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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7.7.21. 선고 2017누34881 판결

국적신청불허가처분취소

사건

2017누34881 국적신청불허가처분취소

원고항소인

A

피고피항소인

법무부장관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17. 1. 19. 선고 2016구합75371 판결

변론종결

2017. 6. 23.

판결선고

2017. 7. 21.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6. 6. 17. 원고에 대하여 한 국적신청 불허가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의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요지

1) 절차적 위법 주장요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할 때에 그 이유를 충분히 제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계유지능력부족' 외에 어떠한 사유도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3조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

2) 실체적 위법 주장요지

가) 원고는 피고에게 일반귀화신청을 하면서 구 국적법 시행규칙 제3조 제2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첨부서류인 원고 본인 명의의 30,000,000원 이상 예금잔고증명서와 6개월 이상 거래내역을 제출하였다. 또한 원고는 교회 전도사와 영화관 직원으로 일하며 꾸준히 생활비를 조달하고 있고, 원고의 처 또한 이스라엘에서 교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구 국적법 시행규칙이나 귀화신청안내문에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사전에 안내하지도 않았던 '예금잔고의 추이'를 별도로 고려하여 원고에게 생계유지능력이 미비하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귀화허가요건의 판단에 관한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나) 난민협약 제34조의 취지에 의하면, 난민의 귀화절차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신속히 진행되어야 하고 귀화신청의 허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당국의 긍정적인 협조를 요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난민으로 인정받은 원고의 지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구 국적법 시행규칙 등에 기재된 요건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원고의 귀화신청을 허가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의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절차적 위법 여부

가)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귀화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귀화에 관한 사항 전부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이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사항의 경우에만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두20631 판결 등 참조).

나) 처분의 이유 제시는 처분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당해 처분에 대하여 불복 여부를 판단하게 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국적신청불허가처분의 경우 처분의 이유 제시를 요구하게 되면 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성질상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의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경우에 행정절차법 제23조에 따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다) 그런데 갑 제2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처분서에 원고가 국적법상의 요건(제5조~제8조)을 갖추지 못하여 불허가 결정하였고 불허사유는 "생계유지능력부족"이라고 기재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국적법 제5조의 일반귀화 요건 중 제4호가 정하고 있는 생계유지능력요건의 미비라고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실체적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1) 귀화허가의 법적성질

(가) 국적법 제4조 제1항은 "외국인은 법무부장관의 귀화허가를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귀화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심사한 후 그 요건을 갖춘 자에게만 귀화를 허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적은 국민의 자격을 결정짓는 것이고, 이를 취득한 사람은 국가의 주권자가 되는 동시에 국가의 속인적 통치권의 대상이 되므로, 귀화허가는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국적법 등 관계 법령 어디에도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부여하였다고 볼 만한 규정은 없다. 이와 같은 귀화허가의 근거 규정의 형식과 문언, 귀화허가의 내용과 특성 등을 고려해 보면, 법무부장관은 귀화신청인이 귀화 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귀화를 허가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가진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6496 판결 등 참조).

(나) 또한 국적법 제5조 제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귀화 요건인 '생계유지능력'은 불확정개념으로서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무부장관에게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

구 국적법 시행규칙 제3조 제2항 제2호는 본인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생계 유지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로서 각목으로 '가. 3천만 원 이상의 예금잔고 증명, 나. 3천만 원 이상에 해당하는 부동산등기부 등본 또는 부동산 전세계약서 사본, 다. 재직증명서 또는 취업예정사실증명서, 라. 그 밖에 가목부터 다목까지에 상당하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서류'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들고 있는 서류는 법무부장관이 귀화허가 신청인에게 생계유지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필요한 자료로서 규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귀화허가 신청인이 위 각목의 서류를 첨부하여 귀화허가 신청을 하였다고 하여 법무부장관이 당연히 귀화허가 신청인에게 '생계유지능력'이 있다고 인정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2) 난민협약의 국내법적 지위

(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한다)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이하 '난민의정서'라 한다) 등에 따라 난민의 지위와 처우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난민법 제30조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난민인정자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난민협약에 따른 처우를 받고(제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난민의 처우에 관한 정책의 수립·시행, 관계 법령의 정비, 관계부처 등에 대한 지원, 그 밖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2항).

(나)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어떠한 유보도 없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상태이므로 난민협약상 난민의 권리에 관한 각종 규정들은 국내법의 효력을 가진다.1) 난민협약 제34조에서는 체약국은 난민의 동화 및 귀화(the assimilation and naturalization)를 가능한 한 용이하게 하고(facilitate), 특히 귀화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거나 이러한 절차에 따른 수수료 및 비용을 되도록 경감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 난민협약 제34조가 체약국에게 가능한 한 난민의 귀화를 용이하게 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가기관은 국내법의 허용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난민의 귀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통해 난민이 우리나라 공동체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 생활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2) 제반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위치에 있다.

(3) 난민의 귀화허가 요건 해석의 기준

앞에서 본 제반 법률규정의 취지를 고려하면, 피고는 난민인정자의 귀화허가에 관한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일반 외국인이 귀화신청을 한 경우와 달리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난민인정자는 본국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점, 난민인정자가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선택의 폭은 몹시 제한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난민인정자에 대하여는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각종 급여 등이 이미 보장되어 있어 귀화가 허가되더라도 새로이 국가의 재정적 부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해당 난민인정자가 생계유지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정하는 데에는 일정 수준의 재정적 능력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공동체의 경제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을 만한 기초적인 자립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3)

나) 판단

위 인정사실과 갑 제3, 6 내지 9, 12, 14 내지 17호증, 을 제2, 7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우리나라 공동체의 경제적 생활에 참여할 만한 기초적인 자립능력을 구비함으로써 국적법 제5조 제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생계유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국적법 제5조 제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생계유지능력이 없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원고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이 2009. 4. 23. 대한민국에 입국하였고, 2009. 7. 31. 국내에서 이스라엘 국적의 B와 결혼하였다. 원고의 처는 과거 국내에 체류하였으나 2011. 4. 7. 출국하였고,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약 두 달여간 국내에 체류하였다.

원고의 처는 현재 이스라엘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연봉 48,000,000원 가량을 받고 있고, 이 사건 귀화신청에 즈음하여 원고에게 2014. 2. 6.에 7,427,191원, 2014. 7. 7.에 11,155,100원 합계 18,585,291원을 송금하기도 하였다. 원고 또한 2015. 2. 25.부터 2015. 9. 20.까지 사이에 이스라엘에서 체류하였는데, 당시 원고는 원고의 처와 같이 거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의 처가 국외에 거주하고 있으나 원고와 생계를 달리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2) 피고는 원고의 처가 현재 이스라엘에 거주하면서 독자적인 생활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어 원고와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처가 원고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한 적이 있고, 일시적이나마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에서 함께 거주하기도 하였으며, 여기에 난민인정자의 가족공동체로서의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원고의 처는 원고 생계의 지원이 가능한 가족이라고 봄이 옳다.

(3) 원고는 피고에게 2014. 7. 24. 이 사건 귀화허가를 신청하면서 원고 명의의 2014. 7. 22.자 국민은행 예금잔고증명서(금액 : 31,061,839원)를 제출하였고,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 원고 명의의 2015. 3. 9.자 국민은행 예금잔고증명서(금액 : 31,228,705원), 원고 명의의 국민은행 통장 사본(2014. 10. 23.부터 2016. 4. 23.까지의 거래 내역) 등을 추가로 제출하였다. 이에 의하면 원고의 예금잔고는 2014. 7. 22.부터 2015. 2. 24.까지는 30,000,000원 이상이었으나 2015. 9. 21.에는 28,132,916원이었고, 그 이후의 예금 잔고는 계속하여 30,000,000원 미만이었으며, 내역서상 말일인 2016. 4. 23.에는 22,607,852원에 불과하였다.

(4)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의 예금잔고는 30,000,000원 미만이었으나, 이 사건 처분이 이 사건 귀화신청이 있은 때로부터 약 23개월 뒤에 이루어졌고, 원고는 이 사건 귀화신청시로부터 6개월 이상 30,000,000원 이상 예금잔고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난민협약 제34조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귀화신청에 대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였더라면 원고가 생계유지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5) 피고는 일반귀화신청의 경우 통상 17개월 이상 걸리므로 이 사건 처분이 지연처리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귀화신청은 일반적인 외국인이 아니라 난민인정자가 한 귀화신청으로 국내법으로서의 효력을 갖는 난민협약 제34조에 따라 피고에게는 귀화절차를 신속히 진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귀화신청을 하였을 경우에 통상적으로 걸리는 시간보다 더 늦어졌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위 주장은 수긍하기 힘들다.

(6) 원고는 이 사건 귀화신청 후인 2014년 10월 무렵부터 현재까지 안산시 단원구 C에 위치한 'D 교회'에서 아랍 담당 전도사로 재직하고 있고, 2016. 2. 15.부터는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사원으로도 근무하고 있다.

(7) 원고는 'D 교회'에서 2014년 10월부터 이 사건 처분이 있은 2016. 6. 17. 이전까지 사이에 총 11회에 걸쳐 5,840,000원을 급여로 받았는데, 원고가 이스라엘에 체류하였던 2015. 2. 25.부터 2015. 9. 20.까지의 약 6개월을 제외하면 월 평균 약 410,000원을 받았고, 여기에 위 영화관에서 받는 월급 774,860원을 합하면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의 월 평균 수입은 1,180,000여 원에 이른다.

위와 같은 원고의 수입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6년 기준 1인 가구 최저생계비 649,932원을 훨씬 초과한다.4) 즉 원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의 처가 지원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충분한 수입을 얻고 있었던 것으로 봄이 옳다.

(8) 원고는 모국인 이집트가 이슬람국가임에도 기독교로 개종하였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자 우리나라로 피신하여 난민으로 인정받은 자이다. 원고가 아랍 담당 전도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난민인정사유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전도사라는 직업으로부터 얻는 수입이 다소 적고 불규칙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생계유지능력의 평가에 있어서 부정적 요인으로 삼는 것은 원고가 난민으로서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된 경위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원고는 우리나라 경제공동체에 자신의 방법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흥준

판사 김성수

판사 원익선

주석

1) E, "국내법에 의한 난민협약의 수정 : 난민인정과 관련된 몇 가지 사례와 문제점", 사법개혁과 세계의 사법제도(2014), 사법발전재단, 316면.

2) 1951 Convention relating the status of refugees and its 1967 Protocol, A commentary, Edited by Andreas Zimmermann, 1442면에서는 동화와 귀화의 의미를 이와 같이 이해하고 있다.

3)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캐나다의 경우 Citizenship Act 제5조에서는 귀화요건으로 18세 이상, 영주권자로서 거주요건 만족, 소득세신고의무 만족, 언어능력, 시민권시험 합격 등을 요구할 뿐 생계유지능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도 18세 이상, 영주권 취득, 거주요건 충족, 언어능력, 시민권시험 합격, good moral character 외에 생계유지능력은 요구하지 않고 있다. 호주에서도 난민인정자와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귀화요건(Refugee and humanitarian entrants)에 의하면 영주권자일 것, 거주요건 만족, good character, 시민권 시험 합격 외에 생계유지능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4) 이 금액은 대법원이 정한 2016년 기준 1인 가구 개인회생 최저생계비 974,898원도 초과하는 금액이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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