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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6추5186 판결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더라도 조례가 국가의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

[2] 안성시의회가 의결한, 마을회관의 명칭을 사용하는 미등록 경로당에 시설 운영비와 난방연료비 등 경로당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안성시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안’에 대하여, 시장이 노인복지법 등에 반한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시의회가 재의결함으로써 확정한 사안에서, 위 조례안이 노인복지법 제37조 제2항 , 제57조 제1호 , 지방재정법 제17조 제1항 , 제3조 제1항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안성시장 (소송대리인 평택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강길복)

피고

안성시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민 담당변호사 이성삼 외 1인)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 및 그 내용의 요지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16. 9. 7. ‘안성시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고 한다)을 의결하여 2016. 9. 8. 원고에게 이송하였다. 원고는 2016. 9. 27. 이 사건 조례안이 규정한 미등록 경로당은 구 노인복지법(2015. 12. 29. 법률 제136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노인복지법’이라고만 한다) 제37조 제2항 의 미신고 경로당에 해당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가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설치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한 노인복지법 제37조 제2항 에 반하고, 미신고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설치하거나 운영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노인복지법 제57조 제1호 에도 반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2016. 12. 14.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이 사건 조례안을 확정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제1조(목적) 이 조례는 노인들의 자율적인 친목도모, 취미활동, 공동작업장 운영 및 각종 정보교환과 기타 여가활동을 위하여 제공된 미등록 경로당의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노인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2) 제2조(정의) 이 조례에서 ‘미등록 경로당’이란 노인복지법 제37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26조 에 따른 시설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노인여가복지시설로 신고되지 않은 시설로 마을회관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지역노인들이 자율적으로 친목도모, 취미활동·공동작업장 운영 및 각종 정보교환과 기타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소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을 말한다.

(3) 제5조(지원 대상 및 범위) ② 시장은 미등록 경로당의 시설개선과 노인복지증진을 위하여 미등록 경로당 시설 운영비, 난방연료비, 환경 개선 사업비, 교육·여가 프로그램 운영비, 비품 구입비, 기타 경로당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

2. 이 사건 조례안의 위법 여부

가. 이 사건 조례안이 노인복지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것이고,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에도 조례가 법령과 별도의 목적에 기하여 규율함을 의도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에 의하여 법령의 규정이 의도하는 목적과 효과를 전혀 저해하는 바가 없는 때, 또는 양자가 동일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국가의 법령이 반드시 그 규정에 의하여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율하려는 취지가 아니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실정에 맞게 별도로 규율하는 것을 용인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는 때에는 그 조례가 국가의 법령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추38 판결 참조).

(2) 노인복지법은 노인의 질환을 사전예방 또는 조기발견하고 질환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노후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조 ). 노인복지법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보건 및 복지증진의 책임이 있으며, 이를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제4조 제1항 ). 노인복지시설의 종류는 노인주거복지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 노인여가복지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 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일자리지원기관 등이 있고( 제31조 ), 노인여가복지시설에는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등이 있다( 제36조 제1항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가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제37조 제1항 , 제2항 ). 이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설치하거나 운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57조 제1호 ).

그런데 이 사건 조례안이 지원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등록 경로당’은 그 시설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지역 노인들이 자율적으로 친목도모 및 여가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을 말하고, 주로 그러한 활동이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져 온 마을회관 등을 주된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설에 대하여는 노인복지법 제37조 제2항 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의 ‘미등록 경로당’은 노인복지법 제37조 제2항 , 제57조 제1호 에서 정한 ‘미신고 경로당’과는 별개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또한 이 사건 조례안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지역 노인들의 복지증진사업은,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2호 (나)목 (라)목 에서 정한 자치사무의 범위에 속한다.

(3) 결국, 이 사건 조례안은 상위 법령인 노인복지법의 목적과 효과를 저해하여 노인복지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이 지방재정법 제17조 제1항 에 위반되는지 여부

지방재정법 제17조 제1항 은 “지방자치단체는 그 소관에 속하는 사무와 관련하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와 공공기관에 지출하는 경우에만 개인 또는 법인·단체에 기부·보조, 그 밖의 공금 지출을 할 수 있다. 다만, 제4호 에 따른 지출은 해당 사업에의 지출근거가 조례에 직접 규정되어 있는 경우로 한정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각호에서 ①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 제1호 ), ② 국고보조재원에 의한 것으로서 국가가 지정한 경우( 제2호 ), ③ 용도가 지정된 기부금에 의한 경우( 제3호 ), ④ 보조금을 지출하지 아니하면 사업의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로서 지방자치단체가 권장하는 사업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제4호 )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조례안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노인복지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노인 복지를 위하여 미등록 경로당을 지원하는 것은 지방재정법 제17조 제1항 제4호 의 사유인 ‘지방자치단체가 권장하는 사업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조례안은 지방재정법 제17조 제1항 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조례안이 지방재정법 제3조 제1항 에 위반되는지 여부

지방재정법 제3조 제1항 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그 재정을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여야 하며, 국가의 정책에 반하거나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조례를 제정·시행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당해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건전한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한 조례 제정을 무조건 제한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추8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례안을 살펴보면, 안성시 관내 ‘미등록 경로당’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제5조 제1항), 그 지원 범위도 시설 운영비와 난방연료비 등과 같은 경로당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으며(제5조 제2항), ‘미등록 경로당’의 이용인원, 시설규모, 관리방법 등을 고려하여 차등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5조 제3항), 지원기간도 최초지원일로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정하고 있음을(제5조 제5항)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례안의 시행으로 인하여 지방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거나 보조금 지원에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라. 원고의 기타 주장에 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이 마을회관의 명칭을 사용하는 미등록 경로당만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이나 주민을 수혜 대상자로 하여 재정적 지원을 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 그 정책은 재정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한 제도의 단계적인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없다면, 모든 사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동시에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도의 개선도 그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평등의 원칙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도 어긋난다(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추32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원고는 미등록 경로당이 대부분 무허가 건축물이기 때문에 노인의 안전과 복지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노인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미등록 경로당을 지원하는 내용의 이 사건 조례안의 적법성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조희대 권순일(주심) 조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