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보상대상자선순위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
2015누7523 보훈보상대상자 선순위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코러스
담당변호사 박현화
광주지방보훈청장
2020. 1. 9.
2020. 2. 13.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3. 12. 20. 원고에 대하여 한 보훈보상대상자 선순위유족비해당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아들인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8. 12. 1. 입대하여 군 복무 중 악성 림프종이 발생하여 2009. 10. 10. 사망하였고, 보훈심사위원회는 2013. 6. 4. 망인에 대하여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보훈보상자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재해사망군경의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심의·의결하였다.
나. 망인의 아버지인 C과 어머니인 원고는 피고 등을 상대로 각자 '자신이 망인을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는데, 보훈심사위원회는 2013. 12. 5. 'C과 원고 모두 망인을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부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심의·의결하였다.
다. 이에 피고는 2013. 12. 20. C과 원고 중 나이가 더 많은 C을 선순위 유족으로 결정하면서, '원고는 선순위 유족에 해당하지 않기에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보훈보상대상자 선순위유족비해당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망인을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은 원고임이 분명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C은 원고와 이혼 후 망인을 혼자서 양육하였다고 하나, 실제로는 전남 장흥군으로 내려가 일을 하면서 망인을 서울 송파구 D의 지하방에 방치한 채 전혀 돌보지 않았다.
나) 원고는 요리 등 망인의 집안일을 대신 해주고 매주 용돈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망인을 위해 보험과 주택부금 등에 가입하여 보험료와 부금 등을 납입하였으며, 망인이 대출받은 대학 학자금도 상환하는 등 실질적으로 망인을 부양하고 양육하였다.
2) 이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구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2019. 11. 26. 법률 제166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보훈보상자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 제2호 중 '선순위자 1명에 한정하여 보상금을 지급하는 부분' 및 제12조 제2항 제1호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을 우선하는 부분(이하 위 각 조항을 통틀어 '구법조항'이라 한다)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고, 이어진 위헌법률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위 각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즉, 이 사건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초가 된 이른바 '당해사건'에 해당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새롭게 개정된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와 C 모두가 '망인을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개정된 조항에 따라 보상금 수급권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구법 조항에 따라 원고를 보상금 수급권자에서 제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첫 번째 원고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9, 10, 13호증, 을 제4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주로 망인을 부양하거나 양육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반대되는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원고는 C이 이혼 직후 전남 장흥군에 내려가 일을 하면서 그곳에서 거주하느라 망인을 서울 송파구 D 소재 지하방에 방치한 채 돌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법원의 원고에 대한 당사자 본인신문 결과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① 먼저,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이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되지 않고 있다. ② C은 원고와 이혼한 후인 2001. 5. 9.경 서울 송파구 D 소재 지하방을 임차한 후 2001, 5, 15. 그곳으로 망인과 함께 전입신고를 하였고, 망인의 사망 이후인 2011. 7. 1. 전남 장흥군 E로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보아, C은 망인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망인이 사망한 이후 서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생활근거지를 전남 장흥군으로 옮긴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특히, C은 망인이 사망한 2009. 10. 10.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2011. 7. 1.경까지 위 임대차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아, 위 지하방은 C의 실제 생활근거지였을 가능성도 높다. ③ C은 망인과 함께 서울 송파구 D에 전입신고된 기간 동안 그 지하방의 월세, 망인의 건강보험료 및 일부 학비를 부담한 것으로 보이므로, 적어도 C이 망인을 돌보지 않은 채 방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 원고가 망인에게 용돈을 송금하고, 망인의 명의로 보험과 주택부금에 가입하여 해당 보험료와 부금을 납입하였으며, 망인의 학자금 대출 일부와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납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C이 위 지하방을 임차하여 망인과 함께 거주하면서 월세, 망인의 건강보험료 및 일부 학비를 부담한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로 망인을 부양하거나 양육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라. 두 번째 원고 주장에 대한 판단
1)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의 범위
구법 조항은 보훈보상대상자의 부모에게 유족보상금 지급 시 수급권자를 1인에 한정하면서, 유족 간 수급권자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주로 부양 양육한 사람을 알 수 없는 경우 부모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을 우선하도록 규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18. 6. 28. 선고 2016헌가14 결정에서 구법 조항 중 위 부분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보상금 수급권자의 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부모 중 나이가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으므로, 나이가 적은 부모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① 구법 조항의 위 부분에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보훈보상대상자의 유족인 부모에 대한 보상금 지급의 근거 규정이 사라지게 되어 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고, ② 그 위헌적 상태를 제거함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 및 요건에 의해 보상금 수급권자를 결정할지 및 수급권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된다는 점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언하면서 구법 조항은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된다고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 한다).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에 드러난 구법 조항의 위헌성 및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의 각 이유 등에 의하면, 헌법재판소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보훈보상대상자의 유족인 부모에 대한 보상금 수급권자 자격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나아가 유족인 부모에 대한 지급대상자 결정 및 그 범위에 관한 입법 형성권의 존중이라는 사유는, 구법 조항에 대하여 단순 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입법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가 담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여야 할 필요성에 관한 것일 뿐, 구법 조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 상태를 개선입법 시행 시까지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근거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구법 조항의 계속 적용을 명한 효력은 보훈 보상대상자의 유족인 부모가 수급권자 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라는 점에만 미친다. 즉, 구법 조항 가운데 '보훈보상대상자의 부모에 대한 유족보상금 지급시 수급권자를 1인에 한정하면서, 유족 간 수급권자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주로 부양 양육한 사람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모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을 우선하도록 한' 부분은 여전히 적용중지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2019. 11. 26. 법률 제16660호로 개정된 보훈보상자법은, 제12조 제2항 제1호, 제2호에서 보상금을 받을 유족 중 같은 순위자가 2명 이상인 경우 같은 순위 유족 간의 협의에 의하여 지정된 사람을 우선하되, 그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보훈보상대상자를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였고, 같은 항 제3호를 신설하여 "위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되, 같은 순위자가 보훈보상대상자의 부모인 때에는 같은 법 제11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보상금을 균등하게 분할하여 지급하며, 그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였다. 한편, 보훈보상자법 부칙(2019. 11, 26. 법률 제16660호) 제1조, 제2조는 이 법 시행 전에 보상금을 지급받던 사람에게도 이 법 시행일인 2020. 1. 1. 이후부터는 이 법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개정된 보훈보상자법의 소급적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어떠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여 입법자에게 그 법률조항을 합헌적으로 개정 또는 폐지하는 임무를 입법자의 형성 재량에 맡긴 이상, 그 개선 입법의 소급적용 여부와 소급적용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그러나 구법 조항에 대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나 위헌심판에서의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적어도 이 사건 현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된 당해사건에 대하여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두18885 판결, 2018. 7. 11. 선고 2016두4769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비록 이 사건이 보훈보상자법 부칙(2019. 11. 26. 법률 제16660호) 제2조에서 정한 적용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구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 보훈보상자법의 해당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이 법원은 구법 조항에 대한 원고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고,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당해사건으로서 그 결정의 소급효가 미치므로, 이 사건에 대해서는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 보훈보상자법의 '유족인 부모에 대한 보상금 수급권자 결정 및 보상금 지급범위' 관련 조항인 제12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
한편, 앞서 본 사정에다가 피고도 '원고와 C 중 어느 누구도 망인을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을 한 점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와 C 모두 망인을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유족인 보훈보상대상자의 부모 사이에 수급권자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주로 부양 양육한 사람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원고는 개정 보훈보상자법 제12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보상금을 C과 균등하게 분할하여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원고를 보상금 수급권자에서 제외하는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한다.
재판장판사최인규
판사김성주전출로인하여서명날인불능
재판장
판사
판사박정훈