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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두34346 판결

[군관리계획입안제안신청반려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행정계획의 의미 및 행정주체가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ㆍ결정할 때 가지는 형성의 자유의 한계 / 행정주체가 행정계획을 입안ㆍ결정할 때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경우, 행정계획 결정이 위법한지 여부(적극)

[2] 어떤 개발사업이 ‘자연환경ㆍ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폭넓게 존중되어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 경우 행정청의 당초 예측이나 평가와 일부 다른 내용의 감정의견이 제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행정청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이때 개발사업의 적합 여부 판단과 관련한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를 심사하는 방법과 대상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갈월추모공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철기)

피고,상고인

양평군수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류태경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경기 ○○읍 △△리 (지번 1 생략) 일대에서 장례식장, 묘지, 수목장지, 납골당 등으로 구성된 장사시설인 ‘□□□□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2) 원고는 □□□□공원 부지와 인접한 경기 ○○읍 △△리 (지번 2 생략) 외 5필지 중 4,995㎡(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에서 도시ㆍ군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받아 ‘도시ㆍ군계획시설’로서 화장장을 설치ㆍ운영하려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2018. 5. 10. 피고에게 도시ㆍ군관리계획 변경 입안을 제안하였다.

(3) 이 사건 토지 중 절반가량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고 한다) 제36조 제1항 에 따른 ‘보전관리지역’, 나머지는 같은 조항에 따른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사건 토지에서 약 150m 거리에는 인근 군부대의 군인아파트가 위치해 있고, 약 360m 거리에는 △△◇리 마을회관이 위치해 있다.

(4) 피고는, 이 사건 토지가 ○○읍 주도심권과의 거리가 2~3km에 불과하고 인근에 마을과 군부대, 군인아파트가 있으며 전원주택지 개발증가로 거주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지역으로서 인근 주거환경이 악화될 것이 우려되므로 화장장 입지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2018. 5. 25. 원고의 입안 제안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나. 이 사건 쟁점은, 이 사건 처분에 도시ㆍ군관리계획 입안에 관한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이다.

2. 관련 규정과 법리

가.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은 도시 공동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공급되어야 하지만 공공성이나 외부경제성이 크기 때문에 시설의 입지 결정, 설치 및 관리 등에 공공의 개입이 필요한 시설을 의미한다. 국토계획법 제2조 는 기반시설의 하나로 ‘장사시설 등 보건위생시설’을 규정하고 있고[ 제6호 (바)목 ], ‘도시ㆍ군계획시설’이란 기반시설 중 도시ㆍ군관리계획으로 결정된 시설을 말하며( 제7호 ), ‘도시ㆍ군계획시설사업’이란 도시ㆍ군계획시설을 설치ㆍ정비 또는 개량하는 사업을 말한다( 제10호 )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계획법 제43조 제2항 의 위임에 따른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 제1항 은 도시ㆍ군계획시설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환경, 생태계 및 자연경관의 훼손을 최소화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토계획법 제36조 제1항 제2호 (가)목 , (다)목 에 의하면, ‘보전관리지역’이란 자연환경 보호, 산림 보호, 수질오염 방지, 녹지공간 확보 및 생태계 보전 등을 위하여 보전이 필요하나, 주변 용도지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기가 곤란한 지역을 말하고, ‘계획관리지역’이란 도시지역으로의 편입이 예상되는 지역이나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제한적인 이용ㆍ개발을 하려는 지역으로서 계획적ㆍ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나. 행정계획은 특정한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전문적ㆍ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관련되는 행정수단을 종합ㆍ조정함으로써 장래의 일정한 시점에 일정한 질서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기준으로 설정된 것으로서, 국토계획법 등 관계 법령에서 추상적인 행정목표와 절차가 규정되어 있을 뿐 행정계획의 내용에 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행정주체는 구체적인 행정계획의 입안ㆍ결정에 관하여 광범위한 형성의 재량을 가진다. 다만 그러한 형성의 재량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관련되는 제반 공익과 사익을 비교ㆍ형량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행정주체가 행정계획을 입안ㆍ결정할 때 이러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5두1893 판결 등 참조).

어떤 개발사업이 ‘자연환경ㆍ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경우 행정청의 당초 예측이나 평가와 일부 다른 내용의 감정의견이 제시되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행정청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때 해당 개발사업 자체가 독자적으로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리하여 심사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기존의 주변 생활환경과 자연환경 상태를 기반으로 그에 더하여 해당 개발사업까지 실현될 경우 주변 환경에 총량적ㆍ누적적으로 어떠한 악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를 심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두36007 판결 참조).

3.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본 사정을 관련 법리와 규정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토지는 국토계획법에 따른 보전관리지역,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지정 후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숲과 녹지가 이미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어 더 이상 기존 계획제한을 유지할 필요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여전히 높다고 보아 이 사건 토지 위에 화장장을 도시ㆍ군관리계획시설로서 설치하고자 하는 도시ㆍ군관리계획의 입안을 거부한 피고의 재량적 판단은 폭넓게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원고가 이미 장례식장, 묘지, 납골당 등으로 구성된 추모공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화장장까지 추가로 설치ㆍ운영함으로써 인근 마을과 군인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미칠 총량적ㆍ누적적인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화장장을 설치할 공익상의 필요 등 원심이 판시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의 입안 제안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이 정당성과 객관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행정계획, 재량권 일탈ㆍ남용의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