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도피][하집1993(3),338]
가. 이른바 자금세정행위의(돈 세탁)의 가벌성 여부
나. 범인도피죄에 있어서 구성요건적 정형으로서 도피의 의미
다. 범인이 사취한 돈을 세탁하여 그의 도피자금으로 비축하고, 그 돈을 범인 자녀의 생활비, 공범의 변호사선임비 등으로 사용하며, 모든 범행을 자신에게 미루고 부인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자수한 공범에게 전달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범인도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가. 범인이 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금원의 추적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서 또는 그 소득원천을 위장하기 위해서 행하여지는 이른바 자금세탁행위(돈 세탁) 그 자체에 관하여는 현행법상 그 처벌규정이 없다.
나. 행위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국가형벌권의 발동범위을 명확성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에서 볼 때 범인도피죄에 있어서의 "도피"는 은닉행위와 비교하여 그것과 같은 정도로 관헌의 발견, 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 즉 범인을 도망쳐 숨게 하는 행위 또는 도망쳐 숨게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되고, 그 자체가 도피시키는 것을 직접의 목적으로 하였다고 볼수 없는 행위는 설사 그 결과 간접적으로 범인이 안심하여 도망쳐 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82. 1.26. 선고 81도1931 판결(공1982, 313) 1990. 12.26. 선고 90도2439 판결(공1991, 682)
피고인 1외 5인
피고인들 및 검사
서울형사지법(1993. 4.30. 선고,93고합12, 504(병합) 판결)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2, 3, 4, 5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1년 6월에, 피고인 2, 3을 각 징역 1년에 각 처한다.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125일씩을 위 각 형에 산입한다,
다만 피고인 2, 3에 대하여는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각 2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1, 3으로부터 각자 금 13,000,000원을 추징한다.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 중 범인도피의 점과 피고인 4, 5는 각 무죄.
피고인 6의 항소 및 검사의 위 피고인 및 피고인 1, 2, 3, 4에 대한 항소를 각 기각한다.
1. 먼저 피고인 1과 그 변호인의 사실오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살피건대, 첫째로 원심판시 제1항의 유가증권위조예비의 범행에 있어서 피고인 1은 공소외 1이 상피고인 6에게 시디(C.D.)위조를 부탁할 때 단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으로, 공소외 1은 그때 피고인 1에게는 별도로 그의 자녀들을 다음날 하와이로 보내 달라는 지시를 하였던 것이고, 그 후 피고인 6이 공소외 1로부터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던 시디위조에 필요한 서류 등을 피고인 6으로부터 빼앗아 소각시킴으로써 그의 시디위조행위를 중단시켰던 것이어서 피고인 1은 시디위조예비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고, 둘째로 원심판시 제2항의 외국환관리법위반의 범행에 있어서 피고인 1은 상피고인 3이 판시 미화를 은행에서 한화로 교환하여 오리라고 생각하였는데 피고인 3이 엉뚱하게 암달러상에게서 환전한 것으로서 피고인 1에게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과 당심법정에서의 상피고인 3의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 부분 각 판시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과정에 아무런 위법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피고인 3의 1,300만 원의 추징처분이 가혹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위 피고인이 원심판시 제2항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것이 외국환관리법이 정한 추징의 요건에 해당하는 이상 법원으로서는 추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유예나 작량감경할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위 추징은 그 범칙사실에 대한 응징적 제재로서 범칙자가 여러 사람이 있는 경우에 그 추징은 각 범칙자 전원에 대하여 그 가액 전액의 추징을 명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추징처분이 너무 가혹하여 부당하다는 것은 법률상 적법한 항소이유가 되지 아니하므로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다음으로 피고인 3, 4, 5의 원심판시 각 범인 도피의 점에 대한 각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하여 살핀다.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판시와 같이 피고인 3이 공소외 1의(사취한) 돈을 세탁하여 그의 도피자금으로 비축하고 일부는 인출하여 그가 남기고 간 자녀들의 생활비와 그가 세운 유령회사들의 운영유지비 등으로 사용하게 한 사실, 피고인 4가 언젠가 공소외 1에게 송금할 목적으로 그의 돈을 세탁하여 가명구좌를 만들어 보관한 사실, 피고인 5가 공소외 1의 지시를 받아 그의 자녀들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하여 사람을 시켜 김포공항까지 안내하여 주고, 그에게 상피고인 1의 소재를 알려 주어 그와 통화하게 하고, 피고인 1로부터 공소외 1의 돈을 교부받아 공소외 1 자녀들의 생활비와 피고인 1의 변호사선임비 등으로 사용하고, 위 이팡수의 재산을 미국으로 도피시키기 위하여 미국으로부터 입국한 공소외 2를 피고인 1과 만나게 해주어 피고인 1이 공소외 2에게 통장과 수표 등을 교부하도록 하고, 공소외 1에게 피고인 1이 검찰에 자수한다는 것과 변호사를 선임하였다는 사실을 알려 준 후 모든 범행을 그에게 미루고 부인하라는 위 이팡수의 지시를 피고인 1에게 전달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은 각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소위가 형법상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가의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판례에 의하면 범인도피죄는 형사사법에 관한 국권의 행사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죄로서(대법원 1982.1.26. 선고 81도1931 판결) 범인도피죄에 있어서의 "도피"란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발견, 체포를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대법원 1990. 12.26. 선고 90도2439 판결).
우리 형법상의 범인도피죄는 이와 같이 연혁상 사후공범의 성질을 갖는 행위로서 이른바 인적 비호만을 처벌하는 것이고, 범인의 범죄결과의 향유를 사후적으로 도와주는 물적 비호행위는 그것이 장물죄에 해당하는 경우 이외에는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범인도피죄로 처벌될 수 있는 행위의 범위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고 볼 것이다. 입법례를 보면 우리 형법상의 범인은닉 내지 도피를 처벌하는 인적 비호죄 이외에 범인이 범한 범죄의 이익을 보호할 목적으로 범인을 도와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이른바 물적 비호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고(독일 형법 제257조 참조), 이 사건에서도 문제되는 바와 같이 범인이 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금원의 추적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서 또는 그 소득원천을 위장하기 위해서 행하여지는 이른바 자금세정행위 (돈세탁)에 관하여는 특히 마약거래로 인한 검은 돈의 은닉과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적인 노력(1988.12.19. 체결된 국제연합의 "마약 및 향정신성물질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협약"과 1990.11.8. 유럽이사회에서 체결된 "범죄수익의 세정, 압수, 수색 및 몰수에 관한 협약" 참조)이 행해지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이에 관하여 구체적인 입법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범인의 도피행위가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발견, 체포를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법의 문언이 일반통상인으로 하여금 처벌받는 행위라고 인식하게 하는 범위를 넘어 처벌범위를 확대할 수 없는 것이 행위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국가형벌권 발동범위의 명료성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이라고 보면, 범인도피행위는 은닉행위와 비교하여 그것과 같은 정도로 관헌의 발견, 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 즉 도망쳐 숨게 하는 행위 또는 도망쳐 숨게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고, 그 자체가 도피시키는 것을 직접의 목적으로 하였다고 볼 수 없는 행위는 설사 그 결과 간접적으로 범인이 안심하여 도망쳐 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입장에서 피고인들의 위 각 행위를 고찰하여 보면 그것에 의하여 공소외 1이 안심하여 도피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하여도 이것으로써 위 이팡수의 도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으므로 위 각 행위는 범인도피죄가 성립된다고 할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범인도피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들의 위 각 행위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 3에 관하여는 위 공소사실 및 그와 경합범 관계에 있는 나머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피고인 4, 5에 관하여는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각 원심판결부분은 양형부당주장에 대한 판단 이전에 파기를 면할 수 없다.
4. 마지막으로 피고인 1과 그 변호인, 피고인 6, 2의 변호인( 피고인 6에 대하여는 항소이유서 제출 후인 1993.8.19. 사임하였다)의 각 양형부당의 주장과 검사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부당의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전과관계, 범행 후의 정황, 공소외 1과의 관계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 6에 대하여 선고한 형의 양정은 적당하고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나 피고인 1, 2에 대한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겁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 6의 위 주장과 검사의 위 피고인 및 피고인 1, 2에 대한 위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인 1, 2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5. 따라서 피고인 6의 항소와 검사의 위 피고인 및 피고인 1, 2, 3, 4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하고, 피고인 1, 2, 3, 4, 5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피고인 3에 대하여),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1, 2에 대한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와 피고인 3의 외국환관리법위반 및 향토예비군설치 법위반의 점에 대한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1, 3의 각 대외지급수단매각명령위반의 점:외국환관리법 제31조 제1항 제1호, 제15조 제1항, 형법 제30조(각 징역형 선택)
피고인 3의 전출입신고의무위반의 점: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6항, 제3조의2 제3항(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피고인 1, 3에 대하여: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각 형이 더 무거운 외국환관리법위반죄에 정한 형에 가중)
1. 미결구금일수 산입
각. 형법 제57조
1. 집행유예
피고인 2, 3에 대하여:형법 제62조 제1항( 피고인 2는 가담정도가 경미하고 피고인 3은 사안이 비교적 경미한 점 등 참작)
1. 추 징
피고인 1, 3에 대하여:외국환관리법 제33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3, 4, 5에 대한 각 범인도피의 점은 원심판시 제3항 내지 제5항의 기재와 같은바 위 파기사유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가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각 무죄의 선고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