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99고단297 도로교통법위반
도로교통법(1995. 1. 5. 법률 제4872호로 개정된 것) 제20조의2 제2호와 제113조 제5호 중 제20조의2 제2호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당해사건의 피고인인 이○민은 “○○여객 버스운전사로서 1998. 10. 13. 17:00경 경기 포천군 신북면 ○○ 소재 ○○주유소 앞 43번 국도상을 경기 72바○○○○ 버스를 운전하여 편도 2차로중 2차로를 따라 진행중 그곳이 도로의 구부러진 곳으로서 다른 차를 앞지르지 못하는 곳임에도 같은 차로로 앞서가는 번호불상의 ○○ 차량을 앞지르기 하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위반죄로 즉결심판이 청구되어 1999. 1. 19.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포천군법원에서 벌금 70,000원의 즉결심판을 선고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99고단297호로 공판계속중이다.
그런데, 제청법원은 도로교통법 제20조의2 제2호에 규정된 “도로의 구부러진 곳”이라는 표현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1999. 6. 1.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도로교통법(1995. 1. 5. 법률 제4872호로 개정된 것) 제20조의2 제2호와 제113조 제5호 중 제20조의2 제2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규정’이라고 한다)이고, 그 내용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로교통법 제20조의2(앞지르기 금지장소)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다른 차를 앞지르지 못한다.
1. 교차로·터널 안 또는 다리 위
2. 도로의 구부러진 곳
3.비탈길의 고개마루부근 또는 가파른 비탈길의 내리막
4.지방경찰청장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안전표지에 의하여 지정한 곳
제113조(벌칙)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의 형으로 벌한다.
1.∼4. (생략)
5.제20조 내지 제20조의3 (중략)의 규정을 위반한 사람
6. 7. (생략)
2.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관계기관 등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이 사건 법률규정의 도로의 구부러진 곳이라는 표현은 극히 애매하고 광범위하여 명확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위헌의 의심이 있다.
나.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장의 의견
죄형법정주의는 국회의 의결에 따른 법률에 규정함이 없이 국민을 임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지 모든 처벌대상행위에 대하여 단속공무원 및 판사의 판단이 개입될 수 없도록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도로교통법의 제정목적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규정은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를 가져오고 원활한 교통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도로의 구부러진 곳으로 해석되고, 만일 도로의 구부러진 곳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려 한다면 다양한 도로상황을 모두 포괄하지 못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다양한 도로의 상황을 염두에 둔 이 사건 조항은 입법기술상 불가피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다.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
구부러진 도로에서 앞지르기를 금지하는 것은 차의 회전시 생기는 내륜차(內輪差)에 의하여 차가 차로를 벗어나거나 중앙선을 넘어가기 쉬워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아 이를 금지하는 것으로, 운전사의 능력, 자동차의 제한속도, 주변환경 등에 따라 교통사고의 위험성에 따라 명확하게 기준을 설정하여 법에서 일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고, 보통의 사회일반인이 그 의미를 추측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3. 판 단
가.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법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뿐더러 범죄의 성립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8. 7. 16. 97헌바23 , 판례집 10-2, 243, 260-261 등).
따라서 처벌법규에서 어느 정도의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인 뜻을 지닌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득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고,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다른 법률조항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85, 796).
나.도로교통법상 앞지르기라 함은 “차가 앞서가는 다른 차의 옆을 지나서 그 차의 앞으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 앞지르기에는 일반적으로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제20조의2에서는 앞지르기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큰 장소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앞지르기를 금지하고 있다. 이로써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도모하려는 것이 위 규정의 목적이다.
한편 도로의 구부러진 곳이란, 문의 그대로 해석하면 조금이라도 휘어진 도로, 즉 도로가 완전히 직선이 아닌 모든 곳을 말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규정과 관련된 제반규정과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앞지르기로 인하여 위험을 초래하고 교통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구부러진 도로로 한정 해석하여야 한다.
어느 정도 이상 휘어진 도로에서 앞지르기를 시도하면 앞지르기를 당하는 차와 접촉할 위험이 생기고, 반대방향에서 진행하여 오는 차에도 위험을 야기하게 된다. 이 사건 법률규정 이외에 앞지르기가 금지되는 장소를 보면 “교차로·터널안 또는 다리 위, 비탈길의 고개마루부근 또는 가파른 비탈길의 내리막, 지방경찰청장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안전표지에 의하여 지정한 곳”으로 되어 있고, 도로의 구부러진 곳도 앞지르기시 위와 같은 장소에 준하는 위험성을 가져올 정도로 휘어진 곳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다.그러나 위와 같은 입법목적에 따라 이 사건 법률규정을 해석한다 하여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구부러진 도로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볼 소지가 있다. 이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구부러진 도로의 곡각을 측정하여 어느 정도 곡각 이상의 도로에서는 앞지르기를 금지하는 형태로 규정하는 형식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도로의 곡각을 규정한다 하여도 운전자가 운행중인 도로의 곡각이 이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 구체적인 행위준칙이 될 수 없고, 같은 곡각이라고 하더라도 지형이나 주변의 상황에 따라 위험성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일정 곡각을 기준으로 앞지르기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다.
둘째, 구부러진 도로로서 앞지르기를 금지할 필요가 있는 곳의 도로변이나 노면에 모두 안전표지를 하여 앞지르기를 금지하고 도로의 구부러진 곳이라는 조항 자체를 없애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앞지르기를 금지할 곳 모두에 안전표지를 하려면 재정적, 현실적 어려움이 따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안전표지가 설치됨으로써 도리어 운전자의 주의를 흩뜨리고 교통소통이나 안전에 위험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비포장도로인 경우에는 노면에 표지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 이 사건 법률규정에 “위험을 초래할 정도로” 또는 “시야가 가린” 내지 “전망할 수 없는” 등의 내용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입법형식은 이 사건 법률규정의 명확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입법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내용은 입법목적에서 어느 정도 도출될 수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규정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입법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법률규정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라.결국 이 사건 법률규정은 입법목적과 다른 조항과의 관련하에서의 합리적인 해석의 가능성, 입법기술상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