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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도301 판결

[사기][공1985.5.15.(752),649]

판시사항

부동산의 매도인이 동 부동산에 대한 명도소송이 계속 중이고 점유이전금 지가처분까지 되어 있는 사실을 매수인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이 알았다면 매수하지 아니할 것이 거래의 경험칙상 명백한 사실에 대하여는 매도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제3자가 매도인을 상대로 대지 및 지상건물에 대한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계속중이고 점유이전금지가처분까지 되어 있는 사실을 매수인이 알았다면 거래의 경험칙상 위 대지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분명하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매도인은 위와 같은 소송관계를 매수인에게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곽창욱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 1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1 내지 3점을 함께 본다(상고이유 보충서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경과 후에 제출되었으므로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내에서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이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원심판시와 같이 피해자 우 기훈, 같은 윤 상철과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① 위 피해자들에게 공소외 이 성실로부터 위 지상 공장건물 및 기계일체에 대한 명도소송을 제기당하고 점유이전금지가처분까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고지하지 아니하였고, ② 이 사건 부동산 위에 설정된 충북은행의 근저당권에 대하여 대담보제공이 불가능한 공소외 최 봉길 소유의 부천시소재 개창화학 공장용지 및 건물을 대담보로 제공하여 1980.3. 말까지 말소토록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③ 이 사건 부동산 위에 설정된 서울신탁은행의 근저당권에 대하여 1980.3.10까지 채무잔액이 300,000,000원이 되도록 변제함과 동시에 위 은행으로부터 대지사용승낙서, 대지분할동의서 등을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상건물을 철거하여 대지를 인도하여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위 피해자들로부터 그 판시와 같은 금원을 편취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고 그 사실인정의 과정이나 증거취사내용을 기록에 의하여 면밀히 살펴보아도 소론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이유불비 또는 이유모순이나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특히 피고인 1은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공소외 충북은행의 근저당권에 대하여 공소외 최 봉길 소유의 개창화학공장용지 및 건물을 대담보로 제공하여 1980.3. 말까지 말소토록 하겠다고 피해자들에게 말한 일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피해자들 진술외에도 피고인 2 자신의 검찰진술(수사기록 408, 409정 참조)에 보면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말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되며 피고인 2의 검찰진술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라거나 또는 신빙성이 없다고 볼만한 근거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또 피고인 1은 충북은행과 서울신탁은행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위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공소외주식회사의 위 각 은행에 대한 적금불입을 계속함으로써 피해자들과의 약정기한까지 충분히 변제가능한 것이었는데, 10.26 사태후 계속된 경기후퇴로 1979.12. 하순경 공소외주식회사에 대한 회사정리신청을 하여 1980.1.12 자로 보전처분이 됨으로써 위 각 은행에 대한 적금불입이 막혀 차질이 생긴 것이지 피해자들을 기망한바가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록에 편철된 매매계약서 및 영수증사본(15정 내지 23정)과 검사의 2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1979.11.25 위 피해자들과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차중도금 지급기일이 도래하기도 전인 그 해 12.17에 공소외주식회사에 대한 회사정리신청을 해 놓은 다음 그후인 그해 12.20 과 12.26에도 중도금으로 도합 80,000,000원을 위 피해자들로부터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소외 서울신탁은행 및 같은 충북은행에 대한 위 회사의 적금불입을 성실히 이행하여 위 각 은행에 대한 채무변제를 할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으니 피고인들의 위 변명을 채용하지 아니한 원심조치는 정당하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 1은 원심법정에서 위 매매계약 무렵인 1979.11. 경 서울신탁은행에 대한 총채무액은 775,000,000원이 되는데 당시 정기예금 및 적금불입총액이 234,343,305원이었고 1980.3. 까지의 적금불입예정액은 113,738,000원이므로 1980.3. 현재채무잔액은 426,918,695원이 되며 이 채무잔액은 매매계약서 단서 8항에 의하여 그대로 잔류시켜 위 피해자들이 매매대금중에서 지급키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변명하고 있으나(공판기록 247정, 248정 및 251정 참조), 기록에 의하면 매매계약서 단서 8항에서 서울신탁은행에 대한 대부금채무중 1980.3. 말 현재까지 변제하고 잔채무금으로 잔류시키기로 합의한 금액은 300,000,000원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의 변명대로 하더라도 위 피고인은 매매계약 당시 이미 매매계약에서 약정한 내용대로 서울신탁은행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수 없었음이 명백하였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논지주장과 같이 기망행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이 밖에 논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대지위의 건물을 철거하여 대지인도를 하여 주겠다고 말한 것은 대지 및 지상건물 소유자가 자기의 권리에 속하는 것을 행사하겠다는 약속에 지나지 않는데도 이를 기망행위로 본 원심판단은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매매계약의 약정 내용대로 이 사건 대지인도 및 지상건물철거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이 이행할 것처럼 가장하여 약정을 한 것이라면 기망행위가 성립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으며 소론 적시판례는 이 사건에 적절한 선례가 아니다.

또 논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명도소송관계나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관계를 고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닌 이상 그러한 묵비행위 자체만을 가리켜 바로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각컨대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성립하려면 단순한 사실의 불고지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있는 자가 그 의무에 위반하여 고지하지 아니할 것을 요하는 것인바,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이 알았다면 매수하지 아니할 것이 거래의 경험칙상 명백한 사실에 대하여는 매도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제3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대지 및 지상건물에 대한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계속중이고 점유이전금지가처분까지 되어 있는 사실을 위 피해자들이 알았다면 거래의 경험칙상 이 사건대지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분명하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소송관계를 피해자들에게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니 ( 당원 1983.3.22. 선고 82도2837 판결 참조)이와 같은 취지아래 위 소송관계의 불고지를 기망행위로 본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소론 적시의 각 판례는 이 사건에 적절한 선례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위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를 본다(변호인의 보충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후에 제출되었으므로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내에서 판단한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2가 원심판시와 같이 피고인 1과 상호 의사연락하에 원심판시와 같은 범행을 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고 그 증거취사에 채증법칙을 위반한 허물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2를 피고인 1과의 공동정범으로 다스린 원심판단에 증거취사를 그릇친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이유없다.

그밖에 피고인 1의 상고논지와 같은 취지로 원심판단을 비난하는 논지부분은 전항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이유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일규(재판장) 전상석 이회창

심급 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1984.1.11.선고 83노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