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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도13514 판결

[사기[일부인정된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사기 범행의 피해자들이 부부인 경우 사기죄의 죄수관계가 문제된 사건〉[공2024상,262]

판시사항

[1] 다수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각 기망행위를 하여 각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편취한 경우,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더라도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피해자들의 피해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 이들에 대한 사기죄를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피고인이 부부인 피해자 갑과 을에게 ‘토지를 매수하여 분필한 후 이를 분양해서 원금 및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면서 기망한 후, 이에 속아 피고인에게 투자하기 위해 공동재산인 건물을 매도하여 돈을 마련한 피해자들로부터 피해자 갑 명의 예금계좌에서 1억 원, 피해자 을 명의 예금계좌에서 4억 7,500만 원, 합계 5억 7,500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법익이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사기죄가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각 기망행위를 하여 각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는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더라도 각 피해자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이를 포괄일죄로 파악할 수 없고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된다. 다만 피해자들의 피해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사기죄를 포괄하여 일죄로 볼 수 있다.

[2] 피고인이 부부인 피해자 갑과 을에게 ‘토지를 매수하여 분필한 후 이를 분양해서 원금 및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면서 기망한 후, 이에 속아 피고인에게 투자하기 위해 공동재산인 건물을 매도하여 돈을 마련한 피해자들로부터 피해자 갑 명의 예금계좌에서 1억 원, 피해자 을 명의 예금계좌에서 4억 7,500만 원, 합계 5억 7,500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각 피해자 명의의 예금계좌에 예치된 금전에 관한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피해자에게 별도로 귀속되므로 민사상 권리 귀속관계의 면에서는 각 피해자가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별도의 재산상 법익을 침해당하였다고 볼 수도 있으나, 포괄일죄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피해법익의 동일성은 민사상 권리 귀속관계 외에 해당 사건에 나타난 다른 사정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데,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의 공통성, 기망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재산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의 공통성, 재산의 형성·유지 과정, 재산 교부의 목적 및 방법, 기망행위 이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법익이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사기죄가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박수연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9. 6. 선고 (춘천)2023노53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사기) 부분에 관하여

가. 다수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각 기망행위를 하여 각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는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더라도 각 피해자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이를 포괄일죄로 파악할 수 없고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된다 ( 대법원 1989. 6. 13. 선고 89도582 판결 ,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3도38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해자들의 피해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사기죄를 포괄하여 일죄로 볼 수 있다 (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도16980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은 2010. 11. 15.경 주식회사 ○○ 사무실에서 부부인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양평군 (주소 생략) 임야 19,438㎡ 중 일부를 매수하여 분필한 후, 분양해서 원금과 평당 10만 원씩 수익금을 지급하겠다. 분양이 안 될 경우에는 그 부동산 명의를 이전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고, 2011. 5. 25.경 위 장소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에게 같은 취지로 거짓말하였다.

2)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피해금원을 교부받더라도 위 부동산을 매수하여 분양 후 원금과 수익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3)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2010. 11. 16. 4억 원, 같은 달 26. 7,500만 원, 2011. 5. 26. 1억 원, 합계 5억 7,500만 원을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다. 피고인은 상고이유로서, 부부별산제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위 공소사실은 각 피해자에 대한 각각의 사기죄를 구성하여 양자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데도, 원심은 이를 포괄일죄로 보아 사기죄의 이득액이 5억 원을 넘는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구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347조 제1항 을 적용한 잘못 등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토지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010. 11. 15.경 부부인 피해자들을 함께 만나 ‘토지를 매수하여 분필한 후 이를 분양해서 원금 및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면서 피해자들을 기망하였다.

2) 그 후 피고인이 2011. 5. 25.경 피해자 공소외 1을 한 차례 더 만나 유사한 취지로 이야기하였으나, 이는 피해자들에 대해 이미 공통으로 이루어진 기망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 뿐,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별도의 독립된 기망행위로 보이지는 않는다.

3) 피해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설명을 듣고 함께 상의하여 자신들의 노후대비를 위한 자산 증식을 위하여 투자를 결정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 공소외 1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2도 이에 동의함으로써 공동으로 투자 결정에 이르렀다.

4) 피해자들은 부부로서 협력하여 유지·증식한 공동재산인 건물을 매도한 대금으로 피고인에게 투자할 돈을 마련하였다.

5)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각 피해자 명의로 2장의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는 4억 7,500만 원, 피해자 공소외 1은 1억 원을 각각 자신 명의의 예금계좌에서 피고인에게 송금하였다. 다만 피해자 공소외 2의 송금은 피해자 공소외 1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6)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받은 이후에 여러 토지에 관하여 피해자 공소외 1에게 담보 목적의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및 채권최고액을 6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

마.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 각 피해자 명의의 예금계좌에 예치된 금전에 관한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피해자에게 별도로 귀속되므로 민사상 권리 귀속관계의 면에서는 각 피해자가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별도의 재산상 법익을 침해당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포괄일죄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피해법익의 동일성은 민사상 권리 귀속관계 외에 해당 사건에 나타난 다른 사정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는 공통으로 이루어졌고, 피해자들도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증식이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공동재산의 매도대금을 재원으로 삼아 공통으로 투자 결정에 이르렀다. 또한 각 피해자의 송금 내역 및 송금 합계액,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역시 피해자들이 부부로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인식 아래 피해자들의 투자금 전체에 관하여 편의상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사후적으로 담보를 설정해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에 나타난 기망행위의 공통성, 기망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재산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의 공통성, 재산의 형성·유지 과정, 재산 교부의 목적 및 방법, 기망행위 이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법익은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사기죄는 포괄일죄를 구성한다. 피고인이 계약서를 피해자별로 작성하였거나 피해자들이 각각 자기 명의 계좌에서 별도로 송금하였다는 점은 피해법익의 동일성과 양립할 수 있는 사정으로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가 포괄일죄라는 결론과 모순되거나 상충되지 않는다.

바.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사기죄가 포괄하여 일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민유숙 천대엽 권영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