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공1992.7.15.(924),2062]
가.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 손해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경제적 관점)
나.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행한 회사재산 처분행위가 절차의 흠결로 말미암아 법률상 당연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본 사례
가.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중요한 재산을 양도한 경우 이것이 회사의 유일재산이고 처분 당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이유로 위 매매계약 및 이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는 법률상 당연무효라고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적어도 위 재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 준 이상 위 처분행위로 인하여 위 회사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A
검사
변호사 B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89.2.21.부터 1990.4.경까지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였던 자인 바, 1988.2.10. 위 C의 전 대표이사인 D가 그 해 5.경 충남 천원군 E 소재 과수원 등 15필지 지상에 임대아파트 489세대의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중 그 해 12.까지 F주식회사 대표이사 G에게 약 4억2천만원, 위 아파트 공사업자들인 H, I, J 등 약 20여명에게 약 8억원 등 합계 12억여원의 채무를 지게 되어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위 H 등이 채권단을 구성하여 위 회사를 인수한 다음 위 G가 내세운 피고인을 위 C의 대표이사로, 위 H 등을 이사로 각 선임하여 공사를 하던 중 주택은행으로부터 국민주택기금 융자를 받지 못하여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게 되자 위 C 소유의 부동산을 위 F에 넘기기로 마음먹고, 1989.12.21. 충남 천안시 소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위 C 소유의 재산을 처분하려면 위 C 이사회의 승인과 주주총회결의를 거쳐 처분하여야 함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위 H 등 이사들 몰래 위 C의 유일재산인 시가 16억원 상당의 위 C 소유의 위 아파트부지를 7억 5천만원에, 건축중인 위 아파트건물을 39억원에 위 F에 매각하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아파트부지 대금은 위 G가 그 부지에 설정한 근저당권 채무와 공소외 K의 근저당권 채무금으로 대체하기로 하고 위 F 앞으로 위 아파트부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위 아파트건물 대금은 1990.4.30.까지 받되 1989.12.31.까지 위 아파트건물의 건축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함으로써 위 F에 위 아파트부지와 건물의 시가인 55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위 C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이다 라고 함에 있다.
(2) 이에 대하여 원심은 무릇 주식회사 존속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재산의 양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업의 폐지 또는 중단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이는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양도의 경우와 다를 바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는 상법 제374조 제1호 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고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없이 대표이사가 한 처분행위는 상대방의 선의, 악의를 불문하고 당연무효라 할 것인 바 피고인이 위 C의 대표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대표이사의 자격에서 위 F에게 위 아파트부지 및 건물을 매도하고 위 아파트부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하여 주었다 하더라도 공소사실이 피고인의 배임행위의 전제로 삼고 있는 바와 같이 위 아파트부지 및 건물이 위 C의 유일재산이고 처분당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위 매매계약 및 이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는 당연무효이고 따라서 위 F로서는 위 아파트부지 및 건물에 대한 소유권 내지 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할 수 없음은 물론 위 C도 이에 대한 소유권을 전혀 상실하지 아니하였고 더욱이 위 아파트건물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도 건축허가명의변경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위 C의 재산 상태가 사실상으로도 악화된 바가 없어 현실적인 손해가 없음은 물론이고 실해가 발생할 위험도 없는 것이어서 위 C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그러나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 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공소사실이 피고인의 배임행위의 전제로 삼고 있는 바 위 아파트부지 및 건물을 위 F에게 양도한 행위는 이것이 위 C의 유일재산이고 처분당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이유로 위 매매계약 및 이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는 법률상 당연무효라고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적어도 위 아파트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위 F에게 넘겨준 이상 피고인의 위 처분행위로 인하여 위 C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의 위 처분행위가 법률상 무효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위 처분행위로 인하여 위 C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없음은 물론이고 실해가 발생할 위험도 없다고 판단하였는 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리고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당원 1987.11.10. 선고 87도993 판결 은 사안을 달리하여 그 취지를 이 사건에 전부 그대로 원용할 수 없는 것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