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나.사기다.시설물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위반라.뇌물공여
2016도16343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나. 사기
다. 시설물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위반
라. 뇌물공여
피고인 1 외 6인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하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2인
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5노3597, 2016노339(병합) 판결
2021. 10. 14.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인들에 대한 명의대여로 인한 구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2017. 1. 17. 법률 제14545호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시설물안전법'이라 한다) 위반, 용역대금 편취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사기) 및 사기 부분에 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된 공소외 1 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을 운영하는 피고인 1이 안전점검 또는 정밀안전진단(이하 통칭하여 '안전진단'이라 한다) 용역을 낙찰받아 나머지 피고인들이 운영하는 독립채산 하도급 업체들(이하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라 한다)에 도급금액의 약 60% 금액으로 하도급하기로 마음먹고, 입찰 이전부터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 소속 기술자 직원을 미리 공소외 1 회사 소속으로 허위 등재하는 등으로 나머지 피고인들과 각각 공모하였다. 한편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된 공소외 2 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하고,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2 회사를 합쳐 '이 사건 수급업체'라 한다)를 운영하는 공소외 3도 같은 방식으로 피고인 3, 피고인 4가 운영하는 독립채산 하도급 업체들에 하도급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3, 피고인 4와 각각 공모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1 및 공소외 3은 위와 같이 각각 공모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 명의로 한국도로공사, 서울시 등이 발주하는 다수의 안전진단 용역 입찰에 참가하고 사업수행능력 평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등으로 마치 이 사건 수급업체가 해당 용역을 수행할 것처럼 가장하여, 이에 속은 발주처 계약 담당 직원으로 하여금 위 사업수행능력평가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심사 및 적격심사를 하도록 하여 안전진단 용역을 낙찰받고도, 그 후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에 하도급을 주어 용역을 수행하게 하고 이러한 하도급 사실을 모르는 발주처로부터 각 용역계약별로 용역대금을 교부받아 이를 각 편취하였다.
나아가 피고인 1 및 공소외 3은 위와 같이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에 안전진단 용역을 하도급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 명의로 해당 용역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각 용역계약별로 안전진단 업무에 관한 명의대여를 하였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각각 하도급받은 용역을 수행함으로써 각 용역계약별로 안전진단 업무에 관한 명의대여를 받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무죄 및 면소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한 주체는 이 사건 수급업체가 아니라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라고 인정되고, 이 사건 수급업체가 안전진단 용역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구 시설물안전법이 적용되는 안전진단 용역에 관해서는,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 소속 기술자를 이 사건 수급업체 소속 기술자로 허위 등재하고 이 사건 수급업체가 용역을 수행할 것처럼 입찰에 참가하거나, 용역 수행 과정에서 수행 주체가 이 사건 수급업체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는 발주처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다) 발주처가 피고인들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하도급에 의한 용역 수행을 알지 못한 채 용역계약에서 정한 용역대금을 지급한 이상 발주처의 착오 및 인과관계, 재산상 손해를 인정할 수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명의대여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1) 구 시설물안전법 제9조의3이 금지하고 있는 '타인에게 자기의 명칭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안전점검 또는 정밀안전진단업무를 영위하게 하는 행위'(이하 '명의대여'라 한다)란 타인이 자신의 명칭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자격을 갖춘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행세하면서 안전진단 업무를 영위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목적에 자신의 명칭이나 상호를 사용하도록 승낙 내지 양해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하므로, 어떤 안전진단전문기관의 명의로 도급된 안전진단 용역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다른 사람(이하 '용역 수행자'라 한다)이 맡아서 수행하였더라도, 안전진단전문기관 자신이 안전진단 용역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로 수급하였고 그 용역 수행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왔다면 이를 명의대여로 볼 수는 없다. 여기서 안전진단전문기관이 안전진단 용역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는, 안전진단 용역의 수급·수행 경위와 대가의 약속 및 수수 여부, 대가의 내용 및 수수방법, 안전진단 용역 수행과 관련된 안전진단전문기관과 용역 수행자의 약정내용, 용역 수행 과정에 안전진단전문기관이 관여하였는지 여부, 관여하였다면 그 정도와 범위, 용역 수행 자금의 조달·관리 및 대금의 수령방법, 용역 수행에 따른 책임과 손익의 귀속 여하 등 드러난 사실관계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도742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수급업체는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와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입찰 참가 여부, 입찰금액의 결정 등에 관하여 아무런 사전 논의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 수급업체는 독자적으로 다수의 안전진단 용역계약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받은 후에 그중 일부 용역계약에 관하여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용역을 수행하도록 하였고, 나머지 상당수 용역계약은 하도급 없이 스스로 수행하였다.
(나) 이 사건 수급업체와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 사이에 명의대여나 그 대가의 지급 등에 관한 논의나 협의가 진행된 바가 전혀 없고,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는 이 사건 수급업체와 체결한 하도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수급업체로부터 원도급금액의 약 60% 내외로 약정한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았을 뿐이다.
(다) 이 사건 수급업체와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 사이에 체결된 하도급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이 처분문서로 확인되는 경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 사건 수급업체는 발주처와의 과업 협의, 중간 및 최종보고 등 대관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는 발주처의 과업지시서 및 현장설명사항에 따라 용역을 수행하되 의문점이 있을시 즉시 이 사건 수급업체에게 문의하여 그 결정에 따르며,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는 용역 수행시 발주처에 대한 중간보고 및 최종보고 전에 보고서 등에 대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의 평가 및 검사를 받아야 하고, 불합격시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가 지체 없이 이를 보완하여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정하였다.
(라) 이 사건 각 안전진단의 용역 수행 과정을 보면, 이 사건 수급업체는 기본적으로 발주처와의 용약계약 체결 및 계약조건 변경, 용역계약상 수행 일정 및 기한에 따른 이행관리, 단계별 발주처 보고 및 협의, 보고서 최종 검토 및 완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주처에 대한 계약이행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담하였다.
(마)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는 이 사건 각 안전진단의 현장조사 및 보고서 초안 작성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중 현장조사 업무는 발주처와 협의를 거쳐 확정된 과업수행계획서에 따라 수행되는데, 이 사건 수급업체 소속 기술자가 현장에 상주하지는 않았으나 일시적으로라도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 소속 기술자를 지휘하거나 그와 협의하는 과정은 상당수 용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용역에서는 현장 또는 인력 상황에 따라 이 사건 수급업체 소속 기술자의 감독 내지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가 현장조사 결과를 기초로 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하면 이 사건 수급업체 소속 기술자가 이를 검토하여 수정·보완 등을 지시하였고,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완성 성과물인 보고서는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후 발주처에 제출되었다. 이 사건 수급업체는 위와 같은 보고서 검토 및 완성 과정에서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에게 추가 조사를 지시하거나, 대상 시설물의 구조적 안전성과 결함의 원인, 보수·보강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사) 이 사건 수급업체가 용역 완성 성과물을 발주처에 제출하고 발주처로부터 직접 용역대금을 수령하였고, 용역대금의 수령에 관하여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는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는 이 사건 수급업체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와 체결한 하도급계약에 따른 대금을 청구하고 이를 지급받았다.
(3) 이러한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수급업체는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서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런데도 원심이 앞서 본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무죄 및 면소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구 시설물안전법의 명의대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용역대금 편취로 인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및 사기 부분에 관하여
(1)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기죄는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급계약에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일을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일을 완성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일의 대가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법원으로서는 도급계약의 내용, 그 체결 경위 및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그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도9802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이 침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도급계약 당시 관련 영업 또는 업무를 규제하는 행정법규나 입찰 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으로 말미암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더라도 일의 완성이 불가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법이 일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5도9130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수급업체가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에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수행에 관하여 하도급을 하였을 뿐 자신의 명칭이나 상호를 사용하도록 명의대여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 사건 독립채산업체는 자신이 하도급받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현장조사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가진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실제로 투입하여 하도급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수급업체도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가진 기술자를 투입하여 보고서를 검토 및 완성하고, 발주처에 보고 및 제출하는 등으로 안전진단 용역을 완성하였다.
(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수급업체 및 독립채산업체는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에서 부과된 현장조사 및 시험, 상태평가, 안전성평가, 보수·보강방법 제시, 보고서 작성 등의 과업을 모두 완성하였고, 이 사건 수급업체가 발주처에 용역 완성 성과물을 제출하였으며, 이에 대한 발주처의 검수 및 승인을 거쳐 이 사건 수급업체에 용역대금이 지급되었다.
(라)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 중 상당수를 구 시설물안 전법 제11조의3에 따른 안전진단 실시결과 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를 심사하였는데, 이 사건 수급업체가 수행한 부분은 모두 '적정' 평가를 받았다.
(3) 이러한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안전진단 용역의 하도급 등의 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 중 구 시설물안전법이 적용되는 용역에 관해서는 기망행위로 인정하고, 구 시설물안전법이 적용되지 않는 용역에 관해서는 기망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구 시설물안전법이 전문기술이 필요한 경우 등 일정 범위 내로 안전진단 용역의 하도급을 제한하는 규정(구 시설물안전법 제8조의3)을 두고 있기 때문에, 위 규정의 적용 여부를 기준으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 시설물안전법상 하도급 제한 규정은 시설물의 안전점검과 적정한 유지관리를 통하여 재해와 재난을 예방하고 시설물의 효용을 증진시킨다는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위반한 경우 구 시설물안전법에 따른 제재를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곧바로 사기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하려면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내용과 체결 경위,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결과 등까지 종합하여 살펴볼 때 과연 피고인들이 안전진단 용역을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역을 완성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용역대금을 편취하려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에 있어서 구 시설물안전법상 하도급 제한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이 사건 수급업체의 계약상 의무로 약정되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입찰공고, 용역계약서 등에는 대부분 하도급 제한에 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 설령 위 하도급 제한 규정 준수의무가 계약상 의무로 일부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인 안전진단 용역계약에 있어서 다른 특별한 약정이나 사정이 없는 한, 그 의무가 용역의 완성과는 별도로 반드시 이행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거나 용역대금의 지급과 상호 대가적 관계에 있는 중요하고 본질적인 의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수급업체는 안전진단 용역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에서 정한 과업을 모두 완성하였고, 발주처의 검수 및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심사 결과 안전진단 용역 결과가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하도급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을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수급업체는 이러한 용역 완성의 대가로 발주처로부터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것이므로, 설령 피고인들이 발주처에게 하도급을 숨기는 등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와 용역대금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입찰참가자격 등과 관련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가 용역을 수행할 것처럼 발주처 계약 담당 직원을 기망하였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수급업체가 입찰 참가 당시 향후 하도급을 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거나 낙찰 후 실제로 하도급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발주처에 대한 관계에서 계약이행 주체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므로, 발주처 계약 담당 직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의 동일성 등과 관련하여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 1 등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발주처로부터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행위가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로 인한 재물의 편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런데도 원심이 앞서 본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 피고인 7에 대한 무등록 안전진단 업무 수행으로 인한 구 시설물안전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 피고인 7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시설물안전법의 무등록 안전진단 업무 수행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피고인 5에 대한 허위 일급여 편취로 인한 사기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5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3 연번 8, 33 기재 각 사기 부분,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 중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11 연번 27 기재 사기 부분, 피고인 4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7 연번 2, 15,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12 연번 1, 6, 7, 9, 10, 13, 14, 16 내지 18 기재 각 사기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피고인들에 대한 명의대여로 인한 구 시설물안전법 위반, 용역대금 편취로 인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및 사기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