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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467 판결

[천안도시관리계획결정(변경)등취소][미간행]

판시사항

행정계획의 의미 및 행정주체가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가지는 형성의 자유의 한계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준연)

피고, 상고인

천안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명 담당변호사 홍종갑)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학교법인 성암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임병일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의 학교부지로 편입되면 협의매수가 되지 않을 경우 참가인은 사업시행자로서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할 수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상실하는 불이익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되는 점, ② 이 사건 처분에 의하여 확장되는 학교 부지에서 이 사건 토지를 제외하더라도 참가인이 4년제 일반대학으로 인가받는 데 필요한 교지의 기준면적을 구비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점, ③ 이 사건 토지가 도시계획에서 제외되어 입게 되는 참가인의 불이익이 원고가 소유권을 강제로 상실하게 될 손해보다 월등히 크다고 보이지는 아니하고, 필요할 경우 참가인은 토지 소유자인 원고와 협의하여 부지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도 있는 점, ④ 피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즉 천안시의 교육목적 달성과 주민의 문화교육향상 등은 천안시의 대학 현황, 대학생들의 거주통학 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에게 크고 절실히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그에 관련된 자들의 이익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행정계획은 특정한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행정에 관한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관련되는 행정수단을 종합·조정함으로써 장래의 일정한 시점에 일정한 질서를 실현하기 위하여 설정한 활동기준이나 그 설정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행정주체는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행정주체의 위와 같은 형성의 자유가 무제한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행정계획에서는 그에 관련되는 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공익 사이에서나 사익 사이에서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으므로, 행정주체가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아니하거나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그 행정계획결정은 이익형량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게 될 수 있다 (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두2146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처분은 학교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위하여는 그 시설의 종류·명칭·위치·규모 등을 미리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 등 관련 법 규정에 따라 그 계획을 정한 것이고, 이 사건 처분에 의하여 참가인이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되거나 그 사업대상 토지의 수용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2) 이 사건 토지는 국토계획법상 자연녹지지역에 속해 있던 토지로서,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에도 국토계획법 제76조 등에 의하여 이미 원고의 토지이용권 등 소유권 행사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는 상태였다.

(3) 참가인이 운영하는 ○○○대학교가 장기발전계획을 통하여 지향하고 있는 보건의료복지영역 특성화대학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는 보건의료학관과 보건의료지원관의 건립이 필수적인데, 참가인은 이 사건 토지 상에 위 건물의 건립과 1번 국도를 통한 ○○○대학교로의 주 진입로 및 중앙광장의 설치를 예정하고 있으며, 학교부지에 새로 포함되는 토지들 중 이 사건 토지는 기존 학교부지와 상대적으로 가장 인접해 있고 전체 학교부지 중 한 가운데 쪽에 위치하고 있다.

(4)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참가인에게 이 사건 토지를 비롯한 사업대상 토지의 매수협의의무를 부과하는 이행조건을 부가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처분은 사업대상 토지의 수용권을 설정해 주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실시계획인가가 아니어서 그 처분 자체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의 처분권이 제한되거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닌 점,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참가인에게 이 사건 토지를 비롯한 사업대상 토지의 매수협의의무를 부과하는 이행조건을 부가하였으며, 설령 매수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수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현황과 참가인의 사업계획 등을 기초로 이 사건 토지가 도시계획에서 제외될 경우에 입게 되는 참가인의 불이익의 정도 및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천안시의 건전한 교육목적 달성과 주민의 문화교육향상이라는 공익과 원고가 정당한 보상을 받고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될 경우 등의 개인적인 손해를 서로 비교·교량한 다음, 위와 같은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참가인에게 이 사건 토지를 비롯한 사업대상 토지의 매수협의 의무를 부과하는 이행조건을 부가함으로써 원고와 참가인 등의 이익을 적절하게 조화 시키는 방법을 강구하였다고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원고와 참가인 및 피고 사이의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그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행정계획에서의 이익형량 및 위법 여부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