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확인][미간행]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권원 없이 사유토지를 도로부지에 편입시킨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지 여부(적극)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공1997하, 2501)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0349 판결 (공1998하, 1749)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다19444 판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종대)
대한민국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1911. 10. 21. 안성군 읍내면 석정리 249 답 1,761평(이하 ‘분할 전 토지’라 한다)이 원고의 조부 소외 1 명의로 사정되었는데, 위 소외 1이 1949년경 사망하여 손자인 원고가 단독으로 망인의 재산을 상속한 사실, 6·25사변으로 인하여 분할 전 토지에 관한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다가 1954. 11. 30. 안성시 석정동 249-5 도로 992㎡(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구 토지대장이 복구되었는데, 위 구 토지대장에는 분할 전 토지 중 992㎡가 1954. 11. 30. 이 사건 토지로 분할되면서 그 지목이 도로로 변경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1954. 5.경부터 이 사건 토지를 도로로 점유·관리하여 오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따로 있음을 알면서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해 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사건 토지를 피고가 점유하게 된 경위나 점유의 용도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토지가 도로로 편입될 당시 피고가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에 따라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의 점유가 무단점유임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한 1954. 5.경으로부터 20년이 경과한 1974. 5.경 피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지는바 (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자신의 부담이나 기부채납 등 지방재정법 또는 국유재산법 등에 정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는 등 토지를 점유할 수 있는 권원 없이 사유토지를 도로부지로 편입시킨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0349 판결 ,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다1944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위 구 토지대장에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원고의 선대인 소외 1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1975. 10. 25. 현재 미등기”라는 기재도 병기되어 있는 사실, 그 후 1978. 9. 22. 작성된 이 사건 토지의 신 토지대장에는 소유자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다가 1995. 4. 21. 소외 2라는 이름이 소유자란에 기재된 다음 같은 해 7. 25. 다시 말소되었으며, 1996. 10. 7.에는 국가가 소유자인 것으로 기재된 사실을 알 수 있고, 이 사건 기록상 피고가 1954. 5.경 이 사건 토지를 도로로 점유하기 시작할 때에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점유 개시 당시부터 자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없음을 알면서도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공공용 재산으로서 적법한 취득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고의 점유가 자주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의 점유를 자주점유로 추정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자주점유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