 제5회 진술조서는 9. 5.에, 제6회 진술조서는 9. 17.에 각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고, 공소외 2에 대한 제1회 진술조서는 1998. 8. 4.에, 제2회 진술조서는 8. 8.에, 제3회 진술조서는 8. 12.에, 제4회 진술조서는 8. 17.에, 제5회 진술조서는 8. 31.에 각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으며, 공소외 4 ) ) 에 대한 제3회 진술조서는 1998. 8. 15.에, 제4회 진술조서는 1998. 9. 2.에 각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다.

③ 공소외 1은 1998. 6. 26. 공소제기된 후 공소외 2에 대한 최초의 진술조서가 작성되기 전까지, 1998. 6. 27., 6. 29., 7. 1., 7. 2., 7. 3., 7. 4., 7. 6., 7. 7., 7. 8., 7. 10., 7. 13., 7. 14., 7. 22., 7. 23. 등 27일 동안 합계 14회에 걸쳐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고, 이 사건에 관하여 공소외 2에 대한 최초의 진술조서가 작성된 후 자신에 대한 최초의 진술조서가 작성되기 전까지 1998. 8. 4.(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25), 8. 5.(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2:50), 8. 6.(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3:00), 8. 7.(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30), 8. 8.(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0:15), 8. 10.(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4:05) 등 7일 동안 합계 6회에 걸쳐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으며, 제1회 진술조서가 작성된 날부터 제6회 진술조서가 작성된 때까지 1998. 8. 11.(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7:20), 8. 12.(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35), 8. 13.(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45), 8. 14., 8. 17., 8. 18.(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0:10), 8. 19.(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3:30), 8. 20., 8. 21., 8. 28.(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2:10), 8. 30.(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2:00), 8. 31.(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6:40), 9. 1.(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3:25), 9. 2., 9. 3., 9. 4., 9. 5., 9. 6.(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30), 9. 7.(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45), 9. 8.(구치소로 돌아오지 못하고 바로 다음 날의 조사로 이어졌음), 9. 9.(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6:45), 9. 11.(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00), 9. 12., 9. 13., 9. 14.(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0:10), 9. 15., 9. 16., 9. 17. 등 38일 동안 합계 28회에 걸쳐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와 같은 소환조사를 비롯하여 검찰은 그 이후에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제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하여 수감중인 공소외 1을 조사 명목으로 소환하였는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2001. 8. 30. 선고한 99헌마496 결정 에서 이러한 검찰의 권한 행사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하기까지 하였다.

④ 공소외 2은 1998. 6. 23. 위와 같이 구속된 후 이 사건에 관한 제1회 진술조서가 작성되기 전까지 1998. 6. 25., 7. 30., 7. 31. 등 3회에 걸쳐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고, 제1회 진술조서가 작성된 때부터 제4회 진술조서가 작성된 때까지 1998. 8. 4.(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25), 8. 5.(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2:50), 8. 6.(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10), 8. 7.(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30), 8. 8.(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0:15), 8. 10.(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4:05), 8. 11.(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7:20), 8. 12.(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35), 8. 13.(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45), 8. 14., 8. 17. 등 14일 동안 합계 11회에 걸쳐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으며, 제5회 진술조서는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1998. 8. 17. 석방된 후인 같은 해 8. 31.에 작성되었다.

⑤ 공소외 4는 1998. 6. 26. 공소제기된 후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1998. 6. 30., 7. 31. 등 2회에 걸쳐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고,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8. 5.(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2:50), 8. 6.(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10), 8. 7.(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30), 8. 8.(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0:15), 8. 10.(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4:05), 8. 11.(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7:20), 8. 12.(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35), 8. 13.(구치소에 돌아온 시각 : 다음 날 01:45), 8. 14. 등 10일 동안 합계 9회에 걸쳐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으며, 제3회 진술조서는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1998. 8. 14. 석방된 다음 날인 1998. 8. 15.에, 제4회 진술조서는 1998. 9. 2.에 각 작성되었다.

⑥ 공소외 2은, 제1심법정에서, "검찰에서 조서를 받은 후에 읽어보라고 하였으나 조사과정도 너무 힘들었고 진실을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읽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대충 읽는 시늉만 하고 서명무인하였습니다."(공판기록 178면)라고 진술하고, "검찰에 소환되어 주로 단독구치감에 구치되어 있었으며, 단독구치감에서 정신착란이 일어날 것 같아 무의식 중에 발버둥을 쳐 3일 정도는 합방구치감에 구치되었으며 조사 받을 때에는 파견 나온 젊은 특수부 형사들이 손바닥으로 증인의 목덜미, 허벅지 등을 수없이 구타하고 방바닥에 집어던져 왼쪽 무릎이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였지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예"라고 답변하였으며(공판기록 191면), "증인은 1998. 8. 17. 보석으로 석방된 후 안세병원을 거쳐 순천향병원에 1998. 9. 25.까지 입원, 그 이후 현재까지 통원하며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 오고 있지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예"라고 답변하였고(공판기록 191면), "(1998. 8. 11.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을 당시) 공소외 1은 그 곳에서 증인에게 너무 힘들다, 검찰이 증인의 말은 믿지 않는다, 빨리 매듭짓자, 부인해야 불가능하다, 매나 맞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지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하였으며(공판기록 193면), "증인은 1998. 8. 4.부터 그 때(1998. 8. 12. 소환조사시)까지 일요일만 빼고 하루도 거르지 아니하고 검찰에 소환되어 심신이 허약하여 더 버틸 수가 없었지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예, 열흘 가까이 계속해서 소환되었습니다."라고 답변하였고(공판기록 194면), "증인이 젊은 특수부 형사들이 손바닥으로 증인의 목덜미, 허벅지 등을 수없이 구타하고 방바닥에 집어던져 왼쪽 무릎이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였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예, 사실입니다.", "나중에 매일 불려다닐 때 젊은 조사관들이 공소외 4의 말과 증인의 말이 틀리니까 왜 틀리느냐, 진술을 계속 번복하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냐는 등 하면서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답변하였으며(공판기록 198면), "본 검사가 증인이 얘기하는 대로 조서에 안 적어준 것이 있나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증인이 뭘 요구를 해도 예를 들어 '경성 이재학 사장이 누런 봉투에다 1,000만 원을 줬냐?' 물어서 증인이 "흰 봉투에다 줬다."고 했는데 증인 얘기는 전연 묵살되었습니다. 증인이 진술을 하려고 하는 걸 받아 준 적이 없습니다. 그 당시 증인이 보석으로 나왔을 때라 굉장히 힘든 상태였는데 그 시점에서 김검사님한테 그렇게 한 번 조사 받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공판기록 896면).

⑦ 공소외 4는, 제1심법정에서, 제3·4회 진술조서에 대하여 "구속되어 있을 때 진술했던 내용을 그대로 진술했기 때문에 꼭 사실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고 사실대로 진술한 내용도 있고 일부 사실이 아닌 내용도 있는데, 읽어보고 서명무인한 것은 맞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이유에 관하여, "처음 연행되었을 때 어음 5,000만 원건에 대해서 증인은 어음을 전혀 받은 사실도 없고 본 사실도 없으며 2,000만 원을 받은 사실밖에 없다고 누차 진술했는데, 그 때 조사를 담당했던 … 검사가 '5,000만 원을 받았든 7,000만 원을 받았든 2,000만 원을 받은 것은 사실 아니냐, 그렇다면 2,000만 원에 대해서만 증인이 책임질 문제이고, 지금 밤도 꼬박 새고 서로 피곤한데 어음을 5,000만 원 받았든 현금을 5,000만 원 받았든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좋다.'고 해서 그대로 진술했고, 그 다음 진술은 처음 진술을 그렇게 한 상태라 뒤집기도 그렇고 해서 앞 진술에 맞추어서 진술한 것입니다. 그리고 8. 15.자도 마찬가지로 '그냥 전에 진술한대로 대충 맞추고 들어갑시다. 우리도 노는 날 이게 뭡니까 피곤하게'라고 이야기하고, 그 당시 증인이 피고인에게 돈을 전달한 것도 아니고 공소외 2이 어음을 받아서 할인을 했든 증인이 현금을 받았든 아무 관계가 없고 증인은 2,000만 원을 받은 것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그대로 진술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였고, "그 때 기소되지 않은 2,000만 원건이 있었는데 검사가 똑바로 하지 않으면 바로 형을 받고 나올 때쯤에 이것으로 기소하겠다. 너는 협조 안 하면 최하 7년을 살리겠다는 식으로 부담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483면 이하).

(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 공소외 2과 공소외 4는 모두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는 상태였는데다가 위 인정과 같은 소환의 횟수와 빈도, 조사시간 등으로 보아 과도한 육체적 피로, 수면 부족,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여지고, 공소외 2과 공소외 4가 제1심법정에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수사과정의 물리적, 정신적 강압상태를 진술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2과 공소외 1에 대한 각 진술조서와 공소외 4에 대한 제3회 진술조서는 모두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인데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공소외 4에 대한 제3회 진술조서는 보석으로 석방된 다음날인 1998. 8. 15. 오전 8시경 검찰청에 소환되어 작성된 것으로서 구속되어 조사 받던 당시의 육체적 피로, 수면 부족, 심리적 압박감 및 물리적·정신적 강압상태가 계속된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의심되고 위 진술조서가 보석으로 석방된 다음 날 작성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위 진술조서 작성시의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공소외 2의 제5회 진술조서는 공소외 2이 보석으로 석방된 후 작성된 것이지만 구속 수사 중의 심리적 강압상태가 상당기간 유지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더욱이 공소외 2이 구속 수사 중의 정신적 압박감의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에 작성된 것이어서 위 진술조서가 보석으로 석방된 후에 작성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위 진술조서 작성시의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진술조서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공소외 4에 대한 제4회 진술조서는 공소외 4가 보석으로 석방된 후 2주 이상이 경과한 후에 작성된 것으로서 공소외 2과 같이 구속수사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공소외 4에 대한 제4회 진술조서와 나머지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가) 관계인들의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공소외 1은, 제1심법정의 1차 증인신문(공판기록 440면 이하)에서, ① 1997. 1.경 공소외 2을 통해서 피고인에게 서울시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서울시가 삼풍으로부터 재산관리처분권한을 위임받아 매각입찰을 추진하고 있던 서귀포 여미지 식물원을 주식회사 경성이 수의계약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청탁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 ② 며칠 뒤 리스본 술집에서 피고인을 직접 만나 피고인에게 서울시장이나 부시장에게 청탁해서 주식회사 1이 여미지 식물원을 좋은 조건으로 수의계약에 의해서 매수하고 그 대금을 서울시금고에서 대출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 사실, ③ 그 때 피고인이 공소외 2으로부터 그 말을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서울시장과 김희완 부시장을 알고 있고 김희완 부시장에게 말해서 도와주겠다고 한 사실, ④ 공소외 2이 위 청탁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인사를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3,000만 원을 달라고 하였으나 곧바로 주지 못하고 1997. 2.경 공소외 2에게 5,000만 원짜리 약속어음을 주면서 3,000만 원은 피고인에게 여미지 식물원 청탁대가로 주고 나머지 2,000만 원은 다른 청탁건으로 청와대사정비서관에게 주라고 한 사실, ⑤ 구속된 뒤 공소외 2으로부터 공소외 2이 당시 그 약속어음을 수표로 바꾸어서 그 중 3,000만 원은 피고인에게 주고, 2,000만 원은 공소외 4에게 주었다는 말을 들은 사실, ⑥ 공소외 2에게 어음을 준 10여일 후에 프라자호텔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인 김희완을 만나 여미지 식물원을 수의계약으로 불하받고 그 대금은 서울시금고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 ⑦ 그러자 김희완 부시장이 여미지 식물원의 수의계약은 가능한 것 같은데 대출건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말한 사실, ⑧ 그 후 공소외 2으로부터 김희완 부시장에게서 연락이 왔으니까 김희완 부시장을 찾아가 보라는 말도 들었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여미지 식물원을 당장 매입할 상황이 아니라 이를 계속 추진하지 않았던 사실을 진술하고, 2차 증인신문(공판기록 919면 이하)에서, ① 자신이 공소외 2에게 5,000만 원짜리 어음을 준 후 공소외 2으로부터 그 돈을 전달하였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고 물어보지도 않았으며, ② 5,000만 원짜리 약속어음은 주식회사 1 또는 계열회사인 주식회사 3의 명의로 발행된 것으로 회사 장부에 발행사실이 기장되었으며 경리장부는 검찰에 모두 압수되었고, ③ 5,000만 원짜리 약속어음을 할인하여 현금화하는 데 필요한 이자는 공소외 2 부담하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2) 공소외 2은, 제1심법정에서, ① 1996. 12.경 또는 1997. 1.경 공소외 1으로부터 서울시에서 여미지 식물원 매각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수의계약이 가능한지에 관하여 서울시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 해 달라는 부탁을 들었고, ② 리스본 술집에서 공소외 1과 함께 피고인을 만나 여미지 식물원에 관한 얘기를 하자 피고인이 내용은 잘 모르고 부시장인 김희완에게 한 번 연락해 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으며, ③ 공소외 1으로부터 5,000만 원짜리 약속어음을 받은 것은 1997. 2.경이 아니라 1997. 8.경이고 이를 공소외 4에게 건네 주었고, ④ 1997. 4. 30.경 실반주점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에 출마한 피고인을 도울 목적으로 공소외 4, 공소외 3과 함께 각 1,000만 원씩 합계 3,000만 원을 갹출하여 피고인에게 후원금으로 주었다고 진술하였다.

3) 또한 공소외 4는, ① 제4회 검찰신문에서는 1997. 2.경 공소외 2으로부터 5,000만 원짜리 어음을 받았는데 공소외 2이 3,000만 원은 피고인에게 후원금으로 주어야 하니까 돌려달라고 하여 공소외 2에게 3,000만 원을 주고 2,000만 원은 자신이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제1심법정에서는 진술을 번복하여 보원 이재학으로부터 5,000만 원짜리 어음을 받은 사실이 없고 수표로 2,000만 원을 받은 일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② 제4회 검찰신문에서는 공소외 2에게 공소외 1의 5,000만 원짜리 약속어음을 교환하여 3,000만 원을 주었는데 공소외 2이 그 3,000만 원을 1997. 2.경 실반단란주점에서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말을 공소외 2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하였다가, 제1심법정에서는 진술을 번복하여 공소외 2이 피고인에게 3,000만 원을 준 것은 1997. 2.경이 아니고 1997. 4.경이며 그 돈은 공소외 2, 공소외 3과 본인이 피고인의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출마를 후원하기 위하여 각 1,000만 원씩 갹출한 돈이라고 진술하였다.

4) 당시 서울시부시장이었던 김희완은, 검찰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주식회사 1이 여미지 식물원을 매수하려고 하는데 이야기를 듣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라는 부탁을 받고 규정을 어겨 도와주라는 부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소외 2과 공소외 1을 프라자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여미지 식물원 매입의사에 관한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제1심법정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2과 공소외 1의 연락을 받아 달라는 부탁만 받았고 여미지 식물원을 적시하여 그들을 도와주라는 말을 듣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나) 먼저 공소외 1의 1차 증언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1)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공소외 1은 제1심에서 1998. 11. 11. 검찰측 증인으로 채택되어 증인신문이 예정되어 있던 1999. 2. 24. 제4회 공판기일, 1999. 4. 20. 제5회 공판기일, 1999. 6. 2. 제6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1999. 6. 30. 제7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였으나 증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므로 다음 기일에 증언하겠다고 하여 증인신문이 연기되었으며, 1999. 7. 20. 제8회 공판기일에는 다시 출석하지 않았고, 1999. 10. 5. 제11회 공판기일에 비로소 첫 증인신문이 이루어졌다.

② 검찰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수사중에는 물론 이 사건 공판이 진행되고 있던 중에도 거의 매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공소외 1을 검찰청으로 소환하였다. 즉, 검찰은 위 공소외 1이 앞에서 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후인 1998. 6. 27.부터 위 공소외 1이 이 사건의 증인으로 처음 증언한 1999. 10. 5.까지 무려 270회나 수감중인 위 공소외 1을 검찰청에 소환하여 밤 늦은 시각 또는 그 다음날 새벽에 구치소에 돌아가게 하였는바, 그러한 소환 중 몇 번은 증인신문기일과 중복됨으로써 공소외 1이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검사실에 머물거나(1999. 6. 2. 제6회 공판), 출석하여도 심경에 혼란을 일으켜 증언할 태도를 정하지 못하고 재판부에 증인신문의 연기를 구하게 되는 결과를 빚었다(1999. 6. 30. 제7회 공판).

③ 공소외 1은 위와 같이 조사 명목으로 검찰청에 소환되어 있는 동안 담당검사의 승낙을 받아 가족 등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사업관계로 전화통화를 하기도 하였으며(공판기록 428면), 제10회 공판기일 전날인 1999. 9. 20. 20:00경에는 검찰청에서 전영부에게 전화하여 증인으로 소환되어 있던 윤성기가 다음날의 재판에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937-8면).

④ 이러한 검찰권의 행사에 대하여 피고인이 헌법재판소에 위헌확인을 청구하였던바,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검찰의 공소외 1에 대한 소환 중 위 공소외 1이 이 사건의 증인으로 채택된 다음날인 1998. 11. 12.부터 피고인이 구한 1999. 7. 20.까지의 145회에 걸친 소환은 위 이재학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거나 피고인측 변호인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그 결정이유에서, 법원에 의하여 채택된 증인은 검사와 피고인 쌍방이 공평한 기회를 가지고 법관의 면전에서 조사·진술되어야 하는 중요한 증거자료의 하나로서, 비록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채택된 증인이라 하더라도, 그는 검사만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그가 경험한 사실대로 증언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검사이든 피고인이든 공평하게 증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며, 검사와 피고인 쌍방 중 어느 한편이 증인과의 접촉을 독점하거나 상대방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허용한다면, 이는 상대방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고 판단하는 한편, 구속된 증인에 대한 편의제공 역시 그것이 일방당사자인 검사에게만 허용된다면 그 증인과 검사와의 부당한 인간관계의 형성이나 회유의 수단 등으로 오용될 우려가 있고, 또 거꾸로 그러한 편의의 박탈 가능성이 증인에게 심리적 압박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접근차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재판을 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2001. 8. 30. 선고 99헌마496 결정 참조).

2) 원심은, 공소외 1의 진술을 믿고 채택한 이유에 관하여 그 진술의 동기나 이유 및 그 진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의 제1심법정에서의 1차 증언은, 검찰측의 헌법위반적인 피고인측의 증인 접근차단과 증인에 대한 편의제공 중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심의 위 판단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위와 같은 진술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진술이 진실에 부합하는지에 관하여 강한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다) 공소외 1의 1차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위와 같은 의문을 참작하여 위에서 본 관계인들의 진술을 보건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1)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1과 공소외 2으로부터 서울시에서 매각하는 여미지 식물원의 수의계약과 관련하여 서울시에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당시 서울시 부시장이던 김희완에게 위 사람들을 소개하는 전화를 한 사실은 있으나 그와 관련하여 누구로부터도 돈을 받은 일은 없고, 다만 1997. 4. 30. 공소외 2으로부터 피고인의 민주당 대통령후보경선 출마에 대한 정치후원금으로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이 각 1,000만 원씩 갹출한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피고인은 같은 해 5. 19.에 실시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경선에 출마한 사실이 있으며, 공소외 2과 공소외 3, 공소외 4은 모두 전부터 피고인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1997. 4. 30. 밤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의 실반주점에서 공소외 2 등을 만난 사실이 있으며, 공소외 1은 1997. 1., 2.경에는 여미지 식물원의 매입가능성을 알아보고 있었으나 그 후 주식회사 1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져 그 매입계획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은 이를 스스로 포기하고 만 사실이 인정되므로, 여미지 식물원과 관련한 청탁건으로 돈을 받았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하여서는 피고인이 공소외 2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받은 시점이 공소사실 기재대로 1997. 2.경임이 입증되어야 한다.

2) 이 점과 관련하여 관련자들의 진술을 보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의 1차 증언과 공소외 4의 4차 검찰진술이 이에 부합하기는 하나 그 각 내용 중 공소외 2이 실제로 피고인에게 1997. 2.경 3,000만 원을 주었다는 부분은 모두 공소외 2이 피고인에게 3,000만 원을 전달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실을 진술한 것이 아니고 보원 이재학으로부터 들은 말을 진술한 것인데 공소외 2의 법정증언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를 부인하고 있으므로 위 각 증언과 진술에서 보원 이재학으로부터 전문한 내용에 관한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에 의하여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의 1차 증언은 위 (나) 기재와 같은 이유로, 공소외 4의 4차 검찰진술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의 법정증언에서 이를 번복한 점에 비추어 모두 섣불리 믿을 수도 없다.

3) 또한, 공소외 1의 증언과 공소외 4의 검찰진술에 따르면 공소외 2이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수표 3,000만 원의 출처는 1997. 2.경 공소외 1이 공소외 2에게 교부한 5,000만 원권 약속어음 1매에서 나왔다는 것이고, 한편 공소외 1은 2차 증언에서 그 약속어음은 주식회사 1 또는 주식회사 3의 명의로 발행된 것으로 회사장부에 발행사실이 기장되어 있다는 것이므로, 금융자료를 추적하면 공소외 1이 공소외 2에게 과연 1997. 2.경 5,000만 원권 약속어음 1매를 교부하였는지(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2은 공소외 1으로부터 5,000만 원권 약속어음을 받은 시점이 1997. 8.경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공소외 2이 이를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등에 관한 결정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임에도 검찰은 1998. 8.에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이러한 자료를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무릇 거액의 어음이나 수표가 부정하게 오고간 사실이 공소사실로 되어 있는 사건에서 피고인이 이를 부인한다면 금융자료의 추적은 필수적이라 할 것인데도 이를 추적하지 않았다면 추적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입증책임을 진 검사의 불이익으로 돌아감이 마땅하다.

4) 그 밖에 김희완의 위와 같은 검찰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외 2으로부터 1997. 2.경 위 청탁과 관련하여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되지 못함은 명백하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그 증거에 공소외 1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과 윤성기의 검찰에서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임의성 없이 작성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한편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2. 1995. 8.경의 1,000만 원 알선수재의 점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5. 8.경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엠버서더 호텔 1층 커피숍에서 공소외 1으로부터 주식회사 1이 추진중이던 고양시 탄현동 소재 탄현아파트 2,588세대 신축사업계획과 관련하여 고양시장에게 청탁하여 국토이용계획변경 및 건축기본계획심의와 아파트사업계획승인을 조속히 처리해 주고 편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 원을 교부받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고인 진술의 요지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종전부터 피고인을 후원하고 있던 공소외 2으로부터 공소외 1을 소개받은 후 공소외 1을 피고인과 같은 정당 소속인 고양시장에게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피고인은 고양시장을 알지 못하므로 같은 정당의 고양시지구당위원장인 공소외 5을 찾아가 부탁해 보라고 말하였을 뿐, 공소사실과 같은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공소외 1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변소하고 있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각 진술조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있고 이 증거에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법정진술 및 신동영의 검찰진술을 종합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라.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 대한 각 진술조서는 그 진술의 임의성에 의심이 있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음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2) 나머지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공소외 1의 제1심법정에서의 2차 증언, 공소외 2의 제1심법정 진술, 신동영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 등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공소외 2의 소개로 1995. 8.경 엠버서더 호텔 커피숍에서 공소외 1을 만나 주식회사 1이 추진중이던 고양시 탄현아파트 건설사업에 관하여 고양시장에 대한 청탁을 부탁받은 사실, ② 피고인이 위 부탁을 받고 공소외 1에게 자기는 고양시장을 직접 알지 못하니 그를 잘 아는 민주당고양시지구당위원장인 공소외 5을 찾아가 보라고 하면서 피고인이 직접 공소외 5에게 전화하여 공소외 1에게 고양시장을 소개해 줄 것을 부탁한 사실, ③ 그 후 공소외 5이 피고인의 소개로 공소외 1을 만난 후 위 아파트 건설사업과 관련하여 고양시장에게 청탁사항을 전달하는 한편 공소외 1을 고양시장에게 소개하였으며, 고양시장 신동영이 공소외 1으로부터 위 아파트 건설사업과 관련한 청탁사항을 듣기도 한 사실, ④ 피고인이 1995. 8.경 엠버서더 호텔 커피숍에서 공소외 1으로부터 위 부탁을 들은 직후 공소외 2을 통하여 1,000만 원을 받은 사실( 공소외 2의 진술에 의하면 그가 봉투에 든 금액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그 돈이 공소외 1이 준비한 돈이라는 점은 시인하고 있고, 그 돈을 준비한 공소외 1이 봉투에 든 돈의 금액이 1,000만 원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며 그 봉투에 든 돈의 금액이 공소외 1의 진술과 다르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에게 전달된 돈의 금액을 1,000만 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과 피고인, 공소외 5, 고양시장의 각 민주당 내에서의 지위와 경험칙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2을 통하여 받은 돈은 단순히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공소외 5을 소개한 대가라거나 공소외 2이 그 명목으로 말해 주었다는 '용돈'이라고 볼 수는 없고, 위 탄현아파트 건설사업과 관련하여 고양시장에게 피고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한 알선의 대가로 수수된 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인이 공소외 5에게 전화한 구체적 내용, 피고인에게 전달된 돈이 현금인지 수표인지, 전달 당시의 주변상황 등의 구체적 정황에 관하여 다소 불확실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는 없다.

변호인은 상고이유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부탁을 받고 고양시장을 잘 아는 공소외 5을 소개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소정의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의 정당 내에서의 지위와 같은 정당 소속의 고양시지구당위원장인 공소외 5 및 같은 정당 공천으로 당선된 고양시장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참작하면 피고인이 단순히 공무원인 고양시장에게 알선을 하여 줄 제3자인 공소외 5을 소개만을 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공소외 5을 통하여 고양시장에게 알선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0. 10. 14. 선고 99도3115 판결 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판례가 아니다.

(3) 따라서 원심이 검사 작성의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한 데에는 임의성이 의심되는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공소외 1의 제1심법정에서의 1차 증언의 신빙성에 관하여도 필요한 주의를 다 기울이지 않은 잘못이 있지만,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결국 원심이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 공소사실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1997. 2.경의 3,000만 원 알선수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한 상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1995. 8.경의 1,000만 원 알선수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한 상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나, 원심은 이들 각 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

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1.7.5.선고 2001노1297
-서울고등법원 2004.10.11.선고 2004노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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