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청구사건][하집1987(3),144]
내연의 처가 유효기간이 경과한 남편의 인감증명서를 사용하여 남편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표현대리의 성립
일본국에 거주하면서 1년에 3 내지 4회 우리나라에 귀국하는 내연의 남편(재일동포)으로부터 내연의 처가 남편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돈을 차용하는 것을 허락받고 남편의 인감증명서 및 인장을 보관중 인감증명서의 주소이동사항란을 일본국내의 주소에서 우리나라의 주소로 임의정정하고 인감증명서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뒤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원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내연의 처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원고가 믿을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축산단위농업협동조합
권중환
1. 재심대상판결 및 그 원심판결을 모두 취소한다.
2. 원고(재심피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전심 및 재심의 소송비용은 모두 원고(재심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주문과 같다.
피고는 원고에게 돈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지급명령정본송달 다음날부터 다 같을 때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및 가집행의 선고.
원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1. 재심의 사유에 대한 판단
원고(재심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가 피고(재심피고, 이하 피고라 한다)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84가단125호 로 전세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85.4.11. 원고승소의 판결을 받고 피고가 이에 불복하였으나 항소심인 당원에서도 1986.1.29. 당원 85나409호 판결 로 항소기각의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동 판결은 1986.2.25.경 확정된 사실은 원고가 이 사건 변론에서 명백히 다투지 아니하므로 자백한 것으로 볼 것이다.
피고는 재심대상판결인 당원 85나409호 판결 이 갑 제1호증(부동산임대차계약서)을 판결의 기초된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고 있는 바 동 서증은 소외인에 의하여 위조된 문서임이 확정된 형사판결에 의하여 판명되었으니 이는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3호증의 1 내지 5, 을 제4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인은 재일교포인 피고와 1981.6.경부터 1984.8.경까지 사이에 내연의 관계에 있었는 바, 피고가 1983.2. 말경 우리나라에 귀국하였을 때 동 소외인이 피고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축산수산업협동조합으로부터 돈 2,000,000원을 차용하여 장사를 해보겠다고 하여 피고의 인감증명서 및 인감도장을 피고로부터 교부받아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피고의 승낙을 받지 않고 1983.6.15경 피고소유의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동 98의 1 지상 2층건물 1층 중 점포 1칸 18평 및 방 1칸 4평 부분을 원고에게 임차보증금의 돈 3,000,000원 임대기간은 2년으로 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피고명의의 사문서인 갑 제1호증(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하고, 원고는 위 서증을 재심대상판결에서 증거자료로 제출행사한 사실, 피고는 1986.1.20. 소외인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를 제기해 1987.2.13. 동소외인은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에서 (사건번호 생략)으로써 유죄판결이 선고(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되고 이 판결은 그 무렵 확정이 된 사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조된 문서인 갑 제1호증(부동산임대차계약서)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서 판결주문의 이유가 된 사실인정의 증거로 채택되어 원심 및 항소심에서 피고패소의 판결을 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갑 제3호증의 10, 11, 12의 각 기재 및 원심증인 김해동이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으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재심대상판결의 당부에 대한 판단
나아가 재심대상판결의 당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원고는 1983.6.15. 피고를 사실상 대리한 소외인으로부터 피고소유인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동 98의 1 지상 2층건물 1층 중 점포 1칸 18평 및 방 1칸 4평 부분을 임차보증금은 돈 3,000,000원, 임차기간은 2년으로 하여 임차하고 위 건물을 점유사용중 1984.5.경 동 소외인과 위 임대차계약을 합의 해지하고 위 건물을 피고에게 명도하여 주었으므로 임차보증금 3,000,000원의 반환을 구한다고 주장하는 바, 먼저 소외인이 피고 명의로 원고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의 승낙을 얻었거나 피고로부터 대리권을 부여받았는지의 점을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갑 제1호증(임대차계약서), 갑 제3호증의 10, 11(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 및 증인 김해동의 증언은 앞서 본 을 제3호증의 1 내지 5, 을 제4호증의 1 내지 4의 기재에 비추어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동 소외인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체결에 관한 대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그 이유가 없다.
원고는 피고가 동 소외인에게 명시적으로 임대차계약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명의로 소외 축산업협동조합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것을 위임한 바 있어 동 소외인이 피고의 인감증명서 및 인장을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원고는 동 소외인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도 피고의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니 동 소외인이 이 건 임대차계약체결은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로서 유효하다고 하므로 살피건대,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2호증(인감증명), 을 제3호증의 1 내지 5, 을 제4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평소에 일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교포로서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동 98의 1에 살고있는 노모인 소외 김복순을 방문하기 위해 1년에 3 내지 4회 정도 우리나라를 내왕하고 있는 사실, 피고는 만 87세의 노모인 동 소외인의 식생활 등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소외인을 가정부로 고용하여 피고의 노모를 돌보게 하고 피고가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에는 동거도 하면서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여 온 사실, 피고는 가정부 겸 내연의 처인 소외인에게 생활비로서 그때마다 필요한 금액을 지급하여 왔으나 동 소외인이 임의로 피고 명의를 빌여 금원을 차용하여 일부는 피고 노모 및 자신의 생활비에 사용하였지만 나머지는 불공시주금 및 자신의 다방운영비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피고에게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주게 된 사실, 그래서 피고는 1983.3.10.경 피고의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차용하여 장사를 해 보겠다고 간청하는 동 소외인에게 축산수산업협동조합으로부터 돈 2,000,000원을 차용하는데 사용하도록 용도를 특정하여 인감증명서 1통을 발급받아 교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감증명서 주소이동 사항란을 일본 국내의 주소에서 우리나라의 주소로 임의정정하고 또한 인감증명서의 유효기간이 경과하였으며 피고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을때(1983.5.23.부터 같은 해 7.25.까지)인 같은 해 6.15.경 동 소외인이 장농속에 보관중인 피고의 인장을 사용하여 원고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갑 제3호증의 10,11(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는바,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의 가정부 겸 내연의 처인 소외인이 피고의 인감증명서 및 인장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동 소외인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표현대리주장도 그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지 않은 한 피고에게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니 원고와 피고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체결된 임대차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없어 기각할 것인 바,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재심대상판결 및 그 전심판결은 모두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소송 총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