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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두10661 판결

[현상변경불허처분취소][공2005.3.15.(222),418]

판시사항

문화재 주변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토지의 현상변경이 문화재보호법 제20조 제4호 에서 정한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문화재 주변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토지의 현상변경이 문화재보호법 제20조 제4호 에서 정한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문화재청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주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2002. 5. 23. 양산시 (주소 1 생략) 대지 762㎡(이하 '이 사건 신청지'라 한다)를 매수한 후, 같은 해 8.경 이 사건 신청지에서 주거생활을 위하여 기존의 축사 123㎡를 철거하고, 철근콘크리트조 한식기와잇기식 단독주택 2개 동 면적 합계 272.88㎡를 신축하겠다는 내용으로 피고에게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신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2002. 9. 26.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02. 10. 4. 양산시 소재 보물 제1120호 '양산 신흥사 대광전'의 주변경관 보존상 위 건물 건립을 불허한다는 취지로 현상변경불허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한 사실 등 판시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문화재는 국가적·민족적·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크고, 한번 훼손되면 그 회복 자체가 곤란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각종 개발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문화재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 문화재 보호구역의 외곽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개발행위로 인하여 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재산권도 보호되어야 하므로 그 개발행위로 인하여 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이 없거나, 미미한 경우까지도 문화재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그 개발행위를 금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대광전이 신흥사 경내에 위치한 법당으로서, 위 사찰 부지 및 그 외곽의 농지 및 임야 14,665㎡의 보호구역에 둘러싸여 있는 점, 이 사건 신청지는 위와 같은 신흥사 외곽의 보호구역 경계로부터도 370m나 떨어져서 위치하고 있는 데다가, 그 지상에 신축될 건물 역시 대광전과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1층의 한식기와 황토벽돌, 황토미장마감재료로 설계되어 있어, 비록 그 진입로 입구 쪽 능선에 위치하여 위 대광전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는 하나 현재와 같은 낡은 축사건물이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사건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이 사건 문화재인 대광전의 경관을 저해한다거나 대광전의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신흥사와 이 사건 신청지 주위에는 이미 기존의 자연부락 및 영업용 식당들이 존재하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볼 때, 이 사건 신청지의 현상변경은 문화재보호법 제20조 제4호 소정의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원고가 이 사건 신청지에 건물을 신축하여 숙박시설로 이용할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인근 주민들이 이 사건 신청지의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그런 사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를 각각 배척함으로써, 이 사건 처분이 처분사유가 없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신청지는 신흥사 진입로의 맞은편 능선 위에 위치하고 있어 대광전에서 올려다보면 이 사건 신청지가 바로 바라다 보이는 점, 이 사건 신청지 지상에 건립되어 있던 건물은 면적이 123㎡에 불과한 블럭조 슬레이트지붕 단층 건물로서(축사와 퇴비사 1동씩이 있으나 이는 모두 불법건축물이다.) 지붕도 그리 높지 않은, 전형적인 농촌의 축사인 데다가 그 벽면 하단부터 상당한 높이까지는 주변의 우거진 수풀로 가려져 있어 시야에 노출되는 정도가 제한되는 반면, 원고가 신축하려는 건물은 2개 동으로 면적이 합계 272.88㎡에 달하고, 단층이라고는 하나 높이가 6.8m에 이르며, 건물 전면의 수풀도 도로·주차장·정원·텃밭 등으로 정비될 것이어서 원고가 신축 계획중인 건물이 들어설 경우 대광전으로부터 바라본 시야에 노출되는 건축물 면적이 현재보다 훨씬 넓어지게 되는 점, 그리고 신축할 건물의 외장이 한식기와잇기, 황토벽돌쌓기 및 황토 미장 마감 등으로 계획되어 있다 하나, 그 설계는 전형적인 양식 건물이어서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외장재와 외부 형태의 부조화로 주위 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 원고는 당초 두 동 모두 높이는 6.5m로 하되, 신축건물 제1동의 내부를 독립된 화장실 1개씩이 달린 방 여섯 개와 별도의 현관이 달린 대형 거실로 나누고, 제2동도 별도의 거실, 주방과 화장실을 갖춘 두 개의 독립된 구역으로 나누어 현관 3개를 내며, 외부에서만 출입이 가능한 별도의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설계한 후 양산시장과 경남도지사를 경유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신청지의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하였으나 허가가 거부되자, 다시 제1동의 내부를 방 4개와 주방, 거실, 화장실 1개와 전후 2개의 현관을 갖춘 비교적 평범한 주택의 형태로 변경하고, 제2동도 현관을 1개 줄이면서 각 건물 높이는 6.8m로 30cm씩 높여 다시 현상변경허가신청을 하였으나 이 사건 처분으로 허가가 재차 거부된 점, 위 건물들은 단층이라고는 하나 그 높이는 경사기와지붕이 아닌 평 슬래브 지붕이라면 2층도 가능한 정도이고, 천장 슬래브보다 높은 위치에 방충망까지 있는 총 8개씩의 창문을 가지고 있어, 거실 한 구석에 나선형 계단을 설치하는 경우 사실상 2층으로 사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점, 더구나 원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중에도 이 사건 신청지와 잇닿은 그 소유의 양산시 (주소 2 생략) 지상 경량철골조 슬레이트지붕 단층 동물관련시설(축사) 322.56㎡를 한눈에 보아도 축사가 아닌, 다수의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건물로 개조하다가 2003. 10. 2. 양산시장으로부터 건축법위반으로 공사중지계고장을 받고서도 공사를 계속하여 외장공사를 마친 점(그 후 양산시장은 2003. 12. 12. 원고에게 위 건물을 자진 철거하거나 관계 법령에서 정한 허가 또는 신고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계고를 하였다.), 원고 스스로 주말간이숙박시설(속칭 펜션)이나 천주교 수련 시설로서 다수인의 이용에 제공할 의도로 이 사건 신청지상에 위 2동의 건물을 신축하는 것임을 시인하고 있는 점, 신흥사와 이 사건 신청지 인근에 기존의 자연부락 및 음식점 건물들이 있다고는 하나, 이는 모두 문화재보호법시행규칙의 개정(2000. 9. 1. 문화관광부령 제44호)으로 지정문화재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의 설치를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위에 포함시키는 조항(제18조의2 제2항)이 신설되기 이전에 건축된 것으로서, 각 그 입지의 지형적 특성상 대광전에서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기에 앞서 문화재위원회 건조물문화재분과회의를 열어 문화재전문위원의 조사 결과 및 의견을 듣고 심의한 결과 이 사건 신청지의 현상변경허가를 거부함이 상당하다는 데 참석자 7인 전원의 의견이 일치된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들에 더하여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 후 이 사건 신청지의 현상변경을 허가할 경우, 향후 인접지의 현상변경허가를 거부하기 어려워지는 점까지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신청지상에 원고가 신축을 계획중인 건물들이 들어서는 경우 위 대광전의 경관을 저해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할 것이므로, 원심 판시의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그 처분사유를 결하고 있다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몇 가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없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속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결국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나머지 재량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강신욱 박재윤(주심) 고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