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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6. 5. 24. 선고 2004가합103233 판결

[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06.7.10.(35),1454]

판시사항

[1] 국회의원의 행위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직무수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및 직무수행행위의 범위

[2] 국회의원의 행위가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경우, 민사상의 책임도 면책되는지 여부(적극)

[3] 국회 본회의에 ‘국가보안법 폐지건’이 의안으로 상정되어 여당과 야당 간에 극렬히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행한 ‘여당 국회의원 갑이 과거 북한 노동당원으로 입당하여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는 내용 등의 발언은, 그 발언의 목적, 장소, 태양 등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원의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으로서 면책특권의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한 사례

[4] 야당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에서 행한 ‘국가보안법상 간첩이란 용어는 없지만 여당 국회의원 갑에게 유죄로 인정된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가입죄나 이적표현물운반죄는 당시 신문에서 쓰는 사회적 용어로서 간첩이고, 간첩행위를 한 것이다.’라는 내용의 발언은 국회의원 갑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그 의혹제기에 있어 한계를 일탈한 정도로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5] 이념논쟁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의 범위

[6] 야당 국회의원이 성명서 중 ‘본 의원에 대해 징계결정을 한 여당은 조선노동당의 2중대인가!’라고 표현한 부분의 발언은 평가를 위한 전제로서 구체적 사실을 나열하였다기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서 의견표명의 한계를 일탈하여 여당을 모욕ㆍ비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회의원의 행위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직무수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행위의 목적, 장소, 시간, 내용, 태양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되, 이에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표현행위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행하여지는 행위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하여야 한다.

[2] 국회의원이 직무상 또는 그에 부수하여 한 발언인 이상 그 발언의 내용에 관하여는 헌법상 아무런 제한이 없고, 국회의원의 행위가 이러한 면책특권의 범위 안에 있는 이상, ‘국회 내에서의 징계책임’이나 ‘국회 외에서의 정치적 책임’ 등은 별론으로 하고, 형사상의 책임은 물론 민사상의 책임도 지지 아니한다.

[3] 국회 본회의에 ‘국가보안법 폐지건’이 의안으로 상정되어 여당과 야당 간에 극렬히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여당 소속 국회의원 갑이 과거 북한 노동당원으로 입당하여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는 내용 등의 발언은, 여당이 상정한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한 안건에 대하여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간첩행위와 유사하게 북한에 이로울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범한 국회의원 갑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진의를 밝히는 한편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검증받기 위하여 위와 같은 범죄행위를 한 이유를 해명할 것을 촉구한 것이므로 그 발언의 목적, 장소, 태양 등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원의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으로서 면책특권의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한 사례.

[4] 야당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에서 행한 ‘국가보안법상 간첩이란 용어는 없지만 여당 국회의원 갑에게 유죄로 인정된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가입죄나 이적표현물운반죄는 당시 신문에서 쓰는 사회적 용어로서 간첩이고, 간첩행위를 한 것이다.’라는 내용의 발언은 국회의원 갑의 과거 행적에 대한 사실의 적시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부분 발언에 있어 그 내용, 목적, 발언의 경위 등으로 보아 공공성이 있음이 인정되고, 의혹제기의 근거가 된 법원의 판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비록 ‘간첩’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아니하기는 하지만, 결국 국회의원 갑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에 불과하고, 그 의혹제기에 있어 한계를 일탈한 정도로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발언은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5]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하여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운 이념과 민족을 앞세운 통일이냐의 문제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는 국가의 운명과 이에 따른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고 이 논쟁에는 필연적으로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 문제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관한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이 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언로를 봉쇄하여서는 안 된다.

[6]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발언의 전후 내용, 국가보안법 폐지안건을 두고 여ㆍ야간에 치열한 공방이 있었던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으로 보아, 야당 국회의원이 성명서 중 ‘본 의원에 대해 징계결정을 한 여당은 조선노동당의 2중대인가!’라고 표현한 부분의 발언은 평가를 위한 전제로서 구체적 사실을 나열하였다기보다는 여당에서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안건이 통과될 경우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서, 국가보안법 폐지안건과 관련한 여당의 기본입장을 비판하면서 그 의견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 표현의 내용과 취지, 전제된 사실 관련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의견표명의 한계를 일탈하여 여당을 모욕ㆍ비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성용)

피고

피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준선외 1인)

변론종결

2006. 5. 3.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각 1억 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04. 12. 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의 최후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 1은 원고 열린우리당 소속 제17대 국회의원이었던 사람이고, 피고들은 한나라당 소속 제17대 국회의원이다.

나. 피고들의 발언

(1) 2004. 12. 8. 원고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161명의 발의로 제250회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건’이 의안으로 상정되면서 한나라당과 원고 열린우리당이 극렬히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상황하에서, 피고들은 2004. 12. 8.자 미래한국신문 및 데일리안 뉴스의 ‘원고 1의 다.항과 같은 전과’ 보도를 근거로 하여 아래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위 발언을 통틀어 ‘이 사건 국회 발언’이라고 한다).

(가) 피고 1은 2004. 12. 8. 17:42경 제17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인 250회 제13차 본회의 의원 신상발언에서 “방금 신상발언을 통해서 열린우리당에서 161명이 발의한 법안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바로 열린우리당 (지역구 생략) 출신 원고 1 의원이 북한 노동당원으로서 지난 92년 현지 입당하고 당원부호 대둔산 820호를 부여받고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 161명 중에도 원고 1 의원이 포함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몇 명의 노동당원이 더 포함되어 있습니까?”라는 발언을 하였다.

(나) 피고 2는 같은 날 18:38경 위 정기국회 제13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데일리안 뉴스의 2004. 12. 8.자 신문기사를 인용하면서 “오늘 데일리안 뉴스의 내용, 제목이 이렇습니다. ‘열린당 원고 1, 노동당에 가입해 암약했다’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자료는 국정원에서 발행한 국정원 백서입니다. (자료를 들어 보이며) 이 백서의 내용 160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 원고 1, 33세, 사범대 영문학과 4년 제적, 반미청년회 조직원, 대둔산 820호, 주사파 핵심분자 12명에 속한 이 사람들이 하부망으로 포섭되어서 조선노동당에 현지입당하여 이를 북한에 보고했다. 조선노동당원으로 승인받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조금 전 원고 1 의원님께서 나오셔서 자신의 신상에 관한 설명을 하셨습니다. 정확한 뜻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젊은 시절 한 번 그렇게 겪어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말씀하는 것처럼 제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젊은 시절에 한번 겪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구나 사인의 신분이 아닙니다. 공인의 신분입니다. 이 나라의 비밀을 가장 가까이에서 취급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입니다. 주체사상으로 무장해서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충성하겠다고 맹세를 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맹세를 한 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밝혀야 되는 것 아닙니까! 아니, 그렇게 적당히 해서 옛날에 그랬다고 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입니까, 여러분! … (중략) … 이렇게 공천한 열린우리당의 수뇌부는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해명을 해야 합니다. 이런 공천을 한 것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합니다. 이것은 국회 프락치사건입니다. 세상에 어떻게 국회에 이런 분들이 들어와서 조선노동당에 현지입당해서 당원번호까지 받아서 암약했던 분이 여기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저는 이 눈을 의심하고 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라는 발언을 하였다.

(다) 피고 3은 같은 날 위 정기국회 제13차 본회의에서 “그런데 오늘 우리는 신문보도를 통해서 열린우리당의 원고 1 의원이 간첩이라는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미군 철수, 북한인권법 반대, 그리고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드디어 밝혀진 것입니다.”라는 발언을 하였다.

(2) 피고 1은 2004. 12. 9. 기자회견을 하면서 “국가보안법상 간첩이란 용어는 없지만 1심판결문에서 이의원에게 유죄로 인정된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가입죄나 이적표현물 운반죄는 당시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등 신문에서 쓰는 사회적 용어로서 간첩이고, 간첩행위를 한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였고, 2005. 6. 28.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원고 1에 대한 명예훼손 건으로 인한 ‘본회의에서의 사과’라는 징계결정을 받은 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서를 통하여 “본 의원의 지난해 본회의 석상에서의 발언은, 국가기밀에 상시 접근할 수 있는 현직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김일성의 초상화와 인공기 앞에서 충성맹세를 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이를 문제 삼은 것이며, 이는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너무도 당연한 책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식으로 이를 두둔하고 감싸고도 모자라, 본 의원에 대해 징계결정을 한 열린우리당은 조선노동당의 2중대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였다(이하 ‘이 사건 기자회견 등’이라고 한다).

다. 원고 1에 대한 형사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고 한다)

한편, 원고 1은 서울형사지방법원 92고합1778호 사건에서 “‘반미청년회’의 전국학생 지도위원이었던 소외인으로부터 한국민족민주전선 입당 권유받고 입당을 결심하여 가입결의를 표명한 후 북한 조선노동당기 및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가입식을 거행하는 등 반국가단체인 민족해방애국전선에 가입하여 그 구성원이 되고, 소외인으로부터 가명 ‘강재수’, 당번호 ‘대둔산 820호’를 부여받아 활동지시를 받고서 그에 따라 소외인에게 학생운동부문 도서목록을 전달하는 등 국가기밀수집탐지방조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 및 상고하였으나 원고 1의 사실오인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2, 13 내지 17호증, 을 제2 내지 7, 10, 13호증, 을 제30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갑 제2호증은 을 제25호증과, 을 제3호증은 을 제26호증과, 을 제6호증의 1은 을 제27호증의 1, 을 제33호증의 2와, 을 제6호증의 2는 을 제27호증의 2, 을 제33호증의 3과, 을 제6호증의 3은 을 제27호증의 3, 을 제33호증의 4와 각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 2의 본안전 항변 및 그에 대한 판단

피고 2는, 자신이 허위발언을 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자신의 발언은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여 근거한 것으로서 허위발언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자신에 대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이는 소권남용이고, 게다가 자신의 발언은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에서 한 발언에 해당하여 면책특권의 범위 내이므로 부적법한 소라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피고 2의 주장대로 그의 발언 내용이 허위발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소권이 남용되었다고 볼 수 없고, 위 발언이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안에서 판단되어야 할 사유일 뿐 본안 전에 판단될 사항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의 위 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3. 이 사건 국회 발언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원고 1은 북한노동당에 가입한 사실이 없고, 간첩활동을 한 사실도 없음에도, 피고들은 악의적으로 12년 전 조작된 사건을 근거로 하여 원고 1이 간첩활동을 하였다거나 현재까지 간첩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허위발언을 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원고 1이 간첩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여 원고 1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원고 열린우리당 또한 국민정당으로서의 명예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하였다.

또한, 피고들의 이 사건 국회 발언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허위발언으로 정치적 공세를 가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와 무관한 것으로서 헌법에서 인정하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사건 국회 발언은 모두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그로 인하여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가 훼손됨으로써 입은 정신적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2) 피고들의 주장

피고들의 이 사건 국회 발언은 이 사건 판결 및 2004. 12. 8. 관련 보도를 근거로 한 것으로서 허위 사실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떠나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부수하여 한 발언으로서 헌법 제45조 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있다.

나. 판 단

(1) 면책특권의 취지와 효력

헌법 제45조 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는바, 그 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제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있다.

국회의원의 행위가 위와 같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직무수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행위의 목적, 장소, 시간, 내용, 태양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되, 이에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표현행위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행하여지는 행위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이 직무상 또는 그에 부수하여 한 발언인 이상 그 발언의 내용에 관하여는 헌법상 아무런 제한이 없고, 국회의원의 행위가 이러한 면책특권의 범위 안에 있는 이상, ‘국회 내에서의 징계책임’이나 ‘국회 외에서의 정치적 책임’ 등은 별론으로 하고, 형사상의 책임은 물론 민사상의 책임도 지지 아니한다.

(2) 이 사건의 판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국회 발언은, 피고들이 정기국회에서 원고 열린우리당이 상정한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한 안건에 대하여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간첩행위와 유사하게 북한에 이로울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이 사건 판결과 같은 국가보안법위반죄를 범한 원고 열린우리당 소속 원고 1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진의를 밝히는 한편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을 검증받기 위하여 이 사건 판결과 같은 범죄행위를 한 이유를 해명할 것을 촉구한 것이므로, 이는 그 발언의 목적, 장소, 태양 등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원의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국회 발언 당시 원고 1의 국가보안법위반죄 전과와 관련하여 언론보도가 있었고, 이 사건 판결이 재심청구 없이 확정되었는바, 피고 1 의원의 발언 중 일부는(현재까지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다는 부분) 과장되고 적절하지 아니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안건와 관련하여 원고 1이 소속된 원고 열린우리당에서 추진하는 위 안건이 북한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자 하는 것이 그 의도였지 원고 1을 개인적으로 비방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국회 발언의 내용, 근거, 전후 경위를 종합하여 살펴보면,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들의 이 사건 국회 발언이 원고들을 비방하기 위하여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그것이 직무상 또는 이에 부수한 발언으로 인정되는 이상 허위 내용의 발언이라고 하여 면책특권의 범위 밖에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사건 국회 발언은 모두 헌법 제45조 에서 규정한 면책특권 범위 내의 행위로서, 피고들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이 사건 기자회견 등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 1의 이 사건 기자회견 등과 관련한 발언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주장하는 데 대하여, 피고 1은 위 발언 중 원고 1의 과거 전력과 관련한 부분은 이 사건 판결에 근거한 진실한 사실이고 원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부분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한 정치적 견해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며, 위 발언 모두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에서 한 발언은 아니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 단

(1) 기사 중의 어떤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가 의견의 진술인가를 가리기 위하여는 당해 표현의 문언과 함께 그 기사 전체의 취지,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과의 연관하에서 당해 표현이 갖는 의미를 살펴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그 표현이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여부도 살펴보아야 한다.

(2) 먼저, 피고 1의 2004. 12. 9.자 발언에 대하여 보건대, “국가보안법상 간첩이란 용어는 없지만 1심판결문에서 이의원에게 유죄로 인정된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가입죄나 이적표현물 운반죄는 당시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등 신문에서 쓰는 사회적 용어로서 간첩이고, 간첩행위를 한 것이다.”라는 발언은 원고 1의 과거 행적에 대한 사실의 적시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판결 및 국가보안법 폐지안건의 상정과 관련한 원고 1의 좌ㆍ우 이념에 대한 논쟁은 국회의원의 정치적 이념이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한 안건은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의혹이 있으면 널리 문제제기가 허용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반면,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은 위장가능성이 있는데다가 그 성질상 이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 발언에 있어 그 내용, 목적, 발언의 경위 등으로 보아 공공성이 있음은 인정되고, 피고 1이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가 된 ‘이 사건 판결’ 및 ‘원고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건 상정’ 등의 구체적 정황, 피고 1 스스로 ‘간첩’이라는 단어를 사회적 용어로 사용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간첩’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아니하기는 하지만, 결국 피고 1은 원고 1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에 불과하고, 그 의혹제기에 있어 한계를 일탈할 정도로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발언은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것이어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3) 다음으로, 2005. 6. 28.자 성명서 중 “본 의원에 대해 징계결정을 한 열린우리당은 조선노동당의 2중대인가!”라는 부분에 대하여 보건대,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하여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운 이념과 민족을 앞세운 통일이냐의 문제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는 국가의 운명과 이에 따른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고 이 논쟁에는 필연적으로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 문제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관한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이 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언로를 봉쇄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14613 판결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발언의 전후 내용, 국가보안법 폐지안건을 두고 여ㆍ야간에 치열한 공방이 있었던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으로 보아, 위 발언은 평가를 위한 전제로서 구체적 사실을 나열하였다기보다는 원고 열린우리당에서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안건이 통과될 경우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서, 국가보안법 폐지안건과 관련한 원고 열린우리당의 기본입장을 비판하면서 그 의견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 표현의 내용과 취지, 전제된 사실 관련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의견표명의 한계를 일탈하여 원고 열린우리당을 모욕ㆍ비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게다가 이 부분 진술은 그 표현의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아니한 영역이라고 보인다).

(4) 따라서 이 사건 기자회견 등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2004. 12. 18.자 발언 및 2004. 12. 29.자 발언에 대하여는 그 정확한 취지와 내용을 밝히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을 당하였다고만 주장하고 있어, 청구원인이 특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성기문(재판장) 김윤정 노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