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미간행]
[1] 민법 제500조 에서 정한 ‘경개’의 의미 및 기존채무와 관련하여 새로이 체결한 약정이 경개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기존채무의 변제기, 변제방법 등을 단순히 변경한 것인지에 관하여 당사자 의사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의사해석 방법
[2] 갑이, 을과 병의 연대보증 아래 을 소유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받고 공동주택시행사업을 하던 정 회사에게 이익배당 차원으로 대여금의 2배를 변제받는 조건으로 자금을 대여하였다가(이하 ‘제1약정’이라 한다) 정 회사의 실제 사주인 무에게서 대여금 상당의 약속어음을 교부받고 근저당권을 말소해 주었는데, 그 후 정 회사와 사이에 갑이 대여금을 사업운영비로 투자하되 정 회사가 사업승인을 얻어 금융기관에서 PF자금 대출을 받으면 투자원금 전액을 우선 지급받고, 사업 종료 후 사업수익의 일부도 배당받으며, 공사 완료시까지 정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기로 하는 약정(이하 ‘제2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위 어음을 무에게 반환한 사안에서, 제1약정은 소비대차약정과 사업이익 분배약정이 혼합된 무명계약으로 보아야 하고, 제2약정은 제1약정에서 정한 변제기나 변제방법 등을 단순히 변경한 것이 아니라 기존채무의 중요부분을 변경하여 기존채무를 소멸케 하고 이와 동일성 없는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경개계약으로 볼 여지가 있음에도, 이와 달리 제1약정은 제2약정과 마찬가지로 투자원금을 보장하기로 하는 투자약정이고, 제2약정은 제1약정의 원리금 지급시기와 지급방법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심리미진으로 경개계약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고현철 외 2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민법 제500조 소정의 경개라 함은 기존채무의 중요부분을 변경하여 기존채무를 소멸케 하고 이와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이라 할 것인데 (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69119 판결 참조), 기존채무와 관련하여 새로운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 그러한 약정이 경개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기존채무의 변제기나 변제방법 등을 변경한 것인지는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만약 당사자의 의사가 명백하지 아니할 때에는 의사해석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으로서,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새로운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 즉, 진해시 용원동 1111 일원에서 공동주택시행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하던 원심 공동피고 에이치케이씨건설 주식회사(이하 ‘에이치케이씨건설’이라 한다)는 2007. 5.경 벽산건설 주식회사(이하 ‘벽산건설’이라 한다)와 사이에 에이치케이씨건설이 이 사건 사업의 승인을 득하고, 벽산건설의 수주심의를 통과하여 벽산건설을 이 사건 사업의 시공사로 하는 공사도급약정을 체결하면 에이치케이씨건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PF자금을 대출받을 때 벽산건설이 위 대출에 관하여 지급보증 또는 채무를 인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사업약정을 체결한 사실, 원고는 2007. 7. 11.경 피고들의 연대보증 아래(다만 피고 1은 3억 원의 반환에 관하여만 연대보증하였다) 에이치케이씨건설에게 2008. 4. 30.까지 이익배당의 차원으로 6억 원을 변제받는 조건으로 이 사건 사업을 위한 부지매입자금 명목으로 3억 원을 대여하였고(이하 ‘1차 대여’라 한다), 이에 대한 담보로 2007. 7. 20. 피고 1 소유의 경남 고성군 고성읍 동외리 145-9 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3억 원, 채무자 에이치케이씨건설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받은 사실, 원고는 2007. 11. 6.경 에이치케이씨건설에게 2008. 4. 30.까지 2억 원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추가로 1억 원을 대여하였는데(이에는 피고들의 보증은 없다, 이하 1차 대여와 합하여 ‘제1약정’이라 한다), 2007. 12. 5.경 에이치케이씨건설의 실제 사주인 소외인으로부터 액면금 4억 원, 지급기일 2008. 4. 30.로 된 약속어음(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 한다)을 교부받고 위 근저당권을 말소하여 준 사실, 원고는 2008. 4. 11.경 에이치케이씨건설과 사이에 제1약정에서 대여한 4억 원을 이 사건 사업의 운영비로 투자하되, 이 사건 사업의 사업승인을 득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PF자금을 대출받을 때 시공사와의 협의하에 투자원금 4억 원을 우선 지급받고, 이 사건 사업종료 후 이 사건 사업수익의 5%를 배당받으며, 이 사건 사업의 공사완료시까지 에이치케이씨건설의 이사로 재직하고, 에이치케이씨건설 주식 5%를 배당받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고(이하 ‘제2약정’이라 한다), 소외인에게 이 사건 어음을 반환한 사실, 한편 원고는 제2약정에 따라 2008. 4. 18. 에이치케이씨건설의 이사로 등재되었으며, 2008. 9. 초순경 피고 2로부터 1억 원을 변제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제1약정서에 첨부된 차용증에는 이자약정이 없고, 제1약정에는 이윤 내지 이익배당을 규정하고 있어 제1약정 또한 투자원금을 보장하기로 하는 투자약정으로 볼 수 있는 점, ② 제1약정에는 피고들이 연대보증인으로 되어 있으나 제2약정에는 보증과 관련한 아무런 규정이 없어 원고로서는 피고들의 보증이 없이 별다른 자력 없는 에이치케이씨건설만을 믿고 제1약정을 폐기하고 제2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 2가 원고에게 1억 원을 변제하기도 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제2약정은 제1약정의 원금 및 이익의 지급시기와 지급방법을 변경한 것이지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변경한 것이 아니므로 경개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이 판단의 근거로 삼은 사정들 중 위 ①의 사정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2007. 7. 11. 에이치케이씨건설에 3억 원을 대여하면서 피고들이 보증인이 된 3억 원의 차용증(갑 2호증)과 피고 2가 보증인이 된 6억 원 지급에 관한 약정서(갑 1호증의 1)를 교부받은 사실, 위 차용증(갑 2호증)에는 ‘3억 원을 차용하며 이를 2008. 4. 30.까지 변제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 이자나 이익배당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반면, 위 약정서(갑 1호증의 1)에는 ‘원고가 에이치케이씨건설에 3억 원을 빌려 주되, 에이치케이씨건설은 이를 이 사건 사업의 부지 매입자금으로 사용하며 이에 따른 이윤 내지 이익배당으로 2008. 4. 30.까지 원금에 3억 원을 더한 6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당시 에이치케이씨건설이 이 사건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원고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한편 향후 예상되는 사업이익 중 3억 원을 그 발생 여부는 불문하고 원고에게 이익배당의 의미로 지급하기로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위 차용증, 약정서의 기재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제1약정은 원고와 에이치케이씨건설 사이에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원고가 에이치케이씨건설에 자금을 빌려주되 에이치케이씨건설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예상되는 사업이익 중 일부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 즉 소비대차약정과 사업이익 분배약정이 혼합된 무명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제1약정이 제2약정과 마찬가지로 투자원금을 보장하기로 하는 투자약정으로 볼 수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적절치 아니하다.
다음으로, 원심이 거시한 위 ②의 사정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에이치케이씨건설의 실제 사주인 소외인으로부터 제1약정의 담보로 지급받은 이 사건 어음을 제2약정을 체결할 무렵 소외인에게 반환하였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 스스로 ‘이 사건 어음에는 피고 1이 배서를 하였다’고 주장하기까지 한 바 있는데(2008. 12. 29.자 준비서면, 기록 82면), 이와 같이 소외인으로부터 제1약정의 담보로 교부받은 이 사건 어음을 제2약정을 체결할 무렵 돌려주었고 더군다나 위 어음에 피고 1의 배서까지 되어 있었다면, 원고는 제1약정에 대한 담보를 포기하고 제2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심이 거시한 위 ③의 사정에 대하여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2008. 7. 3. 피고 2 소유의 경남 고성군 고성읍 동외리 145-11 답 196㎡(이하 ‘동외리 토지’라 한다)에 대하여 울산지방법원 2008카합714호로 가압류결정 을 받은 사실, 동외리 토지에 관하여 2008. 9. 2. 미래건설 주식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그 다음날인 2008. 9. 3. 곧바로 위 가압류기입등기가 말소된 사실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 스스로 ‘동외리 토지에 대한 다른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피고 2가 위 토지를 매도하기 위하여 급하게 가압류를 해제할 필요성이 있었고, 그리하여 원고에게 1억 원을 주면서 위 토지에 대한 가압류를 풀어달라고 하여 원고도 이에 응한 것이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2008. 12. 29.자 준비서면, 기록 86면), 실제로 원고 주장과 같은 경위로 피고 2가 1억 원을 지급한 것이라면, 피고 2가 원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제2약정은 제1약정의 원리금의 지급시기와 지급방법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제1약정은 사업이익의 발생 여부는 불문하고 확정된 금액을 확정기한까지 사업이익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던 반면, 제2약정은 에이치케이씨건설이 실제로 얻게 되는 수익 중 일정 부분을 배당받기로 함에 따라 투자수익의 취득 자체가 불확실한 것이었던 점, ② 제2약정에는 에이치케이씨건설이 원고에게 주식 5%를 지급하고, 원고를 위 회사의 이사로 취임시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제2약정은 제1약정에서 정하여진 변제기나 변제방법 등을 단순히 변경한 것이 아니라 기존채무의 중요부분을 변경하여 기존채무를 소멸케 하고 이와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경개계약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어음을 돌려 준 경위는 어떠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어음에 피고 1이 배서를 한 사실이 있는지, 피고 2가 원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심리를 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제2약정이 경개계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제2약정은 단순히 제1약정의 변제기나 변제방법 등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경개계약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