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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8. 26. 선고 2002헌바13 결정문 [국적법 제12조 제1항 단서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손○배

대리인 법무법인 두우

담당변호사 백윤기 외 2인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01구13798 국적이탈신고서반려처분취소

주문

국적법 제12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81. 9. 20. 미합중국 플로리다주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부모 사이의 아들로 출생함으로써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의 국적을 모두 취득한 이중국적자이다.

청구인은 2001. 3. 27. 국적법에 따라 국적이탈신고를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은 같은 날 동법 제12조, 동법시행령 제16조 제3항, 제4항에 근거하여, 위 신고 당시 18세 이상으로 제1국민역에 편입된 청구인이 대한민국의 병역을 필하거나 면제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위 신고를 반려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01. 4. 14. 서울행정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2001구13798)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계속 중 국적법 제12조 제1항 단서에 대

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2001아1150)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02. 2. 1.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적법 제12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적법 제12조(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 ① 출생 기타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만 20세가 되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이하 “이중국적자”라 한다)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이중국적자가 된 자는 그 때부터 2년 내에 제13조 및 제14조의 규정에 의하여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 다만,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그 사유가 소멸된 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한 자는 그 기간이 경과한 때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다.

제14조(대한민국 국적의 이탈절차) ① 이중국적자로서 외국 국적을 선택하고자 하는 자는 제12조 제1항에 규정된 기간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다. 다만, 동조동항 단서에 규정된 자는 그 사유가 소멸된 후에 신고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적이탈의 신고를 한 자는 그 신고를 한 때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다.

③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적법시행령 제16조(이중국적자의 의의 등) ③ 법 제12조 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자”라 함은 이중국적자 중 대한민국의 호적에 입적되어 있는 남자로서 병역법의 규정에 의하여 제1국민역에 편입된 후 병역을 필하지 아니하거나 면제받지 아니한 자를 말한다.

④법 제12조 제1항 단서에서 “그 사유가 소멸된 때”라 함은 병역법의 규정에 의하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게 된 때를 말한다. 다만, 만 20세가 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게 된 자는 만 20세가 되는 때에 그 사유가 소멸된 것으로 본다.

1.현역·상근예비역 또는 보충역으로서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

는 때

2.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때

3. 제2국민역에 편입된 때

병역법 제8조(제1국민역에의 편입)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18세부터 제1국민역에 편입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이 사건 법률조항과 병역법 제8조 제1항 등 관련 법규정에 의하면, 남자인 이중국적자가 제1국민역에 편입되는 만 18세가 되기 전에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병역의무를 이행 또는 면제받거나 제2국민역 편입처분을 받기 전까지는 국적선택 내지 이탈을 할 수 없다.

(2)국적선택 내지 이탈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되는 거주·이전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보호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독자적인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만18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공동체인 국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그 때를 놓친 경우에는 병역의무를 이행 또는 면제받거나 제2국민역 편입처분을 받지 못하는 한 국적선택에 관한 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다.

나. 서울행정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중국적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국적선택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을 받을 뿐이고 병역을 필하거나 면제받은 때에는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으며, 또 병역을 필하지 않았거나 면제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에 편입되기 전이라면 스스로 또는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는 점 및 헌법이나 병역법에 근거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실현되는 국가안전보장 또는 국가방위라는 공익의 중요성 및 이러한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이중국적자로 하여금 아무런 제한 없이 국적을 이탈할 수 있게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익상의 폐해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 등이 제1국민역에 편입된 이중국적자에게 병역을 필하거나 면제받을 때까지는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자인 이중국적자가 병역을 면탈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국적선택의무를 고의로 회피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벗어나는 것을 막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2)국적이탈의 자유는 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이지만, 개인의 국적선택에 관하여는 나라마다 그들의 국내법에서 많은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국적은 아직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3)이중국적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국적선택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에 편입되기 전이나, 제1국민역에 편입되었더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면제받은 때에는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으며, 병역의무의 이행을 확보함으로써 실현되는 국가방위라는 공익의 중요성과 이중국적자로 하여금 아무런 제한없이 국적을 이탈할 수 있게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익상의 폐해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국적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과 쟁점의 정리

(1)국적법 제1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만 20세가 되기 전에 이중국적자가 된 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이중국적자가 된 자는 그 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그 사유가 소멸된 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병역과 관련하여 국적선택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추가적으로 더 규정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러한 사항에 관하여 완결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그 사유가 소멸된 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는 부분은 스스로 규율하고 있지만, 그 사유의 내용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다.

(2)당해사건 법원과 청구인은 남자인 이중국적자는 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에 편입되면 병역을 필하거나 병역의무를 면제받지 않는 한 국적을 이탈할 수 없는 제한을 받는다고 하면서, 이러한 법적 상태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각

기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법적 상황은 이 사건 법률조항만에 의하여 곧바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근거한 국적법시행령 제16조 제3항, 제4항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그러한 법적 상황이 형성된다. 국적법시행령 제16조 제3항은 ‘이중국적자 중 대한민국의 호적에 입적되어 있는 남자로서 제1국민역에 편입된 후 병역을 필하지 아니하거나 면제받지 아니한 자’라고 하여 국적선택 제한의 대상자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은 ‘현역·상근예비역 또는 보충역으로서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는 때’,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때’, ‘제2국민역에 편입된 때’를 국적선택 제한의 소멸사유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시행령조항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보충하여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유를 구체화하고 있다. 한편, 18세부터 대한민국 남자를 제1국민역에 편입시키고 있는 병역법 제8조 제1항은 위 시행령조항과 연결됨으로써 자유롭게 국적선택을 할 수 있는 연령상한으로서 18세를 설정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3)이 사건과 같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므로, 명령이나 규칙을 대상으로 한 위 조항의 헌법소원 청구는 부적법하다(헌재 1992. 10. 31. 92헌바42 , 판례집 4, 708, 710; 1999. 1. 28. 97헌바90 , 판례집 11-1, 19, 27).

또한 법률조항 자체에서 직접 규정하지 않고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경우, 비록 그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내용이 헌법에 위반되더라도 그 대통령령이 위헌으로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로 인하여 바로 수권법률까지 위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1999. 2. 25. 97헌바63 , 판례집 11-1, 140, 150; 1999. 4. 29. 96헌바22 등, 판례집 11-1, 422, 447).

(4)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인 국적법시행령 제16조 제3항, 제4항의 내용을 포함한 규범상태, 즉 ‘남자인 이중국적자는 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에 편입되게 되면 병역을 필하거나 병역의무를 면제받지 않는 한 국적을 이탈할 수 없는 제한을 받는 것’의 위헌 여부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과 관련한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 제한을 직접 규율하고 있지 않으며, 그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는 그 위임이 합헌적인 것인지만 문제된다.

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위임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도록 하여 그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법률이 어떤 사항에 관한 규율을 대통령령에 위임함에 있어서는,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법률에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90-591; 2000. 12. 14. 98헌바104 , 판례집 12-2, 387, 394).

(2)민주국가에서 병역의무는 납세의무와 더불어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존립·유지를 위하여 국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 병역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국가방위를 도모하는 것은 국가공동체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헌법적 가치라 할 수 있는바, 우리 헌법 제5조 제2항, 제39조는 국방과 병역의무가 지닌 이러한 헌법적 가치성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설정에 따라 병역법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의무를 부담토록 하고 있으며(제3조),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18세에 제1국민역에 편입됨으로써(제8조 제1항) 실질적인 병역의무자가 되고,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하고 병역의무의 기피를 차단하기 위한 병역법상의 여러 가지 규제와 관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중국적자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남자인 한 병역법에 의한 병역의무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이중국적에 관하여 현행법은 선천적 이중국적은 일정 기간 허용하고, 후천적 이중국적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며(국적법 제10조, 제15조 제1항), 이중국적 상태의 해소를 위하여 국적선택제도를 두고 있다. 국적선택제도는 일정 시점까지는 이중국적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그 시점까지는 반드시 하나의 국적을 선택토록 함으로써 이중국적을 강제로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제12조 내지 제14조).

위에서 본바와 같은 병역에 관한 헌법병역법조항,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제도에 관한 국적법조항 등을 전체적으로 조감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와 입법취지를 헤아릴 수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중국적자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서, 국적선택제도를 통한 병역의무 면탈을 차단하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는 것이다. 이중국적자가 생활의 근거를 한국에 두면서 한국인으로서 누릴 각종 혜택을 누리다가 정작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여야 할 때에는 한국 국적을 버리는 기회주의적 행태가 허용된다면 병역부담평등의 원칙(헌법 제11조, 헌법 제39조)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중국적자의 기회주의적 병역면탈을 일정하게나마 규제하지 않는다면 병역정의에 대한 일반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병역부담에 관한 국민적 일체감이 저해되어 국방이라는 국민의 총체적 역량에 손상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가 이러할진대, 대통령령에 위임될 사항의 대강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스스로 아무런 기준의 제시없이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라고 규정함으로써 위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있다. 즉,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하고 국적선택 제도를 활용한 병역의무 기피를 차단하기 위한 제한에 관하여 대통령령에서 규정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병역기피의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에 대하여는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3호의 규정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위임의 방향과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하여 주고 있다.

그리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사항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 제한과 그 해소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 또는 이중국적자에 특유한 문제인 병역의무 이중부담의 조정에 관한 사항 등이 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에 위임될 사항의 범위와 한계의 대강을 규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

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전효숙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