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2018노3557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A
피고인
김수겸(기소), 장지철(공판)
변호사 이정주
2019. 7. 18,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과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을 하고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과 위 근로자들 사이의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이 무효인 경우 근로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수령한 퇴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할 의무가 있다.
나. 따라서 원심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금 계산에 관하여 근로자들이 퇴직하기 전 3개월 동안 수령한 임금 중 분할 지급된 퇴직금을 제외하고 평균임금을 산정한 후 이를 기초로 이 사건 미지급 퇴직금 액수를 인정해야 함에도, 분할 지급된 퇴직금을 포함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한 오류가 있다.
다. 또한,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동채권인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채무와 상계한다는 의사를 근로자들에게 표시한 이상, 상계가능 범위인 퇴직금의 1/2 상당은 상계적상 시점인 근로자들의 퇴직시점에 소급하여 소멸하는 것이므로, 퇴직금의 1/2 상당에 관하여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없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 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나. 그러나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퇴직금 분할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 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①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서면으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주식회사 F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피고인이, 마치 주식회사 F가 직접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것처럼(이는 서비스품질 악화를 우려하여 재하도급을 허용하지 않는 발주처의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작성된 계약서를 근로자들에게 제시하면서 '너는 월급이 얼마 정도야, 금액은 알아서 맞춰서 이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으니까 서명해'라고 통지하는 형태로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 월급의 구체적인 내역이나 연봉총액이 어떻게 산정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협의나 고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주체인 피고인이 운영하는 C 주식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는 근로계약서조차 작성되지 않았다.
②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인터넷 광케이블 시설물을 유지·보수하는 노동자들로서 그 근무기간 중 별도로 급여명세서를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월급의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는 처지에서 퇴직금으로 지급되는 부분과 그렇지 아니한 부분을 명확히 구별하여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피고인이 제출한 '2015년 4월 인천급여'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 항목들은 '기본급, 식대보조금, 유급주유수당,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 수당, 연차휴가수당, 자가운전지원(근로자들 중 D만 20만 원)'으로만 그 내용이 구성되어 있을 뿐, 분할 지급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에 대한 항목이나 액수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증거기록 104쪽), 피고인이 제출한 K, L에 대한 각 '17년 1~4월 급여'의 내용 또한 '기본급, 식대, 수당'만을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 항목으로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증거기록 126, 127쪽).
④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이 문제되자, '매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산정함에 있어서 위 ①항 기재와 같이 형식적으로 작성된 주식회사 F와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연봉금액에서 역산하여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일률적으로 정한 다음 비로소 퇴직금 초과지급 및 그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각 연봉금액 중 12/13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본급으로, 1/13에 해당하는 금액은 퇴직금으로 각각 지급했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된 금액과는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⑤ 결국 이 사건 근로자들과 피고인 사이의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도,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서 근로자들이 임금으로서 정당하게 수령할 금액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재판장판사이인규
판사장유진
판사송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