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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다60392 판결

[손해배상(기)][공2003.9.15.(186),1825]

판시사항

[1] 수형자나 피보호감호자를 수용함에 있어서 피구금자의 신체활동과 관련된 자유에 대하여 가하는 제한의 허용범위

[2]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

판결요지

[1] 수형자나 피보호감호자를 교도소나 보호감호소에 수용함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외에 교화목적의 달성과 교정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피구금자의 신체활동과 관련된 그 밖의 자유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는 것도 수용조치에 부수되는 제한으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제한은 위 목적 달성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고, 그 제한이 필요하고 합리적인가의 여부는 제한의 필요성의 정도와 제한되는 권리 내지 자유의 내용, 이에 가해진 구체적 제한의 형태와의 비교교량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것이며, 법률의 구체적 위임에 의하지 아니한 행형법시행령이나 계호근무준칙 등의 규정은 위와 같은 위법성 판단을 함에 있어서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써 수형자 또는 피보호감호자의 권리 내지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거나 그 제한조치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2]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스스로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결과, 채권자가 그러한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경우에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의 지연손해금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에 대한 1992. 8. 17.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이를 6분하여 그 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피고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원고가 청송제2보호감호소에서 보호감호를 받던 중, (1) 자신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대한 각종 소송서류 등을 작성하기 위한 집필허가신청을 하였는데 교도관들이 그 판시와 같은 경위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행위와, (2) 원고가 자신의 어머니와 접견하던 중 원고가 교도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였으니 변호사를 선임하여 검찰에 고소하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이 원고의 접견을 중지시킨 행위를 모두 위법하다고 하고, 또한 (3) 원고가 교도관들의 계호 소홀로 말미암아 함께 감호를 받고 있던 소외 1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위와 같은 교도관들의 고의·과실로 인한 각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는 이 사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방해한 피고가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수형자나 피보호감호자를 교도소나 보호감호소에 수용함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외에 교화목적의 달성과 교정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피구금자의 신체활동과 관련된 그 밖의 자유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는 것도 수용조치에 부수되는 제한으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제한은 위 목적 달성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고, 그 제한이 필요하고 합리적인가의 여부는 제한의 필요성의 정도와 제한되는 권리 내지 자유의 내용, 이에 가해진 구체적 제한의 형태와의 비교교량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것이며, 이와 같은 경우에 법률의 구체적 위임에 의하지 아니한 행형법시행령이나 계호근무준칙 등의 규정은 위와 같은 위법성 판단을 함에 있어서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써 수형자 또는 피보호감호자의 권리 내지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거나 그 제한조치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위의 법리에 따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교도관들이 계호근무준칙 등에 따라 원고에게 집필내용의 요지를 문의하였으나 이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원고가 신청한 집필을 허가하지 아니한 행위 및 원고가 어머니와 접견하던 중 위에서 본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이 그 접견을 중지시킨 행위는 위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피보호감호자인 원고의 집필의 자유와 가족과의 접견권에 대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 내의 제한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은 사유를 정당화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원심의 이유 설시는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위와 같은 교도관들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평가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피보호감호자의 집필의 자유 및 접견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이 거시한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교도관들의 계호 소홀로 인하여 원고가 동료 피보호감호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이 인정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혹은 교도관들의 계호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라.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스스로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결과, 채권자가 그러한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경우에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 2003. 3. 28. 선고 2002두1102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의 권리행사가 피고 소속 교도관들에 의하여 사실상 불가능 혹은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마. 직권으로 살피건대, 개정 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되어 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소촉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항 본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 부분에 대하여는 2003. 4. 24.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었고, 그 후 개정된 위 법률조항과 그에 따라 개정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제3조제1항본문의법정이율에관한규정(2003. 5. 29. 대통령령 제17981호로 전문 개정된 것)은 2003. 6. 1. 이후에 적용할 법정이율을 연 2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개정 전 소촉법의 규정에 의한 연 2할 5푼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에는 결과적으로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잘못 적용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2. 원고의 상고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가 교도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한 청구 부분 및 교도관들이 원고가 당한 폭행과 관련하여 합의를 종용하여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배척하였던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지연손해금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 중 아래의 인정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이 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1992. 8. 17.부터 2003. 5. 31.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개정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제1심판결 중 이를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손지열(주심)

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2001.8.8.선고 2000나4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