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고인
쌍방
김수현(기소), 고유진(공판)
변호사 신우진 외 3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선거운동 목적 금전 제공의 점)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선거인인 공소외 1에게 30만 원, 선거인의 가족인 공소외 2에게 5만 원을 건넨 사실은 있으나, 이는 공소외 1의 아들과 공소외 2의 아들(공소외 3)이 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인에 대한 사교적, 의례적인 뜻에서 위로금을 교부한 것이었고 선거운동의 목적이 없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각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이라 한다) 제60조 는 “ 제58조 또는 제59조 의 죄를 범한 자가 받은 이익은 몰수한다. 다만,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30만 원, 공소외 2에게 5만 원을 교부하였다가 이를 돌려받은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35만 원의 이익을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탁선거법 제60조 를 적용하여 피고인으로부터 35만 원을 추징한 것은 위탁선거법 제60조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하여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이 출마를 결심한 시점, 금품교부 시점, 피고인과 금품 수령자와의 관계, 금품 수령자의 인식(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1-2일 내에 금품을 반환하였다), 피고인에게 선거운동의 목적 외에 금품을 교부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피고인과 공소외 9가 평소 공소외 1과 어느 정도 친분관계가 있지만, 단지 공소외 1의 아들 치과 치료비에 보태라는 이유로 2015. 1. 19.경 조합원인 공소외 1, 공소외 13(공소외 1의 부)가 운영하는 ▽▽농장까지 방문하여 30만 원의 위로금을 전달할 만한 이유가 없고, 또한 피고인은 평소 공소외 3과 친분관계가 없는데, 공소외 3이 병환으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가 된 2014. 11.경부터 2개월이 지난 2015. 1. 21.경 비로소 조합원인 공소외 3(둘째 아들), 공소외 4(부), 공소외 5(첫째 아들)이 관련된 공소외 3의 가족(공소외 3의 처 공소외 6, 모 공소외 2)이 사는 집까지 찾아가 근처에 사는 공소외 7(참고로 공소외 7과 그 남편 공소외 8은 모두 조합원이고, 그 아들이 ○○양돈축산업협동조합 △△지점에 근무 중이다.)을 통하여 5만 원의 위로금을 전달할 만한 이유도 없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 각 금품교부행위는 피고인의 당선을 도모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위탁선거법 제58조 의 ‘선거운동’이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하고( 위탁선거법 제23조 ), 이는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로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장래의 선거운동을 위한 내부적·절차적인 준비행위에 해당하는 선거운동의 준비행위나 통상적인 활동은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그 행위의 명목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태양, 즉 그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그것이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도398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단순히 의례적인 위로금이 아니라 선거운동의 목적으로 선거인인 공소외 1 및 선거인의 가족인 공소외 2에게 각 금원을 제공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검찰에서 ‘2014. 9. 이전부터 출마 생각은 있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312면 참조), 피고인의 배우자 공소외 9도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2014. 12. 무렵 ○○양돈축산업협동조합(이하 ‘○○양돈조합’이라 한다)의 조합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결심하였다‘라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238면 등 참조),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2014. 10. 20.경 2015. 3. 11. 실시되는 ○○양돈조합의 조합장 선거 입후보예정자로 피고인을 비롯한 5명에게 ’동시조합장선거 관련 제한·금지사항 등 안내‘ 공문(증거기록 833면)을 보내기도 한 점, ○○양돈조합의 조합원인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등은 수사기관에서 2014. 10.경 내지 같은 해 12.경 피고인이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거나 알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금원을 제공한 2015. 1.경 피고인은 ○○양돈조합의 차기 조합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② 피고인과 공소외 1은 1999년경 ○○양돈조합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고, 피고인의 처 공소외 9는 2009년경부터 2년 동안 공소외 1과 ◇◇대학교 ☆☆☆☆☆☆대학에서 양돈학 수업을 같이 듣는 등으로 인연이 있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이 공소외 1과 함께 근무할 당시인 1999년 공소외 1의 결혼식 때 3만 원 정도의 부조금을 주었던 것 이외에는 피고인 또는 공소외 9가 어떠한 명목으로든 공소외 1에게 금원을 제공한 적이 없고, 이 사건 이전에는 상대방 가족이 아픈 것을 알고 위로금을 줄 만큼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78, 79면 등 참조). 또한 피고인은 공소외 3과 아는 사이이긴 하였으나, 공소외 3의 모친 공소외 2와 공소외 3의 처 공소외 6 등은 피고인을 만난 적이 없고 서로의 경조사가 있을 때 방문한 적도 없었다(증거기록 522, 528, 529면 등 참조).
③ 조합장 예비후보자였던 피고인에게 □□□□□□선거관리위원회가 2014. 10. 20.경 발송한 ‘동시조합장선거 관련 제한·금지사항 안내’ 공문에는 기부행위 제한·금지 관련하여 할 수 있는 사례와 할 수 없는 사례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고, 의례적 행위 중 ‘후보자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조합원을 병문안하면서 현금을 제공하는 행위’가 할 수 없는 사례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838면, 1313면 등 참조).
④ 피고인이 선거가 2달밖에 남지 아니한 시점인 2015. 1.경 아무런 선거운동의 목적 없이, 굳이 조합원 본인도 아닌 공소외 1의 아들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정확하게 아들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도 알지 못하고 어느 정도 중한 상태인지 묻지도 않은 채) 30만 원의 위로금을 교부하거나, 직접 공소외 3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병문안을 가지는 주1) 않으면서 공소외 3의 집 근처에 가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공소외 3의 가족에게 위로금을 교부하려고 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⑤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가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을 당시 상황에 대하여 ㉠ 공소외 1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가 왔으나 자신은 조합장 선거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피고인을 피하였는데, 피고인으로부터 30만 원을 받은 다음날부터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와서 피고인이 자신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아 피고인에게 전화를 하여 화를 낸 후 위 돈을 돌려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공소외 1의 위 진술은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통화 내역 등과도 일부 부합하는 점(증거기록 1755, 1757면 참조), ㉡ 공소외 2는 당심 법정에서 ‘공소외 7로부터 피고인이 준 돈봉투를 받은 후 저녁에 며느리(공소외 3의 처 공소외 6)가 옷을 챙기려고 집에 왔을 때 며느리에게 피고인이 위로금 명목으로 봉투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며느리가 “피고인이라면 어디 잔칫집에서 명함을 받았는데, 선거에 나오는 사람 아니냐. 선거철이라서 밥도 얻어먹으면 안 된다. 그 돈을 돌려주는게 좋겠다.”라고 하여 바로 공소외 7을 통해 다시 돌려보냈다.’라고 진술한 점, 실제로 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돈을 받은 날로부터 1-2일 이내에 이를 다시 피고인에게 반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상대방인 공소외 1과 공소외 2, 그리고 공소외 3의 처도 그 금원의 성격이 단순히 위로금 명목이라기보다는 선거운동 목적으로 교부하는 금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위와 같이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호 , 제30조 (공소외 1에 대한 선거운동 목적 금원 제공의 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호 (공소외 2에 대한 선거운동 목적 금원 제공의 점), 구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2015. 12. 24. 법률 제13619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조 제1호 , 제24조 제2항 (사전선거운동의 점, 포괄하여),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의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피고인이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지역축협 조합장 선거는 선거구나 선거권자의 범위가 협소하고, 투표자들이 비교적 소수이며, 특정 집단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특성으로 인하여 금품 등의 제공으로 인한 과열·혼탁선거 또는 선거 비리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사건 선거운동 목적 금원 제공의 범행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는 점, 이 사건 사전선거운동 범행도 그 횟수나 대상자 수, ○○양돈조합의 조합원 수, 투표 결과 등에 비추어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각 사정들에다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경위, 수단과 방법, 범행 이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공판과정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주1) 피고인은 당시 공소외 3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아니하여 중환자실에 있었기 때문에 병문안을 하기가 쉽지 않아 공소외 3의 집으로 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피고인이 위로금 전달을 부탁하였던 공소외 7는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3이 입원 중이라는 사실을 들어서 알게 되었고, 이후 자신은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서 공소외 3의 가족에게 직접 위로금을 주었다’라고 진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